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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위헌확인", 결정해설집 3집, 헌법재판소, 2004, p.21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3집)]
본문

- 수형자 선거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

(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金 顯 哲*20)

1.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대한 청구인의 법적 관련성 및 권리보호이익

2. 선거권의 의미와 입법재량의 한계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수형자인 청구인의 선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1. 생략

2.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1)

3.∼4. 생략

청구인은 강도상해등죄로 재판을 받고 2002. 2. 26. 징역 3년6월의 형이 확정되어 현재 영등포교도소에서 형집행중인 자인바, 지난 2002. 6. 13. 실시된 지방선거에 투표하려고 하였으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집행 중에 있는 자의 선거권을 부인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2)때문에 투표하지 못했다. 이에 청구인은 2002. 6. 20.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과 같은 수형자의 참정권(헌법 제24조)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이라며 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위 “사건의 개요”의 내용과 같다.

수형자는 일정한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외부세계와 격리, 차단되어 일정한 구역에 감금되어 있는 자로서 반사회적 성향을 표출함으로써 국가 및 사회 그리고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에 대하여 일정한 위해를 가한 사람이다. 이들에 대하여는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그리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때 즉 부재자투표를 시행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위험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과 행정자치부장관은 이 사건에 관하여 특별한 의견이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1. 청구인에 대한 형집행지휘서에 의하면 청구인은 2001. 12. 18. 서울고등법원에서 강도상해등죄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2002. 2. 26.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실제로 지난 2002. 6. 13. 지방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므로, 청구인은 이 심판청구에서 자기관련성ㆍ현재성ㆍ직접성을 갖추었다. 또한, 청구인이 투표하려 하였던 위 6·13 지방선거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전에 이미 종료하였기 때문에 이 심판청구가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청구인의 투표참여 문제가 다시 제기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여전히 청구인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2. 원칙적으로 간접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을 선거하는 권리는 국민의 참정권 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참정권의 제한은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고 자유·평등·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가치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 다만, 우리 헌법 아래에서 선거권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므로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입법자가 선거법을 제정하는 경우에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부담하고 있는 납세·병역·준법 기타 필요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의무에 반하여 공동체의 안전을 파괴하고 다른 구성원들의 생명·신체·재산을 위협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로서 일정한 기간 구금을 명하고 구금시설인 교도소 등의 질서와 수형자의 교화를 위하여 필요한 제한을 가하는 한편, 선거권의 행사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형자에게 그 기간 동안 공민권의 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은,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하여 입법자가 일응 추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정성을 충족시킨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을 받은 모든 사람에 대하여 무한정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 어느 정도 중대한 범죄를 범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형벌의 집행을 받는 등 선거권을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으로 한정되며 내용적으로도 그 불이익은 금고보다 가벼운 형벌인 자격상실이나 자격정지의 한 효과에 불과하다. 또한 수형자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수형자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으로서 자신의 책임으로 인하여 일정한 기본권제한을 받는 것이므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선거의 공정성 및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기본권침해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어서 그 법익간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2. 우리 헌법의 제정자는 헌법 제41조 제1항제67조 제1항에서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으로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규정하면서 헌법 제24조의 선거권규정과는 달리 별도의 법률유보문언을 두지 않음으로써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의 준수여부가 입법자의 재량사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권의 제한 특히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선거권제한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제한입법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3. 오늘날 수형자와 국가와의 관계는 더 이상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며, 자유민주적 헌법질서하에서 수형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므로 범죄인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제재를 위하여 수형자의 자유박탈 이외에 별도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우리 헌법이 허용하는 한계내의 정당한 목적으로 고쳐 살피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수형자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였고, 공직선거제도의 공정성이라는 공익과 수형자의 선거권이라는 기본권을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과도하게 선거권 및 보통선거의 원칙, 그리고 보통선거원칙이 실현하고 있는 평등원칙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즉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부재자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된 바는 없다. 현대와 같이 대중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 가능한 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국가기관의 구성행위로서의 선거에 참여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는 터에, 이 사건은 수형자의 선거권 문제에 대한 헌법적 심사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청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적관련성이 있고, 또한 이 헌법소원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영등포교도소에서 보내온 청구인에 대한 「형집행지휘서」에 의하면 청구인은 2001. 12. 18. 서울고등법원에서 강도상해등죄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2002. 2. 26.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청구인의 경우 선거권이 없게 되고 실제로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므로, 청구인은 이 심판청구에서 자기관련성ㆍ현재성ㆍ직접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청구인이 투표하려 하였던 지방선거(2002. 6. 13)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2002. 6. 20) 이전에 이미 종료하였기 때문에 이 심판청구가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청구인의 투표참여 문제가 다시 제기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여전히 청구인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형의 선고와 관련하여 선거권 결격사유를 규정한 외국의 입법례는 다음과 같다.3)

일본의 공직선거법(제11조 제1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다만, 형의 집행유예중인 자는 제외), 선거사범으로 형의 선고를 받고 수형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제3조는 선거에 관한 부패행위4)또는 위법행위5)로 유죄의 선거를 받은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정신위생관계법령에 따라 정신병 요양시설에 입원중인 자, 그 밖에 유죄판결에 의해 교도소 등에 수감중인 자 등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

미국은 선거권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자 외에 대부분의 주에서 정신이상자 및 정신박약자,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시민권박탈형”을 선고받은 자, 선거에 관한 범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자 등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6)

연방차원의 수형자의 경우 연방대법원은 1974년의 Richardson v. Ramirez 사건7)에서, 캘리포니아州8)가 중죄(felony)로 유죄판결을 받고 그 형기를 마친 자에게까지 영구히(permanently)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합헌

으로 보았다.9)그러나 1985년의 Hunter v. Underwood 사건10)에서는 경죄(misdemeanor)인 가치없는 가계수표(worthless check)의 제시행위로 ‘비도덕적이고 비열한 범죄’(moral turpitude)11)로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게 앨라배마주 헌법 제182조를 적용하여 선거권을 부인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4조 평등보호조항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는데, 연방대법원은 이 조항이 흑인에 대하여 인종차별적으로 선거권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채택된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한 효과를 갖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2)따라서 경죄라 하더라도 인종차별적인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선거권을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프랑스 선거법(Code Electoral)은 후견하에 있는 성인(동법 제5조),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재판소에 의해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정지당한 자는 그 판결에 의하여 정하여진 기간 동안(동법 제6조), 형법상 일정한 범죄행위로 3월 이상의 징역 또는 6월 이상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는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 동안(동법 제7조) 각 선거인명부에 등재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이들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

독일 연방선거법(Bundeswahlgesetz) 제13조는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선

거권을 상실한 자(제1호), 금치산자 또는 정신적 결함으로 후견하에 있는 자(제2호), 형법의 규정에 의거하여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자(제3호) 등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형자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미결수용자의 경우는 어떤 사정하에서도 선거권을 제한하여서는 아니되며 그들에게는 부재자투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13)

캐나다선거법(Canada Elections Act) 제14조 제3항은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인 자, 선거범죄(부패행위 또는 불법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 등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

호주는 반역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면되지 않은 자, 5년 이상의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고 복역중인 자 등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하고 있다.

필리핀은 1년 이상의 금고형을 선고받은 자로서 사면되지 않은 자는 선거권이 없는데, 다만 복역후 5년의 기간이 만료된 때에는 자동적으로 선거권을 재취득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1) ‘금고 이상의 형’이라 함은 사형, 징역 또는 금고형이다. 또한, (2)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라 함은 형의 선고를 받고(따라서 선고유예를 받은 자는 제외된다) 그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형의 집행이 종료하기까지의 기간내에 있는 자이다. 가석방 중에 있는

자는 소정의 형기가 종료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에 해당하여 결격자가 된다.14)

한편,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후단이 규정하고 있는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라 함은 금고형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의 면제 기타의 사유로 형의 집행을 받는 일이 없게 되기까지의 자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여 선거권이 없는 자는 다음과 같다. ① 형의 실효에 의하여 형의 집행의 면제를 받을 때까지 사이의 자, ② 일반사면 또는 특별사면에 의하여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거나 형의 집행이 면제되기까지 사이의 자, ③ 기타의 사유로 형의 집행을 면제받을 때까지 사이의 자, ④ 형의 집행유예 중인 자.15)반면에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자16)나 상소하여 공판계속중에 있는 자17)등은 선거권 결격자가 아니다.

(1) 민주주의에 있어서 선거가 차지하는 의의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일찍이 몽테스키외(Montesquieu)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민주국가에 있어서 선거는 군주국가의 왕위계승법과 같다”고 하였고, 바두라(P. Badura)는 “민주주의는 선거를 먹고 산다”(Demokratie lebt von Wahlen)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아래에서 보듯이 민주주의의 모든 중요한 내용들은 선거에 달려 있거나 선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18)

(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구체적ㆍ현실적으로 나타날 때 그 가장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이다(국민주권).

(나) 민주주의에 있어서 통치의 정당성은 선거를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통치의 정당성).

(다) 선거는 소수자가 다수자가 될 수 있는 기회균등을 보장해 주는 제

도이며, 동시에 소수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소수자가 다수자가 될 수 있는 기회균등 및 소수자보호).

(라)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관철되려면 국민은 정치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이 효과적으로 정치의사 형성에 참여하고 관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도의 하나가 바로 선거제도이다(국민의 정치의사 형성에의 참여).

(2) 이러한 선거는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의 보장은 물론 정당활동의 자유, 정당의 기회균등 등 정당제도의 확립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는 비록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핵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모든 권력의 원천이 국민에 기초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가장 많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만 한다.19)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대표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신임을 표현하고, 통치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구성하며, 정부와 의회를 정치적으로 통제한다고 설명되고 있다.20)

현대의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선거는 정당한 권력창출의 과정이며 상향식 통치질서의 핵심에 놓여 있다. 또 선거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가의 정치적 지위로 전환되는 것을 통해 국가기관에게 필수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매개해 주고 있다.21)

선거권이란 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통치권 내지 국정의 담당자를 결정하는 국민의 주권행사를 뜻한다. 선거권은 오늘날 민주주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참정권 중의 하나이다. 선거권은 국민이

직접 정치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일 뿐만 아니라 통치권 내지 국정의 담당자를 결정하는 주권의 행사수단이다.22)

우리 헌법은 민주정치의 실현을 위해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국가의사의 형성과정에 참여하고,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공무를 담임하는 권리와 기회를 갖도록 국민의 참정권을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의 하나이며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 그 기본권은 대리 행사를 시킬 수 없는 국민 각자의 고유한 주관적인 권리이고, 참정권의 행사와 보장도 개인주의 사상에 기초를 두고 그 개인의 인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직접적으로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을 선출하고 간접적으로는 여하한 정부를 원하느냐에 관한 국민의 의사를 표시한다(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8-209).

선거권의 법적 성격에 관한 이론은 필연적으로 주권이론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주권의 소재에 관한 이론이 인민주권론, 국가주권론 및 국민주권론으로 전개됨에 따라 선거권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도 개인적 권리설, 공무설, 권한설 및 이원설 등으로 학설이 나뉘고 있다.

(가) 個人的權利設

록크ㆍ룻소ㆍ몽테스키외 등 근세 자연법학자들은 국민은 모든 주권행사에 참가할 권리를 가지며 선거권은 자연권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사상사적으로는 分有주권론ㆍ人民주권론이 그 원천이 되고 있다.

(나) 公義務設

이에 따르면 선거는 본래 단체행위이고 개인은 이 단체행위에 필요한 개별적 행위, 즉 직무를 집행함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거권은 국가가 국가목적을 위하여 부여한 공적 의무라고 한다. 이러한 선거권 공의무설은 법실

증주의에 입각한 독일의 라반트ㆍ플라이너 등 국법학자들에 의하여 압도적으로 지지되었다.

(다) 權限ㆍ資格設

옐리네크는 국가법인설의 입장에서 국민은 선거시에 국가기관이 되어 국가의 공무인 선거를 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하였다. 즉, 선거의 순간에 선거인은 국가공무원이 되고, 그 공무를 행한 후 즉시 사인의 지위로 돌아온다고 하였다.

(라) 二元設

이에 의하면 선거는 한편으로 국가를 위해 국가기관인 의회를 형성하는국가목적적 활동이므로 공무적 성격을 지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이 국가의사의 형성에 참여하는 권리의 성격도 갖는다는 것으로, 뒤기ㆍ오류ㆍ말베르ㆍ슈미트 등이 대표적 학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설을 차지한다.

대의기구를 통하여 사회 구성원 사이의 이해대립이 충실하게 반영되고 조정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고루 부여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권의 확대는 선거제도와 근대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유럽 국가들에 있어서 선거권 확대의 역사는 그 자체가 바로 민주정치의 발전사였다. 선거권의 확대는 선거제도의 기본원리를 “인격대표주의”로 파악하는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것은 중세의 단체대표, 직능대표의 원리와는 크게 다르다.

선거제도의 기본원리로서 개인의 인격주의는 선거에 대하여 두 가지 인식의 차이를 가져왔다. 그 하나는 선거란 일종의 공무에 속하기 때문에 그 공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춘 유자격자에 한해서 선거참여의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는 국민의 대표기관을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이기 때문에 응당 모든 국민에게 선거참여를 위한 선거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주장을 따른다면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후자를 따를 경우에는 선거권은 가급적 널리 개방하는 것이 옳다.

각국의 선거제도는 이들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ㆍ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를 처음 실시한 초기에는 선거를 하나의 공무로 인식하는 입장이 우세하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有産시민층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제한ㆍ차등선거가 보통이었다. 그러나 시민의식의 성장과 민주주의 사상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선거를 하나의 시민적 권리로 인식하는 후자의 인식이 우세한 쪽으로 바뀌면서 보통ㆍ평등선거제도가 광범하게 수용되었다.

현대의 선거제도에서 개인적 인격주의의 원리는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ㆍ자유선거라고 하는 “선거의 5원칙”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중에서 보통선거는 일정한 연령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보통선거제하에서도 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선거권자의 자격을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한 자격요건은 합리적인 선거참여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그것은 ①일정한 연령 이상에 도달할 것, ②정상적인 사고를 저해하는 정신박약 상태에 있지 않을 것, ③범죄 등에 의하여 공민권이 정지되지 않을 것 등이 포함된다.

재판관 8인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바, 합헌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참정권에 관하여 간접적인 참정권으로 공무원선거권(헌법 제24조),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을, 직접적인 참정권으로 국민투표

권(헌법 제72조, 제130조)을 규정하고 있다(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판례집 13-1, 1431, 1439).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선거권이란 국민이 공무원을 선거하는 권리를 말하고, 원칙적으로 간접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선거권은 국민의 참정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헌재 2002. 3. 28. 2000헌마283등, 판례집 14-1, 211, 223).

그러나 선거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서 선거법의 제정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된다고 할 것인데,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에 의하여 선거법을 제정하는 경우에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원칙을 존중하고 국민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683).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의 선거는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하여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주권행사 내지 참정권 행사의 의미를 지니는 선거과정에의 참여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행하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4-2, 15, 28).

즉, 공무담임권?선거권 등 참정권은 선거를 통하여 통치기관을 구성하고 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국민 스스로 정치형성과정에 참여하여 국민주권 및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기본권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참정권의 제한은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고 자유?평등?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가치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헌재 1995. 5. 25. 91헌마67, 판례집 7-1, 722, 738).

따라서 선거권자의 국적이나 선거인의 의사능력 등 선거권 및 선거제도의 본질성 요청되는 사유에 의한 내재적 제한을 제외하고는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배되는 선거권 제한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제한 입법에 관한 한계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과잉금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다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선거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서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관점은 특히 최소침해성이나 법익균형성의 심사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소위 ‘수형자’에 대하여는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정성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은 공동체의 유지, 다른 구성원들의 생명ㆍ신체ㆍ안전에 대한 의무 등을 지고 있다. 선거권의 행사는 이러한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짓고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형자는 일정한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외부세계와 격리, 차단되어 일정한 구역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즉, 이들은 반사회적 성향을 표출함으로써 국가 및 사회, 그리고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에 대하여 일정한 위해를 가함으로써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유지에 해를 가한 사람들이다.

한편, 선거권의 행사를 위하여는 그 전제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즉 후보자가 누구인지, 후보자의 정견은 무엇인지, 정당의 정책과 공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선거권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정한 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있는 수형자들에게 그와 같은 충분한 정보의 제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것

이다.

수형자가 다른 사람과 접견하고자 할 때에는 교도소등의 장(이하 “소장”이라 한다)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행형법 제18조),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 받을 때에도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동 서신은 소장이 검열할 수 있고(동법 제18조의2),25)외부와의 전화통화의 경우에도 수용목적의 달성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장의 허가를 얻어서 할 수 있다(동법 제18조의3). 또한 수형자는 자비부담으로 신문 또는 도서의 구매 및 열람을 신청할 수 있으나 수형자가 신청한 신문 또는 도서의 내용이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거나 교화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장은 이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으며(동법 제33조),26)라디오 청취 및 텔레비전 시청의 경우에도 교도소 등의 안전과 교화상 필요한 경우에는 소장은 이를 제한할 수 있다(동법 제33조의2, 동법시행령 제114조).

이와 같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의무에 반하여 공동체를 파괴하고 다른 구성원들의 생명ㆍ신체ㆍ안전ㆍ재산을 위협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기간 구금을 명하고 구금시설인 교도소 등의 안전 및 질서와 수형자의 교화를 위하여 필요한 제한을 가하는 한편, 선거권의 행사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형자에게 그 기간 동안 공민권의 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은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하여 입법자가 일응 추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정성을 충족시킨다고 할 것이다.

(나)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을 받은 모든 사람에 대하여 무한정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어느 정도 중대한 범죄를 범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형벌의 집행을 받는 등 선거권을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한정하고 있고 이러한 제한은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수형자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수형자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으로서 자신의 책임으로 인하여 일정한 기본권의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므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받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기본권침해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특별히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하여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견해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선거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선거제도인데 현행헌법은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으로서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의 원칙만을 명시하고(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선거권의 행사에 관한 나머지 구체적인 사항은 입법사항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이같은 ‘선거권형성적

법률유보’는 선거권을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자가 그의 입법형성권에 의해서 선거관계법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헌법에 명시된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의 원칙을 존중함은 물론이고 국민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680 참조). 이와 같은 관점에서 헌법 스스로가 정하는 선거권 행사능력의 제한을 넘어서 각종 선거법이 광범위한 선거권의 결격사유를 규정함으로써 금치산자ㆍ수형자ㆍ전과자 등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공직선거법 제18조)은 헌법상 문제가 있다. 정치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능력과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올바른 주권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금치산자의 경우는 몰라도, 형사책임과 선거권을 결부시켜서 수형자와 전과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선거권이 갖는 국민주권의 실천적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입법권의 과잉행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이론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27)

우리 헌법상 보통선거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춘 국민만을 선거에 참여시킴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선거자체도 그 정당성과 합리성을 얻게 된다. 오늘날에는 오로지 연령만이 정치적 판단능력의 기준으로 인정되고 있다.28)따라서 수형자 등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에 대하여도 선거사범의 경우를 제외하면(헌재 1993. 7. 29. 93헌마23, 판례집 5-2, 22129); 헌재 1997. 12. 24. 97헌마16, 판례집 9-2, 88130)), 형사책임과 주권자로서의 권리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헌의 여지가 있다.31)

학설상으로는 전과자나 파산자에게 선거권을 부인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설이 있으며, 실제 독일에서는 재소자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예로 보더라도 입법론적으로 과연 선거권의 결격사유를 이렇게까지 넓혀야 할 것인지 의심스럽다.32)

선거권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하에 부여할 것인가는 의회민주주의의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국적ㆍ연령ㆍ주소에 관하여 일정한 적극적 요건을 충족할 것이 요구된다(헌재 1999. 1. 28. 97헌마253등, 판례집 11-1, 5433); 헌재 1999. 3. 25. 97헌마99, 판례집 11-1, 21834)). 또한 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소극적 요건으로서 일정한 결격사유, 예컨대 금치산자나 수형자 등에 해당하지 않은 것(법 제18조)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권의 행사와 형사책임의 감수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선거사범의 경우를 별론으로 한다면 수형자나 전과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여지가 있다.35)

형법학자인 서보학 교수는 공직선거법상의 수형자 선거권제한이라는 측면보다는 형법(제43조)상 명예형으로서의 자격상실ㆍ자격정지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36)여기에서 동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형법이 자격형을 통해 범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제도이다. 왜냐하면 세계관의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떠한 사상, 어떠한 과거 전력을 가

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유로운 선거에의 참여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질서형성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범법행위(특히 사상범이나 공안사범)의 전력을 이유로 국가가 이를 부인하는 것은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범법자를 자유민주주의 질서형성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부적절한 존재로 보는 것은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편향된 시각이다. 따라서 범법자라 할지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정신능력ㆍ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37)한 개인이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과 그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어느 특정 후보에게 자신의 표를 던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나아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묻는 국민투표 등에서도 투표권 행사를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형법상 자격형을 통한 선거권의 박탈은 더 이상 존치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제도라고 할 것이다.38)

김영일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 평등권 및 보통선거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요지).

(1) 우리 헌법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서,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국가기관과 그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선거에 관한 권리는 국민주권의 상징으로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의 하나이며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는 불가침의 권리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기본권으로서 인정하고 있으며, 또

한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으로서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그 가운데 보통선거의 원칙을 제한하는 법률조항이다. 보통선거의 원칙이란 성년자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갖는 것을 요구하며, 보통선거의 원칙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권 제한입법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2)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정성 여부

(가) 오늘날 수형자와 국가와의 관계는 더 이상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오늘날의 자유민주적 헌법질서하에서는 수형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형벌로써 자유가 박탈되는 이외에는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권리의무를 갖는 법적 주체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가는 수형자가 석방 후에 정상적이며 자유로운 사회생활에 복귀하도록 해주기 위한 목적을 위하여 교도행정을 수행하여야 하며, 따라서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조치는 그와 같은 목적에 부응하는 것일 때 정당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인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위하여 수형자의 자유 박탈 이외에 별도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목적이 정당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나) 보통선거의 원칙 및 그 원칙에 기초한 선거권의 보장은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법 발전의 역사는 보통선거 원칙의 관철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투쟁의 역사는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와 동일시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통선거의 원칙은 바로 그 투쟁의 기초 위에 서 있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의 핵심적 기본가치인 것이다.

이와 같은 보통선거 원칙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범법자의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가치관’을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 내지 박탈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실정법을 준수하지 아니한 자들에게 신체의 자유의 제한을 통하여 실정법의 구속력을 강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지만, 그들의 가치관을 이유로 선거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

서 보통선거의 원칙은 다수결로써 폐지할 수 없는 다수결의 한계 원리로서 기능하며, 그와 동시에 다수결 원리에 정당성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3)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위반 여부

(가) 다수의 수형자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시설로서 규율과 질서유지가 필요한 교정당국으로서는 수형자의 통신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점에서 수형자들이 갖게 되는 정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수형자가 그 신분으로 인하여 통신의 자유, 알권리 등의 기본권을 제한당한다고 하여 그와 별개의 기본권인 선거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기본권은 단순히 헌법에 규정된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헌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국가기관들은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국가권력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만일 선거권을 행사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점이 문제된다면 수형자의 정보를 제한하는 것에 관한 공익과 선거권 및 보통선거 원칙의 가치를 형량함으로써 양자를 조화시키는 가운데 선거권을 최대한 실현시키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정보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익만을 우선시키는 조치라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나 내용을 불문하고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는 당연히 선거권의 행사가 정지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라고 하여도 범죄의 종류, 죄질, 내용이 지극히 다양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는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의 확정에 따른 선거권의 정지 사유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모든 범죄를 포괄하여 규정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선거권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형자의 유형, 예를 들어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일정한 선거관련 범죄를 저지

른 자 및 선거에 즈음하여 교정시설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이 현저한 자의 경우 등으로 그 범위를 가급적 한정하여 규정하였음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금고 이상의 형 집행중의 수형자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선거권 행사가 정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기본권 제한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이 사건 법률조항뿐만 아니라 형법(제43조ㆍ제44조)에도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판단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형법의 해당조항도 함께 위헌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형법 제43조(형의 선고와 자격상실, 자격정지) ①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다음에 기재한 자격을 상실한다.

1. (생략)

2.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전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기재된 자격이 정지된다.

제44조(자격정지) ① 전조에 기재한 자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지는 1년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자격정지를 병과한 때에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정지기간을 기산한다.

수형자들에게도 선거권, 즉 부재자투표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의 영역이라는 것이 이 결정의 다수의견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형자들에게 부재자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들39)도 있는 만큼 앞으로 전향적으로 고려해 볼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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