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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침해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3집, 헌법재판소, 2004, p.50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3집)]
본문

- 불구속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 요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

(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판례집 16-2상, 543)

金 顯 哲*21)

1.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이미 이 사건 거부행위의 대상이 된 사실행위(피의자신문)가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불구속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헌법적 근거 및 별도의 입법형성 없이 직접 도출되는 범위

3.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

4. 피청구인(서울지방검찰청 검사)이 2000. 2. 16. 청구인들로부터 청구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인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2000. 2. 16. 청구인들로부터 청구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행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청구인들은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채 피의자신문을 한 피청구인의 행위 또한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으나, 이 사건 행위를 공권력의 행사로 보아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 그 이후의 피청구인의 행위는 사실행위로서 거부행위의 위헌ㆍ위법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청구인 1.은 전국에서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2000. 1. 12. 결성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서, 청구인 2.는 위 단체의 상임공동집행위원장으로 각 활동하였는데, 2000. 4.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2000. 1. 24. 위 총선시민연대는 정당들에 대하여 공천을 반대하는 후보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 또는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2000. 2. 16. 청구인들을 소환하여 피의자신문을 하였다. 그런데 위 피의자신문에 앞서, 청구인들은 변호인들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청구인들에대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이를 거부한 채 청구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0. 2. 24. 피청구인의 거부행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비록 개인이 수사기관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사법권의 대상이 될 경우, 예컨대 불구속 수사나 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되는 피의자가 처한 상황은 피의자가 자유로운 심리상태를 유지하면서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항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사기관에 불려가 신문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에게는 매우 위압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인 것은 물론,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수사과정과 수사기관의 질문의 의미 등을 잘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에서 진술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설사 피의자가 이에 관하여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피의자의 신분으로 신문을 받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의자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지 않으면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피의자에 대하여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가 된다. 더구나 검사에게 한 진술은 법정에서 피의자가 한 진술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가지므로, 검사의 신문을 받는 피의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거부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철저히 보장받는 가운데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신문을 당하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또한 그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피의자가 주장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수사를 받을 경우 변호인이 참석하여 위법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그때 그때 필요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2) 한미행정협정에 의하면,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미군이나 군속, 그 가족들은 ‘자신의 변호를 위하여 자기가 선택하는 변호인을 가질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사기관이 국민들을 피의자로 신문하면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을 주한미군 및 그 군속에 비하여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1)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ㆍ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즉시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과 자유로이접견ㆍ교통하여 피의사실이나 공소사실에 대하여 충분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변호인의 소송기록 열람 등을 보장하고자 하는 규정이지,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은 헌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의자 등의 인권보호’라는 형사절차의 양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청구인들은 피의자의 임의성 있는 진술을 위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우리 헌법형사소송법은 일련의 규정을 통하여 피의자의 임의로운 진술권과 진술거부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며 수사기관이 이를 위반하는 경우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됨은 물론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법률상 책임을 지게 된다.

청구인들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 참여권은 모든 문명국의 공통된 기준이라고 주장하나 일부 국가에서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는 아니며,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는 국가에 비하면 구속기간이 극히 단기일 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특수성에 비추어, 이러한 상황에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까지 허용된다면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

(2) 한미행정협정과 같은 협정의 합의의사록에 의하여 우리 수사기관이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등의 범죄를 수사할 때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하거나 자국에서의 형사절차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특별규정을 둔 것으로서, 그 결과 우리 국민이 미군 등과 다른 처우를 받는다고 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1. 청구인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이미 이 사건 행위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사실행위(피의자신문)가 종료되었고 이로써 청구

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도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청구를 통하여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신체구속을 당하지 아니한 피의자의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권리를 함께 포함하는지의 여부이고, 이러한 문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로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이 사건 행위는 이미 종료되었지만, 그의 위헌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다.

2. 우리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ㆍ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피의자ㆍ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변호인선임권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고,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한 다른 절차적 권리의 필수적인 전제요건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이다.

3. 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대동하여 신문과정에서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신문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퇴거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 장소를 이탈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형사소

송법 제243조는 피의자신문시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하는 자를 규정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위 조항에서 규정한 자 이외의 자의 참여나 입회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원한다면, 위법한 조력의 우려가 있어 이를 제한하는 다른 규정이 있고 그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4.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조언과 상담을 구하기 위하여 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 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사유를 밝히지도 않았고, 그에 관한 자료도 제출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아무런 이유 없이 피의자신문시 청구인들의 변호인과의 조언과 상담요구를 제한한 이 사건 행위는 평등권침해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그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위헌적 상태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위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신체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권으로 더 이상 국가의 시혜적인 절차형성에 달려있는 권리가 아니며,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4항,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37조 제1항, 법치국가원리의 한 요소인 공정한 절차의 이념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관계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불구속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등의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신문과정의 기본권침해 우려를 예방하고, 구속된 피의자 못지 않게 궁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불구속피의자를 보호하며,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피의자가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피의자에게도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라 할 것이다.

이 사안에서 청구인들의 피의사실은 방어권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하여 변호인의 적절한 조력을 받을 필요성이 매우 큰 경우이며, 청구인들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킨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발견을 방해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높지 않고, 피해자나 참고인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등의 법익을 해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등, 피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참여를 제한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들이 제한받는 기본권에 비하여 더 크다고 하기 어려워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청구인들이 피의자신문절차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은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변호인참여요구권은 절차적 권리로서 청구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려면 자유권적 기본권과는 달리 그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있다든가 관련조항들의 유추에 의하여 그러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경우라야만 한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4항의 명문규정은 체포ㆍ구속을 당한 경우와 형사피고인의 경우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문의 취지는 우리 헌법이 그 입헌 당시에 불구속피의자와 체포ㆍ구속된 피의자 및 형사피고인을 개념상 구분하고 그 중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와 형사피고인에 대하여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4항이 불구속피의자의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불구속피의자가 처하게 되는 법적인 상황은 체포ㆍ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 등의 법적인 상황과 본질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에 헌법 제12조 제4항 등을 불구속피의자에 대해서까지 함부로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법치국가원리나 적법절차원칙과 같은 추상적 원리로부터 구체적인 헌법적 권리를 도출하기 위하여는 그 최소한의 요건으로 그와 같은 도출이 다른 헌법의 명문규정과 모순되지 않아야 하는데, 헌법 제12조 제4항의 의미는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 차원

에서 보장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도출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결국, 불구속피의자의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요구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등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행사할 경우 적용되는 한미행정협정 제22조 제9항 (마)호는 ‘자신의 변호를 위하여 자기가 선택하는 변호인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공소가 제기되는 때’에 적용되는 규정이고, 위 조항에 관련된 한미행정협정의 합의의사록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또는 구금되는 때로부터 존재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한미행정협정이 모든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 변호인참여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평등권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 문제되는 것인데 한미행정협정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외국군대의 특수성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하여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사이에 이루어진 협정이고, 주한미군 등에 대한 규율은 이러한 협정에 의하여 하는 반면 청구인들에 대한 규율은 국내법에 의하여 하는 것이어서 양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양자의 본질적 동일성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들의 평등권침해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없다.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절차적 기본권 또는 청구권적 기본권은 입법자의 구체적 형성 없이는 개별 사건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변호인참여 요구권의 경우에도, 어떠한 경우에 어느 정도로 보장되는지에 관한 입법자의 구체적인 결정이 없이는 변호인참여 요구권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입법자는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와 관련하여 형사소송법 제243조에서 피의자신문시 참여할 수 있는 자에 변호인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그 외 달리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입법자는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불구하고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해야 할 수사기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입법자가 불구속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효율적 형사소추를 통한 실체적 진

실의 발견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이며,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달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변호가 가능하고 이로써 피의자의 방어권과 공정한 절차가 보장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헌법 제12조 제2항ㆍ제7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 제309조, 제243조, 제312조, 제30조 참조),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수사의 합목적성을 근거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합헌적인 결정에 부합하는 것이고, 그외 달리 청구인의 방어권 행사나 변호인의 효과적인 변호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 재량행사의 잘못을 찾아 볼 수 없다. 그 밖에 평등권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은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과 같으므로 해당 부분을 원용한다.

‘불구속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특히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가? 우리 헌법(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응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또는 구속된 자’에게만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이 문제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1) 유럽인권협약(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유럽인권협약 제6조는 그 본문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의 경우

누구든지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권리를 가진다.”1)라고 규정하고, 그 (c)항에서 “자기 스스로 혹은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을 통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만일 변호인을 선임하기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사안에서는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 스스로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변호인이 제공되어야 한다.”2)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6조는 ‘기본적 권리의무를 결정하는 재판사건 또는 기소된 형사사건’3)에 관한 조문이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영역은 ‘기소된 형사피고인’에 한정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미국

수정헌법 제6조4)는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규정이므로 수사단계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는 헌법조항은 없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1932년의 Powell v. Alabama5)사건 이후, 수정헌법 제6조 등의 해석을 통하여 형사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국선변호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범위를 조금씩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연방대법원은 1966년의 Miranda v. Arizona6)사건에서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특히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인정하였다(미란다원칙). ‘미란다 원칙’은 모든 체포ㆍ구금 상태에서의 피의자신문은 본래 강압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미란다 판결의 쟁점은 구금중 또는 다른 방법으로 자유가 박탈당한 상태에서

행해진 피의자신문으로부터 얻은 진술의 임의성 여부에 관한 것이다. 즉, ‘미란다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의자가 구금되거나 이와 버금가는 상태에서의 피의자신문에 제한된다.7)

이러한 이유에서 연방대법원은 1983년의 California v. Beheler8)사건에서 피의자가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여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경우에는 미란다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1990년의 Minnick v. Mississipi9)사건에서는 미란다원칙의 변호인참여권의 내용에 관하여, “피의자가 일단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였다면, 단순히 변호인과 면담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신문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10)

(3) 독일

독일의 기본법에는 ‘변호인’에 대한 규정이 없고 형사소송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 제137조 제1항은 “피의자는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36조 제1항은 “최초의 피의자신문 개시전에 피의자에게 묵비권, 진술거부권, 변호인에게 질문할 권리를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163조의a 제3항11)은 판사의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한 조항인 제168조의c 제1항12)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검사의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

하고 있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적극적으로 질문, 조언, 언급 등의 변호행위를 할 수 있다. 피의자와 변호인에게는 수사목적이 위태롭게 되지 않는 한 검사의 피의자신문기일을 통지해야 한다(제163조의a 제3항, 제168조의c 제5항).

이와 같이 검찰의 수사에 있어서는 피의자의 체포ㆍ구금의 여부와 관계없이 변호인의 참여권(Anwesenheitsrecht)이 인정되고 있으나, 경찰의 수사에 있어서는 변호인의 참여권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

(4) 프랑스

수사기관의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참여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변호인의 접견도 피의자가 체포ㆍ구금된지 20시간이 경과해야 허용되며, 접견시간도 30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63조의4).

(5) 일본

일본국헌법제34조에서 “누구든지 … 즉시 변호인에게 의뢰하는 권리가 부여되지 아니하면 억류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37조 제3항에서 “형사피고인은 여하한 경우에 있어서도 자격이 있는 변호인을 의뢰할 수 있다. 피고인이 스스로 이를 의뢰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우리의 경우와 같이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규정(형사소송법 제39조)은 있으나 변호인의 참여권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며 실무상으로도 변호인의 참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6) 영국13)

영국에는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아니하나 실무상 원칙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으며, 다만 증거수집의 장애, 타인에 대한 침해 등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으며, 참여한 변호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피의자를 적절하게 신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변호인에

대하여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14)

(7) 이와 같은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 및 인정하는 경우 참여권의 범위에 관하여 각국마다 입장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1948. 3. 20. 제정되어 1948. 4. 1. 효력이 발생된 남조선과도정부 법령 제176호(미군정법령 제176호)가 시행 중이었는데, 그 중 ‘구속을 당한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제11조 내지 제14조15)에 관하여 민복기 대법원장 등은 “종래의 제도에 의하면 기소된 피고인에 한하여 변호인을 선임하게 되었던바, 본령의 시행에 있어서 이러한 종래의 제도를 개혁하여 피의자에게 변호인선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즉,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에는 즉시로 그 구체적 범죄사실과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취지를 알려야 하고 이를 청취서 등에 기재하여 기록상 분명히 나타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16)

제9조 ③ 누구든지 체포, 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그 당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보장된다.

유진오 박사는 이 조항에 대하여, “(제헌헌법 제9조 제3항 전단은) 누구든지 체포, 구금을 당하였을 때에는 즉시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규정하는데, 이것은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경찰기관의 손에 있을 때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종래에는 검찰기관에 송치된 때로부터 비로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던 관계상 피의자는 충분히 그 이익을 방어할 수 없었으므로, 이 규정은 피의자의 인신보호상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17)

제10조 ④ 누구든지 체포ㆍ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제5공화국헌법의 경우 제3, 4공화국 헌법규정에 대하여 조문의 위치를 제11조로 변경하고, 다음 밑줄친 부분과 같이 문구만을 수정하였다.

제11조 ④ 누구든지 체포ㆍ구금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제12조 ④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형사소송법 제30조18)는 피의자ㆍ피고인의 변호인선임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4조 및 제35조는 각 변호인의 접견교통권19)과 서류ㆍ증거물의 열람ㆍ등사권20)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법관이 피의자를 심문하는 경우 변호인이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제201조의2 제5항), 체포ㆍ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받은 법관이 피의자를 심문하는 경우 변호인이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제214조의2 제8항), 법관의 구속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사의 경우 변호인의 참여권이 인정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변호인이 공판절차에서의 피고인신문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는 반면(제287조 제1항), 수사절차에서는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불구하고 변호인에게 피의자신문에의 참여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21)

다만, 경찰은 1999년 ?피의자 신문과정에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지침?을 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경찰서장은 피의자신문시 피의자 진술의 임의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문과정에 변호인을 참여하게 할 수 있되, 변호인을 참여시킴으로써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22)

또한, 검찰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2003. 1. 2.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 변호인이 참여를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하며, 다만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참여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고(제2조), 검사는 변호인의 신문참여로 인하여 수사의 방해ㆍ개입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

는 변호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있으며(제5조), 검사는 피의자신문 중 변호인이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제7조).

(1)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ㆍ절차법상의 권리와 방어가능성을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ㆍ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한다.

헌법이 피의자ㆍ피고인의 권리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단지 형식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의 보장을 넘어서, ‘조력을 받을 권리’가 효과적으로 행사되기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함께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23)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어떠한 역할이 효과적인 변호를 위하여 불가결하기 때문에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어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 어떠한 권리가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역할과 기능의 관점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변호인은 형사절차에서 심리적 압박, 행동의 자유의 제약 등 다양한 제한을 받고 있는 피고인을 지원하여 그로 하여금 적극적인 소송당사자로서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피고인을 법원ㆍ검찰 등 형벌소추기관으로부터 독립시켜 소송주체로서의 자주성을 확보하게 하는 것도 변호인의 과제이다. 또한 피고인에게 소송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어주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이러한 방법으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기여하는 것도 그의 과제이다.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변호인에게 보장된 경우에만 변호인의 조력은 효과적일 수 있다.24)

(2) 형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의 역할은, 첫째 피의자가 수사ㆍ공소기관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피의자의 조력자로서의 기능(피의자의 방어권행사를 보조하는 기능), 둘째 피의자에 유리하게 형사절차의 진행과 결과에 영향을 행사하고 피의자의 권리가 준수되는지를 감시ㆍ통제하는 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25)

우선, 피의자의 조력자로서의 기능은 무엇보다도 피의자에 대한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특히 신체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피의자를 상담할 권리는 피의자와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Recht auf freien Verkehr)으로 구체화된다. 피의자를 위한 변호인의 활동이 충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변호의 필수적 전제조건으로서 피의자가 변호인과 자유롭게 접촉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변호 및 방어의 준비를 위하여 불가결한 권리이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9).

또한,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절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피의자의 권리가 준수되도록 감시ㆍ통제하는 역할과 피의자의 방어를 지원하는 변호인의 과제는 형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의 참여권(Anwesenheitsrecht)을 요청한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은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형사절차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진술을 통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 즉 진술권(Außerungsrecht)을 가져야 한다. 입법자는 진술의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형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변호인이 적절한 진술을 통하여 절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

나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이 그의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기록을 포함한 소송관계서류를 열람ㆍ등사하고 이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Recht auf Akteneinsicht)도 포함된다.

이러한 권리들은 변호인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전제조건

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해된다.26)

(1)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1. 7. 8. 89헌마181 결정에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한 내용으로 확인하면서, 이는 변호인이 아니라 피의자ㆍ피고인에게만 귀속되는 기본권이라고 판시하였다.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였는바, 이와 같은 헌법상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 구속피의자ㆍ피고인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며 따라서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상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위 헌법 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체포 또는 구속당한 피의자ㆍ피고인 자신에만 한정되는 신체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이지, 그 규정으로부터 변호인의 구속피의자ㆍ피고인의 접견교통권까지 파생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변호인 자신의 구속피의자ㆍ피고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의 권리라고는 말할 수 없으며, 헌법상 보장되는 피의자ㆍ피고인의 접견교통권과는 별개의 것으로 단지 형사소송법 제34조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임에 그친다고 할 것이다.』27)

(2)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결정에서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과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만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 내용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일 것이다. … 그런데 이러한 일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통하여서만 가능하고 이러한 자유로운 접견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교도관이나 수사관 등 관계공무원의 참여가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만약 관계공무원이 가까이서 감시하면서 대화내용을 듣거나 녹취하거나 또는 사진을 찍는 등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변호인의 이러한 활동은 방해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진술거부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정신에 크게 반하는 일이다. …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28)

(3) 헌법재판소는 미결수와 변호인 사이의 서신을 검열하는 행위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헌재 1995. 7. 21. 92헌마144 결정에서 미결수에 대한 서신검열행위가 미결수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을 확인하였다.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ㆍ피고인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위와 같이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사이에 충분한 접견교통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변호인 등은 구속된 자와의 접견교통에 의하여 그에게 피의사실이나 공소사실의 의미와 진술거부권 등의 중요성 및 행사방법을 인식시키며 자백강요나 고문 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법을 가르쳐 허위자백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피의자로부터 수사기관의 부당한 조사 유무를 수시로 확인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러한 일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교통 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보장되고 부당한 간섭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기본적인 취지는 접견의 경우뿐만 아니라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사이의 서신의 경우에도 적용되어 그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29)

(4)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7. 3. 27. 96헌바28등 결정에서, 형사공판 단계에서 수소법원이 헌법 제12조 제1항에 근거하여 직권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형사소송법의 관련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신체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와 함께 모든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것임에도 역사적으로 국가에 의하여 특히 형벌권의 발동형식으로 침해되어 온 예가 많으므로 헌법제12조 제1항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한 후 같은 조 제2항 내지 제7항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내용 가운데 특히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을 열거하고 있다.”고 판시하였다.30)

(5) 헌법재판소는 ‘수형자’와 변호인 사이의 서신을 검열하는 행위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재 1998. 8. 27. 96헌마398 결정에서, 수형자는 제한된 기본권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아니라 ‘통신의 자유’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0조 제1항에서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검사 등 수사?공소기관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 사이에 충분한 접견교통에 의하여 피의사실이나 공소사실에 대하여 충분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려는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절차가 종료되어 교정시설에 수용중인 수형자는 원칙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만, 수형자의 경우에도 재심절차 등에는 변호인 선임을 위한 일반적인 교통ㆍ통신이 보장될 수도 있겠으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교도소 내에서의 처우를 왜곡하여 외부인과 연계, 교도소내의 질서를 해칠 목적으로 변호사에게 이 사건 서신을 발송하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31)

이 결정의 위헌론에는 재판관 6인이 가담하였는데, 이 중 다수의견(법정의견)에는 재판관 4인32)이 참여하였고, 별개의견에는 재판관 2인33)이 참여하였다. 다수의견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이 침해된 권리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 본 반면에, 별개의견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2항동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을 인용할 때에는 인용결정서의 ‘주문’에서 ‘침해된 기본권’을 특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이 사건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침해된 기본권으로 무엇을 적시하는가 하는 점에서 달라지는 것이다.

(1) 불구속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지 여부 및 그 근거

다수의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의 경우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제외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위 조항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 중 하나인 법치국가원리는 법에 따른 국가권력의 행사 및 위법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제도의 완비를 요구하고 있다. 형사절차에서 효과적인 권리구제절차는 피의자ㆍ피고인을 형사절차의 단순한 객체로 삼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을 그 지도이념으로 하여 절차상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권리구제절차가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헌법과 현행 형사법은 무기대

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ㆍ피고인으로 하여금 절차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형벌권행사에 대하여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과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그런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부분은 ‘변호인선임권’이라고 할 것인데, 이는 구속 여부를 떠나 모든 피의자ㆍ피고인에게 인정되어야 함은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둘째, 헌법 제12조 제4항은 본문과 단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단서규정은 본문규정 중 특별히 제외하는 영역을 설정하거나 본문 이외에 특별히 추가하고자 하는 영역을 포함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는,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하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인에게만 이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그 본문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권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피의자ㆍ피고인 모두에게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해야만 본문과 단서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것은 불구속 피의자ㆍ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피의자ㆍ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특별히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다수의견은,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ㆍ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및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고 보았다.

(2) 불구속피의자의 신문시 변호인참여 요구권의 헌법적 근거

다수의견은, 형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은 피의자ㆍ피고인이 수사ㆍ공소기관

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피의자ㆍ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피의자ㆍ피고인의 권리가 준수되는지를 “감시ㆍ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바, 변호인의 위 역할 중 보다 중요한 것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피의자ㆍ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변호인선임권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되고,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한 다른 절차적 권리의 필수적인 전제요건으로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으로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34)이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불구속 피의자ㆍ피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불구속 피의자ㆍ피고인의 경우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언제든지 퇴거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를 별도로 허용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없는 반면에 구속 피의자ㆍ피고인의 경우 임의퇴거가 불가능하므로 형사소송법이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ㆍ교통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이를 보장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대동하여 신문과정에서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신문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퇴거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조언과 상담을 구하

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장소를 이탈하여(예컨대, 변호인 사무실에 찾아가)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3)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조언과 상담을 구하기 위하여 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 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사유를 밝히지도 않았고, 그에 관한 자료도 제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피의자신문시 청구인들의 변호인과의 조언과 상담요구를 제한한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하였다.

(1) 불구속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헌법상 근거

별개의견은,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4항,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37조 제1항, 법치국가원리의 한 요소인 ‘공정한 절차의 이념’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국가권력에 대한 관계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보았다.

(2) 불구속피의자가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

별개의견은,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으로는 우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들 수 있는바 변호인을 자유롭게 선임할 권리는 불구속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출발점이자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 나아가 불구속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하였다.

『첫째, 대법원이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권리에 대하여, 그러한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한 법률조항은 없지만 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89조, 제209조, 제34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피의

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으며, 이러한 해석이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듯이(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불구속피의자의 경우에도 법률이 명문규정으로 권리를 구체화하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 기본권의 주체가 체포ㆍ구속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성격을 가지며, 구속여부에 따라서 피의자신문의 성격이나 요건 등이 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둘째, 피의자신문은 피의자의 임의의 진술을 듣는 절차이기는 하나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진술을 통하여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이며, 동시에 피의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는 기회이다. 수사절차에서 수사기관이 한 피의자신문의 결과는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며 공판절차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되므로, 피의자신문의 실질적ㆍ절차적 공정성은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따라서 밀실수사 등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도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매우 경미한 죄를 범한 피의자를 논외로 하면, 불구속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에서의 자신의 진술내용에 따라 장차 구속, 자유형의 선고 등으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구속된 피의자 못지 않게 궁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불구속피의자라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을 받는 도중에 진술을 거부하고 신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고,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피의자의 진술의 진위를 적극적으로 추궁하는 경우가 엄연히 현존하고 있으므로, 신문장소에 출석한 불구속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에게도 체포ㆍ구속된 피의자 못지 않게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넷째, 불구속피의자는 피의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 이전에 사회 일반인

의 생활경험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실을 회상하여 진술하는 반면, 법률전문가인 검사는 피의자신문의 질의응답과정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법률적 판단에 필요한 진술을 유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피의자신문에서 불구속 피의자가 자신의 진술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하여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의 적절한 조력을 받을 것이 요청된다.』

(3) 결론적으로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청구인들이 피의자신문절차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은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았다.

기각론에 선 3인의 재판관은 기본적으로 불구속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특히 그 중에서도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 헌법규정상 바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헌법 제12조 제4항의 규정은 문언 그대로 체포ㆍ구속을 당한 경우(본문)와 형사피고인(단서)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변호인참여 요구권은 절차적 권리이므로 입법자의 구체적 결정이 없이는 그 내용이 정해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변호인선임권 및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나, 변호인참여요구권이나 변호인을 통한 진술권ㆍ기록열람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서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과 다른 전제에 서고 있는 것이다.

3인의 기각론은 헌법 제12조 제4항의 문언해석상, 그리고 동 조항의 입법연혁을 돌아볼 때 그 나름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해석론”의 입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은 제헌헌법 이후 세월의 경과와 변화된 현실을 고려하고 불구속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사법적극적인 태도 내지는 “목적론적 해석론”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 이 사건 결정은 헌법상 근거를 규정의 문언 자체에서는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헌법해석상 수사단계에서 불구속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도출하고 동 피의자가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으로서 당연히 보장된다고 판시한 점에서 우리의 형사사법을 한 단계 진보시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선진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고 보인다.

나. 이 결정 후 법무부는 2004. 12. 15. 형사소송법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는데, 동 법률안에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허용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조사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며(안 제243조의2 제1항ㆍ제2항), 둘째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또는 신문 도중 일정한 범위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이 경우 조서를 열람ㆍ서명하게 하여 조서의 신빙성을 제고함과 아울러 변호인의 조력권이 실질화되도록 하였으며(안 제243조의2 제3항ㆍ제6항), 셋째 변호인의 참여로 인하여 증거인멸 등의 사유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참여를 제한할 수 있고, 변호인이 부당하게 신문을 제지ㆍ중단하거나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신문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퇴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비밀을 엄수하도록 하여 신문의 본질적인 기능과 참여권의 조화를 도모하였으며(안 제243조의2 제4항ㆍ제5항), 넷째 변호인에 대한 신문참여 불허 또는 퇴거 처분에 대하여 불복 방법(준항고)을 마련하고, 변호인의 신문참여권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여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한다(안 제200조 제2항, 제417조)는 것이다.35)

다. 한편, 현실적으로 보면 피의자신문이 보통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계속 지켜보기가 쉽지 않고, 참여할 경우 수임료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웬만큼 경제력이 있는 피의자가 아니면 부담하기가 어려우

며,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여 수사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검사ㆍ변호사나 피의자 등에게 일반화되지 않아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 등의 이유로, 형사소송법에 변호인 신문참여 규정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의 개선이 없이는 변호인의 신문참여가 크게 늘어나거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법률신문, 2004. 10. 21.자, 1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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