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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정당법 제3조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3집, 헌법재판소, 2004, p.76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3집)]
본문

- 지구당 폐지의 위헌 여부 -

(헌재 2004. 12. 16. 2004헌마456, 판례집 16-2하, 618)

이 상 원*38)

1. 헌법 제8조 제1항이 정당조직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는지 여부

2. 헌법 제8조 제2항이 가지는 의미

3. 정당법 제3조,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가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

4. 위 제한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

5. 위 제한이 비례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당법(2004. 3. 12. 법률 제7190호로로 개정된 것) 제3조, 부칙 제5조, 제7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구성)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이하 “시ㆍ도당”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부칙 제5조(지구당에 관한 경과조치)

①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의 당원은 그 지구당이 소재하는 시ㆍ도를 관

할하는 시ㆍ도당의 당원으로 본다.

②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의 재산의 처분에 대하여는 제41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③ 이 법 시행 전의 제24조의2의 규정에 의한 지구당의 관련서류는 중앙당 또는 시ㆍ도당에 인계한다.

부칙 제7조(지구당의 등록말소)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 및 구ㆍ시ㆍ군연락소는 이 법 시행일에 그 등록이 말소된다.

가. 청구인 민주노동당은 2000. 5. 2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당법상의 정당이고, 청구인 김○은 같은 날 관악구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민주노동당 서울특별시지부 관악구갑지구당 위원장이었다.

나. 그런데 정당법이 2004. 3. 12. 법률 제7190호로 개정되어 공포일인 2004. 3. 12.부터 시행됨에 따라(이하 위 개정을 ‘개정입법’이라고 하고, 개정된 정당법을 ‘개정법률’이라고 한다), 정당의 지구당제도가 폐지되고 위 관악구갑지구당의 등록도 말소되었다.

다. 위와 같이 지구당제도가 폐지되고 지구당의 등록이 말소된 것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 구성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당지부를, 구ㆍ시ㆍ군에 당연락소를 둘 수 있다.”라고 규정한 위 개정 전의 정당법(이하 ‘구 정당법’이라 한다) 제3조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의 정당법(2004. 3. 12. 법률 제7190호, 이하 ‘정당법’이라 하면 개정된 위 정당법을 가리킨다) 제3조로 개정되고 이에 관련된 경과규정인 정당법 부칙 제7조가 규정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정당법 부칙 제5조는 폐지되는 지구당의 당원, 재산, 관련서류의 처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정당법 제3조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에 의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한 정당설립, 활동의 자유, 같은 조 제2항이 보

장한 조직선택과 결성의 자유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4. 6. 3. 위 각 법률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004. 3. 12. 법률 제7190호로 정당법을 개정한 것은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불거진 불법정치자금문제로 여론의 비난이 일자 부정부패의 본질적인 원인이 지구당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여 졸속으로 지구당폐지입법을 한 것으로서 다음과 같이 헌법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ㆍ활동의 자유, 조직선택과 결성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의 조직은 (i) 공직 속의 정당, (ii) 토대로서의 정당, (iii) 중앙당으로서의 정당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 토대로서의 정당은 상향식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풀뿌리 당원조직을 보장하는 지구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정당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지구당을 폐지한 취지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는 지구당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잘못된 운영에서 야기된 것으로, 진성당원으로 이루어진 청구인 민주노동당의 지구당은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음에도 위 청구인의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은 과잉침해이다.

오히려 지구당을 폐지하는 경우, 정당존립토대의 상실, 각종 연락소나 사조직 등 지구당을 사실상 대신하는 편법의 횡행,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상향식 공천제도에 대한 역행, 원내 진출에 성공한 지역만을 중심으로 정

당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편중구도의 심화, 중앙당의 비대화와 사조직의 심화로 또다른 고비용구조 창출 등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1)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였다.

(가) 지구당폐지가 곧바로 깨끗한 정치풍토의 조성과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시조직으로서의 지구당은 그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었고 선거브로커의 활동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비용 정치구조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위하여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나) 지구당조직을 유지하는 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지구당의 폐지는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수단의 상당성을 갖추었다.

(다) 지구당이 폐지되더라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61조의2가 선거 전후에 걸쳐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라) 전통적인 대의제 민주주의가 참여민주주의로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지구당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매체, 인터넷, 시ㆍ도당에 대한 의견개진 등 다른 통로를 통하여서도 얼마든지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전달할 수 있으며, 오히려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의 참여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오는 사적인 불이익보다 위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한 공익이 더 크다.

(2) 지구당이 폐지되더라도 정당활동의 자유가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헌법 제8조 제1항이 명시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설립할 정당의 조직형태를 어떠한 내용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정당조직 선택의 자유 및 그와 같이 선택된 조직을 결성할 자유를 포괄하는 ‘정당조직의 자유’를 포함한다. 정당조직의 자유는 정당설립의 자유에 개념적으로 포괄될 뿐만 아니라 정당조직의 자유가 완전히 배제되거나 임의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또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 조항은 결국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2. 헌법 제8조 제2항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의 자유가 보장됨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정당의 목적ㆍ조직ㆍ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요청, 그리고 그 조직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에 대하여 정당의 자유의 한계를 부과하는 것임과 동시에 입법자에 대하여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나아가 정당의 자유의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근거규범으로서 기능한다고는 할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당의 조직 중 기존의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강제적으로 폐지하고 이후 지구당을 설립하거나 당연락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정당조직의 자유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제한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당으로 하여금 그 핵심적인 기능과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를 수행하더라도 전혀 비민주적인 과정을 통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정당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되지만, 지구당이나 당연락소(이하 ‘지구당’이라고만 한다)가 없더라도 이러한 기능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아니하고 특히 교통, 통신,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지구당의 통로로서의 의미가 상당부분 완화되었기 때문에,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첫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함’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둘째, 지구당 폐지는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지구당을 강화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선택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입법자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당ㆍ부당의 문제에 그치고 합헌ㆍ위헌의 문제로까지 되는 것은 아니어서 지구당을 폐지한 것에 수단의 적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셋째, 지구당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문제점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국정당정치의 현실에 대한 입법자의 진단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들하에서도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있고, 넷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개정입법은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지구당제도를 완전 폐지하도록 하고, 보다 많은 여성들의 원내 진출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개선ㆍ보완하는 등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우리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이루려는 것」을 개정이유로 삼고 있다.1)

이 사건 결정은 개정법률 중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지구당폐지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하는 점이고, 이 사건 결정도 이에 관한 판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그밖에도 적법요건에 관한 쟁점, 평등권 문제, 입법재량의 문제 등 쟁점이 숨어 있다. 이 글은 이 사건 결정이 판단한 정당의 자유에 관하여서는 물론 위 숨은 쟁점들에 관하여도 살펴본다.

이 사건 결정에서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에 관하여, 특히 청구인 민주노동당이 청구인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지구당폐지라는 정당제도의 변경은 단순한 제도적 보장의 문제일 뿐 기본권과는 무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 등의 선결문제가 있었다.

이 사건 결정은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본 전제에서 본안판단을 한 것이고,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결정에서 판단이 생략된 위 두 쟁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본권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바, 청구인 김○은 자연인으로서 기본권능력이 있음이 명백하므로, 政黨인 청구인 민주노동당이 기본권능력이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정당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그 정치적 기능에 초점을 두어 파악하는 방법(헌법상의 지위 문제)과 그 법률적 권리의무주체로서의 성격에 초점을 두어 파악하는 방법(법적 성격의 문제)이 있을 수 있고, 양자는 개념상 구분될 수 있는데,2)학자들은 이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다. 여기서는 정당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능력(당사자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하므로, 후자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정당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i) 私法상의 ‘법인격 없는 사단’이라는 견해,3)(ii) 헌법제도와 사적 결사의 혼성체라는 견해,4)(iii) ‘공법상의 사단’

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공법상의 정치적 결사’라는 견해5)등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소유재산의 귀속관계에서는 정당이 법인격 없는 사단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6)이러한 토대 위에서 헌법재판소는 정당이 헌법상의 기본권을 포함한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권리능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헌법재판을 청구할 당사자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7)독일헌법재판소도 같은 입장이다.8)9)

그렇다면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비록 법인은 아니지만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 기본권향유능력이 있고 따라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능력이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청구인들이 침해당하였다고 하는 기본권의 근거조항으로 제시한 것은 헌법 제8조 제1항과 제2항인데, 이들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2장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규정이므로, 과연 위 조항들로부터 기본권이 도출되어 청구인들이 위 조항들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제도에 관한 제도보장이라고 해석되고 있다.10)

제도보장은 C. Schmidt가 그의 저서 Verfassungslehre(1928)에서 기본권보장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주창한 이래 그것의 기본권보장과의 관계가 논의되어 왔다.11)

(가) 학설

ㄱ. 견해의 내용

?? 양자를 준별하는 입장에서, 주관적 권리의 침해를 헌법소원의 요건으로 하므로 객관적 규범으로서의 제도보장 규범만이 있을 때에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12)

?? 한편 양자를 구별하면서도 제도보장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어 이에

따라 기본권보장과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견해도 있다.13)이에 따르면, ① 기본권보장과 관계없이 제도 그 자체만이 독자적으로 보장되는 경우(예 : 직업공무원제, 지방자치제 등)와 ② 양자가 서로 관련을 가지는 경우가 있고, 후자는 다시 (i) 제도보장의 기본권수반형(예 : 선거제도), (ii) 양자의 보장 병존형(예 : 사유재산제도), (iii) 기본권의 제도종속형(예 : 복수정당제)의 3유형으로 구분된다.

?? 위와 같이 제도보장과 기본권을 구별하는 입장을 비판하면서, 기본권은 주관적 권리인 동시에 객관적 질서라고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이 두 가지 성격이 기능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는데, 제도보장의 유형에 따라 주관적 권리와 객관적 질서의 내용에 강약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라는 견해가 있다.14)

ㄴ. 견해의 입장

위 각 견해가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제8조에 기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취할 입장을 검토해 본다.

??의 견해를 취하더라도, 헌법 제8조는 복수정당제도와 함께 정당설립의 자유를 함께 규정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보게 되면,15)그 기본권규정의 측면에서 주관적 권리가 보장되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게 된다.

??의 견해를 취할 때, 정당제도에 기본권이 수반되므로(위 ② (iii) 유형) 여기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의 견해를 취할 때, 정당제도는 기본권보장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역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결국 어느 견해를 취하더라도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제8조는 기본권보장을 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이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나) 판례

헌법재판소는 제도보장과 기본권보장을 개념상 구별하고 기본권보장에는 최대한 보장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제도보장에는 최소한 보장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16)그러나 위 ??의 견해가 기본권보장과 무관한 제도보장으로 분류한 직업공무원제에 관한 사건에서도 청구인의 헌법소원을 각하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제도보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권보장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17)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제8조가 기본권보장의 규정이라는 점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8조 제1항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규정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18)대법원도 헌법 제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도 헌법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판시하였다.19)

(다) 소결

위 학설과 판례 어느 입장을 따르더라도, 헌법 제8조는 정당에 관한 제도보장 규정임과 동시에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규정이므로, 이 조항에 위반되는 법률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에서 헌법 제8조가 기본권보장 규정이라고 보는 학설이나 판례가 실제로 염두에 두고 있는 조항은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8조 제1항이다.

청구인들은 헌법 제8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에서도 기본권을 주장하면서, 후자에서 조직선택과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

하였는바, 과연 헌법 제8조 제2항20)이 기본권을 규정한 조항인지에 관하여 본다.

위 제2항은 정당의 목적ㆍ조직과 활동의 민주성, 정당의 헌법적 기능, 조직의 계속성과 공고성을 규정한 것이라는 해설이 있고,21)입법자에게 정당이 헌법상 부여된 과제를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통하여 이행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규정으로 이해하는 헌재 결정례가 있다.22)또 문언상 정당에 대한 의무사항을 부과한 것이지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물론 기본권보장과 제도보장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앞서의 ??견해에 의할 때에는 이로부터도 기본권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견해에 의할 때에는 부정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살피건대, 헌법 제8조 제2항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의 자유가 보장됨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정당의 목적ㆍ조직ㆍ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요청, 그리고 그 조직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에 대하여 정당의 자유의 한계를 부과한 것이다. 또 이 규정은 정당의 핵심적 기능과 임무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으로 선언하면서 동시에 위 기능과 임무를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통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부과하고 있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813 참조). 그러나 이에 나아가 헌법 제8조 제2항이 정당조직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조직의 자유는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에 포괄되어 있어 이 규정에 의하여 이미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8조 제2항이 정당조직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오히려 그 자유에 대한 한계를 긋는 기능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한도에서 정당의 자유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다고는 할 수 있으나, 정당의 자유의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근거규범으로서 기능한다고는 할 수 없다.

위와 같이 헌법 제8조 제1항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지만, 헌법 제8조 제2항이 기본권 보장 규정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다만, 이 사건 심판청구에 있어서는 전자에서 이미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서의 ‘기본권 침해’가 충족되었기 때문에 후자가 기본권 보장 규정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개정입법 전에는,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당지부를, 구ㆍ시ㆍ군에 당연락소를 둘 수 있도록 하여(구 정당법 제3조), 다음과 같은 정당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중앙당과 지구당이 정당을 구성하는 필수요소이고 나머지는 임의적인 것이어서, 결국 중앙당과 지구당이 정당의 두 지주였다고 할 수 있다.

중앙당
당지부
당지부
지구당
지구당
지구당
지구당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당연락소

제24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2004. 1. 8.)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제244회 국회(임시회) 폐회중 제1차 정치개혁특별위원회(2004. 1. 13.)에서 정당법소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제244회 국회(임시회) 폐회중 제1차ㆍ제2차 정당법소위원회(2004. 1. 15., 1. 27.)에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합의내용과 의원발의 법률안 4건 등을 종합하여 심사한 결과 그 내용을 통합ㆍ보완한 정당법중개정법률안을 심규철의원, 정의화의원, 김성순의원, 김성호의원의 서면동의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하였다.

제245회 국회(임시회) 제3차 정치개혁특별위원회(2004. 2. 9.)는 정당법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받아들여 정당법중개정법률안을 위원회안으로 심사ㆍ의결하였다.

위 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출하는 형식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어 2004. 3. 9. 재석 170명 중 165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개정법률은 정당을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가) 정당의 구성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인 개정법률 제3조는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이나 구ㆍ시ㆍ군을 단위로 하는 연락사무소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문언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 점을 강조하여 개정법률이 중앙당과 시ㆍ도당을 필수적 조직으로 하고 나머지는 임의적 조직으로 한 것일 뿐 지구당 및 당연락소의 설치를 금지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볼 때, 개정법률은 지구당과 당연락소의 설치를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된다.

① 개정법률 부칙 : 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종전의 지구당 당원은 더 이상 지구당의 당원이 아니라 별다른 조치 없이 당연히 시ㆍ도당의 당원이 되고

(개정법률 부칙 제5조 제1항), 그 재산은 정당해산의 경우에 준하여 처분되며(같은 조 제2항), 당원명부 등 지구당의 관련서류는 중앙당 또는 시ㆍ도당에 인계되고(같은 조 제3항), 기존의 지구당과 구ㆍ시ㆍ군 연락소가 개정법률의 시행일에 등록이 말소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개정법률 부칙 제7조). 따라서 개정법률 부칙은 기존의 지구당과 구ㆍ시ㆍ군 연락소의 폐지 및 이후 그러한 조직의 부존재를 예정하며 강제하고 있다.

② 개정입법자의 의도 : 개정법률의 입법취지가 기존의 지구당 및 연락소를 폐지하고 이후 지구당 및 연락소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임은 개정입법을 심의한 국회의원들의 회의내용에서 넉넉히 읽을 수 있다.23)특히 당초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작성한 안에는 시ㆍ도당 이하의 지역조직을 정당 자율에 맡기도록 하였는데, 법률안 심의과정에서 이 부분이 의도적으로 삭제되었는바, 이는 시ㆍ도당 이하의 정당조직을 불허하겠다는 취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개정법률은 지구당과 그와 유사한 사무소를 두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이 개인사무소(의원사무소)를 지역구에 두고 민원을 접수하는 것은 허용한다.24)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예컨대, 기존의 원외 지구당 위원장)도 개인적으로 사무소를 두는 것은 허용된다.

다만 위와 같은 개인사무소가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에 해당하거나(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9조 제1항)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조직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같은 조 제2항)는 부정선거운동죄에 해당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같은 법 제255조 제13호).25)

평상시에는 지구당 설치가 금지되지만 선거에 즈음하여서는 그 대신 선거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개정법률과 같은 날 공포ㆍ시행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61조의2는 선거 120일 전부터 선거일 후 30일까지 선거구 안에 있는 구ㆍ시ㆍ군(하나의 구ㆍ시ㆍ군이 2 이상의 국회의원 지역구로 된 경우에는 국회의원지역구)마다 1개소의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26)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지구당 및 연락소의 설치를 금지하면서도 개정법률은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지구당 및 연락소가 당연 말소되고 신규 등록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볼 때,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이라고 해석된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27)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정당에 대하여 일반결사와는 다른 특별한 보호와 규제를 하고 있다.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 독일에서는 일반결사에 관한 독일헌법 제9조와 정당에 관한 독일헌법 제21조의 관계를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되어 있는데, ?? 정당을 결성할 기본권이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고 이에 제21조가 추가로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28)와 ?? 제21조가 적용되는 외에 특히 제9조 제2항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거나,29)정치적 결사의 영역에서는 제9조 제1항의 적용이 부분적으로(정치적 결사 중 정당에 관하여 그러하므로 부분적이라는 취지로 보임) 제21조에 의하여 배제된다고 하여,30)정당에 대하여는 제21조가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생각건대, 정당도 결사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이 적용되지만(제3항, 제4항은 언론ㆍ출판에 관한 규정임),31)정당에 관한 헌

법 제8조는 일반결사에 관한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에 대한 특별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8조가 적용되는 한에서는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결과적으로 후자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본다.32)즉, 헌법 제8조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서만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는 정당으로서의 자유가 문제되었고 일반 결사로서의 자유가 문제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헌법 제8조에 관한 검토로서 족하고 따로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에 관한 검토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가) 설립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헌법 제8조 제1항은 명시적으로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그 당연한 제도적 산물로서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다.33)한편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다시 금지될 수 있거나 또는 정당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는 정당의 존속과 정당활동의 자유를 함께 보장한다.34)헌법재판소는 같은 취지에서 「우리 헌법은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정당설립의 자유와 국가의 보호를 규정함으로써(제8조 제1항, 제3항)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정당법도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제30조)」고 누누이 판시하여 왔다.35)

(나) 外形的 자유와 內形的 자유

정당의 설립과 활동에 있어서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외형적 자유라면, 당원이 정당 내에서 정당활동을 하는데 있어서의 자유는

내형적 자유라 할 수 있다.36)외형적 자유는 정당조직에 있어서의 국가로부터의 자유, 외부적 압력에 의한 자유침해에 대한 구제, 국가기관화ㆍ官製化의 금지 등을 포함하고,37)내형적 자유는 입당ㆍ탈당의 자유, 정치적 의사발표, 정당수뇌부의 당운영에 대한 비판의 자유 등을 포함한다.38)39)

(다) 개인적 기본권과 단체적 기본권

결사의 자유에 관하여 독일에서는 이를 이중적 기본권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단체에 속하는 사람들 개개인뿐만 아니라 그 단체 자체도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40)다만 이에 대하여는 단체의 기본권은 독일헌법 제19조 제3항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41)이중적 기본권이라는 해석론적 구성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42)그러나 이 견해도 단체 자체가 결사의 자유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 논거를 독일헌법 제19조 제3항에서 찾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독일과 같이 법인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독일헌법 제19조 제3항의 규정과 유사하게 이해하여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은 당연히 법인에게도 적용되고 이는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43)

이러한 논의는 정당의 자유에도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하여 정당의 자유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정당 자체도 가진다. 다만, 정당이 자연인이 아니기 때문에 성질상 누릴 수 없는 것은 제외된다.

그러므로, 결사의 자유에 있어서 개인적 기본권으로서 들어지는 결사의 설립시점, 목적, 법적 형태, 명칭, 정관, 소재지에 대한 결정권44)과 단체적

기본권으로서 들어지는 단체의 조직, 의사형성절차, 업무의 집행에 관한 자결권45)등은 정당으로서의 특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당의 경우에도 타당하다.

(라) 조직의 자유

위 (나), (다)에서 추론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정당의 자유에는 정당 내부의 조직을 어떠한 형태로 형성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자유를 포함한다. 이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조직을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자유 및 그와 같이 선택된 조직을 결성할 자유가 포괄된다.

(마) 소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의 자유에는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는 자연인인 국민이 가지는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단체로서의 정당이 가지는 기본권이기도 하며, 정당 외부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당내부에서의 자유도 포괄한다.

앞서 3.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당의 조직 중 하부구조에 속하는 지구당과 연락소를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의 조직의 일부에 대한 설치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정당 및 정당원은 정당의 조직을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가질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정당조직을 자율적으로 형성할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지구당의 존립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정당이 지구당을 통하여 할 수 있는 정당활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별히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두는 시ㆍ도당을 정당의 최하부조직으로 하고 그 이하의 하부조직을 전혀 두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치 머리만 있고 손발이 없는 정당조직을 갖도록 하여 특히 선거구

민들과의 유기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정당활동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정당조직 및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의 자유 및 평등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제한이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되, 그에 앞서 외국의 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지구당제도를 크게 지구당이 정착된 ‘유럽형’과 지구당이 없고 중앙당만 있는 ‘미국형’으로 나누는 견해가 있다.46)또한 미국은 중앙당과 당수, 지구당의 개념이 희박하고 평상시엔 지역에서 국회의원의 개인사무실을 지구당 사무실처럼 운영하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지구당을 확장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47)

미국의 정당조직은 우리나라와 다른 면이 많다. 그러나 그 명칭은 다르다 하더라도 미국에도 지구당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고, 따라서 미국에도 지구당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48)

오히려 미국 정당의 특징은 분권화된 정당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49)즉 미국 정당은 분권화된 정치체제에 맞추어 정당도 분권화되어, 지역(local), 카운티(county), 주(state), 전국(national) 단위로 조직이 결성되어 있고, 각 조직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단위로 활동하고 있다.50)

(나) 미국 정당조직의 구체적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51)

조직단위
명 칭
비 고
전국
(National Level)
ㆍ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 위원 150명,
의장, 사무직원)
ㆍ상원선거위원회(Senatorial
Campaign Committee)
ㆍ하원선거위원회
(Congressional Campaign
Committee)
ㆍ중앙당조직
ㆍ전국전당대회
(National Convention)
주(State Level)
ㆍ주위원회(State Committee,
위원수 다양, 의장, 사무직원)
ㆍ주전당대회
(State Convention)
카운티
(County Level)
ㆍ카운티위원회
(County Committee)
ㆍ위원장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음.
지역
(Local Level)
ㆍ지구위원회(Township or
Municipal Committee)
ㆍ洞위원회(Ward and
Precinct Committee)
ㆍ지역 행정구역 단위로 위원회가 구성됨

여기서 볼 수 있는 바처럼 미국정당은 최말단의 행정단위까지 정당조직이 결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 지구당 조직이 세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미국정당은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정당조직들이 거의 독립적이어서 각 단위의 정당조직들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어 왔는데,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와서 전국위원회가 주의 정당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52)

(가) 캐나다의 정당은 원내정당조직과 원외정당조직의 2중구조로 되어 있다. 선거가 없는 기간에는 중앙당조직에 해당하는 중앙당사무국과 전국집행조직 외에 모든 원외정당조직이 해체되고, 이 기간 동안 당과의 연락은 중앙당 조직이나 원내정당을 통하여 이루어진다.53)

연방하원의원은 지역구에 소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지만 선거에 진 정당은 대개 선거가 끝나면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캐나다 연방정당의 최하위 조직은 선거구 지구당인데, 여기에서 후보를 지명하고 정당원을 충원하며 선거자금을 모금한다. 그러나 이 조직은 대체로 상당히 약한 조직으로서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54)

영국의 정당들은 선거구 단위의 상설지구당을 두고 있는데, 보수당의 선거구협회, 노동당의 선거구노동당(Constituency Labor Party)이 이에 해당한다. 지구당에서 하원후보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중앙당은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역할만을 한다.55)

독일 정당법 제7조는 정당은 지구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56)

이에 따라 독일의 정당들은 각 주와 연방하원의원 선거구에 대응하는 지구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하부조직으로 군 지부, 시ㆍ읍ㆍ면 지부 등 행정구역과 대응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57)

중앙당과 주를 기준으로 하는 지역당 및 행정구역에 대응하는 지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58)

연방당(지역당)과 州黨 및 지역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당은 상설사무소가 없고 지역책임자 개인집을 활용하고 있다.59)

중앙당과 선거구 지구당 및 그 지구당 하부지부로 구성되어 있다.60)

연방당(중앙당)과 주지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당과 지구당 조직을 가지고 있다.61)

이상의 외국 정당조직을 보면, 지구당의 기능과 의미에 있어서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든 지구당의 설립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경우는 없으며, 오히려 선거구 지구당 이하의 하부조직으로서의 정당조직까지 구성되어 있는 나라가 대다수임을 알 수 있다.

「정당은 …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8조 제2항과 「정당이라 함은 …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규정한 정당법 제2조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헌법은 정당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과 임무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로 설정하고 있다고 해석된다.62)

또한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정치적 의사형성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정당에 대한 국가의 요구로서 정당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당이 헌법에 의하여 그에게 부여된 과제, 즉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를 민주적 내부질서를 통하여 이행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지우는 요구이기도 하다.63)

그러므로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당의 위와 같은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 제8조 제2항이 요구하는 입법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임과 동시에 정당의 자유를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64)이는 다시 지구당이

정당의 핵심적 요소인가의 문제와 같은 문제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이 정당의 핵심적 기능이라면, 정당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기능은 원활히 수행될 것이고, 또한 국민들이나 평당원의 의사를 잘 반영하면 할수록 정당조직과 활동의 민주성은 고양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국회의원 선거구를 설립단위로 하는 지구당의 존재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매우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 각 주요국가가 모두 선거구 단위의 지구당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확실하게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i) 지구당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지구당이 모든 선거구에 설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점, (ii) 지구당이 선거기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선거가 끝난 후에는 그 활동이 약화되거나 미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많은 나라들의 운영실태이지만, 정당은 의연하게 그 기능을 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점, (iii) 특히 오늘날과 같이 교통과 통신(특히, 인터넷) 및 대중매체가 발달한 상황에서는 지구당이 국민과 정당을 잇는 통로로서 가지는 기능 및 의미가 상당부분 완화되었다는 점, (iv) 우리 정당법 제4조 제1항이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하여 중앙당의 등록을 그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은 중앙당이 정당의 핵심요소임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65)등을 고려할 때, 지구당이 없다고 하여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핵심적 기능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지구당을 금지함으로써 정당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정당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입법목적에 비추어 과잉된 제한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다. 이 사건 결정은 이에 관한 검토 끝에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함’에 있다. 그동안 한국 정당조직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점 중의 하나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1) 방법(수단)의 적정성을 ‘수단의 적합성’ 정도로 이해하고 그 수단이 조금이라도 결과발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합성 내지 적정성이 존재한다고 이해하게 되면,66)지구당의 폐지는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

할 수 있다.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적어도 지구당 운영비를 절감하는 효과는 가져오기 때문이다.

(2)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67)이에 따를 때,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으로서 ‘지구당의 전면 폐지’가 과연 적정한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ㄱ. 가능한 견해들

?? 적정성을 부정하는 견해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적정성을 부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i)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는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악습과 왜곡된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지구당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68)이는 지구당이 존재하면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정당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외국의 사례가 존재하는 점에서도 그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분석이 옳다면 지구당을 폐지한다고 하여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사라진다고 할 수 없다.

(ii)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는 지구당의 경량화, 지구당 운영의 개선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고 이것이 오히려 문제점 해결의 열쇠이다. 지구당 폐지는 엉뚱한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iii) 지역구에 개인사무실을 두도록 하면 이는 사실상 지구당 운영과 다를 바 없다.

(iv) 지구당을 폐지하더라도 지역구에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존재하는 한 유사조직이 음성적으로 생겨나 여전히 비용은 소요될 것이며 오히려 탈법 내지 불법적인 조직의 운영을 위하여 부정의 소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69)

?? 적정성을 긍정하는 견해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적정성을 긍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i) 외국에서 지구당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외국의 지구당 문제이고, 우리나라는 고비용과 지구당을 분리할 수 없다. 즉, 한국화된 고비용 지구당은 폐지함이 마땅하다.

(ii) 현실적으로 적어도 평상시 지구당 운영비와 지구당 행사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절약되고 있다.

(iii) 지구당을 폐지하고 개인사무실을 허용한다고 하면, 지구당을 운영할 때보다 그 규모가 축소될 것이므로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ㄴ. 소결

이 사건 결정은, (i) 상시조직으로서의 지구당은 그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어 왔는데 이를 폐지한다면 적어도 그로 인한 자금은 소요되지 아니한다는 점, (ii) 지구당은 선거브로커의 활동창구 역할을 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를 통하여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자금유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구당을 폐지한다면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 (iii) 지구당이 폐지된다면 이를 대신하는 음성적인 사조직이 심화되어 또다른 고비용구조를 창출할 위험은 내포되어 있지만, 이러한 조직은 대부분 불법조직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할 것이고, 또 그로 인한 비용이 지구당으로 인한 비용을 능가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논거로 삼아, 위 입법목적을 위하여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위 ??의 입장을 취하였다.

(3) 수단의 적법성이 적정성의 요건인지 여부

(가) 제대군인의 공무원시험가산점에 관한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어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헌법이념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와 저촉된다면 그 수단은 적정한 정책수단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다른 집단인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진출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여 적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70)

이에 의할 때, 지구당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다른 헌법이념이나 법체계와

저촉된다면 적정성을 부인할 수 있게 된다.

(나) 지구당제도가 갖는 의미

지구당제도가 갖는 의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분석이 있다.

(i) 지구당은 정당의 조직적, 지역적 기초이며 기본단위로서, 국민과 정당을 잇는 引傳帶 역할을 하는 유일한 정당조직이다.71)

(ii) 지구당은 대국민 기능을 수행하는 최적의 조직이다.72)

(iii) 지구당은 정당의 민주화에 필수적인 조직이다.73)과두적인 정당은 중앙당 독재만이 남게 되어 시민사회와는 더욱 괴리된다.74)

(iv) 지구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조직이다.75)

(v) 한국정당의 병리현상인 사당구조 1인 중심체제를 타파하기 위하여 지구당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 지구당제도가 내포하는 헌법적 이념과 적정성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8조 제1항과 민주적 정당질서를 보장하는 제8조 제2항은 정당으로 하여금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위 (나)에서 본 지구당제도의 의미를 고려할 때, 지구당제도는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지구당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이러한 이념의 실현에 저촉되는 결과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단의 적법성이 인정되어야 비례원칙의 요소인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하는 입장(위 제대군인 가산점 사건의 결정이 이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을 취한다면, 이 점에서 지구당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정성이 흠결된다.

(라) 그러나 수단의 적법성은 비례원칙과 직접 관계가 없는 별도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수단이 비례원칙의 검토 전에 헌법이념이나 법체계에 어긋나 그 적법성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비례원칙을 검토할 필요조차

없이 위헌이나 위법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수단이 된다. 만일 위 제대군인 사건의 결정례처럼 다른 집단에 대한 불이익 처우가 문제될 때에는 법익균형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고, 그 불이익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면 그것은 기본권의 충돌 문제로 비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당제도를 통하여 나타나는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헌법이념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삼을 수 없다.

(마) 한편, 지구당을 강화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선택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법자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문제로서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선택의 재량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다면, 가사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일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파생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는 당ㆍ부당의 문제에 그치고 합헌ㆍ위헌의 문제로까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구체적인 선택의 당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위헌 여부를 가릴 일은 아니며, 결국 지구당을 폐지한 것에 수단의 적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여 판단하게 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그 수단의 적정성은 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 결정이 위 (라)의 문제에 대하여 정면의 판단을 유보한 것은 이 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조직 구조를 개선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취한 수단, 즉 지구당의 전면폐지 외에는 보다 완화된 다른 방도가 없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본다.

(가)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에 관하여 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대립되어 왔다.

?? 지구당 폐지론

이를 지지하는 주장들의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지구당의 폐지 또는 -폐지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정당기반을 형성하는 당원 상호간의 결속과 정당내면화를 위하여 지역단위의 기초조직은 불가결함)- 축소 내지 구조조정이 긴급한 현안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왕적 지구당위원장’ 체제는 당내 민주주의 실현에 중대한 장애물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정치자금을 소요하게 하여 한국정치를 금권정치화하는 원인이 되어 왔으므로, 지구당위원장제도는 폐지하여야 한다.76)

지구당폐지는 마땅하다. 현실적으로 지구당 차원에서 정책이나 지역의 현안 등이 수렴되는 것은 찾기 힘들다. 지구당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등을 통하여 유권자와 의원들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지구당폐지는 지구당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협의회, 여성ㆍ청년조직 등 각종 공조직을 폐지하여야만 진정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연락사무소마저 두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77)

?? 지구당 존치론

지구당의 존치를 전제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견해에서 비상설기구로 하자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주장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지구당은 너무 크기 때문에 지구당 조직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78)

중앙당을 선거중심조직으로 전환시켜 평상시에는 최소화된 조직으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정당활동의 중심을 지구당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개혁하여야 한다.79)

한국정당조직은 지구당 중심의 정당체제를 확립하고 중앙당은 축소하여 지구당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80)

지구당의 역할이 형식화되고 중앙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지구당

이 중앙당의 부속물로 전락해버리는 현상은 정당의 비민주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므로, 지구당을 발전시켜야 한다.81)

축소되어야 할 중앙당은 그대로 두고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정당정치의 현실과 지구당의 기능을 도외시한 것이다. 지구당이 고비용 구조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을 폐지하기보다는 경량화하면서 풀뿌리차원에서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되기 때문이다. 지구당이 폐지되면 지구당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공직후보자의 선출기능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고 모처럼 정착되기 시작한 상향식 공직후보자 충원기능을 담당할 기구가 없어진다. 지구당이 없으면 선거운동이 후보자 개인중심으로 전개되어 후보자 주변의 이익집단이 정당의 공천과 선거운동을 주도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의정활동도 이들의 압력에 휘둘릴 염려가 있다. 또 지구당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을 견제하지 않으면 의원들이 당으로부터 자유롭게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지구당을 폐지하면 그나마 양성화된 조직이 산악회, 개인연구소, 포럼 등의 형태로 더욱 음성화할 가능성이 짙다. 지구당의 고비용 구조는 폐지보다는 경량화를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82)

지구당은 평상시에는 느슨한 연결망 형태로 유지되다가 선거시에는 당원, 지지자,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활성화되는 보다 유연하면서도 대폭 경량화된 조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83)

중앙당은 사무국을 축소하고 원내정당으로 변신하고, 지구당은 비상설기구로 전환하여야 한다.84)

(나) 이러한 논의는 이상적 정당모델에 대한 시각차이와도 연관이 된다. 한국정당이 기본적으로 간부정당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면서, 대중정당 모델을 지향하되 그 구체적인 모습에서 대중정당의 두 하위 유형으로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의 정당을 모델로 하는 대중조직정당과 미국의 정당을 모델로 하는 포괄적 선거전문가 정당 중 어느 것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지구당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85)이에 따르면, 대중조직정당 모델에서는 (i) 지구당은 정당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최소단위조직으로서 경비는 절감하되 기능은 강화하여야 하고, (ii) 지구당 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하고 지구당의 자율권을 보장하며 공직후보 선출권을 부여하여야 하고, (iii) 자발적 당원을 확보하고 당원의 당비납부를 제도화하며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방향의 지구당을 모델로 삼고 있는 반면, 포괄적 선거전문가정당 모델에서는 (i) 지구당은 고비용 정치의 주범이므로 폐지하고 대신 의원 및 공직 후보자의 개인사무실(후원회, 연락사무소)을 개설하며, (ii) 평시에는 민원사항을 접수하는 연락처로 축소하되 선거시에 선거조직으로 개편하고, (iii) 공천 등의 기능을 수행할 비상설 협의체를 설치하는 방향의 지구당을 모델로 삼고 있다.86)

(가) 가능한 견해들

?? 한국 정당의 지구당 병폐는 너무나 고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융화되어 있어서 지구당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고비용 저효율을 극복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체수단이 없다고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대체수단이 존재한다고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i) 지구당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지구당 조직의 구조조정(경량화)과 운영방식의 개선, 자금의 투명성 확보 등을 통하여 고비용ㆍ저효율의 정당조직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ii) 실제로 개정입법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지구당 완전폐지안 외에 지구당 체제개편안을 검토한 바 있고, 초기에 제출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안에서는 시ㆍ도당 이하의 지역조직을 정당자율에 맡기도록 하여 지구당의 전면폐지는 피한 바 있다.87)

(나)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자는 입법당시의 한국정치현실에 대하여 위 ??의 견해와 같이 진단하였고, 이 사건 결정은 이러한 진단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i) 종전에 지구당에 소속되었던 당원들은 시ㆍ도당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i) 교통수단, 인터넷 등 통신수단, 대중매체 등이 고도로 발달된 오늘날 지구당의 부재로 인한 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할 방법이 널리 열려 있고, (iii)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같은 날 공포ㆍ시행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 제61조, 제61조의2에 따라 선거기간 동안에는 선거운동기구와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어 적어도 이 기간 동안에는 종래 지구당이 수행하던 기능을 하는 조직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정당자유의 제한을 상당한 정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피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의 견해를 취하였다.

(가) 고려되는 법익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공익은 ‘고비용 저효율 정당구조의 개선’이고,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상향식 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정당이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발전된 형태의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공익에 반하는 면도 있다.

(나) 제3의 공익에 대한 고려방법

여기서, 이처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조항이 사익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3의 공익도 함께 제한하는 경우,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를 함에 있어, 위 공익을 고려할 것인가, 고려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고려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통상 비례원칙에 의한 심사가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구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고려하는 것일 뿐,

반드시 사익만을 고려하라는 취지는 아니므로, 제한되는 공익이 있다면 그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것이 당해 법률조항에 대한 정당한 비교교량이다.

그 구체적 고려방법으로는, (i) 법익의 비교교량에 있어 침해되는 사익의 내용으로 녹여 들여 사익의 보호강도를 더욱 강하게 평가하는 방법, (ii) 기본권을 침해하는 당해 법률이 추구하는 공익의 강도를 저감시키는 요소로 평가하는 방법, (iii) 당해 법률이 추구하는 공익과 비교할 대상으로 사익에 추가하여 독자적인 요소로 고려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어떠한 방법에 의하든, 추가적인 공익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은 경우보다 추구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더욱 클 것이 요구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경우

위와 같은 점을 강조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한 법익균형성을 심사함에 있어서, 적어도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 개선이라는 공익이 정당의 자유라는 사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을 때 비로소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는 일반기준은 적용할 수 없게 되고, 보다 완화된 불균형만으로도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즉, 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당구조에 관한 것이고, 어떠한 정당구조를 택하는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의회에게 보다 많은 재량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면, 엄격한 비례균형성의 심사보다는 완화된 심사가 보다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가) 가능한 견해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견해가 가능하다.

??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보는 견해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한편 정당은 그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公共)의 지위’를 함께 가지

므로(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하, 17, 32 참조) 바람직한 정당제도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단체에게는 부과되지 아니하는 의무가 정당에게 부과되기도 한다.

한국 정당구조에 부착된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점은 너무도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 이를 개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련된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여 볼 때, 양자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제한되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다르지 아니하다.

?? 법익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는 견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공익은 보다 바람직한 정당구조를 위한 입법정책적 법익이라 할 수 있는데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침해되는 사익은 헌법이 강도 높게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들이다.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ㆍ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ㆍ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88)정당에 대한 법적인 규제 자체가 허용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논쟁이 있어 온 것은 바로 이러한 정당의 특성 때문이다.89)

그러나 한편 정당은 그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公共)의 지위’를 함께 가지므로 이 점에서 정당은 일정한 법적 의무를 지게 되고 그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 다만 정당에 대한 법적 규제는 위와 같은 한정된 목적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도의 규제로 그쳐야 한다.90)

이처럼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의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호하려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정당의 조직을 제한하는 법률조항, 특히 부분적인 정당설립의 금지를 의미하는 지구당 설립을 금지하는 법률조항은 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그 중대성에 있어서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가 정당의 존재 없이는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정당을 금지해야 할 공익’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입법적 제한을 원칙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의 객관적인 의사라면, 입법자가 그 외의 공익적 고려에 의하여 정당설립금지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91)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공익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이나 ‘위헌적인 정당을 금지해야 하는 공익’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므로, 법익균형성의 요건을 흠결하였다.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한 법익균형성의 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 법익균형성의 흠결은 더욱 명백해진다.

(나) 소결

이 사건 결정은 위 ??의 견해를 취하여, 법익뷸균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였는지,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였는지는 명시되지 아니하였다.

정당의 자유가 그 참정권적인 기능을 충분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특히 정당활동의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92)이 때문에,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한 헌법 제8조 제3항에 따라 인정되는 국가에 대한 보호청구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평등의 보장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93)

그러므로 정당은 헌법 제11조의 일반조항에 기하여 평등권을 주장할 수 있음은 물론, 헌법 제8조 제3항에 근거하여서도 평등권을 주장할 수 있다. 정당의 자유가 소극적인 것이라면, 평등보호는 적극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가) 실질적 차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 자체에 차별적인 문언을 담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실질에 있어 불평등한 결과를 낳는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앞서 본 회의록94)내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심의에 참가한 국회의원들이 반복적으로 우려하였던 바는 지구당을 폐지하였을 때 개인사무소를 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고, 이에 관하여 개인사무소의 설치는 허용된다고 함은 앞서 3.다.(2)에서 본 바와 같다.

개인사무소의 설치에 관한 한 형식적으로는 현역 국회의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허용된다. 다만 개인사무소가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에 해당할 경우에는 부정선거운동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전혀 할 수 없다. 이러한 규율은 외견상 대상의 차별을 두고 있지 않지만, 바로 여기에 현역 국회의원과 비국회의원 사이의 실질적 차별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는 의정활동(선거구주민의 민원접수 등)을 명목으로 국회의원사무소를 지역구에 설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관한 경계가 모호하여 이를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사실상 단속이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짙다.

이에 비하여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선거와 전혀 무관한 개인사무소를 둘 수는 있지만, 만일 어떠한 정당에 소속된 사람이 선거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지역구에 개인사무소를 설치하더라도 그 숨은 의도가 차기 선거에서의 승리를 지향한 것임은 쉽게 간파할 수 있어 단속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와 같이 국회의원과 비국회의원에 대한 실질적 차이는 차기 선거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 당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과 그러하지 아니한 정당 사이에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국회의원사무소를 통하여 지역주민의 여론을 끊임없이 접할 수 있는 정당과 그러하지 않은 정당은 국민과 국가를 매개함으로써 국민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정당활동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국회의원과 비국회의원, 당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과 그러하지 아니한 정당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 평등권의 제한

위와 같은 차별은 국회의원인지 여부, 그리고 당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인지 여부를 사유로 하는 것으로서, 이는 후천적 신분으로 볼 수 있으므로,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 된다.95)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의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 차별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왔고,96)이러한 심사기준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결정에서 (i)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ii)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 완화된 심사기준(합리성 판단)이 아닌 엄격한 심사기준(비례성 판단)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후,97)헌재 2003. 9. 25. 98헌가7 결정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는 범위는 단순한 이해관계의 차별을 넘어서서 기본권에 관련된 차별을 가져오는 경우 일반이라고 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에 관한 한 비례원칙에 의하여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을 선언하였다.98)

이 사건에 있어서 문제된 차별은 정당 사이, 또 국회의원과 비국회의원

사이에 기본권인 정당의 자유와 관련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므로,99)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도 엄격한 심사척도인 비례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비례원칙에 위반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앞서 본 정당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대한 판단과 다르지 아니하다.

정당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비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사건 결정에 의할 때, 평등권에 관하여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당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를 담당하는 국회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일로서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에 부적절하거나 위헌판단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하나는 통치행위론이고 하나는 입법형성자유론이다.

정당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 정치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국가행위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통치행위 개념 자체에 포섭된다고 하기 어렵다.

나아가 가사 통치행위에 개념적으로 포섭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자유와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것인만큼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다.100)

그러므로 통치행위론을 근거로 하는 주장은 받아들일 바 못된다.

(1) 기본권에 대하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최소한 제한의 원칙’ 또는 ‘최대한 보장의 원칙’ 적용되는데 반하여, 제도적 보장에 대하여는 법률에 의한 폐지나 제도본질의 침해를 금지하되 이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입법자에게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의 형성권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최소보장의 원칙’이 적용된다.101)

이에 의할 때, 헌법 제8조가 기본권보장과 제도보장을 함께 규정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이 사건에서는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 및 정당의 평등보호와 헌법 제11조가 보장하는 평등권으로서 기본권의 침해가 문제되고 있으므로, 이 한에서 ‘최소보장의 원칙’이 아닌 ‘최소제한의 원칙’이 적용되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입법형성의 자유를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한편 방송사업자의 협찬고지에 관한 방송법 제74조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헌재 2003. 12. 18. 2002헌바49 결정은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 권리로서의 성격과 함께 객관적 규범질서로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까닭에, 방송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단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영역 외에 그 실현과 행사를 위해 실체적, 조직적, 절차적 형성 및 구체화를 필요로 하는 객관적 규범질서의 영역이 존재하며, 더욱이 방송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규율의 필요성은 신문 등 다른 언론매체보다 높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의 요청에 따라 광범위한 입법형성재량을 갖고 방송체제의 선택을 비롯하여, 방송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직적, 절차적 규율과 방송운영주체의 지위에 관하여 실체적인 규율을 행할 수 있어, 민영방송사업자는 법률에 의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주관적 권리를 가지고 헌법적 보호를 받는다. 형성법률에 대한 위헌성 판단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 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과잉금지 내지 비례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형성법률이 그 재량의 한계인 자유민주주의 등 헌법상의 기본원리를 지키면서 방송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는 요지로 판시하였다.102)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제도적 보장의 의미를 아울러 가지고 있는 기본권의 경우에는 입법형성의 자유가 보장되어 그에 대한 위헌성 판단은 과잉금지원칙에 의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문제된 사안이 제도적 보장에 관련된 부분인 경우에 그러하다는 취지로 이해되어야 하고 기본권 보장에 관련된 영역에서까지 비례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로 이해되어서는 아니된다.

지구당 폐지에 따라 정당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문제는 기본권 영역에 관련된 것으로서 위 결정에서 예정하는 비례원칙 적용배제의 영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위 방송법 사안은 법률 및 그 위임에 의한 대통령령이 정한 협찬고지의 규율을 위반하여 협찬고지를 한 것이 방송의 자유에 포함되는가 하는 문제로서, 협찬고지의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아니고 협찬고지의 구체적 내용을 형성하는 것에 관한 문제여서, 지구당 폐지와는 사안이 다르다.

그러므로 위 결정례를 들어 이 사건 위헌심사의 준거로서 입법형성의 자유를 고려함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헌법 제8조는 정당제도에 관한 제도보장임과 동시에 정당의 자유 및 정당의 평등보호를 아울러 규정하고 있는 조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존의 지구당과 그 하부조직인 당연락소를 폐지하고 이러한 조직을 이후 설치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하는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괄하는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고, 한편 헌법 제8조 제3항헌법 제11조가 보장하는 평등권을 제한한다.

지구당을 금지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를 발견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제한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이 과잉제한에 해당하여 정당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다를 수 있으나, 이 사건 결정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비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민주적인 정당제도, 상향식 정당제도, 풀뿌리 민주주의 등을 강조하면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결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에 너무도 고질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입법부의 노력은 적어도 오늘의 한국적인 현실에서 찬사를 받을 만한 면이 적지 아니하다.

이 사건 결정은 이러한 입법부의 노력이 더욱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정색인(2004년)

선고일 및 사건번호(판례집 게재면수)수록면수

헌법재판소 결정해설집 (2004년)
2005年 11月 25日 印刷
2005年 11月 30日 發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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