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권○훈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이선호
당해사건
대법원 2003모97 항소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주문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들은 2002. 11. 5. 서울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청구인 권○훈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청구인 김○기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2001고단11241)을 각 선고받았다.
(2)이에 청구인들은 즉시 항소하였으나, 2003. 2. 17.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항소기각결정(서울지방법원 2002노11312)을 받았고, 그러자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위 항소기각결정에 대하여 재항고(2003모97)함과 아울러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2003초기165)을 하였으나 2003. 5. 20.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되자, 위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제361조의4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로 그 내용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61조의4(항소기각의 결정) ① 항소인이나 변호인이 전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단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생략
제361조의3(항소이유서와 답변서) ①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전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②~④ 생략
제361조의2(소송기록접수와 통지) ① 항소법원이 기록의 송부를 받은 때에는 즉시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한다.
②, ③ 생략
2.청구인들의 주장,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속심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구조 하에서는 제1심 기록 검토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항소진행의사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항소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의 규정취지에 비추어보더라도 우리 형사소송법은 항소이유서 제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일률적으로 항소기각결정을 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원칙을 침해한 것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정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권조사사유가 있는 때의 예외를 규정함으로써 제1심 판결의 법령적용의 오류 등을 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점과 항소인 또는 변호인에게 일정한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의 제출의무를 부과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항소이유서의 제출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할 것인지의 여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형사 항소심의 구조와 성격, 형사사법 절차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법률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항소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는바,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 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을 받을 권리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1) 재판을 받을 권리의 의의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전단 부분인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 후단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법관에 의한 재판은 받되 법대로의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할 것이고 이는 재판에 있어서 법관이 법대로가 아닌 자의와 전단에 의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이다(헌재 1993. 11. 25. 91헌바8 , 판례집 5-2, 396, 404; 1996. 3. 28. 93헌바27 , 판례집 8-1, 179, 186).
(2) 재판을 받을 권리와 심급제도
우리 헌법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
서 상소심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것은, ‘법적 분쟁시 독립된 법원에 의하여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한번 포괄적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로서, 적어도 한번의 재판을 받을 권리, 적어도 하나의 심급을 요구할 권리인 것이며, 그 구체적인 형성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헌재 1996. 8. 29. 93헌바57 , 판례집 8-2, 46, 60; 1997. 10. 30. 97헌바37 , 판례집 9-1, 502, 519 등 참조). 즉 심급제도가 몇 개의 심급으로 형성되어야 하는가에 관하여 헌법이 전혀 규정하는 바가 없으므로, 이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권에 맡겨져 있는 것이며, 모든 구제절차나 법적분쟁에서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3)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가) 특히 우리 재판소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상고기각결정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380조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이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입법자가 형성한 법률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한, 상고이유서 미제출의 경우 상고기각결정을 할지 아니면 상고이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지 않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형사 상고심의 구조와 성격, 형사사법 절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일정한 경우 법률로써 상고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위 법률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헌재 2004. 11. 25. 2003헌마439 , 공보 99, 1311, 1313).
이는 원칙적으로 속심의 구조를 취하면서 사후심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 우리 형사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즉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항소심재판을 받을 권리도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아니므로, 항소이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지 않을지 아니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기각결정을 할지 여부 역시도 입법자가 형사 항소심의 구조와 성격, 형사사법 절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며, 따라서 일정한 경우 법률로써 항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여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허용되고, 일정한 경우 법률로써 항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입법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가1 , 판례집 13-1, 201, 208). 아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와 같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즉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재판의 당사자에게 항소권을 부여함(제357조)과 아울러 항소이유서 제출을 필요적인 것으로 하고 있고(제361조의3), 일정한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본안 판단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식적인 재판인 항소기각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신속·원활한 항소심재판의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인 심급제도의 내용을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 항소인에게 항소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항소기각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소송의 경제와 신속이라는 목적을 추구하려는 것인바, 그 목적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그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고 하겠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정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권조사사유가 있는 때는 그 예외로 규정함으로써 제1심 판결에서 있을 수 있는 법령적용 오류 등을 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으며,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에도 그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항소기각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2항) 등 항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침해성의 원칙도 충족하고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사자가 항소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항소기각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일 당사자가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만연히 도과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항소이유서 제출을 통한 항소심 심판대상의 확정과 그를 통한 신속·원활한 항소심재판의 구현이라는 항소이유서 제출제도의 목적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고, 아울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신속·원활한 항소심재판 운영이라는 공익은 당사자의 권리구제라는 사익과 비교하여도 그 중요성이 가볍지 않다고 할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침해성이나 법익균형성도 충족하고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어 청구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헌재 1998. 9. 30. 98헌가7 등, 판례집 10-2, 484, 504; 1998. 11. 26. 97헌바31 , 판례집 10-2, 650, 659; 1999. 5. 27. 98헌바26 , 판례집 11-1, 622, 627), 이러한 평등원칙은 입법자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701; 2001. 11. 29. 99헌마494 , 판례집 13-2, 714, 727).
살피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항소인이 피고인이든 검사이든 불문하고 모든 항소인에게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의무를 지우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또한 이미 설시한 것처럼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기각결정을 할지 아니면 항소이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지 않을지는 그 나라가 취하고 있는 소송법체계에 따라 입법자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될 성질의 것으로 광범위한 입법권의 형성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인 데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속·원활한 항소심재판의 운영이라는 입법목적에 근거한 것으로 수단의 적절성,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도
충족하고 있으므로, 비록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기각결정을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항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목적에 의한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