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1. 이○령(2002헌마699)
대리인 법무법인 한밭
담당변호사 박주봉 외 3인
2. 박○원( 2005헌마192 )
대리인 변호사 이상용 외 1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이영모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2헌마699 사건
청구인은 2002. 6. 13.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 ○○구청장에 당선되어 2002. 7. 1.부터 ○○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청구인은 2002. 9. 3.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구청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1999.경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주식회사에 대하여 업무상 횡령죄 및 업무상 배임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2002고단1091). 그런데 청구인은 위 판결이 선고되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01조의2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구청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정지되었다.
(2) 2005헌마192 사건
청구인은 2002. 6. 13.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되어 2002. 7. 1.부터 현재까지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청구인은 2005. 1. 14.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뇌물수수 및 기부금품모집규제법위반죄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000만 원의 판결을 선고받고(2004고합36), 이에 항소하여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심이 계류중이다(2005노216). 그런데 청구인은 위 판결이 선고되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01조의2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시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부시장이 시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05. 2.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지방자치법 제101조의2 제1항 제3호(2002. 3. 25. 법률 제6669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01조의2(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대행등)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지사·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이하 이 조에서 “부단체장”이라 한다)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시행일 2002. 7. 1.〉
1. 궐위된 경우
2. 공소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
3.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4.의료법에 의한 의료기관에 60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한 경우
②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직을 가지고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에는 후보자등록을 한 날부터 선거일까지 부단체장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을 대행한다.
③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장·휴가 등 일시적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단체장이 그 직무를 대리한다.
④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에 부지사 또는 부시장이 2인 이상인 시·도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순에 의하여 그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한다.
⑤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할 부단체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에 정하여진 직제순에 의한 공무원이 그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한다.
제90조의2(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퇴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된 때에는 그 직에서 퇴직된다.
1.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겸임할 수 없는 직에 취임한 때
2.피선거권이 없게 된 때(지방자치단체의 구역변경이나 폐치·분합을 제외한 다른 사유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밖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때를 포함한다)
3.제89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을 상실한 때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지방자치법 제101조의2의 입법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무를 담임시킬 수 없
는 사유가 있을 경우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여 업무의 공백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더라도 선고된 범죄사실이 과실범과 같이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취임 전의 행위로써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까지 광범위하게 권한대행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장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2)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며 여기에서 불이익이라 함은 형사절차상의 처분에 의한 불이익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기본권 제한과 같은 처분에 의한 불이익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
(3)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같은 지방자치업무를 수행하는 교육감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권한대행 규정조차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경우에도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 부총리나 다른 국무위원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을 뿐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은 권한대행사유를 두고 있지 않다. 한편 자치단체장과 동일한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에 대하여도 이 사건 규정과 같은 법률규정이 없다.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고위직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무원에 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차별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1)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당해 자치단체를 대표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행정의 최고 집행기관으로서 고도의 윤리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공무원이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계속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경우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상당히 의심받는 자가 소속 공무원 및 주민에 대하여 법령준수를 요구하는 상황이 되어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행정에 대한 주민의 불신이 가중된다. 또한 진행중인 재판으로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없어 직무를 소홀히 하게 된다. 그 결과 행정의 안정성, 공정성, 효율성을 해쳐 올바른 행정집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그 권한을 대행할 필요가 있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한대행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한정하여 죄질이 경미하거나 과실범과 같이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적은 범죄사실에 적용되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소심에서 무죄 또는 벌금형 등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곧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권한대행사유의 범위 및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3)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등의 경우 권한대행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위와 같은 범죄사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임명권자(대통령)에 의하여 즉각적으로 인사조치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 탄핵소추를 통해 해당 공직에서 파면될 수 있는 등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장에 비하여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형사사건으로 기소만 되더라도 법원의 유죄 선고와 관계없이 그 직위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 제1항 제3호).
(4)이 사건 법률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고 공공복리를 증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며 법원의 판결을 기준으로 권한대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객관성
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확정판결이 아닌 것을 근거로 유죄취급을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경기도지사의 의견
(1)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자치단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어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높은 윤리성과 성실성이 요구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집행기관의 장으로서 선거에 의하여 취임한 공직자의 신분이라 하더라도 전문정치인인 국회의원과는 그 지위와 성격 및 기능에서 구별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해서만 형의 선고 이후 그 직무를 정지하게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2)공무담임권 및 무죄추정원칙과 관련하여 범죄의 종류와 그 처벌의 유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에게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므로 공직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또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주민의 신뢰 여부에 대한 배려 없이 선거에 의하여 취임한 공무원의 직무를 즉시 장기간 정지시킴은 기본권제한의 최소침해성의 범위를 넘을 소지가 있고, 장기간의 직무대행체제는 국민주권주의 원리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의 실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의 입법목적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당해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통할하며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국가사무를 집행하고 소속직원을 임면, 지휘·감독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행정관이다. 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자치단체장이라고 약칭한다)의 폭넓은 권한과 직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자치단체장은 고도의 윤리성과 주민의 신뢰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요 공직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범죄행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게 되면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어 주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직무에 전념할 수 없게 되며 직무수행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다. 그 결과 주민의 복리와 당해 자치단체행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유죄 선고를 받은 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권한을 대행시킬 필요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직 공무원으로서 임기와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과 달리 직위해제제도나 징계제도가 없고 그렇다고 탄핵의 대상도 아니어서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당연퇴직사유)는 직무에서 배제시킬 방법이 없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고자 형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하여 이 사건 권한대행사유를 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직무수행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직무에 대한 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1)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는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 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이나 권한(직무)의 부당한 정지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 등, 판례집 14-2, 219, 224 참조).
(2) 비례원칙 위반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형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주민의 신뢰회복, 직무의 전념성 확보, 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 제고,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의 정당한 공익이라 할 것이고 이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이 범죄의 내용이나 죄질을 불문하고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받은 때’라고 규정하여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나 경미한 범죄로 위와 같은 형을 선고받은 경우까지 권한대행사유로 삼은 것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법관이 범죄의 내용과 죄질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면,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자치단체행정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이 유죄 선고된 모든 경우를 문제삼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해칠 정도의 중형이 선고된 경우 즉,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만을 권한대행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장의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이고 기초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은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적 운영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달려있고 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범죄행위로 유죄를 선고받게 되면 주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직무수행은 불신을 받게 된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불신이 직무수행에 대한 거부로 나타난다면 국가적, 사회적인 혼란이 따를 수 있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당해 자치단체의 운영 및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듯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임을 확보·유지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고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에 의하여 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이 제한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은 잠정적이고 그 경우에도 단체장으로서의 신분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공무담임권에 대한 침해가 그렇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만을 권한대행사유로 삼음으로써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법률규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보다 그로 인하여 얻게 되는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무죄추정이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 사실적 측면에서 유형, 무형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불이익이란 유죄를 근거로 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 취급을 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흔히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 내에서 원칙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기타 일반 법생활영역에서의 기본권 제한과 같은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단체장의 권한정지는 형사절차 내에서의 불이익은 아니지만 유죄 판결을 근거로 피고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가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규정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라는 ‘유죄’를 기준으로 단체장의 권한을 정지한다는 점에서 일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사회적 비난 내지 부정적 의미의 차별을 가하기 위하여 그를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죄 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에게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방치한다면 자치단체의 운영에 구체적 위험이 생길 염려가 있어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단체장의 권한정지는 위와 같은 권한대행제도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권한정지가 유죄 선고에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유죄 선고를 받았음을 이유로 당해 피고인에게 사회·윤리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의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상실한 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권한대행제도의 부수적 산물이란 점에서 그와 같은 불이익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금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유죄판결에서 비롯되는 사회윤리적 비난을 수반하는 불이익이라거나 유죄를 근거로 하는 부정적 의미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어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라. 평등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국무총리나 기타 행정 각부의 장 및 일반 공무원에 대하여도 이 사건과 같은 권한대행제도의 필요성이 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정기관의 장이나 일반 공무원이 유죄 선고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 임면권자에 의하여 쉽게 교체되거나 직위해제됨으로써 직무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는 선거직 공무원으로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되므로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직무에서 배제시킬 방법이 없다.
한편, 같은 선거직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권한과 업무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의 크기나 직무의 성격에 따라 달리 취급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선거직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합의체기관의 구성원이고 행정기관의 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임제 행정기관의 장인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다를 뿐만 아니라 직무의 성격 및 직무수행이 미치는 효과도 같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직에 대한 권한대행
을 상정하기는 어렵다. 교육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마찬가지로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되기는 하나 그 권한이나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그것보다 크다거나 직무수행이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행정기관의 장이나 국회의원 등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하여만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은 권한대행사유를 두더라도 거기에는 위와 같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다만,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위헌의견과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5.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위헌의견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으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범죄행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주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직무수행의 전념성을 확보할 수 없어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과 같이 신임을 잃은 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 방지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상실은 유죄 선고를 받는 것 외에도 주민들의 의사와 반대되는 사업의 추진이나 정치적 실책, 비윤리적 사생활 등 주민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이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법률규정은 유독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죄 판결이 자치단체장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유죄 판결이 항상 단체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에 구체적 위험을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사 유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반드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그 잣대로 삼는 것도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로 비로소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기소될 때 이미 금이 가고 선고된 형의 종류나 형량보다는 직무와의 관련성 등 범죄의 내용과 죄질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유죄 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의 신뢰 상실로 인한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이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해 자치단체장을 퇴직시키는 당연퇴직제도를 두고 있다(지방자치법 제90조의2 제2호). 따라서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시킬 필요가 절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살피건대 이 사건 법률규정을 제정한 입법자의 주된 의도는 유죄 판결로 신뢰를 잃은 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는데 있다기보다 유죄 판단에 대한 응보적 의미의 제재, 즉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유죄 선고를 받고 계속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상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를 선출한 주민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장차 그대로 형이 확정됨으로써 당연 퇴직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므
로 이러한 자를 미리 직무에서 배제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의 주된 입법목적은, 유죄 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없다는 유죄 판단에 대한 사회적 비난 내지 제재로서 그를 직무에서 배제시키려는데 있고, 부수적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 및 직무 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과연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넘은 것인지 살펴본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방법의 적정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경우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점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단체장에게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내버려 둘 경우 생기는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 예방에 있다할 것이고,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의 정당한 공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문제 있는 단체장을 형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그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유효한 수단이라고 보여진다.
(2) 침해의 최소성
정당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입법자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덜 제한하는 수단을 채택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명령이다. 그런데, 이 사건 권한대행사유는 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고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을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형의 확정시라는 불확정한 기한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이어서 공무담임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는 유죄 선고된 자치단체장에 대한 일종의 응보적 의미의 제재라는 점과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유지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사유는 위와 같이 단체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주민의 복리나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의 범죄 또는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큰 범죄를 전제로 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직무와 관련한 뇌물죄나 선거와 관련한 선거범죄는 범죄의 성격상 그 내용이나 경중을 불문하고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비록 직무나 선거와 관련이 없는 범죄라고 하더라도 사회·윤리적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사회성이 큰 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미한 범죄 및 과실범이나 행정법규위반과 같은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약한 범죄는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가 추구하는 주민의 복리나 자치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즉,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도 범죄의 성격이나 내용 및 죄질이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범죄의 유형이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기만 하면 당연히 그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어서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이라는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입법자로서는 유죄 선고에 따른 권한대행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모든 범죄로 포괄하여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범죄의 유형이나 내용 등으로 그 범위를 가급적 한정함으로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 문제 있는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방지를 위한 잠정적, 가처분적 성격의 제도이다. 따라서 비록 단체장의 권한을 정지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공익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위험이 있거나 회복할 수 없는 공익침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권한대행기간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여야 한다. 입법자는 위험성에 대한 요건을 구체화하여 규정할 수도 있고 재판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은 단체장에 대한 형사재판 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신속한 재판을 통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구체적 위험을 적시하지도 않고 재판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노력도 없이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불확정한 기한 단체장의 권한을 당연히 정지하는 것이어서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입법자로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불확정하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장차 자치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 따위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요건을 엄격히 정비하여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권한대행사유는 법체계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권한대행은 죄를 지은 단체장에 대한 형벌이나 그의 신분을 박탈하는 제도가 아니라 유죄 선고된 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형사재판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고 죄책의 정도에 따라 양형하는 제도이다. 이처럼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와 형사재판제도는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의 권한정지를 형사재판의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토록 하는 것은 전체 법체계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균형성 여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얻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단체장이 입게 되는 공무담임권의 침해보다 훨씬 큰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물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에게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보다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임을 유지하고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보탬이 된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유죄 선고를 받은 단체장의 직무수행이 지역주민이나 당해 지방자치단체에게 어느 정도의 해악이 실제로 야기될 것인지 의문이다. 가사 주민의 복리나 자치단체에 어느 정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상적 운영을 해치거나 주민의 복리에 위험을 끼칠 정도에까지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반하여 자치단체장은,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의 확정이라는 불확정한 시기까지 권한을 정지 당하는 것은 물론 간접적으로 일반에 범죄자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심히 침해받는다. 더욱이 장차 무죄가 선고된다면 당해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에 대한 중대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침해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는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직무
에서 배제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가혹하다고 할 것이다. 입법론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권한을 정지시킬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로 하여금 청문회 등을 개최하여 단체장에게 대석적 절차를 보장하고 계속 직무를 수행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미국, 독일,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자치단체장의 궐위나 사고의 경우만을 권한대행 내지 직무대리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 권한대행사유와 같은 법률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에 의하여 침해되는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보다 그로 인하여 얻게 되는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없어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다.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도 위 헌법규정과 동일한 자구(字句)로 규정하고 있다. 무죄추정은 우리 헌법과 형사법의 기본원칙이며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현대 형사법의 기본원리이다. 무죄추정이란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피고인을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첫째, 형사절차에 의하여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의 비난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그 범죄사실을 근거로 형벌, 보안처분 기타 유죄판결에 기초한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이익이란 다수의견이 풀이한 바와 같이 유죄를 근거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 취급을 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가 유죄판결에 기초한 불이익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본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지방행정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고 단체장의 권한정지는 위와 같은 권한대행제도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부수적 산물로써 유죄 판결에서 비롯되는 사회윤리적 비난을 수반하는 불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가 권한대행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건 권한대행제도의 본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에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는 이 사건 법률규정의 주된 입법취지가 유죄 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어 그를 직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함에 있다는 것이다. 즉, ‘주민의 복리나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죄 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의 직무배제’가 이 사건 법률규정을 도입한 주된 취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는 바로 유죄 판결에 기초한 피고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판단 내지 부정적 의미의 제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인 것이다.
가사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이 다수의견과 같이 오로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라는 유죄 판단을 근거로 피고인의 권한을 정지하는 것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죄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명령에 위반되는 것이다. 헌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는 인권이고 헌법의 역사는 인권보장의 역사이다.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인권은 타협이나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수단이 될 수도 없다. 헌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형사소송법이 헌법의 자구와 동일하게 이를 다시 규정하고 있는 점을 우리는 다시금 새겨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규정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인을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것이며 이를 전제로 불이익을 입히는 것으로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비록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 방지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또 다른 입법목적이라고 할지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
라.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기본권 제한의 일반 원칙인 비례원칙에 반하여 지방자치단체 장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6.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과 그 결론은 같이 하나 그 이유를 달리한다.
헌법 제25조가 규정하고 있는 공무담임권은 모든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피선거권과 선거직 이외의 모든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공직취임권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국민 누구나가 국정의 담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참정권을 뜻한다. 따라서 공무담임권은 공직취임에 있어서의 균등한 기회만을 보장하고 일단 당선 또는 임명된 공직에서의 활동이나 수행의 자유는 공무담임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법령이 당해 공무원에게 부여한 ‘권한’이지 공무원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주관적 공권이 아니다. 국가는 그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조직을 구성하고 국가권력을 배분한다. 공무원의 직무수행권은 바로 위와 같은 국가의 객관적 권한배분 내지 조직구성권의 행사의 결과로 주어진 ‘권한’(Kompetenz)이며 공무원 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이라고 볼 수 없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권한을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입법자가 지방자치단체라는 기관의 권한행사의 주체를 변경한 것으로 객관적 권한질서에 관한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권한대행규정으로 말미암아 단체장의 권한이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권한배분 내지 객관적 권한질서의 문제이므로 당해 단체장이 자신의 주관적 공권인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위헌임을 주장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장의 직무수행권은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주심)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