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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1. 24. 선고 2005헌마579 2005헌마763 결정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구인 1.최○철 외 221인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김문희 외 2인

변호사 이석연

2. 정○명( 2005헌마763 )

국선대리인 변호사 노문기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헌법재판소는 2004. 10. 21.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2004. 1. 16. 법률 제7062호, 이하 이 법률을 ‘신행정수도법’이라 한다)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 2004헌마554 등, 이하 이 사건을 ‘신행정수도사건’이라 한다). 정부는 그 후속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국회 역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속대책을 논의하였다. 그 결과 기존 신행정수도의 부지로 선정되었던 연기․공주지역에 행정특별시, 행정중심도시 또는 교육과학연구도시를 건설하는 3개의 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위 국회특별위원회에서 이들 안에 대하여 논의하던 중인 2005. 2. 5.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국회의원 151명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안’을 발의하였고, 이후 이 법안은 위 국회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에 따라 국회건설교통위원회에서 그 명칭을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하고 이전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앙부처를 규정하는 등의 내용으로 수정․의결되었다. 같은 해 3. 2. 국회본회의는 이와 같이 수정된 위 법안을 재석의원 총 177명 중 찬성 158인(반대 15인, 기권 4인)으로 통과시켰고, 같은 달 18. 공포되어 부칙규정에 따라 그로부터 2월 후부터 시행되었다.

(2)이에 서울시 정무부시장, 서울시의회 의원, 경기도 의회 의원, 과천시 의회 의원, 공공기관 종사자 또는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일반 국민들인 청구인들은 위 법률이 우리 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에 위반되며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납세자의 권리, 청문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6.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2005. 3. 18. 법률 제739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 2005. 7. 21. 법률 제7604호로 일부 개정되었으나 2006. 1. 22. 시행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의 내용은〔별지 2〕와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적용한 행정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은 물론 당해 법률과 중요한 부분에서 내용이 동일한 새 입법에도 효력이 미친다. 이 사건 법률은 법명만 변경하였을 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인 면에서 동일성을 유지하는 대체입법이므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다.

(2)수도란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므로 행정부의 경우 대통령의 소재지와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수도인 동일지역에 존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책적인 고려에 의하여 수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분산 배치할 수 있는 부서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인 국무총리와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 일부 부서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은 행정부를 대통령 및 6개부는 서울에, 국무총리를 위시한 중앙행정기관 등 12개 부처를 각 연기․공주 지역으로 분리․이전하고 그 산하 공공기관을 전국에 각 분산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연기․공주지역에는 12부 4처 2청에 국무총리를 위시한 부총리 3인과 경제, 교육, 과학, 사회, 복지, 문화 등을 관장하는 국무위원이 자리잡게 되고 이미 정부의 외청 대부분은 대전광역시에 내려와 있으므로, 행정의 중추기관은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되며 행정부가 2원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수도분할 또는 수도해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 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에 위반된다.

(3)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하는 우리 나라의 경우 헌법이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국무총리가 대통령과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 보좌하고 그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것은 헌법전을 만든 이래 대통령제를 운영한 오랜

기간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은 일종의 불문헌법적 관습이다. 또한 국무총리를 2원집정제 정부형태의 수상의 지위에 견주는 실권형 국무총리로 보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위치에서 대통령과 업무를 나누어 독립해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헌법상 용인될 수 없는 분권형 또는 2원집정제를 상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같은 지역에 상주하여야 한다는 관습헌법에 위반된다.

(4)이 사건 법률과 같이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의 법안이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발의되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를 송부받은 대통령은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의 행사대상인지를 판단하여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여 재의를 요구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 없이 그대로 공포하였으므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설사 이 사건 법률이 헌법개정절차에 따른 국민투표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수도를 분할하는 문제는 위헌결정을 한 신행정수도법의 수도이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국가안위와 국민 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것으로서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대통령은 국민투표에 부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법률로 말미암아 국민은 국민투표권이 침해되었다.

(5) 납세의무자인 국민은 납부한 세금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잘못 사용되는 경우 중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가 있다.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재정투자의 우선 순위를 무시하고 청구인들의 세금을 정략적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천문학적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납세자의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6) 나아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관하여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있어서 의견을 개진할 권리인 청문권을 가진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은 국가 또는 국토의 재편계획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이로 말미암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등 이해관계가 크므로 법률제정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반영할 필요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의원입법의 형식을 취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견청취절차를 생략한 것은 청구인들의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청문권을 침해한 것이다.

특히 수도로서의 지위에 영향을 받는 서울특별시 및 시의회와 협의를 거치거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를 폐치․분합하거나 그 명칭 또는 구역을 변경할 때에는 관계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에 위반된다.

(7) 이 사건 법률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지역을 연기․공주지역으로 명시하고 있어 그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청구인들의 경우 수도가 거주지역으로 이전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상실되었고 특히 이 사건 법률은 선거에서의 특정지역의 표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의적 법률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8)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로 인하여 수도권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로 분산․배치됨으로써 직업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할 중앙행정기관 등의 공무원들의 경우도 강제적으로 지방으로 주거를 옮겨야 하므로 마찬가지로 직업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는다.

또한 이 사건 법률로 말미암아 서울이 수도로서 가지는 가치를 배경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기업은 수도이전으로 경제적으로 유․무형의 타격을 입게 되었고 안보상의 불안이 커졌으며 중앙정부에 출입하려고 할 경우 충청권으로 가야하는 불편과 비효율을 겪게 되는 등으로 인하여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다.

(9)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수도분할로 인하여 서울특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가 감소되어 서울특별시 의원과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경우 공직수행과정에서 종전에 누렸던 지위와 권리가 축소․훼손될 것이므로 공무담임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는다.

나. 관계기관(서울특별시장, 과천시장, 법무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대전광역시장, 충청남도지사, 충청북도지사 및 경기도지사)의 의견요지

관계기관들의 의견 요지는〔별지 3〕과 같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기본권 침해의 개연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신

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자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가 자신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거나 단순히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되어 있는 경우 그 공권력의 행사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1999. 6. 24. 97헌마315 , 판례집 11-1, 802, 817; 2001. 6. 28. 2001헌마132 , 판례집 13-1, 1441, 1455). 따라서 이 사건 법률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다.

나. 헌법 제130조 제2항 국민투표권

(1) 청구인들의 주장과 국민투표권

청구인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면 수도분할 또는 수도를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 사건 법률은 관습헌법 개정절차를 밟아야만 법률로써 효력이 있다고 하면서 헌법 제130조 소정의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신행정수도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불문의 관습헌법규범임을 선언하면서, 헌법개정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의하여만 개정이 되는 성문헌법규정과는 달리 관습헌법의 경우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됨에 따라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 있으나, 아직 관습헌법이 사멸되었음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위반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면 이는 헌법개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되므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의 침해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등, 판례집 16-2하, 1, 48-50).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취지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이를 헌법개정의 시도로 볼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대통령과 국회는 헌법개정에 관한 절차준수의무가 당초부터 발생하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라는 기본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소재하는 중앙행정기관들의 기능과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당해도시가 수도에 해당하거나 혹은 서울 소재 국가기관의 분산으로 서울의 수도기능이 해체됨으로서 이 사건 법률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2)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지 여부

(가) 신행정수도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수도를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고 하여 정치․행정의 중추기능과 국가상징기능을 수도의 주요 기능으로 보았고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으로 ‘주요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들었다.

이어서 입헌국가에서 수도여부의 판단을 위해 당해 도시에 소재하여야 할 주요기관들과 기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① 수도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통한 입법기능이 수행되는 곳으로서 입법기관의 소재지라는 점은 수도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며, ② 국가의 대표기능 내지 통합기능을 담당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활동이 수행되는 장소는 국민정서상의 상징가치를 가지고 심리적으로 국가통합의 계기를 이루는 것으로 수도성 판단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나아가 ③ 수도는 정부(좁은 의미의 정부로서 행정부)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의 활동 장소로서 이러한 정부의 기능은 그것이 행사되고 현실화되는 장소에 대하여 수도적인 것의 하나의 계기를 부여한다. 다만,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다. 그 밖에 ④ 사법권이 행사되는 장소와 도시의 경제적 능력 등은 수도의 필수적인 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수도란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고, 우리 헌법에 의하면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하였다(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등, 판례집 16-2하, 1, 36-38).

이에 의하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건설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지 여부는 이전하는 중앙행정기관들이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수행하고 그 도시의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대외적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다. 다만 당해 도시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대내외적으로 국가상징의 기능 역시 수행하게 될 것이므로 전자의 기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 제16조는 제1항에서 행정자치부장관으로 하여금 중앙행정기관 등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제2항에서 통일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의 6개부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최대한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위의 6개부를 제외한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통령이 여전히 서울에 소재하므로 대통령을 직접 보좌․자문하는 기관은 이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자치부장관이 작성․고시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2005. 10. 5.)’에 의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총 49개 기관이다. 그 중 주요기관은 국무총리, 12부(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4처(기획예산처, 법제처, 국정홍보처, 국가보훈처), 2청(국세청, 소방방재청)이며 이 중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등 8부를 제외한 모든 기관들이 현재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따라서 위 계획에 의하면 서울에 잔류하는 중앙행정기관은 이 사건 법률에서 제외한 6부와 대검찰청, 경찰청, 기상청의 3청, 그 밖에 국가정보원, 국가인권위원회, 방송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각종 독립위원회와 기타 대통령자문기구들이 된다.

(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에 의하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며 이들 중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의 장은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고 법령의 집행에 관한 한 재량적 판단권이 인정된다. 또한 행정각부의 장들은 각 직무범위 안에서 대내외의 제반정책들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정책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들 중앙행정기관들을 수평적인 권한배분면에서 보면, 통일부, 외교통상부 등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기관과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그리고 여성가족부 등의 기관이 이전대상에서 제외되어, 이전기관들의 직무범위가 대부분 경제, 복지, 문화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 특히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정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기관들의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의 주요부문인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기관들은 제외되어 있다.

수직적인 면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국가통치기능은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심기능과 주변기능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국가행정기능에도 여러 층위의 의사결정구조가 있을 수 있으나, 일관되고 통일적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이루어지려면 구조적으로 최고․최후의 의사결정권이 두 개로 나뉘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여러 통치기능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상호 우열관계

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에 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주요정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국무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 그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각부의 장은 정해진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뿐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공간의 의미는 축소되고 실질적으로 정보와 정보기술을 장악하는지 여부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서로 장소적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더라도 대통령과 행정각부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수단이 확보되기만 하면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통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이 위치해있다는 점만으로는 대통령의 정책결정권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결국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소재하는 기관들이 하위의 의사결정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가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하는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라) 청구인들은 정부의 수립과 조직화의 발전단계의 측면에서 보면 정부조직이 통상 중추적인 기관부터 형성되어 점차 부수적인 기관으로 확대되었고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이전되는 중앙행정기관들은 대부분 정부조직의 초기에 형성된 것들로서 중추적인 기관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국가기관을 형성의 시간적 순서에 의하여 중추기관과 부수적 기관으로 나누는 것은 일종의 가설에 불과하고 그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한국행정기관의 형성과정을 보면 가장 초기인 1940-50년대의 행정수요는 질서유지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당시 중심부서는 경찰과 군대였으므로 서울에 잔류하는 법무부와 국방부 등의 기관들이 오히려 이전대상인 경제관련기관보다 더 앞선 기관들이었다. 따라서 정부조직의 형성사에 의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대상기관들이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마) 건설계획에 의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중앙행정기능을 주기능으로 하고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이나 기업 및 문화․국제교류시설이 추가로 이전 또는 건립될 예정이어서 인구 약 50만 명 정도의 도시로 성장할 모양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내적으로 국가의 중요정책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곳이 아니며 각국 외교사절들이 소재하여 주요 국제관계가 형성되는 장소도 아닌

상황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대내외적으로 국가를 통합하고 상징하는 장소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국가상징으로서의 기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역사와 문화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형성되는 것으로 짧은 기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울 및 수도권 인구집중 방지를 위해 여러 차례 계속되어 온 행정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라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 등이 만들어졌고 이곳으로 적지 않은 중앙행정기관들이 이전하여 상당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들 도시들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곳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국가상징의 기능에 역사적, 문화적 요소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고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상징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바) 이상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비록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건설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는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들이 소재하여 국가행정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곳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수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한다거나 수도가 서울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분할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고 그 곳으로 중앙행정기관들이 일부 이전하는 경우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신행정수도사건 결정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헌법기관이나 그 하위 조직을 모두 서울에 두어야 한다는 엄격한 요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서울에 국회와 대통령 등 상당수의 비중있는 국가기관들이 계속 소재하고 국내 최대 도시로서의 서울이 가진 정치외적인 역량과 결합하여 서울이 여전히 정치․행정의 중추기능과 국가상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에 의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국회와 대통령은 여전히 서울에 소재하게 된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입법기능을 담당하며 모든 국가작용은 헌법상의 법치국가원칙에 따라 법률에 기속된다. 따라서 행정부의 기본적인 기능이 국가정책의 수행이고 그 결과 어느 정도 국가의 기본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회에서 법률로 정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한계가 있다. 헌법제75조제95조에서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 역시 상위 규범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집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발해질 수 있도록 규정하여 이를 확인하고 있고 입법과 관련하여 제52조에서 정부에게 법률안제출권만을 부여하고 있어 정부에서 어떠한 정책방향을 결정하든 최종적으로는 국회의 입법 기능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행정권이 속한 정부의 수반으로서(헌법 제66조 제4항), 정부를 조직하고 통할하는 행정에 관한 최고책임자다. 대통령은 그 권한과 책임으로 행정과 법집행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을 하고 정부의 구성원에 대하여 최고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 이에 따라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국무위원과 행정각부의 장을 임명하고(제86조 제1항, 제87조 제1항, 제94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명할 권한(제78조)을 부여하였고, 국무총리로 하여금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도록 하였다(제86조 제2항). 또한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의 권한을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것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제88조). 따라서 국가정책의 형성과 수행에 정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대통령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이 사건 법률에 의하더라도 외교통상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주요 기관들은 이전대상에서 제외되며 대통령에 대한 각종 자문기관들 역시 서울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행정기관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한다고는 하나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화상회의와 전자결재 등 첨단의 정보기술을 활용하면 장소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불편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어떠한 지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국회와 대통령은 대내외 정책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로서 서로 독립하여 국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수행하는 통제기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신행정수도사건에서도 이들의 소재 여부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라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일부 중앙행정기관 등이 이전한다고 하여도 서울에 남아있는 기관들만으로도 국가의 대내외 정책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여 국가전체를 조직 또는 통제할 수 있으므로 서울은 여전히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다) 대통령제 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은 대내외적 활동을 통하여 전체 국민의 뜻을 모아 국가를 전체적 차원에서 통합하며 세계 각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국가발전기회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사건 법률은 통일부와 외교부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대외관계의 형성과 발전이 서울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국 외교사절들 역시 계속하여 서울에 소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역시 서울에 두어 국토방위의 임무는 물론 이를 위한 대외협력이 서울에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행정기관이 이전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서울은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거주하는 국내 제1의 거대도시로서 경제․문화의 중심지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본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위치하여 핵심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주요 대학 및 각종 연구기관들이 존재하여 연구 및 학술활동의 중심지로서 기능한다. 또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여전히 서울에 위치하여 사법기능의 핵심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위와 같은 제반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법률에 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은 대내적으로 국가통합의 계기를 이루는 국민정서상의 상징가치를 가지는 장소이면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곳으로서 국가의 상징기능을 여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라) 이와 같이 서울은 이 사건 법률에 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정치․행정의 중추기능과 국가의 상징기능을 수행하는 장소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된다고 볼 수 없다.

(4) 권력구조 및 국무총리의 지위 변경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과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및 그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기관들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거나 독립된 판단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

라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리고 각부 장관 등으로 구성되는 행정부의 기본적인 구조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으며, 대통령은 여전히 주요정책에 대한 최종결정권자의 지위를 가지며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장소적으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함으로써 직접적인 대면접촉을 통하여 이루어지던 상호의견교환기회가 줄어들고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국무총리에게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은 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긴급한 사항이나 중대하지 않은 사안의 경우 일정 정도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무총리에 대한 권한의 부여는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부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같은 지역에 위치하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에 따라서는 국무총리의 권한이 강화될 수 있으며 반대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발달된 교통과 통신기술을 통해 국무총리의 권한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권한과 위상은 기본적으로 지리적인 소재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비록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결과적으로 국무총리의 권한이 일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다른 형태의 제도로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 청구인들은 국무총리제도가 채택된 이래 줄곧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에 소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이에 대한 관습헌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소재지는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이라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러한 규범이 존재한다는 국민적 의식이 형성되었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5) 소 결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지 않고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 역시 해체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그 개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헌법상의 대통령제 권력구조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국무총리의 소재지에 대한 관습헌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관습헌법개정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며 그 결과 국민들에게는 헌법개정에 관여할

국민투표권 자체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헌법 제130조 제2항이 규정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의 침해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 헌법 제72조 국민투표권

(1)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민투표에 부쳐질 중요정책인지 여부를 대통령이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 헌법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국민의 직접적인 의사를 확인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전체적인 헌법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 제72조가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였다고 하여 이를 확인하고 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 판례집 16-1, 609, 649).

따라서 특정의 국가정책에 대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국민에게 특정의 국가정책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사건 법률이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의 후속법률로서 그 대체입법성 여부를 놓고 적지않게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전체 국민의 의사를 물음으로써 이를 종식시키는 것이 국론통합의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스럽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은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한 경우에 비로소 행사가 가능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설사 수도를 분할하는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고 집행하기 이전에 그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는 계기인 대통령의 중요정책 국민투표 부의가 행해지지 않은 이상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라. 청문권

(1) 청구인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은 국민 모두에게 이해관계가 있

는 것으로서 법률제정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반영할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청취절차를 생략하여 청구인들의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청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의회에서 공개적인 토론과 타협을 통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정하는 법률에 대하여, 그 내용이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률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사전 청문절차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다투는 것은 대표를 통하여 국민의 의사를 국가정책에 반영하는 의회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 경우 국민들은 입법절차라는 절차적 적법절차를 이미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적법절차원칙에 의하여 해석상 도출되는 청문절차에 대한 요구에 의하여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한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하는 것은 헌법체계적으로도 적절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국회는 자율적 판단에 따라 공청회나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고(국회법 제58조, 제64조), 국민은 청원권을 통하여 정부나 국회에 입법에 관한 건의를 할 수 있으며,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제도를 통하여 위헌적인 법률을 다툴 수 있으므로 법률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일정부분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해석을 통해 입법절차에서의 국민의 직접참여권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청문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국회입법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의 지위에서 적법절차에서 파생되는 청문권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들의 경우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그러한 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은 없다.

(3) 한편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에 변화가 있거나 서울시에 여러 가지 행정상 특례를 인정한 법령들이 개폐되는 것도 아니므로, 서울시 공무원과 시의회의원인 청구인들의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받는 불이익은 단지 중앙행정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음으로 말미암아 가질 수 있었던 행정상 편의가 일부 감소되는 것에 불과하여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야할 적법절차원칙상의 요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폐치․분합되거나 명칭 또는 구역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므로 지방자치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서울시 공무원 또는 시의회의원인 청구인들의 경우에도 기본권으로

서의 청문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마. 평등권

(1) 통상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지역의 경우 새로운 도시건설로 인한 생활환경의 변화, 도시화 및 행정기관의 이전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기회의 확대, 부동산 가격의 변동 등의 효과가 발생하리라는 점이 예상되며, 일부 청구인들은 이러한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 혜택으로부터 배제된 것을 차별적인 불이익으로 보아 평등권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됨으로써 예정지역 또는 주변지역의 주민이 받는 효과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규정들에 의하여 이를 확정하고 이익 또는 불이익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시건설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건설이 완료된 후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결과들을 혜택 또는 불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은 각 개인이 처한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 어떠한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법률의 제정과정을 보면 정부에서 신행정수도사건 결정에 대한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존 신행정수도 이전지역으로 결정되었던 연기․공주 지역의 입지적 우위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해 지역이 건설예정지로 선정된 것이고 과거 신행정수도 건설 예정지역 선정은 각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지역을 충청권으로 보고 그 중 가장 적합한 지역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음부터 다른 지역에는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단지 예정지역 또는 주변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어떠한 차별적인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역 선정에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침해의 가능성 역시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바. 청구인들의 기타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청구인들은 납세의무자인 국민은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헌법 제37조 제1항)으로서 자신이 납부한 세금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감시하고 그 사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잘못된 사용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주요행정기관의 분산배치로 말미암아 행정기능과 업무효율이 저하되고 수도권과 충청권의 통합성장에 따른 국토불균형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여 수도권과밀해소를 통한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강화라는 목적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법률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로 말미암아 여러 부작용과 폐해가 발생하여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실보다는 엄청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청구인들의 예상이 전혀 근거가 없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상 조세의 효율성과 타당한 사용에 대한 감시는 국회의 주요책무이자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어(헌법 제54조, 제61조) 재정지출의 효율성 또는 타당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여는 선거를 통한 간접적이고 보충적인 것에 한정되며, 재정지출의 합리성과 타당성 판단은 재정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정책판단의 영역으로서 사법적으로 심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재정지출에 대한 국민의 직접적 감시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게 되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정부의 모든 행위를 개별 국민이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재정사용의 합법성과 타당성을 감시하는 납세자의 권리를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침해의 가능성 역시 인정될 수 없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에 의하면 과다한 재정지출이 발생하고 그 재원조달을 위해 조세부담이 과도해짐에 따라 재산이 감소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므로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세의 부과․징수는 국민의 납세의무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침해가 되지 않고 다만 그로 인해 납세의무자의 사유재산에 관한 이용, 수익, 처분권이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는 경우에만 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헌재 1997. 12. 24. 96헌가19 등, 판례집 9-2, 762, 773). 이 사건 법률에 직접 국민에게 납세의무나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세나 부담금에 관한 규정은 없으며, 이 사건 법률 제45조 회계의 세입과 세출 규정에 의하면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특별회계의 세입항목에는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로부터의 전입금뿐 아니라 국가기관 매각대금, 사업시행자에 대한 사업자금 출자 및 융자로 인한 수입금 등이 같이 포함되어 있어 이 사건 법률만으로는 국민 개개인에게 세부담이 얼마나 증가될지 여부조차 알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로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재산권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3)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로 말미암아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기업은 경제적으로 유․무형의 타격을 입게 되었고 안보상의 불안이 커졌으며 중앙정부에 출입하려는 국민들은 충청권으로 가야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어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업의 단순한 이윤추구의 기회나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기대나 희망 자체는 재산권 기타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안보상황에 대한 확신이나 중앙정부에 출입하는 수도권 주민이 가졌던 지리적 이점 역시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여 기본권으로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서울시 의회의원과 공무원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서울시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어 공직수행과정에서 종전에 누렸던 지위와 권리가 축소․훼손됨으로써 공무담임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긴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서울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하여 특정 개인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청구인들은 나아가 이전대상이 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및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직업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무하는 기관의 이전으로 소속직원이 어떤 불이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적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본권과 관련되는 법적 불이익으로는 볼 수 없어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5)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이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판력 또는 기속력에 반하는 위헌인 법률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수도가 이전되거나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신행정수도사건 결정의 기판력 또는 기속력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이 탈법행위 금지의 법리 또는 합리성 법리에 위반되

거나 돌출입법 또는 헌법상의 근거가 없는 무적법률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결국 이 사건 법률로 말미암아 수도가 분할되거나 서울의 수도기능이 해체되어 불합리하며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사. 소 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은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청문권, 평등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과 아래 6.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우리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가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과 그 이유 중 다음에서 설시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는 동의한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이 신행정수도사건에서 판시한 관습헌법에 위반되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지 않고,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 역시 해체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은 관습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그 개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 법률에 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거나 서울의 수도로서의 기능이 해체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수긍하지만 그에 앞서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고, 설령 이를 인정하더라도 관습헌법을 변경하려면 반드시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지 아니한다. 그 이유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2004. 10. 21. 선고한 2004헌마554 신행정수도사건의 결정문 중 반대의견에 설시된 논거를 원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수의견과 다른 이유로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6.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의 위헌의견

Ⅰ. 본안심리의 정당성

우리는 이 사건 청구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판단에 들어가 이 사건 법률에 대하여 위헌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사건 법률은 이미 위헌으로 선언된 신행정수도법의 대체 법률로서 양자 사이의 동일성 내지 유사성이 별 어려움 없이 쉽게 간취된다. 따라서 이 법률도 신행정수도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인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은 적법요건의 심사단계에서도 벌써 드러난다. 기본권을 침해할 개연성의 존재는 최소한 두 개의 법률을 형식적으로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의 선고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그것과 동일 내지 유사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이 사건 법률이 다시 입법되었다는 것은 헌법의 준수, 헌법의 권위 그리고 헌법재판의 효력과 관련하여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법률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권을 침해할 최소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상, 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의 심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그 위헌 여부를 해명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건 소원을 각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Ⅱ. 위헌의 논리

우리가, 이 사건 법률이 위헌의 가능성을 내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단순한 가능성의 정도를 넘어서 완연히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 헌법상으로 수도의 문제는 헌법유보사항이고 그것도 기본적인 중요성을 갖는 중요한 헌법사항이라는 것, 그리고 서울을 수도로 정한 것은 관습헌법이므로 수도의 이전 내지 변경은 헌법개정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이미 선례(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등, 판례집 16-2하, 1을 가리킨다. 이하 ‘선례’ 라고 부른다)에서 분명히 밝혀진 것이다.

여기서 헌법사항이 되는 수도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수도의 선정이나 이전의 문제뿐만 아니라 단일(單一)한 수도를 둘 것인지 또는 복수(複數)의 수도를 둘 것인지 여하의 결정 문제도 포함한다. 원래 수도는 한 곳에 둘 수도 있고 여러 곳에 나누어 둘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중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의 결단은 수도의 위치 선정에 선행(先行)하여 결단되어야 할 사항이므로 우리 나라와 같은 입헌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의 의사로 이를 결정할 수밖에 없

는 것이다. 수도의 복수화(複數化)에는 기존의 단일수도를 나누어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수도를 만드는 것, 즉 수도의 분할도 포함한다. 결국 수도의 분할 문제는 수도의 선정이나 이전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는 헌법유보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이라는 단일수도를 분할하여 복수의 수도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유보사항의 변경이므로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을 수도로 정하고 있는 우리의 관습헌법(慣習憲法)의 이면에는 서울이라는 도시 하나만을 수도로 정한다는 소위 단일수도의 설정에 관한 결단이 선행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바꾸어 복수의 수도를 설정하는 것은 헌법의 개정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는 행정도시(이 사건 법률의 이른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가리킨다. 이하 같다)의 건설과 운영이 수도의 분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데, 행정도시의 건설과 운영은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바와 같이 수도의 분할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의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에 의하여 국민이 결단할 사항인 수도의 분할 문제, 그리고 관습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의 단일수도를 분할하여 복수의 수도로 변경하는 헌법개정문제를, 법률만으로 처리하여 버림으로써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에 참여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이 “수도를 분할하는 것이 아니어서” 기본권침해의 개연성조차 없다고 보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Ⅲ. 위헌의 구체적 논증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사건에서는 행정도시의 건설과 운영이 수도의 분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위헌 논증의 핵심 쟁점이 되므로 이하에서 이 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가. 수도의 기능과 그 분할

(1) 수도의 기능

선례는 수도에 관하여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이러한 헌법기관들 중에서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 그리고 행정을 통할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이 두 기관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

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앞의 판례집, 37-38).

이것은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만이 수도로 인정되기 위한 유일한 요건이라는 취지는 물론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선례가, “대통령과 국회가 소재하지 않는 곳은 (절대로) 수도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것은 아니다.

선례는, 대통령과 국회까지 신행정수도(신행정수도법에 의하여 건설예정이던 신행정수도를 가리킨다. 이하 같다)로 옮기는 마당이라면 이것은 수도의 이전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단지 통상적인 의미의 수도가 수행하는 여러 기능의 하나로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를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수도는 정치나 행정의 장소적 중추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소재하고 나아가 행정각부가 소재하여 정치와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을 말한다.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행정각부 등 3개 기관 모두의 집중적인 소재가 기능적 측면에서 수도의 요건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례도, 수도에 관한 그 설시의 말미에서 “요컨대 수도란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짓고 있는 것이다.

(2) 수도의 분할

결국 수도에 관한 선례의 이러한 설명들은, 단일한 수도임을 전제로 하여, 수도가 갖는 여러 기능 중의 일부를 열거하면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단일한 수도가 아니라 복수의 수도일 경우에는 위에서 열거한 수도의 여러 기능이 복수의 도시에서 분산되어 수행될 것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선례가 언급한 중추기능이라는 것은 의사의 결정․지휘․통제의 중심적 작용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러한 작용은 개념상으로나 실제상으로나 분할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정치적 중추기능과 행정적 중추기능 사이의 상호 분할이 가능하고 행정중추기능 자체의 분할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정치나 행정의 중추기능을 장소적으로 분할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곳에 몰려 있던 중추기능의 담당기관을 너무 여러 곳에 분산시킴으로써 중추라는 의미의 소실을 가져오지 않는 한, 예컨대 두 곳 정도로 그 담당기관의 소재를 분산하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를 별론으로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통상적인 경우에는 정치와 행정의 수행이 한 곳의 수도에서 집중

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예외적으로 국가와 시대에 따라서는1)정치와 행정이, 또는 행정 중의 일부와 그 나머지의 다른 일부가,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즉 복수의 수도에서, 수행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소적 분리는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문제는 분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누가, 어떻게 행사하느냐 하는 것뿐이다. 군주독재의 국가라면 군주에게, 입헌민주국가라면 국민에게 그 권한이 귀속된다.

(3) 수도분할 여부의 기준

「수도란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는 것」이므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의 분산정도가, 수도가 분할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행정각부처의 소재지는 그 곳에서 수행되는 기능이 국가의 전체 행정기능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수도의 지위를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선례가「정부의 기능은 그것이 행사되고 현실화되는 장소에 대하여 수도적인 것의 하나의 계기를 부여한다.」라고 판시한 것(앞의 판례집, 37)은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의 문제는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정각부처의 이전이, 정치나 행정의 중추라는 수도기능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는가 하는 것에 귀착된다.

(4) 수도기능의 분산유형

수도기능의 분산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행정각부 또는 그 산하기관의 일부를 소규모로 여러 곳에 개별적으로 분산시키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각부와 그 산하기관 모두를 대통령과 의회가 소재하는 수도로부터 분리하되 개별적으로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행정각부의 상당부분을 수도 이외의 다른 도시 한 곳에 집중하여 대규모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첫째 형태는 수도의 복수화를 가져올 정도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아 이를 논외로 쳐도 좋을 것이다. 둘째 형태 역시 수도의 복

수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 수도의 수도적 지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라면 수도의 해체라는 관점에서 헌법상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첫째 형태와 마찬가지로 수도의 복수화 문제는 일으키지 않으므로 논외로 쳐야 할 것이다.

결국 셋째 형태, 즉 행정각부의 상당부분을 기존의 수도 이외의 다른 도시 한 곳에 집중하여 대규모로 이전시키는 형태만이 수도의 복수화 여부의 문제를 야기한다.

원래 수도의 복수화에는 신생국가가 처음으로 수도를 결정하면서 복수의 수도를 설정하는 경우와 기성의 국가가 기존의 수도를 대규모로 분할하여 복수의 수도를 만드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이 사건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이 사건에서의 수도의 복수화는 기존의 수도 ‘서울’을 대규모로 분할하는 것의 결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이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처 중 상당수를 이전시키는 것이 수도의 분할을 초래할 정도로 수도기능을 대규모로 분할하는 것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나. 이 사건 법률의 내용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법이 2004. 10. 21.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사건에서 ‘선례’라고 부르는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후 그 후속대책으로 제정되었다.

그 제16조 제1항은「행정자치부장관은 중앙행정기관등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계획 … 을 수립하여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통일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이하 ‘6개부’라 한다)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서 ‘중앙행정기관등’이라 함은 대통령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을 의미하고(이 사건 법률 제2조 제1호), ‘행정중심복합도시’(이 사건에서 ‘행정도시’라고 부르는 것)라 함은 위 이전계획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등을 이전시킴으로써 행정기능이 중심이 되는 복합도시로 새로 건설되는 도시를 가리키며, 그 예정지역은 충청남도 연기군 및 공주시의 지역 중에서 지정하도록 하였다(이 사건 법률 제11조 제2호).

이에 의하면 국회와 대통령 그리고 6개부는 서울에 남게 되고 국무총리와 12부 4처는 행정도시로 이전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정치․행정기능은 서울과 행정도시 두 곳으로 분산된다.

다.헌법유보사항에 대한 이 사건 법률의 조치가 위헌인지 여부

(1)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

이 사건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서울에 국회가 소재하므로 서울은 여전히 입법기능이 수행되는 곳이고 또 대통령도 서울에 위치하여 국가의 대표기능 내지 통합기능을 수행하므로 서울은 계속하여 정치의 장소적 중추로 남는다.

한편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서울에 위치하고 통일부 등 6개부도 서울에 위치하므로 서울은 국가행정에 관하여 여전히 장소적 중추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서울은 의연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수행하는 도시, 즉 수도로서의 지위를 잃지 아니한다.

(2) 행정도시의 수도로서의 지위

(가)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행정기능

행정도시에서는 ① 경제(재정경제부) ② 교육 및 학술(교육인적자원부) ③ 과학기술(과학기술부) ④ 문화․예술․광고․출판․체육 및 관광(문화관광부) ⑤ 농산․축산(농림부) ⑥ 상업․무역․공업․에너지 및 지하자원(산업자원부) ⑦ 정보통신․우편(정보통신부) ⑧ 보건위생․사회보장(보건복지부) ⑨ 환경보전(환경부) ⑩ 근로자 보호(노동부) ⑪ 건설․교통(건설교통부) ⑫ 수산․해양(해양수산부) ⑬ 예산(기획예산처) ⑭ 법제(법제처) ⑮ 국정홍보(국정홍보처) (16)보훈(국가보훈처) 등 실로 광범위한 행정사무가 처리된다(정부조직법 제23조 내지 제25조, 제27조 내지 제44조 참조).

이처럼 광범위한 국가행정의 분야에 관하여 해당 행정각부의 장관이나 처장은 각기 그 소관 분야에 관하여 정책을 결정․조율하고 그 집행을 지휘․감독하는 기능을 행정도시에서 수행하게 된다.

나아가 국정전반의 행정업무(서울의 것과 행정도시의 것 모두를 포함한다)에 관하여 국무총리가 행하는 정책조정과 통할의 기능(정부조직법 제19조 참조)도 행정도시에서 수행된다.

(나)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행정기능의 비중

① 우선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를 살펴볼 때 행정각부처 중 73%{=(12+4)/(18+4)×100}가 행정도시에 소재하고 그 분야도 국방과 외교 등을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 걸치므로 행정도시에서 수행되는 행정기능은 전체 국가행정기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② 그 동안 우리 나라는 경제개발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국가행정의 총력을 경제발전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더구나 오늘날 국가행정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어 경제는 가장 중요한 행정분야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경제분야의 행정을 관장하는 모든 부처를 행정도시에 위치시키고 있고 정부의 경제활동을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획예산처까지 행정도시에 위치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행정기능은 그 내용상 전체 국가행정사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③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서울에 잔류하므로 최종적인 국정통할기능은 서울에서 수행된다. 그러나 행정도시에 위치하는 국무총리는 정부의 제2인자로서 제1차적인 국정통할기능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권한의 대행권, 국무위원과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임면관여권, 대통령의 국무행위에 대한 부서권한, 국정 전반에 대하여 총리령을 발포할 권한 등이 있어 그가 수행하는 행정기능의 비중은 매우 크다.

특히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행정기능에 대한 관계에서는, 지리적으로 이격되어 있는 대통령보다 현장에 위치한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발달된 수준의 정보통신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그것이 장소적 이격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무총리가 행정도시에 위치하게 됨에 따라 국정통할기능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 종전보다 한층 강화된 비율로, 행정도시에서 수행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④ 위와 같이 대부분의 행정부처가 행정도시에 위치하게 된다면 이는 국무위원의 대부분이 행정도시에 위치함을 의미하고 그 결과 정부의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의 기능(헌법 제88조, 제89조)이 상당부분 국무총리의 주재로 사실상 행정도시에서 수행되게 된다.

⑤ 2005년도 각 기관별 예산액을 보면 서울(과천 포함)에 잔류하는 기관의 예산 합계액은 55조 7,497억 원, 행정도시로 이전할 기관의 예산 합계액은 132조 3,794억 원, 대전청사에 있는 기관의 예산 합계액은 4조 1,211억 원, 기타 지방에 소재하는 기관의 예산 합계액은 1조 2,232억 원이다. 이들이 전체 예산총액 193조 4,734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 29%, 행정도시 68%,

대전 2%, 기타 1%이다(

〔별지 4〕참조). 대전의 행정기능은 행정도시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포함하면 국가행정예산의 대략 70%가 행정

도시권에서 집행의 지휘를 받는다. 그렇다면 행정기능의 3분의 2 정도가 행정도시에서 수행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다) 행정도시에서 수행되는 행정기능의 비중에 대한 평가

이상의 검토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① 행정도시에서 수행되는 행정기능은 보조기관이나 말단의 행정관서가 단순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수준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관이나 부처의 장이 보조기관의 도움을 받아 정책의사를 결정하고 관련부처와 협의하여 정책을 조정하며 정책의 집행에 필요한 법률안과 예산안을 만들고 나아가 정책의 집행을 지휘, 감독하는 최고수준의 고차원의 것을 포함한다.

② 국무총리가 수행하는 국정통할의 기능은 국정전반에 걸쳐 정책의 결정과 조정 그리고 정책의 집행에 관한 전반적인 감독을 하는 것이므로 이는 당연히 최고수준의 고차원의 행정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국무총리와 행정각부(6개부 제외)의 장관 및 부처의 장들이 수행하는 행정기능은 행정업무의 주변적 사항이나 기계적 사항 또는 단순한 조사나 연구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정책사항과 중점사항에 대한 정책결정과 조율 그리고 지휘․감독에 관한 것이므로 이것을 중추적 기능이 아니고 주변적 기능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의 장관 등이 대통령의 통할 하에 있고 일정한 경우 대통령이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추기능이라는 것은, 최고의 제1인자가 행하는 최종적 결단과 지휘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에 이르기 전의 과정 중에서 중요한 핵심을 이루는 부분을 가리키거나 또는 양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라고 하는 사실은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처의 장들을 행정의 중추라고 인정하는 데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행정도시에 위치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규모의 방대함, 그들이 담당하는 행정분야의 광대함, 그들이 행사하는 권한의 막중함, 그들이 집행하는 국가예산의 방대함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행정분야에 관한 한 그 기능의 중추는 대부분 행정도시로 이전된다고 보는 것이 사리상 당연하다.

그렇다면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행정기능은 행정의 중추기능에 해당한다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라)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정치기능

행정과 정치는 상당한 범위에 있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으므로 적어도 그 범위 안에서는 행정기능의 수행은 동시에 정치기능의 수행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의 장관은 소관사무에 관한 정책의 입안과 결정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정치와 연계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국무위원의 입장에서는 그 소관 행정업무와 관계 없이 국가의 모든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고, 국회의 입법과 예산안심의과정 등에서 국회와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정책조정의 형식으로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한다.

더구나 행정국가의 성격이 강화되는 현대국가의 속성과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행정도시에서 수행될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처의 장이 수행하는 위와 같은 정치적 기능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나아가 외국정부나 외교사절들도 관련 행정부처가 소재하는 곳에서 관계기관과 외교적 교섭을 하게 되므로 외교기능의 상당부분이 다양한 형태로 행정도시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러 형태의 외교창구가 행정도시에 점차로 등장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외교적 기능은 실무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국가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결국 행정도시에서 수행되는 정치적 기능도 그 소관 행정분야에 관한 한 상당한 정도로 중추적 기능의 일익을 담당한다.

(3)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수도의 분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서울에서는 정치적 중추기능의 상당부분과 행정적 중추기능의 일부가, 그리고 행정도시에서는 행정적 중추기능의 대부분과 정치적 중추기능의 상당부분이 수행되기에 이른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은 우리 나라의 수도를 서울과 행정도시의 두 곳으로 분할하는 수도분할의 의미를 갖는다.

(4)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의 침해

헌법의 개정은 국회의 의결(헌법 제130조 제1항)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2항․제3항). 그러므로 국민은 국민투표를 통하여 헌법개정의 가부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고 이는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이다.

따라서 헌법개정에 의하여서만 변경할 수 있는 기본적 헌법사항, 즉 헌법유보사항을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여 처리하고 마는 것은 국민투표에 참여할 국

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배제, 박탈하여 이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수도분할은 국민이 헌법개정절차를 통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기본적 헌법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은 관습헌법에 의하여 우리 나라의 단일한 수도로 결정된 곳이다. 따라서 기존의 단일수도인 서울을 서울과 행정도시의 두 곳으로 분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은 이러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국회의 입법만으로 이를 처리함으로써 청구인들이 국민으로서 갖고 있는 정치적 기본권인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

라.이 사건 법률과 신행정수도법의 실질적 동일성에 따른 위헌

(1) 이 사건 법률과 신행정수도법의 관계

이 사건 법률은 선례에 의하여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으로 선언된 후 정부가 종전에 추진해 오던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 법률은 신행정수도법과 그 체제나 내용에 있어서 대부분 동일하다. 다만 제2조 제1호와 제16조에서 이전범위를 축소한 것 정도가 실질적인 차이에 해당한다.

이 사건 법률의 내용에 의하면 행정도시의 예정지역은 현재 충남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대 2,210여 만 평이고 주변지역은 약 6,800만 평이며 예정 인구는 약 30~50만 명 정도이고 예정된 정부재정지출은 공공건물 건축비용과 광역교통시설비용이 8조 5천억 원이다(이 사건 법률 제51조 참조). 이는 종전에 신행정수도법에 의하여 추진되던 것과 지역이 거의 동일하고 규모도 크게 다르지 아니하여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잠시 중단되었던 종전의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을 다시 진행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은 위헌으로 결정된 신행정수도법을 계승한 것으로서 그 실질적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 즉 이전대상 국가기관의 축소가 이 법의 성격을 본질적으로 변경시킨 것이 아닌 한, 신행정수도법과 동일한 위헌성을 갖게 된다.

(2) 대상기관의 축소에 따라 위헌성이 제거되었는지 여부

신행정수도법에 의하더라도 반드시 모든 국가기관이 신행정수도로 이전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국가기관이 아닌 주요국가기관이 이전대상이었고 정부에 속하지 아니하는 헌법기관에 관하여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제외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신행정수도법 제6조

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행정수도의 수도적 지위에 의심이 없었던 것은 신행정수도의 개념정의 자체를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라고 규정한 신행정수도법 제2조 제1호가 그 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신행정수도법에 의한 수도이전도 수도의 전면적 이전만을 예정한 것이 아니라 수도의 분할도 그 가능성의 하나로 예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 법률이 일부 기관을 이전대상에서 제외하긴 하였지만 행정도시가 정치․행정의 대부분 또는 상당부분의 중추기능을 수행하여 수도의 지위를 가진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본 바이므로 이러한 논리에 입각한다면 이 사건 법률이 비록 이전대상기관을 일부 축소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위헌성을 배제시킬 만큼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그것은 위헌성을 호도하는 형식적 분식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그것이 가지고 있던 위헌성을 그대로 대유하는 결과가 된다.

이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은 위헌을 면할 수 없다.

마.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청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인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Ⅳ. 여 론

수도의 분할은 비유컨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따로 노는 것과 같은 사태를 자칫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도가 갖는 정치나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약화, 마비, 훼손한다. 정치나 행정작용의 중추점이 모호하여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된 국토의 통일을 실현하며 나아가 냉혹한 국제경쟁 속에서 국민의 분열을 막고 민족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생존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그 추진력의 지정학적 중심점이 되는 수도를 분열시켜 정치나 행정의 중추를 흔들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지역에서의 득실의 중요성보다도,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한강유역 일대가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무게의 중요성을 더욱 신중히 고려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고려를 한 뒤에도 여전히 수도를 분할하여야 할 당위성이 존재한다고 믿어 그러한 분할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먼저 국민적 합의의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할은 국민의 합의가 그러한 방향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형성될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

에 관하여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적법한 절차라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와 같은 헌법개정의 절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헌법개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도를 분할하는 이 사건 법률은 위헌인 것이고 이로 말미임아 국민투표를 통하여 헌법개정절차에 참여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별지 1〕 청구인 명단:생략

〔별지 2〕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2005. 3. 18. 법률 제7391호):【심판대상법률】참조

〔별지 3〕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서울특별시장 및 과천시장의 의견

대체로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으며 추가로 다음을 주장하고 있다.

(1) 이 사건 법률은 국무총리를 위시한 중앙부서의 대부분을 한꺼번에 특정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치수도를 서울에 남겨두고 행정수도를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며 법이 금지하는 바의 실질을 그대로 둔 채 이름을 바꾸어 행하는 것을 금하는 탈법행위 금지의 법리에 위반된다.

(2)헌법 제120조 제2항은 국가로 하여금 국토와 자원의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는 국토전체에 대하여 먼저 국토종합계획을 세운 다음 그에 맞추어 각 지역별로 조

화를 이룰 수 있는 부분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에 의하면 충청권에 국가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 국토의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한 종합계획의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위 헌법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국토 전체의 통합적인 계획에 따른 국토개발절차에 위반되는 돌출적인 입법으로서 헌법 제120조 제2항에 위반된다.

(3)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수도권의 인구감소효과나 교통혼잡감소효과는 매우 미미하며 오히려 수도권과 충청권간 교통량의 증가, 국정운용시스템의 불안정 또는 수도권발전의 저해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약화 등의 문제가 예상되어 수도권의 과밀해소와 국가경쟁력 제고에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법으로서 헌법상의 합리성 법리에 반한다.

(4)국회의 입법권은 무제한이 아니며 헌법이 ‘법률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여’와 같이 명문규정으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는 86개의 사항에 대하여만 입법이 가능하다. 이 사건 법률과 같이 국가정책의 중대한 변경에 해당하는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언급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개정을 통하여 입법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입법근거가 없는 무적법률로서 위헌이며 무효이다.

(5)이 사건 법률은 기본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는 절차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의 이전과 행정도시 건설청과 같은 기관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어 체계정당성을 상실하였고, 입법절차적으로도 정부가 작성한 법안을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피하기 위하여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예정된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상임위원회의 제대로 된 법안심사 없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하는 등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나.법무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의의견

(1)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국회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비기속설이 독일의 경우 다수설이며 연방헌법재판소 제1부의 견해이기도 하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법률이 이미 위헌 선언된 신행정수도법과 동일입법인지 여부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설사 기속설의 입장을 취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

률은 그 목적이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하여 행

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국가중추기능을 분산하기 위하여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구별되고, 그 결과도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기관은 그대로 서울에 두고 정부부처 중 12부 4처 2청만을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여 이전 법률과 전혀 다르다.

또한 수도의 분할은 수도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 요소를 분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도 과천에 다수의 정부부처가 소재하고 있는 현실과 이전대상 12개부 중 8개부가 과천에서 이전하는 점 그리고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정부부처의 소재지가 수도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요소가 된다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과천에 정부부처들이 이전됨으로서 이미 사멸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수도의 분할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수도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결정적 요소가 되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이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하면 이들이 여전히 서울에 소재하고 여기에 더하여 그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최소한의 보좌기관과 함께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국가기관인 외교․국방 등 정부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소재하게 되므로 서울이 수도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국무총리 및 정부부처의 소재지는 수도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독자적이고 결정적인 요소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않으므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연기․공주지역이 또 하나의 수도가 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에 의하면 수도가 분할되지 않으므로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3) 국무총리와 행정각부의 위치는 헌법적으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아니며 행정기능의 효율적 행사와 관련하여 결정될 사항일 뿐이다. 심지어 헌법은 구체적으로 행정각부로서 어느 부를 설치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얼마든지 장소의 이격성을 극복하고 원활하게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물리적인 거리는 헌법적으로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국무총리와 행정의 중추기관들이 대통령과 같은 지역에 소재하여야 한다는 관습헌법의 존재는 인정되지 않는다.

국무총리는 소재지에 관계없이 여전히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정부부처를 통할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이 사건 법률은 국무총리에 대하여 소재지를 대통령과 다른 곳에 위치하도록 하고 있을 뿐 독립하여

일정한 업무를 처리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거나 국무총리에 대하여 독자적 권한을 부여한다고 할 수 없다.

(4)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은 대통령이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한 경우 이에 참가하여 표결을 행사할 권리를 말하며 헌법상 국민투표 부의 여부는 대통령의 임의적이고도 독점적인 권한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는 적용될 수 없다. 설사 그러한 법리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이 도모하는 수도권 집중의 해소와 지역간 불균형 해소 등의 공익을 생각하면 그러한 일탈․남용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시킴으로써 국회에 의한 법률 제․개정을 봉쇄하여 국회입법권을 잠탈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그 재량에 의하여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법률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

(5) 우리 헌법은 납세자의 기본권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일본에서 일부 이를 주장하는 견해들이 존재할 뿐이고 미국의 경우 이를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후 여러 판례들을 종합해보면 납세자로서 특정한 구체적 손해나 위험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일반국민의 일반화된 불만에 대한 주장만으로는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 헌법은 재정에 관한 의회통제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 재정에 관한 국민의 직접통제를 위하여 납세자 기본권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설사 이러한 기본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은 구체적인 재정 지출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직접성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어 그에 따른 건설비용 등 재정지출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전체의 부담이지 청구인들만의 부담은 아니며 이 사건 법률이 특히 청구인들에게 직접 납세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재산권의 사용․수익․처분에 제한을 가하는 등 어떤 침해도 하지 않는 이상 자기관련성 또는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6) 청문권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관하여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있어서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은 청구인들의 사실적, 반사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등 법적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연기․공주지역에 거주하는 청구인들의 경우 일부 권리의 제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행정청의 별도 집행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이 사건 법률에 대한 청문권을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서울시 의회 의원이나 서울시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경우에도 법적 지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그 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설사 청문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률의 제정과정에서 수많은 공청회, 토론회, 간담회를 통해 적극적인 대국민홍보와 여론수렴을 실시하였으므로 충분한 청문절차가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 밖에 실질적으로 정부에 의한 입법임에도 불구하고 의원입법에 의하였으며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부의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7) 평등권 침해와 관련하여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려면, 비교집단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법규정이 위헌으로 선고되어 혜택이 제거되는 경우 비교집단과의 관계에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향상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에 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지역이 연기․공주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가 제거된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그러한 도시가 건설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또는 가능성에 불과하고, 실제 당해 지역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이로써 받는 혜택은 생활편의의 증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반사적, 사실적, 간접적, 경제적 이익에 불과하여 어떠한 법적 지위에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없다.

또한 청구인들 중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없고, 공공기관 종사자 역시 어느 기관에 근무하는지가 불분명하여 이 사건 법률로 인하여 주거를 이전하거나 근무지를 이전해야할 청구인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직업수행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공공기관의 이전의 경우 이 사건 법률은 단지 이전을 선언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이전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직접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서 받고 있던 영업․기업활동의 이익 역시 반사적, 사실적, 간접적, 경제적 이익에 불과하여 기본권으로 보호될 수 없다.

서울시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경우에도 종래 수도의 의회의원 및 공무원으로서 누리는 지위와 권리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서울

시의 수도성에 변화가 없으므로 이들은 종전과 동일한 공무를 수행할 수 있고 따라서 공무담임권이나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가 없다.

(8) 설사 평등권, 직업의 자유 등 위의 기본권들의 제한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청구인들이 받는 불이익의 미약함 그리고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크기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은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대전광역시장, 충청남도지사, 충청북도지사의 의견

대체로 법무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의 의견과 같다.

라. 경기도지사의 의견

청와대와 행정기관이 전부 이전하는 것을 비롯하여 사실상의 천도를 의미하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행정기관이 부분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은 여야간의 심도있는 논의와 타협을 거쳐 여야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하여 합의에 이른 후 국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통과된 국민의 의사로서, 선거를 앞두고 행해진 여․야간 정략적 타협의 산물로서 그 입법과정에 대하여 야당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한 신행정수도법과는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양자는 그 내용과 절차에 있어서 동일시 할 수 없다.

〔별지 4〕

중앙행정기관등의 예산 현황 (2005년도)
  
소재
예  산
 
금액(억 원)
비율(%)
1
대통령비서실
서울
593
0.0306
2
대통령경호실
서울
587
0.0303
3
국가안전보장회의
서울
51
0.0023
4
국가정보원
서울
4,088
0.211
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
131
0.006

  
소재
예  산
 
금액(억 원)
비율(%)
6
국민경제자문회의
서울
17
8.786
7
감사원
서울
755
0.039
8
국무총리실
행정
2,940
0.151
9
재정경제부
행정
189,205
9.779
10
교육인적자원부
행정
279,820
14.462
11
통일부
서울
5,943
0.307
12
외교통상부
서울
9,011
0.465
13
법무부
서울
17,191
0.888
14
국방부
서울
231,923
11.987
15
행정자치부
서울
220,661
11.405
16
과학기술부
행정
18,719
0.967
17
문화관광부
행정
12,441
0.643
18
농림부
행정
161,965
8.371
19
산업자원부
행정
49,183
2.542
20
정보통신부
행정
60,084
3.105
21
보건복지부
행정
92,143
4.762
22
환경부
행정
43,853
2.266
23
노동부
행정
8,254
0.426
24
여성가족부
서울
6,438
0.332
25
건설교통부
행정
289,391
14.957
26
해양수산부
행정
46,713
2.414
27
기획예산처
행정
32,138
1.661
28
법제처
행정
146
0.007
29
국가보훈처
행정
22,379
1.156
30
중앙인사위원회
행정
932
0.048

  
소재
예  산
 
금액(억 원)
비율(%)
31
공정거래위원회
행정
348
0.017
32
국정홍보처
행정
745
0.038
33
국세청
행정
9,997
0.516
34
관세청
대전
3,147
0.162
35
조달청
대전
1,665
0.086
36
통계청
대전
2,458
0.127
37
병무청
대전
1,306
5.168
38
경찰청
서울
58,339
3.015
39
소방방재청
행정
2,398
0.123
40
기상청
서울
1,380
0.071
41
문화재청
대전
3,415
0.176
42
농촌진흥청
기타
4,875
0.251
43
산림청
대전
10,711
0.553
44
중소기업청
대전
16,259
0.840
45
특허청
대전
2,250
0.116
46
식품의약품안전청
기타
1,200
0.062
47
해양경찰청
기타
6,157
0.318
48
방송위원회
서울
5
2.584
49
국가인권위원회
서울
204
0.010
50
부패방지위원회
서울
180
0.009
총 계
1,934,734
※ 서울:서울에 잔류
행정:행정도시로 이전
대전:대전청사 소재
기타:기타 지방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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