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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7. 10. 4. 선고 2006헌바91 결정문 [구 택지개발촉진법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가 ○ 현 외 155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신창언 외 1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누219 택지개발예정지구지정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대한주택공사가 2004. 4. 7. 서산 ○○ 2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을 제안하자 건설교통부장관은 2004. 12. 31. 건설교통부고시 제2004-463호로 용도지역이 도시지역(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된 서산시 ○○동 일대 토지 237,000㎡(72,000평)(이하 ‘서산 ○○ 2지구’라 한다)에 대하여 계획인구를 5,270인, 세대수를 1,700세대로 하여 서산 ○○ 2지구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고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이 된 서산 ○○ 2지구 내의 서산시 ○○동 일원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자들이다.

(3) 청구인들은 서울행정법원 2005구합8016호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5. 12. 1. 기각되었고, 이에 서울고등법원 2006누219호로 항소를 제기하였다. 청구인들은 위 항소심 소송계속 중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구 택지개발촉진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위헌제청신청(2006아97)을 하였으나, 2006. 10. 25. 당해 사건의 법원은 위 제청신청을 기각함과 동시에 당해 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는 한편, 2006. 11.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청구인들은 구 택지개발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개정되고, 2005. 5. 26. 법률 제75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전체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2조 제1호, 제3호, 제3조 제1항, 제3조의3 제1항 본문 이외의 나머지 조항들은 당해 소송에서 적용되지 않거나 청구인들이 그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다투고 있지 않으므로 위 조항들은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2)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은 구 택지개발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개정되고, 2005. 5. 26. 법률 제75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3호, 제3조 제1항, 제3조의3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으로 한다.

[심판대상조항]

1. “택지”라 함은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개발․공급되는 주택건설용지 및 공공시설용지를 말한다.

3. “택지개발예정지구”라 함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지역과 그 주변지역중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구(이하 “예정지구”라 한다)를 말한다.

제3조(예정지구의 지정 등)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택지를 집단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예정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제3조의3(주민 등의 의견청취)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를 지정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 및 관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국방상 기밀을 요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구 택지개발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개정되고, 2005. 5. 26. 법률 제75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예정지구의 지정 등) ② 건설교통부장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를 지정(지정한 예정지구를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주택법 제84조의 규정에 의한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예정지구의 해제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건설교통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예정지구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지정을 해제하여야 한다.

1.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를 지정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제8조의 규정에 의한 택지개발계획의 승인을 신청하지 아니한 때

2. 제8조의 규정에 의한 택지개발계획이 승인된 날부터 3년 이내에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택지개발사업실시계획의 승인을 신청하지 아니한 때

④ 건설교통부장관이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를 지정, 변경 또는 해제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

⑤ 제1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예정지구의 지정 또는 해제가 있은 때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1조의 규정에 의한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또는 해제가 있은 것으로 본다.

제3조의3(주민 등의 의견청취)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를 지정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 및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국방상 기밀을 요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주민 및 관계전문가의 의견청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2조(토지수용) ① 시행자는 예정지구 안에서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3조에서 정하는 토지․물건 또는 권리(이하 “토지 등”이라 한다)를 수용 또는 사용(이하 “수용”이라 한다)할 수 있다.

② 제8조의 규정에 의한 개발계획의 승인․고시가 있은 때에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20조 제1항제2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인정 및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은 것으로 보며, 재결의 신청은 동법 제23조 제1항 및 동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에서 정하는 사업시행기간 내에 하여야 한다.

④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토지 등의 수용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을 준용한다.

제13조(환매권) ① 예정지구의 지정의 해제 또는 변경, 개발계획 또는 실시계획의 승인의 취소 또는 변경 기타 등의 사유로 수용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에는 수용 당시의 토지 등의 소유자 또는 그 포괄승계인(이하 “환매권자”라 한다)은 필요 없게 된 날로부터 1년 내에 토지 등의 수용 당시 지급받은 보상금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시행자에게 지급하고 이를 환매할 수 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2005. 3. 8. 대통령령 제18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예정지구 지정 등의 고시)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예정지구를 지정한 때에는 법 제3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시하여야 한다.

1. 예정지구의 명칭

2. 예정지구의 위치

3. 예정지구의 지정일자

4. 예정지구로 지정된 면적

제5조(주민 등의 의견청취)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법 제3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예정지구의 지정에 관하여 주민 및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때에는 관계서류의 사본을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이조에서 같다)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②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계서류를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예정지구지정 대상의 명칭․위치 및 면적 등을 공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공고한 날부터 14일 동안 일반인이 그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예정지구의 지정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열람기간 내에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④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출된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종합하여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제출된 의견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건설교통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⑤ 법 제3조의3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라 함은 제3조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항을 말한다.

구 주택법(2005. 7. 13. 법률 제7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7조(주택종합계획의 수립)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주택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1. 주택정책의 기본목표 및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2.국민주택․임대주택의 건설 및 공급에 관한 사항

3. 주택․택지의 수요․공급 및 관리에 관한 사항

4. 주택자금의 조달 및 운용에 관한 사항

5.저소득자․무주택자 등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주택지원에 관한 사항

6.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의 조성 및 정비에 관한 사항

7. 주택의 리모델링에 관한 사항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제청 기각이유,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 제1항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택지를 집단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예정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만으로는 구체적인 대상지역이 어떠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전계획 없이는 공공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예정지구지정처분을 할 수 없음에도 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정의 공익사업을 예정함이 없이 다만 주택공급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필요성만을 기초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결국 헌법상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2)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그 입법목적이 불분명하고, 입법목적을 넘어서 일정한 지역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권한, 상업지역에 대한 토지수용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3) 구 택지개발촉진법의 입법목적은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에 있는바, 그와 같은 주택은 다른 사인의 사적 소유의 대상일 뿐 공공성이 인정되는 대상은 아니다. 주택에 대하여 공공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주택이 공공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주택이거나 그 주택의 소유자가 생활보호의 대상자로 한정되는 등 별도의 공공필요성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나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그와 같은 주택공급을 위한 것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공공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토지에 대하여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여 이후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그 입법목적에서 공공필요성이 흠결되어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

(4)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단계에서 주민의 의견청취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토지 소유자들의 실질적인 동의절차는 두고 있지 않으므로 적법절차원리에 어긋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 기각이유

(1)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처분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주택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이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판단에 기초한 처분이므로 그 특성상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입법에서 규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어서, 법률에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규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주택법상 장기주택종합계획에 의하여도 공공성 여부가 충분히 판단될 수 있으므로 택지개발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사전에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더라도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서 뚜렷한 공익성을 띠고 있는 점,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면 지정된 지역의 토지소유권이 제한을 받게 되나 침해되는 사익보다 택지를 확보, 개발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이는 점, 예정지구 지정과정에서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지의 수용․사용의 경우 관련법률에 의하여 보상을 받게 되어 있으며, 일정한 경우 환매권도 보장받는 등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하고 최소침해를 가져오게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1) 법원의 위헌제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동일하다.

(2) 구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추진되는 택지개발사업은 무주택가구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 기회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공공개발방식에 의하여 택지를 개발․공급함으로써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공공으로 흡수하여 택지개발사업에 재투자하였다.

(3)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에 의하면 도시기본계획상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등 예정지구지정 요건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며, 이 사건 예정지구는 이러한 예정지구지정 요건에 부합한다.

가. 쟁 점

청구인들은 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만으로는 구체적인 대상지역이 어떠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 제1항헌법상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명확성원칙

(1) 모든 법률은 법치국가적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행정과 사법에 의한 법적용의 기준으로서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행정은 질적․양적으로 확대․다양화되어 있어서 행위 여부 또는 행위의 내용에 관하여 행정청에 일정한 한도의 독자적 판단권을 인정하는 것이 공익의 적정한 실현을 위하여 요청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법률은 행정행위의 요건을 규정함에 있어 추상적․불확정적 개념을 사용하거나, 행정청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이 행정부에 대한 수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면 수권의 목적, 내용 및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정청의 자의적인 법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행정청의 행위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4. 7. 15. 2002헌바47 , 판례집 16-2상, 43 참조). 다만, 그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어서 입법기술상 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예측가능성의 정도가 완화된다 할 것이고, 또 예측가능한지 여부는 그 규정의 문언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예정지구의 지정 및 그에 따른 택지개발계획 및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수립, 택지개발 사업시행 등 일련의 작용들은 모두 택지개발, 공급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필요한 수단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작용으로서 행정계획에 해당한다.

행정계획에 있어서는 다수의 상충하는 사익과 공익들의 조정에 따르는 다양한 결정가능성과 그 미래전망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그에 대한 입법적 규율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정청이 행정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일반 재량행위의 경우에 비하여 더욱 광범위한 판단 여지

내지는 형성의 자유, 즉 계획재량이 인정되는바, 이 경우 일반적인 행정행위의 요건을 규정하는 경우보다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개념을 사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할 것이다.

다.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1)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 제1항은 “건설교통부장관은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택지를 집단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예정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은 “건설교통부장관은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주택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3호에서 “주택․택지의 수요․공급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조는 그 입법목적에 대하여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조 제1호는 ‘택지’에 관하여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개발․공급되는 주택건설용지 및 공공시설용지를 말한다.”, 제3호는 ‘택지개발예정지구’에 관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지역과 그 주변지역 중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구를 말한다.”라고 각 정의하고 있다.

그리하여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조, 제2조 제1호, 제3호, 제3조 제1항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을 종합하면,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이 사건 예정지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목적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고, 수권의 내용과 범위는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특례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지역과 그 주변지역 중에서 구 주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택지수급계획이 정하는 주택 및 택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규모의 택지를 집단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에 대하여 이 사건 예정지구를 지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 한편 이 사건 지정처분조항만으로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 예정지구를 지정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그러나 언제 택지를 개발․공급할 필요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와 관련하여 보면, 가구당 주택보급률과 같은 수치만으로 단순히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기존 주택들 가운데에서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의 비율, 장래 인구 유입 요소, 지역의 개발가능성 및 국가 전체적인 주택종합계획 및 택지수급계획 등 고려하여야 할 요소가 매우 광범위하다. 또한 어떠한 지역을 대상으로 이 사건 예정지구를 지정할 것인지와 관련하여서도 지리적․지형적 여건, 교통여건, 주택수요, 집단적인 택지개발이 가능한 지역인지 여부, 다른 도시계획 등과의 충돌 여부,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이념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이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 행정청에 대하여 광범위한 판단 여지 내지 형성의 자유, 즉 계획재량이 부여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지정처분조항은 그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어서 입법기술상 일의적으로 법률에서 그 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입법부보다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행정문제에 보다 가까이 있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요망되는 경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명확성의 정도가 그리 강하게 요구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할 것이다.

(3) 결국 이 사건 지정처분조항은 규정 자체의 내용과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조, 구 주택법 제7조 제1항 등에 대한 유기적․체계적 해석과 더불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예정지구 지정에 있어서 이해관계인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한 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이 사건 지정처분조항이 이 사건 예정지구 지정에 관한 기준을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집행자가 예정지구 지정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법적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해할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정처분조항은 헌법상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가. 쟁 점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의3 제1항 본문은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자 할 경우에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한 조항인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있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는 의견청취만을 요건으로 한 것이 적법절차원칙 위반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은 “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적법절차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형사소송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대하여 문제된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6-877; 헌재 1993. 7. 29. 90헌바35 , 판례집 5-2, 14, 30; 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617-618),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인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

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겠으나,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 판례집 15-2상, 1, 18).

다. 적법절차원칙의 위반 여부

(1)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절차에 관하여 구 택지개발촉진법(이하 ‘법’이라 한다) 및 같은 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 한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예정지구지정에 관하여 대상의 명칭․위치 및 면적 등을 공고하고, 14일 동안 일반인이 관계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시행령 제5조 제2항)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고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방상 기밀을 요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 아닌 한 사전에 주민 및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법 제3조의3 제1항)고 규정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주민 등에 대한 의견청취절차에 대하여는 시행령 제5조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는바, 의견이 있는 자는 열람기간 동안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시행령 제5조 제3항), 제출된 의견이 있을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이를 종합하여 건설교통부장관에게 통보하도록(시행령 제5조 제4항) 규정되어 있다. 한편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한 때에는 예정지구의 명칭, 위치, 지정일자, 지정된 면적을 고시하도록 하며(법 제3조 제4항, 시행령 제4조 제1항) 그에 대하여는 행정소송법에 따라 행정소송을 통한 사후 불복의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또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있어 건설교통부장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 아닌 한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주택법 제84조의 규정에 의한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법 제3조 제2항), 지정한 날로부터 일정기간 내에 택지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그 지정을 해제토록 하며(법 제3조 제3항), 예정지구 해제 등의 경우 토지소유자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법 제13조 제1항). 한편 건설교통부장관의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제5조 제1항은 도시기본계획상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예정지구로 지정하도록 하며, 해당지역 및 인근 배후도시 등의 인구 및 가구 현황, 주택보급률, 도시개발 방향과 발전추세, 공공 및 민간의 택지개발동향 등 관련 사회,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한 후 예정지구의 규모나 위치 등을 합리적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한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예정지구 지정이 토지수용에까지 이르는 절차인 점을 감안하여 일정비율 이상의 주민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더욱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절차적 요청은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당사자의 의견에 구속되는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토지수용을 규정하고 있는 여러 유사 법률에서도 반드시 일정비율 이상의 주민들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 사건 예정지구 지정은 택지개발을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다는 점, 더욱이 청구인들의 토지소유권 처분의 자유라는 사익과 비교하여 볼 때 주택난 해소를 위한 택지의 개발․공급이라는 공익이 작지 아니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경우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택지개발사업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주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바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이 사건 예정지구를 지정함에 있어 당사자들에게 사전에 적절한 고지를 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사후 불복의 기회도 주는 등 절차적인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주민과 이해 관계기관의 절차적 참여를 나름대로 보장해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이상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있어 토지소유자들 중 일정비율 이상의 동의 내지 찬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또 주민들의 의견청취결과에 반드시 구속되지 않더라도 이를 두고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의3 제1항 본문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청구인들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은 ①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그 입법목적이 불분명하고, 입법목적을 넘어서 토지수용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② 구 택지개발촉진법이 공공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토지에 대하여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여 이후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그 입법목적에서 공공필요성이 흠결되어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토지수용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것인데, 토지수용에 관한 규정인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2조에 관한 심판청구는, 사업시행자가 토지수용을 하기 이전 단계인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처분을 다투는 이 사건 심판청구의 당해 사건과의 관계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한 청구이므로, 청구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주심)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별 지] 청구인 목록: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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