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법률이 확정적으로 연금수급권을 배제한 자가 연금지급을 신청한 경우, 행정청이 그 신청에 대하여 거부하더라도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한 사례
나. 당해 사건이 부적법한 경우 당해 사건의 본안에 적용될 법률조항에 대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률이 이미 확정적으로 청구인의 연금수급권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청구인의 연금지급 신청에 대하여 한 반려통보 행위는 청구인의 법률관계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행정안내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다.
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행정안
내의 취소를 구하는 당해 사건은 부적법하여 각하될 것이어서, 당해 사건의 본안에 적용될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청구인의 연금 신청은 청구인의 연금수급권을 배제하고 있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과 그것을 전제로 한 연금수급권을 아울러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한 신청을 반려한 것은 그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는 것으로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판례
나. 헌재 1992. 8. 19. 92헌바36 , 판례집 4, 572, 574
당사자
청 구 인 곽 ○
대리인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
담당변호사 박명환 외 4인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2005구합3463 연금지급신청반려처분취소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의 조부인 망 곽○석은 1919. 10. 17. 사망하였는데, 1963. 3. 1. 국가로부터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되었다. 청구인은 망 곽○석의 장남인 곽○의 아들이다. 곽○의 아들 중 곽□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05. 12. 29. 법률 제77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법’이라 한다)에 의한 연금을 지급받다가, 2000. 5. 15. 사망하였다.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연금수급권은 다른 손자녀에게 이전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독립유공자법 제12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망 곽○석의 유족으로서 독립유공자법에 의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는 없게 되었다.
청구인은 부산지방법원에 부산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연금지급신청 반려처분 취소의 소(2005구합3463)를 제기하는 한편, 독립유공자법 제12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2005아450)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6. 3. 16.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위헌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06. 4. 19.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독립유공자법 제1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인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독립유공자법 제12조(연금) ②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인에 대하여는 연금을 지급한다. 다만, 손자녀는 1945년 8월 14일 이전에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호주승계인인 손자녀에 한하며, 등록신청 시에 호주승계인인 손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선순위 자녀의 자녀 1인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이 연금을 받을 권리는 다른 손자녀에게 이전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독립유공자법 제4조(적용대상자) 다음 각 호의 1의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은 이 법에 의한 예우를 받는다.
1. 순국선열: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그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
2. 애국지사: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
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
제5조(유족 등의 범위) ① 이 법에 의하여 보상을 받는 독립유공자의 유족 또는 가족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1.배우자(사실상의 배우자를 포함한다. 다만, 배우자 및 사실상의 배우자가 독립유공자와 혼인 또는 사실혼 후 당해 독립유공자외의 자와 사실혼 중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를 제외한다)
2.자녀
3.손자녀
4.자부로서 1945년 8월 14일 이전에 입적된 자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연금을 지급받는 손자녀와 그렇지 못한 손자녀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재산권인 연금수급권을 침해하며,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생활의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한정된 재원으로 유족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로서는 재정능력을 감안하여야 할 것인바, 선순위자 1인에 대해서만 연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다른 유족들에 대해 자의적인 차별대우를 하였다고 할 수 없고, 연금수급권은 재산권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독립유공자법은 유족들에게 연금 외에도 각종 보호와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국가보훈처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는 같은 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적법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법원이 각하 또는 기각하였을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적법한 것이 되려면 제청신청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법원에 제기된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 때라야 하므로 만약 당해 사건이 부적법한 것이어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져 볼 필요조차 없이 각하를 면할 수 없는 것일 때에는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은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흠결한 것으로서 각하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헌재 1992. 8. 19. 92헌바36 , 판례집 4, 572, 574 등 참조).
한편, 국민의 적극적 행위 신청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 판결(공1998, 2125) 등 참조].
살피건대, 청구인이 진주보훈지청에 연금지급을 신청하였으나, 이는 그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내용의 여하를 불문하고 연금을 지급하여 달라는 단순한 호소 내지 요청에 불과하며, 위 신청을 이첩받은 부산지방보훈청장의 반려통보 또한 독립유공자법의 내용을 확인해 주면서 청구인이 독립유공자법에서 정한 연금지급대상이 아니어서 청구인의 요망에 따른 보상금지급을 할 수 없음을 알리는 ‘안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산지방보훈청장이 청구인의 신청에 대하여 한 위 반려통보 행위는 청구인의 법률관계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행정안내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위 통보가 행정처분이 될 수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위 법률조항의 적용 이전의 문제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서 그 법적 성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반려통보에 대하여 취소를 구하는 당해 사건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없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위헌 주장이 있더라도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이 있기 전에는 합헌임을 전제로 적용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위헌의 의심이 있는 법률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국민은 그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이 있기 전에도 행정청이나 법원에 대하여 그 법률의 위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는 경우에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재판당사자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에 기하여 헌법재판소가 당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게 된다. 그런데 행정처분의 과정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행정청이나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행정청은 법률이 합헌임을 전제로 행정처분을 하게 되고, 그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은 그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뒤 그 재판절차에서 근거법률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하거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연금 신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과 그것을 전제로 한 연금수급권을 아울러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한 신청을 반려한 것은 그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는 것으로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아야 한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을 주장하여 위 반려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위 반려처분이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단순한 안내에 불과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거나 그 행정소송이 각하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당해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도 위 반려처분의 처분성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됨을 인정하고 있고, 그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주심)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