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확정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공직선거법 제19조 제1호 중 해당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발생시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확정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벌금형이 확정되었을 때 발생한다 할 것이다.
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으로부터 부정선거의 소지를 차단하여 공정한 선거
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는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점, 법원이 선거범에 대한 형량을 결정함에 있어서 양형의 조건뿐만 아니라 피선거권의 제한 여부에 대한 합리적 평가도 하게 되는 점, 피선거권의 제한기간이 공직선거의 참여를 1회 정도 제한하게 되는 점 및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피선거권의 제한기준으로 채택한 수단이 지나친 것이어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형사재판의 양형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본권인 피선거권에 대한 막중한 제한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기준이 전혀 없는 법원의 과도한 재량에 좌우되도록 하는 동시에 형사재판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여 적정한 사법작용의 실현을 방해하게 하고, 또 선거범죄에서 벌금 100만 원에 상응하는 불법의 크기와 죄질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므로 “벌금 100만 원”이라는 기준은 5년간 피선거권 박탈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이지도 않은 자의적인 방법을 통하여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 방법의 적정성에 반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 제19조 제1호 중 제18조 제1항 제3호의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부분(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참조판례
나.헌재 1993. 7. 29. 93헌마23 , 판례집 5-2, 221, 227, 232
헌재 1995. 12. 28. 95헌마196 , 판례집 7-2, 893
헌재 1997. 12. 24. 97헌마16 , 판례집 9-2, 881, 887-888
헌재 2005. 10. 27. 2004헌바41 , 판례집 17-2, 292, 305
당사자
청 구 인 최○진 외 1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김태윤
주문
청구인 최○진의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청구인 이○기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최○진은 2000. 4. 13.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에 강원 ○○선거구의 후보로 출마하였다가, 선거기간 중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5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2002. 2. 8.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00고합74호), 항소하였으나 기각되고(서울고등법원 2002노602호) 상고하지 아니함으로써 2002. 10. 30. 위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2) 청구인 이○기는 2002. 6. 13.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서울 송파구 ○○동 선거구의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선거기간 중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50조 제2항 등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2003. 1. 17.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2고합330호). 이에 위 청구인은 항소하였으나, 공소사실 중 후보자비방으로 인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만 무죄가 선고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다시 벌금 250만 원이 선고되자(서울고등법원 2003노294호),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어(대법원 2003도5063호) 2003. 11. 28. 위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3) 청구인들은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19조 제1호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4. 1.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공직선거법 제19조 제1호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바는 선거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청구인들과 관련 있는 공직선거법(법률명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공직선거법으로 변경되었다) 제19조 제1호 중 제18조 제1항 제3호의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부분(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직선거법 제19조(피선거권이 없는 자)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1. 제18조 제1항 제1호·제3호 또는 제4호에 해당하는 자
2., 3. 생략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1., 2. 생략
3.선거범,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및 제49조(선거비용관련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 또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그 재임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내지 제132조(알선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알선수재)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형이 실효된 자도 포함한다)
4. 생략
②제1항 제3호에서 “선거범”이라 함은 제16장 벌칙에 규정된 죄와 국민투표법 위반의 죄를 범한 자를 말한다.
③ 생략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는 2004. 3. 12. 법률 제7189호와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선거범’ 외에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한 자 또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죄 등을 범한 자’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그 내용에 변동이 없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일반 형사범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경우에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데 반하여, 선거범은 가벼운 형벌인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되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하여 침해한다.
(2) 벌금형을 선고받은 선거범은 일반 형사범에 비추어 경미한 위반사범이라 할 것임에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선무효를 넘어 5년간이라는 장기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되도록 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원이 선거범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됨에 따라 일반 형사범과 다르게 양형을 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법관의 자유로운 양형을 제약하기도 하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의견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형사범과 달리 경미한 선고형량의 선거범에 대하여도 피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선거법 경시풍조를 일소하고 선거의 장에서 부정의 소지를 차단하여 선거의 공정을 확보함과 동시에 본인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2) 공무담임권을 제한함에 있어 어떤 종류의 형벌을 받은 자에 대하여 얼마나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는 입법권자가 국민의식의 성숙도, 종래의 선거풍토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사항인바, 법원이 선거범에 대한 형량을 정함에 있어 선거의 자유와 공정에 미치는 해악의 경중 외에 선고형으로 인한 공무담임권의 제한 등도 고려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이 있는 점, 공무담임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제한 후 회복되는 점 및 선거범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과 제한으로 인하여 확보되는 선거의 공정이라는 공익과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함에 있어 자의적이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청구인 최○진의 심판청구에 관하여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및 헌재 1996. 3. 28. 93헌마198 , 판례집 8-1, 241, 250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벌금형이 확정되었을 때 발생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 최○진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시행된 후인 2002. 10. 30.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로 3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으므로 이 때에 위 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인 2004. 1. 15. 청구되었으므로, 위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 이○기의 심판청구에 관하여
(1) 공무담임권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으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으로 위 청구인의 피선거권, 즉 헌법 제25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은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므로(헌법 제37조 제2항),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이 헌법적으로 허용되는 한계를 준수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국민주권의 원리와 의회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우리 헌법상의 선거제도는 국민의 주권행사 내지 참정권행사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서, 국가권력의 창출과 국가 내에서 행사되는 모든 권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담보하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불가결한 수단이다. 따라서 국민의 선거과정에의 참여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행하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공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권이나 관권, 폭력 등의 개입을 배제하여 불공정·타락선거를 방지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에 대하여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 표현의 과정인 참정권의 행사를 공명하게 담보하기 위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의 행사를 정지시키는 등으로 부정선거의 소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선거범에 대하여 5년간 피선거권을 정지시킴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에 의한 부정선거를 방지함과 아울러 선거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선거법을 경시하는 선거풍토를 일신하고 선거문화를 쇄신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선거범에 대하여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선거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이므로 선거범죄를 방지하여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려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하여 주권행사를 실현하는 선거과정에서 선거부정행위를 저질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왜곡한 바 있는 선거범으로부터 부정선거의 소지를 차단하여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는 선거범 스스로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되는 길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선거범으로서 형벌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을 정지하는 규정 자체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위헌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7. 12. 24. 97헌마16 , 판례집 9-2, 881, 887-888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범에 대하여 피선거권을 제한함에 있어 선거범이 선고받은 벌금형의 액수(100만 원 이상)를 기준으로 5년 동안 피선거권의 행사를 정지시키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선거권의 제한기준으로 100만 원의 벌금형을 정한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의 선거사에서 지적되어 오던 선거의 과열과 타락, 불법으로 인한 선거풍토를 일신
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는 선거부정 및 부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은 법정형이나 처단형이 아닌 선고형으로서, 법원은 선거범에 대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형을 정할 때에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사정을 고려하여 선고형인 벌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으므로, 법원의 사법적 판단 내지 양형재량에 의하여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3. 7. 29. 93헌마23 , 판례집 5-2, 221, 232; 헌재 2005. 10. 27. 2004헌바41 , 판례집 17-2, 292, 305 참조).
이에 대하여는 법원이 선거범죄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범죄의 태양과 죄질에 따른 양형판단보다 피선거권의 제한 여부를 위주로 한 양형판단을 하게 되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성에 기반한 양형체계를 왜곡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에 대한 규율이 광범위하고도 포괄적이어서 선거법위반의 가능성이 많은 우리 선거법 체계하에서 선거범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대신, 선거범죄에 대한 구체적·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하여 타당성 있는 제재를 하도록 함으로써 피선거권을 가급적 폭넓게 보장하고자 하는 뜻에서, 입법부로부터 양형재량을 부여받은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의하여 피선거권이 제한되도록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선거범에 대하여 5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에 있어 대통령선거는 5년마다,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는 각 4년마다 행하여지므로 위 조항에 의한 피선거권의 제한은 각 공직선거마다 통상 1회에 그치게 되는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피선거권의 제한이 선거범 스스로가 선거법을 위반함에 따른 불이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년간의 제한기간은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이와 같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으로부터 부정선거의 소지를 차단하여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는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점, 법원이 형량을 결정함에 있어서 양형의 조건뿐만 아니라 피선거권의 제한 여부에 대한 합리적 평가도 하게 되는 점, 제한기간이 공직선거의 참여를 1회 정도 제한하게 되는 점 및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피선거권의 제한기준으로 채택한 수단이 지나친 것이어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선거범의 피선거권이 일정기간 제한되지만 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범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피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 이○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2)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 이○기는 일반 형사범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경우에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데 반하여, 선거범은 가벼운 형벌인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하여 주권을 행사, 실현하는 수단인 선거과정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에 대하여는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공명하게 담보하기 위하여 피선거권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 비하여 선거범을 합리적 사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청구인 최○진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청구인 이○기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청구인 이○기의 심판청구에 대한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우리는 청구인 이○기의 심판 청구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와 기본권 제한의 한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
금형이 확정된 자의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함으로써 국민의 의사에 따라 선출되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공무담임권, 즉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은 피선거권이 박탈된 자의 입장에서는 선출직 공직의 수행을 통한 국정참여의 기회가 배제된다는 점에서,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자를 대표로 선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비례의 원칙은 일반적으로 입법목적과 수단 간의 비례 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주로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이 문제되지만 그에 앞서, 기본권 제한의 수단으로 채택된 방법이 그 자체로 헌법원리에 반하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기본권 제한의 방법의 적정성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선거범죄를 방지하여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고 진정한 주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선거결과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그러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일정한 선거범죄를 범한 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 그 자체는 기본권 제한의 방법으로서 헌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는 참정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 독립된 법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선거범죄에 대한 판결 결과에 따라 참정권의 제한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참정권의 제한 여부를 선거범죄에 대한 판결의 결과에 좌우되도록 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한계는 있다. 판결이 독립된 법관에 의해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어떠한 기본권 제한도 그 판결의 결과에 맡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예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방법에 어긋난다. 판결의 결과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판결이 그 주체나 형식의 공정성에서 뿐 아니라 그 내용 또한 기본권 제한을 함에 있어 객관적이고, 합리성과 타당성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죄를 범한 자의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할 것인지 여부를 법관이 선고하는 “100만 원”이라는 벌금 양형 액수에 좌우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기본권 제한의 방법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원리에 부합하지 않으며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에 의한 방법으로도 볼 수 없어 기본권 제한의 요건으로서의 방법의 적정성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1) 법관에 대한 과도한 재량의 부여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법원이 선고하는 벌금 액수에 좌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기준 벌금액과 1원의 차이로 인해 피선거권의 박탈 여부가 좌우된다).
우리의 형사재판제도에는 구속력 있는 양형 기준이 없다. 양형의 조건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51조는 무수히 다양한 사정들을 양형의 요소로 고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양형에 관한 한 법관에게는 자유로운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벌금액을 얼마로 선고할 것인지는 사실상 거의 전적으로 그 사건을 담당한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러나 일정 기간 피선거권의 박탈이라는 중대한 기본권 제한을 결과적으로 법관의 자유로운 재량에 위임하는 것은 우리의 헌법원리에 부합하는 기본권 제한의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우선 형사재판은 범죄사실의 인정과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선고를 위해 마련된 절차이지, 특정한 사람에 대해 일정한 기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있다 해서, 형사재판을 담당한 법원이 벌금액을 정해 선고함에 있어 피고인에 대한 피선거권 박탈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피선거권을 일정 기간 박탈하는 것이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것인지, 그러한 피선거권 제한이 과도한 제한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 법상 어떠한 특별한 심리를 할 필요가 없고 또 실제로 그 같은 심리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그 결과 피선거권 박탈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법원이 어느 정도로 진지한 고려를 하였는지,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가 판결의 이유에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결국 5년간 피선거권의 박탈이라는 중대한 기본권 제한 여부가, 그야말로 법관의 자유로운 재량 아래서, 객관적으로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만다.
그런 만큼 선거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서는, 형의 선고 전까지는 자신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것인지 여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특히 근소한 벌금액의 차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자로서는 객관적으
로 확인할 수 없는 기준에 따라 법원이 자의적으로 불평등한 법집행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다.
그 결과 선거범죄에 관해서는 형사재판이 정치재판화 됨으로써 마치 법원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있고,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형사재판 본래의 양형 요소보다도 피고인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사실상 우선적으로 고려하다 보면,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이,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법관의 자유재량으로 정해지는 벌금형의 선고금액에 의존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법원의 과도한 재량에 위임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선언한 헌법 제1조와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 제101조 제1항에 비추어 볼 때 헌법원리에 반하는 방법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벌금 “100만 원”이라는 기준의 자의성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고형 “벌금 100만 원”을 기준으로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나, 왜 굳이 선고형이 벌금 100만 원이면 피선거권이 박탈되어야 하고 그 미만이면 박탈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될 때의 그 100만 원이란 기준이 나타내는 불법의 크기와 죄질의 정도가 어떠한 것인지, 나아가 그 불법의 크기와 죄질의 정도가 선거의 공정과 주권자의 진정한 의사의 반영에 어느 정도로 위협이 되는지에 대해 그 기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거나 예측할 수가 없고, 직접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라 할지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그 기준이 자의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우리 재판소는 일찍이 선거범죄로 5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규정한 구 ‘지방의회의원 선거법’과 구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법’ 조항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는데(헌재 1993. 7. 29. 93헌마23 결정, 판례집 5-2, 221 헌재 1995. 12. 28. 95헌마196 결정 판례집 7-2, 893), 이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라는 기준 역시 다수의견에 따르면 합헌이라는 것인바, 이와 같이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기준이 되는 벌금의 액수에 대해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다는 것은 특정한 벌금 액수가 피선거권의 박탈 여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것은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기준을 들어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방법의 적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소 결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선거에 반영하기 위해 일정 기간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기본권 제한 여부를 선거범죄의 형사재판 결과에 위임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선거범죄들에 대한 유무죄 여부나 그 법정형을 기준으로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이지, 법원의 자유로운 재량하에 있는 벌금에 관한 선고형량에 의해서, 더군다나 그것도 전혀 객관적이거나 납득할 만한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없는 100만 원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부당한 기본권 제한의 방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이지도 않은 자의적인 방법을 통하여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 방법의 적정성에 반하여 청구인 이○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주심)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