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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옥, "온천법 제2조 등 위헌소원 ", 결정해설집 7집, 헌법재판소, 2009, p.12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7집)]
본문

-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적격을 가지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

(헌재 2008. 4. 24. 2004헌바44, 판례집 20-1상, 453)

장 순 욱*1)

1. 행정소송의 피고나 그 보조참가인인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온천을 정의하고 있는 구 온천법 제2조의 위헌 여부(소극)

3. 시장ㆍ군수가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시ㆍ도지사가 시장ㆍ군수에게 일정한 기간 내에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이행명령을 하여야 하고, 시장ㆍ군수가 그 이행명령도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온천의 우선이용권자가 직접 온천개발계획의 수립 및 승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가 시장ㆍ군수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하거나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온천”이라 함은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로서 그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제7조(온천개발계획) ①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온천지구가 지정된 때에는 관할 시장ㆍ군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내에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시ㆍ도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시장ㆍ 군수가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시ㆍ도지사가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그 이행을 명하여야 하며, 시장ㆍ군수가 그 기간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 온천공이 있는 토지소유자로서 제18조의 규정에 의하여 온천의 우선 이용을 허가받을 수 있는 자(이하 “온천의 우선이용권자”라 한다)가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시ㆍ도지사의 승인을 얻을 수 있다.

청구인은 울진군수로서 온천법상 온천개발계획수립의무자인데, 1993. 3. 10. 경북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 산 144 토지에서 온천공이 발견되어 1996. 5. 23. 수곡리 일대 지역이 ‘성류온천지구’로 지정되었음에도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하였고, 경상북도지사의 온천개발계획수립 및 승인신청 이행명령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온천우선이용권자인 온천개발회사는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여 경상북도지사에게 승인신청을 하였으나 경상북도지가가 승인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자 경상북도지사를 상대로 위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하였고, 경상북도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중 경상북도지사를 위하여 보조참가하고 구 온천법 제2조제7조 제1항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항소심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온도 기준만으로 온천을 정의하고 있는 구 온천법 제2조와 온천개발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배제하고 있는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법 제2조에 대하여

용존물질의 함량, 부존량, 채수가능량 및 하루 용출가능량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온도 기준만으로 온천을 정의함으로써 무분별한 온천개발을 조장하여 인근지역의 자연환경을 훼손시키고, 과도한 온천수 사용으로 인하여 인근 지하수가 고갈됨으로써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인근 주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은 국민의 환경권과 환경보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5조 제1항,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 및 보전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20조 제2항, 제122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도 경시되어서는 아니된다는 헌법 제37조 제1항에 위배된다.

(2) 법 제7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온천개발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자에게 온천개발 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 이익형량에 기초하여 온천개발을 반대할 경우에 온천개발계획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반한다.

(1) 법 제2조에 대하여

온천법의 입법목적은 온천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온천의 효율적인 개발ㆍ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인바, 온천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입법적 재량에 속하고, 법 제2조의 온천 개념이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2) 법 제7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이는 시장ㆍ군수가 온천개발계획승인의 신청권을 독점함으로써 신속한 온천개발이 저해되는 등 온천개발권자의 재산권 행사가 지연 내지 곤란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시장ㆍ군수에 대한 상급관청의 감독권을 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재산권과 관련한 사익과 공익의 적절한 조화점을 모색하기 위하여 헌법상 허용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제한을 정한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1) 법 제2조에 대하여

법 제2조가 정하고 있는 온천의 정의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수자원실태 등 제반여건을 감안하여 개념을 정리한 것으로 이는 입법적 재량에 속한다. 온천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 등의 문제는 온천발견신고의 수리과정이나 온천개발을 위한 토지굴착허가과정에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2) 법 제7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은 취지이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구체적 규범통제의 헌법소원으로서 기본권의 침해가 있을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절차에서는 그 근거법률의 헌법적합성까지도 심판대상으로 되는 것이므로, 행정처분의 주체인 행정청도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따른 구체적 규범통제를 위하여 근거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의 제청을 신청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2. 무엇을 온천으로서 개발하고 보호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추구하는 입법

목적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고, 온천에 대한 ‘정의 규정’ 자체에 의하여 무분별한 온천개발이나 그로 인한 폐해가 생긴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 온천법 및 그 하위 법규의 관련규정들은 온천을 국가자원으로서 효율적으로 개발ㆍ이용하도록 하면서도 무분별한 온천개발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재량권을 행정청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온천을 정의하고 있는 구 온천법 제2조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시장ㆍ군수가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시ㆍ도지사가 시장ㆍ군수에게 일정한 기간 내에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이행명령을 하여야 하고, 시장ㆍ군수가 그 이행명령도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온천의 우선이용권자가 직접 온천개발계획의 수립 및 승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는 시장ㆍ군수가 온천개발계획 수립에 관한 직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시ㆍ도지사가 시장ㆍ군수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ㆍ군수가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시ㆍ도지사의 이행명령에도 불응하는 경우에 비로소 시장ㆍ군수의 권한을 배제시키고 온천우선이용권자가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시ㆍ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이 시장ㆍ군수의 지방자치권한을 침해한다거나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적법요건으로서 행정소송의 피고 또는 그 보조참가인인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이고, 본안에서는 온천법상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 시장ㆍ군수가 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시ㆍ도지사의 계획수립에 관한 이행명령에도 응하지 않은 경우에 온천의 우선이용권자에게 직접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하여 그 승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온천법 제7조 1항 단서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하에서는 위 쟁점들을 차례로 검토하기로 한다1).

우리 헌법이 법치주의 즉,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때에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또 법률은 국민만이 아니고 국가권력의 담당자도 규율한다는 원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이 없다.2)행정에서의 법치주의의 반영이 법치행정인바, 법치행정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행정활동에 대한 국민의 법적 안정성(Rechtssicherheit)의 요청이고, 또 다른 하나는 행정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요청이다. 전자는 행정활동이 항상 사전에 정해진 추상적ㆍ일반적인 법규범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요청으로서, 자의적 행정활동으로 인해 국민의 생활질서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예측가능성(Berechenbarkeit)을 확보하자는 국민적 요청이며, 후자는 행정활동이 국민의 민주적 통제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그 통제의 수단은 법적 안정의 필요성으로부터 요구되는 일반적ㆍ추상적 법규범인 동시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특정의 절차와 형식으로 표현한 의사표시인 법률일 것을 요청한다.3)

이와 같은 법치행정의 관점에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처분의 주체인 행정청이 행정소송 단계에서 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하여 위헌을 주장하고 나아가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관련 쟁점과 함께 아래에서 차례로 검토한다.

행정청이 재결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바,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적이다. “국가가 행정감독적인 수단으로 통일적이고 능률적인 행정을 위하여 중앙 및 지방행정기관 내부의 의사를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국민의 권리구제를 신속하게 할 목적의 일환으로 행정심판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심판청구의 대상이 된 행정청에 대하여 재결에 관한 항쟁수단을 별도로 인정하는 것은 행정상의 통제를 스스로 파괴하고,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행정심판법 제37조 제1항은 ‘재결은 피청구인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처분행정청은 재결에 기속되어 재결의 취지에 따른 처분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할 것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 법령의 규정이 지방자치의 내재적 제약의 범위를 일탈하여 헌법상의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4)

위 판결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한 처분에 대하여 중앙행정기관이 재결청이 되는 경우와 같이 처분청과 재결청이 별개의 법주체에 소속되어 있고, 그 재결의 대상이 자치사무인 경우에는 위 판결에서 말하는 행정의 자기통제가 아니라 외부적 통제에 해당하므로 처분청에 재결에 대한 불복을 허용한다 하여 행정상의 통제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의 요청과 지역공동체의 이익은 조화되어야 할 가치이지 전자를 이유로 후자가 위법하게 훼손되어서는 아니되며, 재결청의 재결이 언제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므로 재결에 대하여 피청구인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청이 다툴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유력한 견해들도 제시되었다5).

한편 헌법재판소는 1999. 7. 22. 선고 98헌라4 결정에서 재결청의 직접처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허용하고 직접처분이 인용재결의 범위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무효임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재결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직접처분이 인용재결의 부수적 조치라는 점에서 재결의 기속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다.

(1) 행정처분 단계

행정청은 행정처분 단계에서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처분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 근거는 위에서 본 법치행정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행정청이 위헌을 이유로 처분을 거부할 수 있다면, 국민은 행정청이 자신의 신청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이는 법치주의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 행정심판 단계

행정청이 다른 사유를 내세워 거부처분을 한 후, 행정심판 단계에서 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의 위법성과 부당성만을 심사할 수 있을 뿐6), 법률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권이나 위헌법률심판 제청권이 없기 때문이다.

(3) 행정소송 단계

행정소송 단계에서, 특히 행정청이 피고로서 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이라

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행정소송 단계에서 이를 허용하는 것은 행정처분 단계에서도 동일한 사유로 거부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점은 법원이 행정청의 위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와 동일한 맥락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고, 이 점이 대상결정의 핵심 쟁점이므로 항을 바꾸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만이 청구인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 등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사건에서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Adressat)’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Träger)’가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여 국가기관 등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한 바 있다(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481; 헌재 1998. 3. 26. 96헌마345, 판례집 10-1, 295, 300-301 등 참조).

(1) 문제의 소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었을 경우에 당해사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가 기각당한 당사자가 그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받기 위하여 청구하는 것으로 위 조항은 청구인적격에 관하여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법문상 행정소송의 피고인 행정청도 위 조항에서 말

하는 ‘당사자’에서 제외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도 같은 조 제1항의 헌법소원과 마찬가지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으로 본다면 기본권 주체성이 부정되는 행정청에 대해서 그 청구인적격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같은 조 제1항의 헌법소원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는지 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법적 성격

(가) 학계의 견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독일과 달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다만 같은 조 제2항에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기각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 기각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조 제2항의 본질은 헌법소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②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법문상의 ‘헌법소원심판’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규범통제를 위한 위헌법률심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7), ③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사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는 견해8)가 있으나, 위헌법률심판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설로 보인다9).

(나)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초기의 일부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과 제2항의 헌법소원을 동질적인 것으로 파악하여 같은 사건부호(‘헌마’)를 부여하고,

동일한 적법요건으로 심사한 사례가 있으나10), 1990년 이후 일관되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법원이 제청하는 위헌법률심판과 함께 구체적 규범통제의 한 유형으로서 파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에서는 같은 조 제1항의 헌법소원과 달리 심판청구의 적법성의 판단에서 위헌법률심판과 마찬가지로 재판의 전제성 유무를 심사하고, 1991년부터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에 독자적인 사건부호(‘헌바’)를 부여하고 있으며, 1994. 4. 28. 선고한 89헌마221 결정11)에서는 명시적으로 양 심판청구의 요건과 대상이 다르다고 판시하였다.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주관적 권리구제의 헌법소원으로서 개별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음에 대하여, 동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구체적 규범통제의 헌법소원으로서 동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된 때에 그 신청을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제청신청이 기각된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동법 제68조 제1항과 동조 제2항에 규정된 헌법소원은 그 심판청구의 요건과 그 대상이 각기 다르다.”고 판시함으로써 양 심판청구를 구분하였고12), 나아가 1997. 11. 27. 선고 96헌바60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규정된 헌법소원심판은 그 본질이 위헌법률심판과 다를 바 없으므로, 그 적법요건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면 구체적 규범통제로서의 심판이익을 상실하여 부적법하게 되고, ……”라고 하여 그 법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대상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구체적 규범통제의 헌법소원’임을 명시하고 있다.

(3) 행정청의 청구인적격13)

(가) 대상결정 이전의 헌법재판소 선례 및 논의 상황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법적 성격을 학계의 다수 견해와 헌법재판소 선례는 위헌법률심판과 마찬가지로 구체적 규범통제로 보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이 점을 전제로 하여 검토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의회가 청구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 사건14)에서 위 사건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구체적 규범통제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라는 이유로 기본권의 침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해관계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간 바 있으나, 행정청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선례는 없었다.

이 점에 관하여 대상결정 이전에 일부 학자의 견해 표명이 있기는 하였으나15)학계나 실무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헌

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제도는 재판소원을 배제하고 있는 우리 헌법소원제도의 결함을 일부 보완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외국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헌법재판절차이므로 위 쟁점과 관련한 외국의 입법례나 실무례도 찾아볼 수 없다.

(나) 상정가능한 견해

1) 부정설

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 판례상 행정청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은 제기할 수 없는데, 만약 같은 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같은 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즉 행정청은 우선 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거부한 후 행정소송 단계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고, 그 신청이 기각되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바, 이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② 처분 단계에서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처분을 거부할 수 없는 행정청으로서는 행정소송 단계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행정청은 설사 처분의 근거법률에 위헌의 의심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법률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하여야 하고, 이는 권력분립의 원리상 불가피한 것이다. 만약 수익적 법률이 위헌인 경우라면 그로부터 배제된 국민이, 침익적 법률이 위헌이라면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 국민이 각 위헌제청신청 또는 헌법소원심판을 통하여 위헌적 법률의 폐지를 구할 수 있다.

만약 행정청이 법률의 위헌을 이유로 법률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권력분립의 이념이 크게 훼손되어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허용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

국가공무원법16)과 지방공무원법17)은 법령준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청이 스스로 처분의 근거되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 주장을 하는 것은 위 각 법령준수의무에 위반된다.

2) 긍정설

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본질은 기본권 주체의 권리구제절차인 같은 조 제1항의 헌법소원과 달리 구체적 규범통제로서의 위헌법률심판절차라는 데 있으므로 그 청구인적격을 기본권 주체에 한정할 필요가 없고, 양 심판청구가 그 성격을 달리하는 이상 행정청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하더라도 같은 조 제1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취지가 몰각된다고 할 수 없다.

② 행정청이 처분 단계에서 근거되는 법률이 위헌임을 이유로 처분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의 피고로서 근거법률에 대한 위헌 주장을 하고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법집행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치행정이나 권력분립원칙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고, 관련 공무원의 법령준수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검토

긍정설에 대하여는 처분행정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라는 쟁송수단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 특히 처분 단계에서는 다른 이유를 들어 처분을 거부하였다가 소송단계에서 위헌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처분 단계에서도 근거법률의 위헌을 이유로 처분을 거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규범통제는 모든 국가기관이 위헌인 법률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의 우위’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므로, 행정소송의 당사자인 행정청에 대하여 소송절차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주장을 하지 못하게 할 만한 근거나 명분을 발견하기 어렵고, 오히려 구체적 규범통제라는 위헌법률심사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행정청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항고소송의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18)이 피고가 된다(행정소송법 제13조, 제38조).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소속기관에 불과한 행정청 자체는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될 수 없으나, 행정소송법은 당사자의 소송수행상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기관에 불과한 행정청에 대하여 피고로서의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을 인정한 것이다.19)

위와 같이 피고적격을 가지는 처분행정청 이외에 당해 처분에 관계되는 다른 행정청의 경우 행정소송법 제17조에 의하여 소송참가를 할 수 있는데, 참가행정청에 대하여는 소송수행상 보조참가인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인 울진군수는 이러한 소송참가에 의하여 당해 사건에서 피고 행정청을 위한 보조참가인으로서 소송수행을 한 것이다.

한편 헌법소원심판의 경우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과 행정소송법이 준용되므로(헌법재판소법 제40조), 처분행정청도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소원능력과 청구인적격이 인정된다20).

따라서 이 사건에서 당해 사건에 보조참가한 청구인도 피고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가. 대상결정은 위 쟁점에 관하여, 위 조항은 시장ㆍ군수가 시ㆍ도지사의

감독권에 근거한 이행명령에도 불응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온천우선이용권자로 하여금 온천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시장ㆍ군수의 지방자치권이나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함으로써 비교적 간략히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비록 결정이유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위 쟁점과 관련하여 지방자치권이나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 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아래에서 간략히 살펴본다.

나.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은 한마디로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러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인 핵심영역 즉 자치단체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자치사무의 보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입법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8. 4. 30. 96헌바62, 판례집 10-1, 380, 384).

그러나, 이러한 헌법상의 자치권의 범위는 법령에 의하여 형성되고 제한되며,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헌법상 보장을 받고 있으므로 비록 법령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이 불합리하여 자치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02. 10. 31. 2002헌라2, 판례집 14-2, 378, 385-386 참조).

다. 청구인은 법 제7조 제1항 단서가 온천의 우선이용권자에게 온천개발계획의 수립 및 승인신청권을 부여함으로써 기초단체장인 청구인을 배제한 것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지방자치는 헌법 제117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듯이 그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의 형성권이 입법자에게 폭넓게 유보되어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민의 공공복리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온천개발과 관련하여 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승인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전속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 제7조 제1항 단서는 온천개발계획의 수립 및 그 승인신청권이 일차적으로 시장·군수에게 있음을 규정한 같은 항 본문을 전제로, 다만 시장·군수가 그와 같은 계획수립 및 승인신청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개발계획을 수립하라는 시·도시자의 이행명령에도 불응할 경우에 비로소 효율적인 온천개발의 촉진과 온천의 우선이용권자의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우선이용권자에게 온천개발계획의 수립 및 승인신청권을 부여하면서 그 경우에도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온천의 효율적인 개발을 통한 공공의 복리증진과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보장이라는 상충의 여지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자에게 유보된 형성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지방자치가 헌법상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헌법적 함의가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이 입법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된다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단서 조항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에서 명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주민의 재산권 행사와 온천개발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 당해 주민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대신하여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승인을 신청하게 한 것은 중앙정부의 통제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완장치라 볼 수 있을 뿐 청구인이 주장하는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입법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권이나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상결정은 행정처분의 주체인 행정청도 소송절차에서는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의 제청을 신청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법

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위 쟁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종래 학계나 실무계에서 본격적인 논의도 진행된 바 없었던 상황에서 대상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및 제2항의 문언적 해석, 위 각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소원의 법적 성격, 헌법의 우위, 법치행정의 원칙 등으로부터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점에 이 결정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대상결정은 구 온천법 제7조 제1항 단서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이나 그와 관련한 입법자의 형성영역의 테두리를 간접적으로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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