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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11. 26. 선고 2008헌라4 공보 [서울특별시 강남구와 관악구간의 권한쟁의]
[공보(제158호)]
판시사항

피청구인(관악구)이 서울시의 동 통ㆍ폐합 및 기능개편계획에 따라 행정동을 통ㆍ폐합하면서 기존의 ‘신림4동’이라는 행정동(동주민센터) 명칭을 ‘신사동’으로, 기존의 ‘신림6동’, ‘신림10동’이라는 행정동 명칭을 ‘삼성동’으로 각 변경하는 조례를 개정한 것이 청구인(강남구)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시와 구(자치구를 포함한다)의 관할구역 내에 있는 동의 명칭은 지적제도, 도로교통 등 공익과 관련성을 갖긴 하지만, 이와 같은 동의 명칭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는 구분되는 것으로서, 그 동 명칭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행정동은 행정사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조례로 정한 동으로 주민들의 거주 지역을 행정상의 편의에 의하여 설정한 행정구역의 단위를 뜻하므로, 행정동의 명칭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동일성·정체성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정동 명칭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주민등록주소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 각종 공부상의 동(법정동) 주소가 변경되는 것도 아니어서, 행정동의

명칭 변경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할 것이다.

행정동 명칭의 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 행정구역의 명칭에 관한 사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동의 명칭을 정함에 있어 관계법령에서 내용상의 한계를 규정하거나 인접 지방자치단체 및 그 관할구역 내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하다.

이와 같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견련성이 인정되는 명칭이 거래시장에서 상표 등에 해당하여 상표법 또는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서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동 명칭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문

2008. 8. 1.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례 제779호로 공포된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의 [별표 2] ‘동주민센터의 명칭ㆍ위치 및 관할구역’의 ‘동주민센터명’ 부분 중 ‘신사동’ 및 ‘삼성동’ 부분

참조판례

헌재 2006. 5. 25. 2005헌라4 , 판례집 18-1하, 28, 35-36

헌재 2008. 3. 27. 2006헌라1 , 판례집 20-1상, 332, 351

당사자

청 구 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표자 구청장 맹정주

대리인 법무법인 한길

담당변호사 하태웅 외 1인

피청구인 서울특별시 관악구

대표자 구청장 김효겸

대리인 법무법인 다울

담당변호사 신광옥 외 9인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은 신림동, 남현동, 봉천동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자치구인바, 서울시의 동 통폐합 및 기능개편계획에 따라 기존의 27개 행정동을 21개 행정동으로 통·폐합하기로 하고, 시·구의원 간담회, 주민자치위원 설명회, 통장 설명회 등을 개최한 다음, 2008. 4. 21.부터 2008. 5. 10.까지 21개 행정동별로 행정동 명칭을 공개모집하였다.

(2) 피청구인은 위와 같이 공개 모집된 행정동 명칭에 대하여 각 행정동 별로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고 선호도를 기록한 명칭을 당해 행정동의 명칭으로 선정하였는데, 이에 따라 기존의 ‘신림4동’은 공개 모집된 ‘신사동’과 ‘남부동’ 중 해당 주민들의 선호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신사동’이 새로운 명칭으로 선정되었고, 기존의 ‘신림6동’과 ‘신림10동’은 통합되어 공개 모집된 ‘삼성동’, ‘원신림동’, ‘호암동’, ‘미림동’, ‘원신동’ 중 해당 주민들의 선호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삼성동’이 새로운 명칭으로 선정되었다.

(3) 서울특별시 관악구청장은 2008. 6.경 구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2008. 8. 1.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례 제7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2 “동 주민센터의 명칭·위치 및 관할구역”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새롭게 선정된 행정동 명칭인 “보라매동” 주민센터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작성한 다음, 이를 서울특별시 관악구 의회에 제출함과 아울러 입법예고하였고, 서울특별시 관악구 의회가 2008. 7. 18. 원안대로 위 개정 조례안을 의결하자, 2008. 8. 1.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례 제779호로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를 공포하였다.

(4) 한편 청구인은 그 무렵 피청구인에게, 위 개정 조례 중 행정동 명칭을 ‘신사동’, ‘삼성동’으로 각 변경한 부분에 대하여 청구인과 동일한 명칭 사용으로 인한 주민혼란 초래, 동 명칭에 대한 역사성과 전통성 훼손, 청구인의 인격권, 자치권 침해 등을 이유로 철회를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피청구인의 행정동 명칭 변경에 관한 위 개정 조례는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행정동 명칭 부여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2008. 8. 18. 위 권한의 침해확인 및 위 개정 조례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권한쟁

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의 2008. 8. 1.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례 제779호로 공포된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의 [별표 2] ‘동 주민센터의 명칭·위치 및 관할구역’의 ‘동주민센터명’ 부분 중 ‘신사동’ 및 ‘삼성동’ 부분(이하 ‘이 사건 조례’라고 한다)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및 나아가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조례(아래 [별표 2] 중 밑줄 친 부분)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2008. 8. 1. 조례 제779호로 개정된 것) 제1조(목적) 이 조례는「지방자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12조 부터 제120조까지 및「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서울특별시 관악구에 두는 행정기구와 소속기관 및 하부행정기관의 설치 등 조직과 분장사무의 대강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3조(동의 설치) ① 법 제3조 제3항 및 제4조 제3항,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동을 둔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설치된 동의 주민센터의 명칭·위치 및 관할 구역은 별표2와 같다.

[별표 2] 동 주민센터의 명칭·위치 및 관할구역(제13조 관련)

동주민
센터명
위 치
관할구역(법정동)
전지역관할
일부지역관할
신사동
주민센터
관악구 신림동
492번지 4호
신림동 중 457-1을 기점으로 하여 하천을 따라 1464-96에서 남부순환도로를 따라 서진하여 527의 2에서 도로를 따라 북진 517-1 신대방동과 경계선에 이르러 도림천을 따라 457번지 까지의 포위된 지역
삼성동
주민센터
관악구 신림동
1528번지
신림동 중 1513-1을 기점으로 도림천을 따라 오다가 1513의 2에서 296의 7호에 이르는 미림로와 296의 15호 복개천을 건너 342의 10에서 합실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산89의 4, 산134를 경유 산157의 1, 산156의 1에서 서림동과의 경계선을 따라 395의23에 이르는 계곡, 하천, 지적선으로 포위된 지역과 신림동중 산68의 4를 기점으로 산68의 3, 산62, 산61의 2, 산59, 산58의 2, 산58의 1, 산58의 2를 내포하여 시흥동과의 경계선을 따라 산78의 2, 산87의 10, 14, 산89를 포함, 합실고개로 이어지는 도로 이남지역

지방자치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고, 2009. 4. 1. 법률 제95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지방자치법이라 한다) 제3조(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과 관할) ③ 특별시 또는 광역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군에는 읍·면을 두며, 시와 구(자치구를 포함한다)에는 동을, 읍·면에는 리를 둔다.

제4조(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 ①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명칭과 구역을 바꾸거나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하되, 시·군 및 자치구의 관할 구역 경계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 또는 그 명칭이나 구역을 변경할 때에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이하 ‘지방의회’라 한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주민투표법」제8조에 따라 주민투표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다만, 명칭과 구역의 변경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그 결과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ㆍ도지사’라 한다)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⑤ 동·리에서는 행정 능률과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나의 동·리를 2개 이상의 동·리로 운영하거나 2개 이상의 동·리를 하나의 동·리로 운영하는 등 행정 운영상 동·리(이하 ‘행정동·리’라 한다)를 따로 둘 수 있다.

⑥ 행정동·리에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부 조직을 둘 수 있다.

제6조(사무소의 소재지)

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소의 소재지와 자치구가 아닌 구 및 읍·면·동의 사무소의 소재지는 종전과 같이 하고,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 설정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이 경우 동은 제4조 제5항에 따른 행정동(行政洞)을 말한다.

② 제1항의 조례는 그 지방의회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제9조(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 ①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구역의 자치사무와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예시하면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조직, 행정관리 등에 관한 사무

가.관할 구역 안 행정구역의 명칭·위치 및 구역의 조정

나.조례·규칙의 제정·개정·폐지 및 그 운영·관리

제22조(조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신사동은 1914년 경기 광주군 언주면 신사리에서 시작되어 1970년 사평동에서 신사동으로 개칭된 후 약 38년 동안 주민들이 평온하게 사용하여 온 청구인 강남구의 관할구역 내의 동 명칭이고, 또한 삼성동은 1914년 위 언주면 삼성리에서부터 시작되어 1963년 삼성동으로 개칭된 후 약 45년 동안 주민들이 평온하게 사용하여 온 청구인 강남구의 관할구역 내의 동 명칭이다.

(2) 자치구는 조례로서 관할구역 안의 행정동 명칭을 변경할 수 있지만, 그 때에도 행정동 명칭이 갖는 극도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관할구역 및 인접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인접지역의 행정동 명칭과 동일·유사하여 일반인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다른 자치구에서 이미 당해 명칭과 관련하여 특별한 견련관계가 설정된 경우에는 그 행정동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한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보면, 청구인은 ‘신사동’, ‘삼성동’이라는 명칭을 청구인의 관할구역 내에서 행정동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획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다른 자치구인 피청구인이 행정동의 명칭을 ‘신사동’ 및 ‘삼성동’으로 변경한 것은 행정동의 명칭 변경에 관한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지방자치법에 의하여 청구인에게 인정된 행정동 명칭 부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조례는 위법하여 무효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1) 이 사건 조례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부여된 행정동 명칭 변경에 관한 권한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한 것일 뿐이고, 청구인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자치권과는 무관한 것이며, 따라서 이 사건 조례가 청구인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자치권을 침해하였거나 이를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나아가 행정동 명칭을 ‘신사동’, ‘삼성동’으로 한 이 사건 조례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개정된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 조례의 신사동(新士洞)과 삼성동(三聖洞)은 청구인 강남구의 관할구역 내의 신사동(新沙洞)과 삼성동(‘三成洞’)과는 훈(訓)이 다른 동음이의어로서 전혀 성격이 다른 명칭이며, 신사동이라는 동 명칭은 서울특별시 은평구에서 1975년부터, 삼성동이라는 동 명칭은 대전광역시 동구에서 1936년부터, 그리고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1995년부터 각 그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신사동’, ‘삼성동’이라는 명칭을 청구인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는 것이다.

3. 판 단

가. ‘권한의 침해 또는 현저한 침해 위험’의 가능성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서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권한의 침해’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한 청구인의 권한침해가 과거에 발생하였거나 현재까지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현저한 침해의 위험성’이란 아직 침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침해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을 의미한다.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 단계에서 요구되는 권한침해의 요건은, 청구인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이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충족된다(헌재 2006. 5. 25. 2005헌라4 , 판례집 18-1하, 28, 35-36).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행정동의 명칭을 변경함에 있어 인접 자치구의 행정동 명칭과 동일·유사한 명칭 등으로 변경할 수 없는 등의 한계가 있고, 특정한 행정동 명칭의 사용은 특정한 자치구에만 독점적, 배타적으로 귀속되는 권한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조례로 인하여 청구인이 헌법지방자치법에 의하여 보장받은 행정동 명칭 부여권을 침해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로 인하여 청구인이 주장하는 권한의 침해 또는 현저한 침

해위험의 가능성이 있는지는 첫째, 자치구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ㆍ동일성에 관계되는 이른바 명칭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되는지 둘째, 자치구가 행정동 명칭을 정함에 있어 특정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할 법령상의 의무 내지 한계가 인정되는지 셋째, 그 결과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자치구의 특정한 행정동 명칭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권한이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나.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권의 보호범위

법인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인격성 내지 동일성을 표상하는 것으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은 지적제도, 도로교통, 우편배달 등 공익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의 변경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지방자치법 제4조 제1항 제2문),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지방자치법 제4조 제2항).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명칭 결정에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이름이 인격권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듯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2008. 3. 27. 2006헌라1 , 판례집 20-1상, 332, 351).

그런데 시와 구(자치구를 포함한다)의 관할구역 내에 있는 동의 명칭도 지적제도, 도로교통 등 공익과 관련성을 갖긴 하지만, 이와 같은 동의 명칭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는 구분되는 것으로서, 그 동 명칭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같은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고, 지방자치법에서도 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면·동의 명칭의 변경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그 결과를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 단서).

더욱이 행정동은 행정사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조례로 정한 동으로 주민들의 거주 지역을 행정상의 편의에 의하여 설정한 행정구역의 단위를 뜻하므로(지방자치법 제4조 제5항), 행정동의 명칭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동일성·정체성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정동 명칭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주민등록주소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 각종 공부상의 동(법정동) 주소가 변경되는 것도 아니어서, 행정동의 명칭 변경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행정동의 명칭은 그 자체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거나 독자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그 행정동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자치구)의 명칭과 함께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동일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가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행정동의 명칭의 동일성·유사성만으로는 그 식별력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이른바 명칭권의 보호범위에 그 행정동의 명칭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행정동’ 명칭에 관한 법령상의 한계

지방자치법에서는 행정 능률과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행정동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지방자치법 제4조 제5항), 행정동 소재지의 변경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지방자치법 제6조 제1항), 행정동 명칭의 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 행정구역의 명칭에 관한 사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속하는 것이므로(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1호 가목), 행정동의 명칭 변경 또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지방자치법 제4조 제5항, 제22조), 이와 같은 행정동의 명칭에 관한 권한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및 관계법령을 살펴보아도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동의 명칭을 정함에 있어 어떠한 내용상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지도 아니하고 다른 인접 지방자치단체 및 그 관할구역 내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동의 명칭을 정함에 있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내 동 명칭과 동일 내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바로 법령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라. ‘행정동’ 명칭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권한이 인정되는지 여부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그 관할구역 안의 행정동 명칭 변경에 관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그 관할구역 안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동 명칭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기존의 행정동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행정동 명칭을 새로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도 이와 같은 점을 부인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례가

청구인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자치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곧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특정한 행정동 명칭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인정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행정동이란 행정 능률과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행정 운영상 두는 것으로 그 명칭이 지방자치단체(자치구)의 명칭이나 법정동의 명칭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임은 물론 행정동의 명칭 여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동일성이나 정체성이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행정동 명칭 변경에 있어 일반인이나 인접 자치구 주민의 오인·혼동 가능성 등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에 속하는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 행사에 있어 법령상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지방자치단체와 견련성이 인정되는 명칭이 거래시장에서 상표 등에 해당하여 상표법 또는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서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동 명칭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설사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특정한 행정동 명칭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피청구인의 관할구역 내 행정동 명칭인 ‘신사동’과 ‘삼성동’의 한자 표기를 보면 ‘新士洞’과 ‘三聖洞’으로 청구인 강남구의 관할구역 내 동 명칭인 ‘新沙洞’과 ‘三成洞’과는 훈(訓)이 다른 점, 전국적으로 살펴볼 때 신사동은 서울특별시 은평구에서 1975년부터, 삼성동은 대전광역시 동구에서 1936년부터, 그리고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1995년부터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청구인 강남구가 피청구인이 행정동 명칭으로 사용한 ‘신사동’ 및 ‘삼성동’이라는 명칭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 사용권한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소결론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특정한 행정동 명칭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권한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피청구인의 행정동 명칭 변경에 관한 이 사건 조례로 인하여 청구인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민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변론 없이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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