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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민법 제818조위헌제청", 결정해설집 9집, 헌법재판소, 2010, p.28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본문

- 중혼 취소청구권자의 제한과 평등원칙 -

(헌재 2010. 7. 29. 2009헌가8, 판례집 22-2상, 113)

이 준 희*1)

1.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제외한 민법 제818조(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2. 입법공백상태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 사례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8조(중혼의 취소청구권자) 혼인이 제810조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810조(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가. 제청신청인의 부(父, 망 윤○근)가 1933년 현재의 북한지역에서 김○

화와 혼인을 하였고, 그 사이에서 제청신청인 등이 출생하였는데, 이후 위 망인이 대한민국에서 1959년 김○화가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사망신고를 하고(김○화는 1997년 사망), 이후 권○희와 혼인신고를 하여, 또 다른 자식들을 출산하였으며, 망인은 1987년 사망하였다.

나. 제청신청인은 2009. 2. 16. 권○희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망인과 권○희 사이의 혼인이 중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2009드단14527), 2009. 6. 8. 민법 제818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며(2009즈기666), 위 법원은 2009. 9. 7. 위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제외하고 있는데, 직계비속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보다 중혼의 취소로 인한 법률상 이익이 더 크고, 가족관계의 친밀도ㆍ부양의무의 범위 등에 비추어 가족관계등록부의 등재를 변경할 이익이나 필요성도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보장되어야 할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1)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됨으로 인하여 비로소 취소권을 부여받은 것으로서, 직계비속을 제외하였다고 하여 재판청구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2) 직계비속을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에서 배제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직계비속이 중혼의 취소를 하면, 친부모와 자녀 또는 그에 준하는 인척관계에서 가족관계를 두고 법률분쟁을 벌일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법 감정 및 윤리의식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목적의 정당성이 있고, 그

목적에 비추어 수단의 적합성도 있으며, 직계비속이 중혼취소를 하지 못하여 받는 불이익한 점은 검사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

(3) 직계비속이 중혼을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전통적 가족질서에 반하고 인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혼인 및 가족관계를 보호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부합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주된 것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은 보충적인 것에 불과하고, 전통적인 가족윤리를 존중하는 면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평등의 원칙과 관련하여, 검사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가 될 수 있고, 가족 사이에 분쟁의 폐해가 크다는 점 및 특히 후혼의 자가 취소를 청구할 경우 해당 혼인에 의하여 출생한 자가 해당 혼인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부당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1.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취소청구권자로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하였는바, 직계비속을 제외하면서 직계존속만을 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것은 가부장적ㆍ종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고, 직계비속이 상속권 등과 관련하여 중혼의 취소청구를 구할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못지않게 크며, 그 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규정된 검사에게 취소청구를 구한다고 하여도 검사로 하여금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계비속을 차별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을 단순위헌을 선언할 경우에는 기존의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된 자까지도 중혼취소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므로, 201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인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를 선언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에 대한 주문은 헌법불합치결정으로 할 것이 아니고, 그 심판대상을 특정하고, 구체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 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

중혼상태의 실상을 보면 전혼은 사실상 해소되고 후혼이 실질적인 혼인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혼의 취소 여부는 중혼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당한 중혼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부분은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 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계비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1) 이 사건은 당해법원이 위헌제청한 사건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 법원의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가 유일한 적법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2) 법원의 당해 사건(서울가정법원 2009드단14527)의 피고와 이해관계인인 법무부장관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에 대하여 다툰바 없어, 적법요건 부분은 결정문상 생략되었으나, 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의 충족여부에 관하여는 실질적으로는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하였다.

(3) 먼저, 당해사건에서 망 윤○근(이하 ‘망인’이라 한다.)과 김○화와 혼인(제1혼)이 유효한지가 문제되는바, 제1혼이 1933년도에 북한지역에서 이루어졌고, 이후 북한이 1945년 해방 이후에 종래 이루어진 혼인에 대하여 어떠한 법령으로 이를 추인하였는지 여부 등에 대한 법령조사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망인과 김○화 사이의 혼인(제2혼)이 중혼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구관습법 및 민법 시행 당시의 부칙 등에 대한 검토 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점에 대하여 제청법원이 일응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제청하였으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사건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받아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제청법원의 의견을 존중하여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 것이라고 할 것이다.

(4) 더불어 망인이 사망하여 중혼취소가 가능한지, 중혼취소로 인하여 중혼배우자의 상속인의 상속관계가 소멸하는 것인지의 문제 등이 있고, 판례(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48308 판결)는 혼인이 취소된 경우에도 상속관계가 소급하여 무효로 되거나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도 제청신청인이 중혼을 취소하여도 상속권에서 이익을 얻지는 않아, 권리보호이익이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의 전제성과 관련하여서는 원고적격의 유무에 따라 각하될 것인가, 본안의 판단을 받아 인용 또는 기각판결을 받을 것인가로 주문이 달라지며, 망인의 사망에 따른 중혼취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는 경우에도 이는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이유를 달리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여전히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 밖의 문제는 중혼취소의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

를 존중해야 하고, 다만 그 전제성에 관한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에만 헌법재판소가 그 제청을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할 수 있다(헌재 1999. 9. 16. 98헌가6, 판례집 11-2, 228 등 참조)’는 법리를 확인하고 있다.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선례에서 이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아래와 같은 점들을 일응 그 배경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1) 우선, 권한배분의 측면이 있다. 비록 위헌법률심판권은 헌법재판소에 있으나, 위헌법률심판제청권은 법원에 있고, 일반 당사자들의 헌법소원 등과 달리 고도의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법관이 당해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률의 위헌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론이 달라진다고 판단하여 위헌제청을 하였다면, 이러한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권(헌법 제107조 제1항)과 명령ㆍ규칙 등에 대한 위헌심판권(헌법 제107조 제2항)을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분할하고 있는 것,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등도 법리자체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사법기관 사이에 기능적 권한배분을 한 측면이 더 강하다고 할 것인바, ‘그 전제성에 관한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원의 견해와 달리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전제성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2) 선택과 집중의 측면이 있다. 이 사건에 돌아와 살펴보면. 그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고 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리적인 판단을 해주어야 하는데, 명백히 재판의 전제성을 흠결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아님에도 재판의 전제성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아직 대법원의 선례도 부족한 법리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선언(宣言)적 판단을 해줄 실익 등이 없다. 이 사건에서 제청법원 및 이해관계인, 당해 소송의 당사자 등이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인만큼 그 답변에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3) 사실관계의 확정문제와 법리판단의 구별의 측면이 있다. 법원의 재판에 있어서도 1심과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대법원에의 상고는 사실관계의 확정이 아닌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

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것만’ 그 이유가 된다(민사소송법 제423조 등 참조). 그런데 재판의 전제성의 충족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하는바, 헌법재판소가 제청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다시 사실관계를 확정할 여유도 없으며, 그 필요도 없다고 할 것이다.

비록 헌법재판소법 제31조에 증거조사의 방법이 규정되어 있으나, 모든 위헌제청사건(헌가)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사건(헌바)을 심리함에 있어서 개별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하여 증거조사를 할 수도 없으며,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재판의 전제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제청법원의 사실관계 확정은 받아들이면서, 재판의 전제성 충족여부에 대해서만 별도로 제청법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

(4) 헌법해명의 필요성의 측면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으면 본안판단을 하고 있다.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인 권리구제에만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에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사안의 경우에는 본안판단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헌재 1993. 9. 27. 92헌바21, 판례집 5-2, 267, 273 등 참조).

비록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도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의 이유로 본안판단이 가능한 만큼, 당해 법원이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제청한 경우에는 가급적 그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할 것이다.

(1) 평등원칙 위반 여부가 쟁점

먼저, 이 사건에서 직계비속이 가지는 헌법상 권리는 재판청구권이고 그 중에서도 직계비속의 중혼에 대한 취소청구권이라고 할 것인데, 제청법원이 그 취소청구권의 제한 자체에 대하여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4촌 이내의 방계혈족(또는 직계존속)과 사이에서의 차별이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뒤에서 서술하는 바와 같이) 중혼에 대한 취소청구권의 입법형성의 범위가 넓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일견 직계비속에 대하여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 독자적인 과잉금지원칙 심사를 하여 과잉한 입법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재판청구권 자체가 법률에 의하여 구체화되는 기본권으로서(헌법 제27조 제1항 등 참조), 직계비속의 중혼취소청구권을 배제한 것은 민법 제정당시부터라고 할 것이어서, 법률에 의하여 한 번도 구체화된 기본권으로 보장된 바도 없다.

그렇다면, 직계비속도 중혼취소청구권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여야만 과잉금지원칙 심사(또는 과소보장금지원칙 심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직계비속의 중혼취소청구권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호소할 수 있는 기본권 또는 헌법원칙은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하여 차별하고 있다는 평등권 내지 평등원칙위반의 점이라고 할 것이다. 제청법원이 그 밖에 들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보장되어야 할 개인의 존엄 역시 독자적인 기본권 내지 헌법원칙으로 작용하기보다는 평등원칙에 대한 심사를 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점이라고 할 것이다.

(2) 구체적인 논증의 과정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었는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및 입법형성의 범위를 살펴보고, 평등원칙위반에 대한 심사방법을 정한 후, 그 심사방법에 따라 차별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1) 연혁 및 입법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법제정 당시에 “혼인이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제811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전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제811조(6개월의 재혼금지조항)에 따른 취소청구가 삭제되고, 방계혈족의 범위가 8촌에서 4촌으로 바뀌었다.

중혼취소 청구권자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서 입법제안 등에서 그 취지를 찾을 수 없었고, 제정당시 참고로 한 일본 민법(1948. 1. 1. 시행된 것)에서도 현행 일본 민법과 같이 친족이라고 되어 있을 뿐이고, 직계비속을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였다.

중혼은 각국의 입법례에 따라 혼인 무효 또는 취소사유로 보고 있어, 각국의 법률문화 등에 따라 다른 입법형식이 존재하고 있다.1)

(2) 입법형성재량의 범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가족생활에 있어서도 보장되어야 함을 규정함과 동시에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제도적 보장 역시 규정한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5 참조).

중혼을 금지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가족생활의 보장, 나아가 혼인과 가족생활의 구체적인 제도보장인 일부일처(一夫一妻)제도의 공익적 이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혼은 그로 인하여 또 하나의 혼인배우자, 출생된 자(子)의 신분관계를 발생시키고, 그러한 신분관계는 비록 중혼이 취소되더라도 사실상 완전히 원상회복될 수 없는 한계가 존

재하며, 특히 자(子)의 경우에 그 신분관계를 보호할 사회적 이익도 있다.

그런데 중혼의 경우는 혼인적령위반 등 다른 혼인취소사유와 달리, ① 특별히 검사를 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둔 점, ② 취소청구권의 소멸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 등에 앞서 든 일부일처제도 등을 보태어 보면, 비록 취소할 수 있는 혼인이라고 하여도 반사회성ㆍ반윤리성이 다른 혼인취소사유에 비하여 무거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과 다른 나라들의 입법례의 경우도 중혼에 대한 위법성을 무효로 보기도 하고, 취소사유로 보기도 하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중혼을 무효사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취소사유로 볼 것인가, 나아가 취소사유로 보는 경우 취소청구권자로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혼의 반사회성ㆍ반윤리성과 혼인생활의 사실상 보호라는 공익과 사익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1) 심사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어느 범위까지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폭이 넓은 영역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의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9. 19. 2000헌바84, 판례집 14-2, 268, 283-285 등 참조).

이 사건 결정문 상 표현은 “직계비속과 의미 있는 비교대상 집단으로는 직계존속ㆍ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직계존속ㆍ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하여, 직계비속이 중혼의 취소청구를 할 수 없는 차별취급이 합리적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의 형식을 택하였다.

그러한 표현은 (자주 논의되거나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그 근저에 평등원칙 심사 방법의 구조에 대한 논의가 깔려있다고 할 것이다.

우선, 평등의 원칙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자의금지원칙 심사요건을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련된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와, ② 이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의 순차적인 논증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동일한 것)은 같게 취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아가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 차별 취급의 존재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차별 자체가 있으면 안 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은 같게 취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면’ 그 차별이 자의적인지 여부를 떠나 다르게 취급하여야만 한다.

즉 양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그 차별취급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함께 하게 되는 구조가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아예 비교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2)청구인 등이 들고 오는 비교집단과 문제되는 집단 사이에 일정한 동일한 점과 일정한 차이점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보고, 그러한 동일한 점에도 불구하고 차이로 인하여 양 집단을 차별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의금지원칙의 심사방법은 ① 양 집단이 의미있는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있는가(동일한 점과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차별이 존재하는가)와 ② 이러한 차별취급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는가의 2단계 구조를 갖는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직계비속과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본질적으로 동일한가라는 판단을 먼저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일정한 동일한 점과 차이점이 존재하고(일정한 촌수 범위 내라는 동일한 점과 직계비속은 자신

의 존속의 의사를 존중하여 따라야 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일응 표현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중혼취소청구권의 유무라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의 논증을 따르게 된다고 할 것이다.

(2) 합리적 이유 유무

결정문상 직계비속과 비교대상으로 삼은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이를 비교함에 있어서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따라서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구별하여 기술하였다.

(가) 직계존속과 비교

1) 이에 대한 결정문상의 표현은 아래와 같다.

『 중혼 당사자와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인 부모와 직계비속 중에 가장 가까운 자식을 비교해보면, 그 촌수는 모두 1촌으로 동일하며, 단지 부모로서의 지위를 가지는가, 아니면 자식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가의 차이밖에 없다.

그와 같은 차별을 한 이유는 부모의 중혼 여부에 대하여 자식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ㆍ종법제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일 뿐이고, 다른 합리적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

가부장적 제도 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동성동본금혼을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9조 제1항에 대하여 1997. 7. 16.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동성동본 금혼제는 남계를 중심으로 한 족벌적, 가부장적 대가족 중심의 사회의 배경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고(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3), 호주제를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8조 등에 대하여 2005. 2. 3.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조선 후기에 이르러 확산된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이념적 배경은 종법사상과 성리학이라 할 것인바, 이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직접 이끌어가는 지도적 이념이나 원리라고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에 기초한 가족제도 또한 오늘날 현대가족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고 설시하면서,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래의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

겠다는 헌법적 결단을 표현하였으며, 현행 헌법에 이르러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한 바도 있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 판례집 17-1, 1, 24).

따라서 직계존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중혼의 취소에 대하여 상속권 등과 관련하여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이에 못지않게 크다고 볼 수 있는 직계비속을 중혼취소 청구권자에서 제외한 것은 우리 헌법이 제정 당시부터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용인하지 않기로 한 가부장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

2) 해설

먼저, 차별의 이유를 규명함에 있어, 명시적인 입법목적을 확인하는 방법과 묵시적인 입법목적을 추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국회의 검토보고서, 심사보고서 또는 국회회의록 등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명시적인 입법목적을 찾아야 하는 것은 우선이겠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하였고(8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4촌 이내로 변경된 것을 제외하고), 민법 제정시의 국회회의록 등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묵시적인 입법목적을 추론할 수밖에 없는데,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호주제나 동성동본금혼제 등 역시 민법 제정시부터 존재한 조항이었다는 점 및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법이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본 대법원판결3)등에 비추어 보면,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은 부모의 중혼 여부에 대하여 자식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ㆍ종법제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민법시행전의 관습법인 구관습법과 민법 제정 당시의 민법 등에는 남녀불평등을 전제로 한 가부장제ㆍ종법제적인 사고(思考)가 상당히 있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에 대한 형식주의를 따르는 민법 체제 아래에서 아주 드물게 적용여부가 문제되는 조항이었으므로, 그 불합리성이 남아 있는 채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

1) 이에 대한 결정문상의 표현은 아래와 같다.

『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로 배우자ㆍ직계혈족 및 형제자매ㆍ직계혈족의 배우자ㆍ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정하고 있고, 반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는 형제자매ㆍ백숙부ㆍ종형제자매ㆍ조카 등이 있다.

위 조항과 이 사건 법률조항을 연결해서 보면,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백숙부ㆍ종형제자매ㆍ조카 등이 가족인 직계비속은 가지지 못하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고, 직계비속보다 나이가 더 어릴 수 있는 종형제자매(4촌)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반면에 중혼취소를 통하여 재산상속분이 증가할 수 있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등 중혼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해관계가 더 큰 직계비속은 그 취소청구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한편 검사가 중혼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어, 직계비속이 중혼취소 청구권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위와 같은 차별의 불합리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사적(私的)인 관계인 중혼의 상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수 없을뿐더러,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그 중혼취소청구권을 행사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절차규정도 없고, 나아가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취소청구를 구한다고 하여도 이는 검사로 하여금 그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러한 제도가 위에서 본 차별의 불합리성을 교정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

2) 해설

먼저, 직계비속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하면, 가족으로서의 친밀도나 법률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은 명백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계존속은 취소청구권자로 인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의 이유가 전통적인 가부장제 아래서 부모 등의 중혼에 대하여 자식인 직계비속은 그 취소를 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한 이유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수긍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불합리성은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 대해서는 취소

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데에서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직계비속보다 더 어린 종형제 자매에게는 취소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는 점은 이 부분에 있어서 확연히 드러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해 법원 사건의 피고나 이해관계인(법무부장관)은 검사가 중혼취소청구권자로 포함되어 있는 점이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설시는 직계존속과의 비교에서도 마찬가지로 가능한 논증이므로, 카테고리(category) 상 적절치 않은 면이 있으나, 달리 새로운 항목으로 표현하기에도 체제상 애매한 면이 있어,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의 비교 부분에 넣은 것이다.

민법의 총칙ㆍ친족ㆍ상속편에 다수 항목에서 그 청구권자로서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가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 절차에 관하여는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실무상으로도 검사가 그 청구를 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점에서 검사가 취소청구권자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직계비속에 대한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결정문상으로 직접 설시되지 않은 이유로 혼인 무효의 청구권자와의 비교가 있다.

혼인 무효의 경우 민법에는 그 청구권자와 관련한 규정이 없고, 가사소송법 제23조는 혼인무효의 확인의 소의 청구권자로서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을 정하고 있다.4)

비교법적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중혼을 혼인의 취소 사유로 할 것인가, 무효사유로 정할 것인가는 각국의 입법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며, 일본의 경우에는 6촌 이내의 직계비속을 포함한 친족(6촌 등내의 혈족, 배우자, 3촌 등내의 인척)을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로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혼의 위법성을 무효에 이르는 중한 것인지, 아니면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가로 볼 것인지는 일응 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나, 일본의 경우처럼 중혼에 해당하면 직계비속도 그 취소청구권자로 보는 입법례가 존재하고, 우리의 혼인무효 확인의 소의 당사자에 직계비속도 포함되어 있어,

중혼의 경우에만 유독 직계비속을 제외하여야 하는 합리적인 차별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1) 합헌론의 주된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의 폭넓은 자유가 있지 아니한가 하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의 입법례는 그 취소청구권자를 그 중혼의 당사자들, 전혼 배우자이외에는 검사(관할행정청)만을 인정하고, 일본의 학설처럼 제3자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하여 입법론적으로 당사자, 전배우자 정도로 그 범위를 정하고, 그 이외에는 모두 검사에 의한 취소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5)도 있다.

즉, 중혼 당사자들ㆍ전혼 배우자ㆍ검사 이외의 친족들에게 취소청구권을 부여한 것은 단지 추가적ㆍ은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고, 직계비속의 입장에서도 중혼의 취소청구권자가 중혼 당사자들ㆍ전혼 배우자ㆍ검사인 경우보다는 오히려 다른 친족들(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통하여 중혼의 취소청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ㆍ기회가 많아졌으므로,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입장 자체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드나, 차별이라는 것은 현행법 상 또는 그 시행당시의 법상에 규정된 다른 비교대상집단과의 비교를 통해서 할 수 밖에 없고, 검사가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직계비속이 다른 청구방법이 없는 점 및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의심사금지에 위반되는 점들로 인하여 위 견해에 대하여 반대한다.

(2) 합헌론의 또 다른 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직계비속을 중혼 취소청구권자에서 제외한 것은 부모(그 범위를 한정하여)의 혼인행위가 가사 중혼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가치질서에서 볼 때, 그 취소를 청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따라서 합리적인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형법 제259조 제2항의 존속상해치사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 합

헌결정을 하면서,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치질서로서, 특히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적 문화를 계승ㆍ발전시켜 온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 현실인 이상, ‘비속’이라는 지위에 의한 가중처벌의 이유와 그 정도의 타당성 등에 비추어 그 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그러나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가치질서에서 존속상해ㆍ치사 등의 가중처벌의 이유를 찾을 수는 있어도,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가치질서에서 직계비속이 직계존속의 위법한 행위인 중혼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지 못할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나아가 직계비속을 포함하여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 그 직계비속에 중혼당사자의 처음의 혼인의 직계비속이외에 후혼의 직계비속도 포함되고, 후혼의 직계비속이 중혼을 취소할 수 있게 하면, 중혼으로 인하여 발생한 자기의 신분관계의 이익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합헌의 근거를 찾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① 직계비속에 후혼의 직계비속만을 놓고 보면 스스로의 신분상 이익을 부정하는 것이 되더라도, 최소한 처음 혼인의 직계비속을 제외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 못하고, ② 근친혼의 경우에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신분관계인 직계비속을 취소청구권자에 포함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근친혼을 전제로 발생한 혼인관계 자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위법성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나, 중혼의 경우에는 그 위법성이 감소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어, 후혼의 직계비속이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갖는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며, ③ 또한, 후혼의 직계비속도 위법적인 중혼상태를 취소함으로 인하여, 새로운 온전한 혼인으로 인한 가족관계를 원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후혼의 직계비속에게 취소청구권이 있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1) 재판관 조대현의 의견

재판관 조대현은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법은 중혼(重婚)을 금지하고(제810조), 중혼을 혼인취소사유(제816조 제1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당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북한에서 혼인한 사람이 혼자 월남하여 남한에서 다른 사람과 다시 혼인하거나, 이혼한 뒤 재혼하였는데 나중에 이혼이 무효로 밝혀지거나 취소된 경우에는 후혼(後婚)이 중혼으로 된다. 그러한 경우에 후혼의 상대방은 중혼인 줄 모르고 혼인하는 경우가 많고, 후혼이라 하여 무조건 비난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후혼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형성하고 가정을 이루는 점에서는 정상적인 혼인관계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전혼이 이혼ㆍ사망 기타의 사유로 해소되면 중혼상태도 해소된다.

중혼은 일부일처의 혼인제도에 위반되는 것인데도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중혼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형성되는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혼이라도 취소되기 전에는 유효한 혼인으로 취급하여 중혼의 당사자도 법률상의 부부로서 권리의무를 가지고, 중혼 중 포태된 자(子)는 부(夫)의 혼인중의 자로 추정되게 한 것이다. 그리고 혼인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므로(민법 제824조), 중혼이 취소되더라도 취소 전에 생긴 법률효과는 소멸되지 아니한다.

혼인의 취소는 유효한 혼인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으로서 혼인당사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혼인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민법은 중혼을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면서도 그 취소청구권자로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혼이 일부일처제에 위반된다는 점을 중시하여 중혼의 해소

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중혼은 중혼의 당사자나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후혼에 의하여 이루어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점, 중혼상태의 실상을 보면 전혼은 사실상 해소되고 후혼이 실질적인 혼인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전혼이 해소되어도 중혼상태가 해소되는 점,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혼의 취소 여부는 중혼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당한 중혼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중혼의 경우에 후혼당사자나 전혼의 배우자가 아닌 제3자에게 혼인취소권을 인정하려면 혼인당사자의 혼인관계상 권리를 부정하게 하여도 좋을 만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검사도 중혼이 일부일처제에 반한다는 이유만 가지고 취소청구할 수는 없고 중혼이 당사자나 그 배우자의 법익을 침해하여 사회질서를 해치는 지경에 이른 경우에만 취소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당위성과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혼은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이므로 근친들에게 중혼에 대한 취소청구권을 인정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되지만, 중혼을 법률상 당연무효라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중혼취소사유로 규정하여 중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상, 중혼의 취소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상의 이해관계도 없는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의 취소를 청구하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중혼을 무효인 혼인과 같이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하고 중혼당사자의 혼인의사와 혼인관계상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중혼이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의 상속권 기타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는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할 사유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부분은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관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중혼취소청구권자로 ‘직계비속’을 규정하였더라면 그 부분도 역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계비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

(2) 해설

법정의견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성의 프레임을 직계비속 v. 직계존속 및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보았다면, 재판관 조대현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근본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하는 것이 합헌이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혼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그로 인한 규범의 정도가 무효에 이른다면, 그 무효를 다툴 수 있는 자들의 범위는 일정한 범위의 가족 및 친족 등이 되겠지만, 중혼은 그 자체로는 행위반가치인 것이 틀림없지만, 그 후혼으로 파생되는 자 등을 보호해야 하는 점 등이 있어, 취소사유에 불과한 것으로 정한 이상,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은 당사자 및 배우자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1) 법정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취소청구권자들 역시 중혼의 취소청구를 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계비속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포함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를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게 더 좁히는 입법방식 등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중혼의 위법성, 실질적 이해관계인들의 중혼의 취소청구의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입법개선시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며, 입법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11. 12. 31.까지는 새 입법을 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2) 별개의견(재판관 김종대)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그 견해를 같이 하지만 다만 주문의 표시방법은 다수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으로 할 것이 아니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위헌법률심판과 관련된 심판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청구인(또는 제청법원)의 신청취지 및 관련재판의 전제된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제청법원이 신청한 신청취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방계혈족 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의 심판의 대상은 이 사건 법률조항 전체가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부분으로 한정하여야 한다.

둘째, 위헌법률심판은 그 계쟁된 재판에서의 권리구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평등원칙과 관련한 종래의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계쟁집단을 배제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도 그 계쟁집단은 헌법재판소의 그

결정으로서 구제되지 못하고, 입법자의 재량에 따라 추가적인 입법을 통하여만 구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이며, 잠정적용 시한이 도과된 후에는 기존의 수혜집단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도리어 헌법적 가치질서에서 멀어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당해 법률조항이 위헌결정되면, 그 적용이 중지됨으로 인하여 그 청구인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위헌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헌법재판 역시 재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구제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 사건에서 권리구제가 가능한 주문을 선고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 자체를 위헌이라고 하면, 이는 즉 직계비속이 누락된 부분이 위헌이 된다는 것인 만큼, 위헌결정의 기속력으로 인하여 당해 사건에서의 법원은 향후 새로운 입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직계비속도 중혼 취소청구권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여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주문이 입법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입법의무는 적극적 의미에서 헌법상 명시된 입법의무와 소극적 의미에서 입법권 행사의 완결의무로 나눌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그 흠결된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해도 입법권 침해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할 것이다. 입법자가 헌법상 명시된 입법의무를 해태한 것이 아닌 이상 헌법재판소가 그 진정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나, 입법자가 선택한 입법권 행사에 일부 흠결이 있는 경우, 특히 명시적으로 규정된 부분이 아닌 배제된 부분에 대한 흠결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입법은 입법자가 스스로 선택한 입법형식을 완결하지 못한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완전한 입법은 입법권 행사의 완결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볼 것이며, 모든 입법이 헌법적 가치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헌법재판소로서는 그러한 입법부의 입법권 완결의무를 위반하여 흠결된 부분을 특정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입법의 재량이 넓은 영역(혼인당사자와 검사 등으로

한정하여 중혼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할 수도 있고, 현행 법률조항과 같이 더 넓게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에서 입법자는 그 입법적 결단으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키는, 다소 폭넓은 범위의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하였다면, 평등의 원칙상 직계비속 역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켰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입법자가 스스로 선택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에서 일부를 누락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와 같이 누락된 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한정위헌결정은 아예 새로운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입법권의 기능을 침해하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법정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하면, 중혼에 대한 취소청구를 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정한 규정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가 되므로, 법적공백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

반면에 별개의견은 법정의견과 같이 법적공백을 방지하면서도 가능한 위헌결정을 해야 권리구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헌법재판소는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와 주관적인 권리구제의 2가지 목적을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위헌이기는 하지만, 그 위헌성은 직계비속을 배제한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고,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포함하면서 직계비속을 제외한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의견은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의 측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잠정적으로는 적용하고, 정해진 잠정적용기간 내에 입법개선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위헌성이 제거되면 족하다는 견해로 볼 수 있고, 그와 같은 사정에서 비록 당해 사건의 원고가 직계비속으로서 원고적격이 없게 되어 주관적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후 국회에서 개선입법을 통하여 구제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별개의견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여 낸 헌법불합치결정이 그 잠정적용기간 내에 입법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 등을 고려하고, 나아가 헌법소원 등을 신청한 청구인 등의 주관적 권리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재판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평가 아래 개진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6)

어떠한 주문 형태를 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가는 재판관들의 인식과 결단, 헌법재판을 둘러싼 국민 및 국회, 관계기관의 자세 등 여러 가지 고려를 하여 정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별개의견도 헌법재판소가 앞으로 더 바람직한 주문형식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세월을 두고 수용되고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혼을 금지하고 혼인에 대한 형식주의(신고주의)를 택하고 있는 현행 민법 체제에서 중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를 쉽게 상정하기는 어렵다. 당해 사건과 같이 아주 예외적으로만 중혼이 성립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역시 분단상황이 오래된 현재에 있어서는 앞으로는 더욱 발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실제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민주주의라는 헌법이념이 국가와 사회, 나아가 한 가족 내에 이르기까지 확립되어야 하고, 그러한 민주주의 이념은 가족 내에서의 평등, 양성간의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데, 가족이나 친족과 관련한 법률관계에서 아직 남아 있는 가부장제, 종법제적 잔재를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용인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결정을 통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인 민

주주의의 이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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