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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9. 29. 선고 2010헌바116 결정문 [국가배상법 제8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0헌바116 국가배상법 제8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김○준

대리인 변호사 최정규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354848 손해배상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한국전쟁 중 17세 때인 1951. 4.경에 징집되어 1953. 2.경까지 1년 10개월간 육군 제101 노무사단에서 문서연락병으로 복무를 마친 후 20세 때인 1953. 10. 13. 다시 징집되어 1958. 1. 10.까지 4년 3개월간 육군에서 보병으로 복무를 하고 병장으로 제대를 하는 등 2차례에 걸쳐 군복무를 하였는데, 이는 국가가 청구인에 대한 병적관리를 잘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2009. 8. 28. 대한민국

을 상대로 이중병역복무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354848), 위 소송 계속중 국가배상법 제8조 등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기10392), 2010. 2. 12.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10. 3.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가배상법(2008. 3. 14. 법률 제8897호로 개정된 것) 제8조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 및 ‘위헌이라고 해석되는 법률조항’란에 국가배상법 제8조 외에 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도 기재하고 있으나, 청구인은 국가배상법에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특별규정을 두지 않아 국가배상법 제8조의 준용규정에 의하여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민법 또는 그 외의 법률상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는 것에 대하여 다투고 있고, 2011. 6. 22.자 준비서면에서도 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심판의 대상을 위와 같이 한정하기로 한다.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심판대상조항]

제8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 다만, 민법 외의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을 때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

[관련규정]

헌법

제29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제96조(금전채권ㆍ채무의 소멸시효) ①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또한 제1항과 같다.

2.청구인의 주장요지

국가배상법은 소멸시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둠이 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단순히 민법 또는 그 외의 법률(국가재정법)상의 소멸시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후문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위헌이다.

3. 판단

가. 국가배상청구권의 헌법적 보장

국가배상청구권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재산 또는 재산 이외의 손해를 받은 국민이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 주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제헌 헌법 제27조 제3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자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그 후 조문의 위치와 자구의 변화는 있었으나 이 규정은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는데, 현행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우리 헌법상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규정은 단순한 재산권의 보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배상청구권을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헌재 1997. 2. 20. 96헌바24 , 판례집 9-1, 168, 173). 그리고 위 헌법규정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의 책임과 절차에 관한 국가배상법이 1951. 9. 8. 법률 제231호로 제정되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국가배상청구권의 제한

국가배상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의 책임과 배상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규정내용의 대부분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 및 배상기준, 배상심의전치주의, 배상절차 등에 관한 것이며,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 다만, 민법 외의 법률에 다

른 규정이 있을 때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민법이나 기타 특별법의 규정을 준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도 국가배상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민법 또는 그 외의 법률이 적용되고, 일정한 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그 권리는 소멸하여 더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국가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함으로써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 및 존속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민법 또는 그 외의 법률상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청구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그 위헌성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 입법의 한계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헌재 2008. 11. 27. 2004헌바54 , 판례집 20-2하, 186, 211 참조).

한편, 청구인은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후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아래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이상 기본권 보장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헌재 2011. 2. 24. 2008헌바40 , 공보 173, 338, 340 참조).

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1)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1997. 2. 20. 선고한 96헌바24 결정(판례집 9-1, 168)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일부 자구만 다를 뿐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 국가배상법(1967. 3. 3. 법률 제1899호로 제정되고 2008. 3. 14. 법률 제8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고, 그 결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도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제한도 그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또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이를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민법상의 소멸시효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첫째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에 진정한 권리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우므로 그 계속되어 온 사실상태를 그대로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과거사실의 증명의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함으로써 민사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점, 둘째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법률관계가 통상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

되는 것이므로 가해자는 언제 손해배상청구를 받을지 얼마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지 등이 분명치 아니하여 극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시효에 걸리게 하여 가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의 고려에 의하여 민사상의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함으로써 민사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위하여 존재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민법상의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그대로 국가배상청구권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즉, 국가배상청구에 있어서도 오랜 기간의 경과로 인한 과거사실에 대한 증명의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고 또 권리행사를 게을리 한 자에 대한 제재 및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가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소멸시효제도의 적용은 필요하므로 그대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배상법 제8조가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소멸시효제도를 적용하도록 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를 일정한 경우에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불가피한 필요성에 기인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 소멸시효기간을 정함에 있어서 민법상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에 있어서 민법상의 소멸시효기간과 같도록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성격과 책임의 본질,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서의 입법자의 결단의 산물인 것이고, 그것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배상청구권의 특성을 전혀 도외시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국가배상법 제8조는 그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이 규정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하에 그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점에서 그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라고는 볼 수 없을뿐더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제한의 목적과 수단 및 방법에 있어서 정당하고 상당한 것이며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법익과의 사이에 입법자의 자의라고 볼 정도의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2)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타당하고,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에서도 위 견해를 그대로 유지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9. 29.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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