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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2. 23. 선고 2009헌마333 결정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3항 등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신○식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용주

이유

1.사건 개요와 심판 대상

가. 사건 개요

(1) 청구인은 2007. 4. 23.경 구속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 중 다시 사기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마산교도소에서 형집행 중에 있다가,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서 자비 부담으로 외부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마

산교도소장에게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2) 이에 청구인은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에 청구인으로 하여금 외부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마산교도소장의 처분이 위법․부당함을 다투고자 청원서를 작성․봉함하여 제출하려고 하였으나, 마산교도소장은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서를 제외한 다른 서신은 봉함하여 제출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그러자 청구인은 2009. 6. 초순경 법제처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3항같은 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대한 청원서를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해야 하는지 여부와 관련한 법령해석 질의를 하였고, 2009. 6. 8. 법제처에서 위 질의서를 이송받은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서 이외의 서신은 위 법령조항들에 의거하여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여야 한다는 회신을 수령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09. 6. 22. 위 법령조항들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 대상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28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43조 제3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5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6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합하여 지칭할 때는 ‘이 사건 법령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28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서신수수) ③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에 법령에 따라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5호로 개정된 것) 제65조(서신내용물의 확인) ① 수용자는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제43조(서신수수) ①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의 수수금지 및 압수의 결정이 있는 때

2.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3.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정시설의 수용자 간에 서신을 주고받으려면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④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

2.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

3.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의 서신인 때

⑤ 소장은 제3항 또는 제4항 단서에 따라 확인 또는 검열한 결과 수용자의 서신에 법령으로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거나 서신의 내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발신 또는 수신을 금지할 수 있다.

1. 암호․기호 등 이해할 수 없는 특수문자로 작성되어 있는 때

2.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3.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때

4.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명백한 거짓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때

5.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

6.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7.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⑧ 서신발송의 횟수, 서신 내용물의 확인방법 및 서신 내용의 검열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92조(금지물품) 수용자는 다음 각 호의 물품을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마약․총기․도검․폭발물․흉기․독극물, 그 밖에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품

2. 주류․담배․화기․현금․수표,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3. 음란물, 사행행위에 사용되는 물품, 그 밖에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제104조(마약류사범 등의 관리) ① 소장은 마약류사범․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에 대하여는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계호를 엄중히 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수용자와 달리 관리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법령조항의 무봉함 서신 제출 제도의 목적이 수용자의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서 이외의 모든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청원서 내용을 검열하는 것이며, 수용자의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청원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2) 이 사건 법령조항은 수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일반 국민에 비해 수용자의 청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이 사건 법령조항은 교도소장의 물품확인조치나 발송거부처분이라는 구체적

인 집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기본권침해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령조항은 금지물품의 존재를 확인하여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수용자가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채로 제출하게 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서신내용의 검열을 위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으로서 통신비밀의 자유나 청원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 법령조항에 의하여 수용자의 청원활동이 제한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한은 교정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적법 요건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1)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해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3, 823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에 법령에 따라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수용자의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것인지 여부는 교도소장의 재량에 좌우

되는 것이므로, 교도소장의 금지물품 확인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수용자인 청구인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도소장이 수용자의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1)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수용자는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의해서 수용자는 교도소장 등의 다른 집행행위가 없더라도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할 의무를 부과받게 되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수용자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2) 다만 이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한 형집행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청구인의 침해된 기본권 구제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이익이 문제될 수 있는데, 헌법소원제도는 주관적인 권리구제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 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설사 주관적인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동종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를 위하여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6; 헌재 2005. 2. 24. 2003헌마289 , 판례집 17-1, 261, 266-267 등).

(3) 그런데 청구인의 경우 이미 형집행이 종료되어 더 이상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을 받지는 아니하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존재하는 한 청구인의 경우와 같은 유형의 기본권 제한이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수용자의 서신 무봉함 제출 제도의 헌법적 타당성 여부는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해 그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것이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4) 한편, 그 밖에 청구기간을 비롯한 다른 적법 요건의 흠결은 발견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문제되는 기본권

(1)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수용자로 하여금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그 서신이 교도관들에 의해서 검열을 당하거나 읽혀질 위험에 놓이게 되므로, 수용자는 청원권 행사를 위한 서신을 포함한 각종 서신의 발송을 주저하게 되는바, 이는 결국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게 된다.

(2) 이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서의 핵심적인 문제는 봉함하지 않은 상태의 서신 제출이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으로서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서만 판단하기로 한다.

나.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 여부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 즉, 통신비밀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

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의 중요한 수단인 서신의 당사자나 내용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다만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헌재 1998. 8. 27. 96헌마398 , 판례집 10-2, 416, 427).

한편,교정시설에 수용중인 수용자의 경우도 통신비밀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교정시설의 질서를 유지하고 수용자의 교정ㆍ교화를 위하여 이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한은 필요 이상의 과잉제한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이하에서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본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마약ㆍ독극물ㆍ흉기 등범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 담배ㆍ현금ㆍ수표 등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건 및 음란물 등 수용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건 등(법 제92조 참조)을 수용자가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여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용자가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수용자가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서신에 대해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 교정당국은 서신에 대해 편리하게 보안검색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교도소의 직원은 쉽사리 서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바, 누구든지 자신의 서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읽힐 수 있다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거리낌 없이 정보를 교환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수용자로서는 서신에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을 표현하기를 자제하거나 서신교환 자체를 포기할 것이며, 이는 사실상 서신 내용을 검열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법 제43조 제4항이 서신 내용의 검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교도소의 직원이 수용자가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한 서신의 내용을 함부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방지될 수 없다. 수용자는 자신의 서신 내용이 교도소 측에 의해 아무런 제한 없이 노출, 파악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안검색이 필요하여 수용자로 하여금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실상의 검열로 인한 서신 교환의 위축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수단들이 있다면 입법자는 이러한 수단들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른 방법이 아니라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예컨대,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서신을 봉함하게 할 수도 있으며, 봉함된 상태로 제출된 서신을 X-ray 검색기 등으로 확인한 후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개봉하여 확인할 수도 있고, 조직폭력수용자ㆍ마약류수용자ㆍ관심대상수용자 등과 같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계호를 엄중히 하여야 하는 수용자(이상 엄중관리대상자, 법 제104조, 법 시행규칙 제194조 참조)에 한정하여 무봉함 서신 제출 대상자를 정할 수도 있으며, 서신의 내용에 대한 검열이 허용되는 경우(법 제43조 제4항 단서 참조) 등 일정한 경우에만 무봉함 상태로 서신을 제출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 제84조 제3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 검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려는 서신조차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여지를 줌으로써 수용자가 보내려는 모든 서신을 사실상 검열 가능한 상태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기본권 제한 규범이 지켜야 할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위반하고 있다.

(3) 법익 균형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무봉함 서신 제출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라는 목적은 보다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도 얼마든지 달성이 가능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시행령조항으로 인해 밖으로 보내려는 서신

을 봉함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소요되는 인력과 재정을 감안하더라도 수용자가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함으로 인하여 수용자가 입게 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익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4) 소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기본권 제한 규범이 갖추어야 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이 보장하는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이동흡의 아래 6.과 같은 한정위헌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동흡의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한정위헌의견

다수 의견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발송서신의 무봉함 제출 자체로 ‘사실상 검열의 대상이 되는 위축효과’를 가져와 수용자의 서신발송을 통한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나, 수용자에 대한 자유형의 본질적 성격, 헌법재판소의 선례 및 상위 법과의 조화로운 해석 및 우리 법이 마련하고 있는 수용자 인권보호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무봉함 제출 제도는 기본권 제한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이 인정되어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다만,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은 절대적으로 검열이 금지됨에도 이를 무봉함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처럼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무봉함으로 제출하여야 하는 수용자의 ‘서신’에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될 뿐, 다수 의견과 같이 전면적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이 사건의 쟁점

구 행형법은 수용자의 서신에 대하여 검열을 원칙으로 하였다가 2007. 12. 21.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로 개정되면서 수용자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써 무검열 원칙으로 전환하되, 예외적으로 검열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두는 방식(이하 ‘상대적 검열주의’라 한다)을 취하게 되었다(형집행법 제43조 제4항).

그런데 구 행형법 시행령상의 ‘발송서신의 무봉함 제출 제도’가 구 행형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으로 그대로 존속하게 되었는바, 이 조항이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나. 상대적 검열주의와 무봉함 제출제도

형집행법 제43조 제4항 단서 제3호는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을 검열이 필요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집행법 제43조 제5항에는 ‘서신이

암호․기호 등 이해할 수 없는 특수문자로 작성되어 있는 때(제1호),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제2호),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때(제3호),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명백한 거짓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때(제4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제5호),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6호),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7호)’가 서신의 발신 또는 수신을 금지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형집행법은 무검열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일정한 요건 하에 발송서신이 검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특수문자로 작성된 서신’,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된 서신’,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명백한 거짓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서신’ 등 봉함상태에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발송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발송서신의 무봉함 제출’은 구 행형법상 발송 서신의 ‘금지물품 확인 및 검열’을 위한 제도에서 이제는 ① 금지물품의 확인, ② 검열대상이 되는 서신인지 여부에 관한 형식적 확인, ③ 검열 대상 서신의 효율적인 검열을 위한 것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였다고 보인다.

이처럼 ‘발송서신 무봉함 제출 제도’는 형집행법이 채택한 상대적 검열주의를 이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정행정의 방식으로서 무봉함 제출 그 자체에 의하여 발송서신 일반에 대한 검열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전면 위헌론에 대한 반론

다수 의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하면서도 투시기(X-ray) 등 대체적 방법이 가능하고, 무봉함 제출로 달성되는 공익에 비하여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심각하고 중대하므로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수형자의 발송서신 검열행위에 대한 종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헌재 1998. 8. 27. 96헌마398 판례집 10-2, 416 참조)에 실질적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본권 침해상황의 발생이나 심각성 증대 등에 대한 논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적절하게 판시하였듯이 “자유형의 본질상 수형자에게 외부와의 자유로운 교통·통신에 대한 제한은 수반되고, 수형자에게 통신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의 기준은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입법정책에 맡겨져 있는 것이며 구금시설은 다수의 수형자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시설로서 규율과 질서유지가 필요하므로 수형자의 서신에 대한 검열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구 행형법형집행법으로 개정되면서 수용자의 일반서신 대부분이 검열의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통신비밀의 자유가 상당부분 확대되었을 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하여 기본권 제한이 심각해지거나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수용자의 발송서신 대부분을 원칙적으로 검열대상으로 하되 교도소장으로 하여금 검열의 유형과 범위를 미리 정하도록 하고 있는 독일이나, 미결수용자 및 수형자 중 엄중보안등급자의 서신을 일괄적으로 검열대상 서신으로 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수용자의 발송서신 대부분에 대하여 검열을 원칙으로 하면서 무봉함 제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일

반적이다.

형집행법은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무검열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검열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어 그 판단을 전문가인 교정행정 담당자에게 맡기고 있고, 통신비밀의 자유가 보다 강력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령에서 수용자의 발송서신이 절대적 검열금지 대상임을 명시하고, 발송서신을 봉함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즉 형집행법 제117조에서는 수용자가 그 처우에 관하여 교정시설의 직상급기관인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때 청원서는 봉해서 제출하며 교정시설에서는 이를 개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1조동법 시행령 제7조 제3항에서는 수용자가 외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진정을 제기함에 있어 진정서를 봉함상태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교정시설 내 인권상황 및 문제점에 대하여 교정시설 관계자들의 관여 없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하고 구제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다수 의견은 무봉함 제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X-ray 등을 통한 투시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하는 금지물품 확인에 비하여 매우 불완전한 검색방법이다. 만일 봉함제출을 원칙으로 하게 될 경우, 검열대상 서신으로 판단되는 전체 수용자의 약 30%에 이르는 조직폭력사범, 마약류사범, 관심대상 수용자 등 엄중관리대상자의 서신, 그밖에 검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발송서신 및 검열대상이 되는 서신인지 여부에 관한 형식적 확인이 필요한 서신에 대하여, 수용자와 대면하여 개봉 후 그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교도행정 업무가 크게 가중되고 수용자의 반발 등으로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

비가 예상될 뿐 아니라,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관련된 고소․고발인, 경찰․검찰 및 법원의 공무원, 피해자, 증인, 감정인 등에 대하여 출소 후의 보복 협박, 교도소 내에 있는 동안 뒷바라지 강요 등 일반 국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수용자의 서신보다 사적이고 은밀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접견 또는 전화통화’에 대하여는 교도관의 청취나 녹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다른 기본권 제한조치(형집행법 제41조, 제44조)와의 체계적 균형을 고려할 때, 발송서신 무봉함 제출이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다소간의 위축이나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 즉 한정된 인원으로 발송서신의 금지물품 포함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협박서신 등의 발송을 방지하며, 검열대상 서신의 검열을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달성되는 교도행정의 효율성 및 질서유지 - 에 비하여 그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한다.

라.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절대적 검열금지)에 대한 무봉함 제출의 위헌성

다만, 형집행법 제84조 제3항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서신’에 대하여는 절대적으로 검열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검열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검열주의의 대상인 일반서신과 같게 취급할 수 없다.

독일과 미국의 입법례에서도 변호인과의 교환서신에 대하여는 절대적으로 검열을 금지하고 있고, 절대적 검열금지 대상 서신의 경우에는 발송시 수용자로 하여금 봉함한 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법에서 절대적 검열금지의 대상인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진정의

경우에 서신을 봉함한 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 그 취지를 같이 한다.

이처럼 절대적 검열금지 대상 서신은 그 서신의 비밀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매우 커 봉함상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서 미결수용자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사실상 변호인과의 접견이나 서신교환을 통해서만 수사 또는 재판에서의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므로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상 그 서신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할 필요가 있어 변호인과의 교환서신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미결수용자가 변호사에게 보내는 서신에 대한 검열행위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헌재 1995. 7. 21. 92헌마144 , 판례집 7-2, 94 참조).

이와 같이 절대적 검열금지 대상인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에 대하여도 무봉함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무봉함으로 제출하여야 하는 수용자의 ‘서신’에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2012. 2.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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