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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3. 29. 선고 2010헌마599 결정문 [공판기록 폐기처분 위헌확인 등]
[결정문]
사건

2010헌마599 공판기록 폐기처분 위헌확인 등

청구인

노○제

국선대리인 변호사 나성태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주문

1. 피청구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합212 사건의 제1심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한 행위, 피청구인이 2010. 6. 15. 청구인에 대하여 한 정보비공개결정,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56조,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의2 제3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40조 제2항 후단, 형사소송규칙(2007. 10. 29. 대법원규칙 제2106호로 개정된 것) 제38조의2 제1항에 대한 각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2. 형사소송규칙(2007. 10. 29. 대법원규칙 제2106호로 개정된 것)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9. 3. 3. 강간치상죄로 기소되어 2009. 5. 13.부터 그 다음날까지 국민참여재판절차로 진행된 제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합212), 이에 불복한 항소심에서 2009. 7. 29.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며(서울고등법원 2009노1370), 그 후 다시 불복․상고하였지만 2009. 10. 15.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09도7952).

(2) 청구인은 그 후 2009. 10. 20.경부터 피청구인 또는 위 제1심 법원사무관에게 위 국민참여재판 공판정 심리의 녹음테이프 열람 및 사본 교부신청 등을 거듭하였으나 그때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최종적으로 2010. 6. 15. 피청구인에게 위 국민참여재판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 및 배심원 선정기일 내용 등의 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같은 날 녹음물의 공개청구에 대하여는 그 녹음물이 형사소송규칙 제39조에 따라 폐기되었다는 이유로, 배심원 선정기일 내용의 공개청구에 대하여는 그 정보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재판참여법률’이라고 한다) 제24조 제2항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비공개결정이 내려지고, 같은 달 29. 그 결정통지서를 송달받았다.

(3) 이에 청구인은 2010. 9. 27. ① 피청구인이 위 제1심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한 행위, ② 피청구인의 위 2010. 6. 15.자 정보비공개결정, ③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④ 재판참여법제40조, ⑤ 형사소송규칙 제38조의2, ⑥ 형사소송규칙 제39조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한편, 청구인은 2012. 3. 22. 형사소송법 제56조에 의해서도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심판대상에 형사소송법 제56조를 추가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청구인과 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56조, 제56조의2, 재판참여법제40조, 형사소송규칙 제38조의2제39조 전체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삼고 있으나, 헌법소원심판청구서, 헌법소원심판청구 보충서 및 헌법소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이유 등에 의하면, 청구인과 대리인의 주장은 형사소송법 제56조의2재판참여법제40조에 관하여는 피고인에게 공판정에서의 심리에 대한 속기록 등의 사본 청구권만을 인정할 뿐 그 사본 교부를 법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3항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고, 형사소송규칙 제38조의2에 관하여는 재판장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속기록 등의 사본의 교부를 불허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제1항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며, 형사소송규칙 제39조에 관하여는 위 조항 중 속기록 등은 재판이 확정되면 폐기한다고 규정하는 부분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청구인이나 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 및 제2항, 재판참여법제40조 제1항 및 제2항 전단, 형사소송규칙 제38조의2 제2항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 이외의 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위 각 규정은 청구인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위 각 법률조항에 관하여는 심판대상조항을 형사소송법 제56조, 제56조의2 제3항, 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 형사소송규칙

38조의2 제1항 및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2)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피청구인이 위 제1심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한 행위, ② 피청구인의 위 2010. 6. 15.자 정보비공개결정, ③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56조(이하 ‘법 제56조’라고 한다), ④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의2 제3항(이하 ‘법 제56조의2 제3항’이라고 한다), 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40조 제2항 후단, ⑥ 형사소송규칙(2007. 10. 29. 대법원규칙 제210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규칙’이라고 한다) 제38조의2 제1항, ⑦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과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은 아래 밑줄 친 부분에 한한다)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6조(공판조서의 증명력)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그 조서만으로써 증명한다.

제56조의2(공판정에서의 속기․녹음 및 영상녹화)

③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비용을 부담하고 제2항에 따른 속기록․녹음물 또는 영상녹화물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다.

제40조(공판정에서의 속기․녹취)

② 제1항에 따른 속기록․녹음테이프 또는 비디오테이프는 공판조서와는 별도로 보관되어야 하며,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비용을 부담하고 속기록․녹음테이프 또는 비디오테이프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다.

제38조의2(속기록, 녹음물 또는 영상녹화물의 사본 교부) ① 재판장은 법 제56조의2 제3항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 보호 또는 신변에 대한 위해 방지 등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속기록, 녹음물 또는 영상녹화물의 사본의 교부를 불허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제39조(속기록 등의 보관과 폐기)속기록, 녹음물 또는 영상녹화물은전자적 형태로 이를 보관할 수 있으며,재판이 확정되면 폐기한다.

[관련조항]

제56조의2(공판정에서의 속기․녹음 및 영상녹화) ①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속기사로 하여금 속기하게 하거나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하여 녹음 또는 영상녹화(녹음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하여야 하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이를 명할 수 있다.

② 법원은 속기록․녹음물 또는 영상녹화물을 공판조서와 별도로 보관하여야 한다.

제40조(공판정에서의 속기ㆍ녹취) ①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정에서의 심리를 속기사로 하여금 속기하게 하거나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하여 녹음 또는 영상녹화하여야 한다.

‘공판정에서의 속기ㆍ녹음ㆍ영상녹화에 관한 예규’(2007. 12. 20. 대법원재판예규 제1185호로 제정된 것)

제6조(속기 등의 결과물의 보관 및 폐기) ① 법 제56조의2 제2항에 따른 속기록, 녹음물, 영상녹화물은 법정녹음시스템의 서버나 이에 준하는 서버에 전자파일 형태로 보관한다.

② 제1항의 속기록 등을 보관 중인 서버관리자는 대상사건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면 이를 폐기한다.

제7조(사본의 청구) ① 검사, 피고인, 변호인은 기록 소재지의 법원사무관 등에게 법 제56조의2 제1항에 따른 속기록ㆍ녹음물ㆍ영상녹화물에 대한 사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신청은 사본 교부 신청서[전산양식 B1274]를 이용한다.

② 제1항의 신청인은 재판기록 열람ㆍ등사규칙에 따른 수수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③ 재판장은 피해자 또는 그 밖에 소송관계인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이나 신변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사본의 교부를 허가하지 않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④ 제1항의 신청서는 공판기록에 편철한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녹음물 폐기행위 및 정보비공개결정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위 국민참여재판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하고 청구인의 녹음물 등 공개청구에 대하여 정보비공개결정을 한 것은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알 권리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나. 법 제56조

국민참여재판절차의 경우 통상 1회의 공판기일에 절차가 종료되어 사실상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조서 내용에 대한 변경이나 이의를 진술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음에도 그 공판조서에 절대적 증명력을 부여함은 부당하고, 나아가 공판조서에 대하여 속기록, 녹음기록 등 공판조서 이외의 자료에 의하여 그 증명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위 규정은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청구인의 알권리, 재판을 받을 권리,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다. 법 제56조의2 제3항 및 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

위 각 규정은 피고인에게 공판정 심리의 속기록 등의 사본 청구권만을 인정할 뿐 그 사본 교부를 법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

라. 규칙 제38조의2 제1항

위 규정은 재판장이 공개재판에서 작성된 속기록 등의 사본 교부를 불허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

마.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

위 규정은 재판이 확정되면 속기록 등을 폐기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심을 통하여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여 청구

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

3. 적법여부에 관한 판단

가.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공권력’이란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ㆍ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을 말하고(헌재 2001. 3. 21. 99헌마139 등, 판례집 13-1, 676, 692),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1998. 2. 27. 97헌가10 등, 판례집 10-1, 15, 28-29 참조).

그런데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확정된 후 그 중 제1심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한 행위는, 규칙 제39조에 따른 단순한 사무집행으로서 법원행정상의 구체적인 사실행위에 불과할 뿐이고, 청구인에 대한 형사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녹음물의 내용과 공판조서의 내용이 서로 다르더라도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를 이유로 재심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없는 이상 청구인이 처한 현재의 사실관계나 법률관계를 적극적으로 변경시키거나 특별한 부담이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어서 청구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을 내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2010. 6. 15.자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한 심판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경우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정보공개 청구인이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공공기관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때에는 이의신청(제18조), 행정심판(제19조), 행정소송(제20조)의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헌재 2009. 8. 25. 2009헌마440 등 참조).

다. 법 제56조에 대한 심판청구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청구취지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또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마151 , 판례집 10-1, 695, 703).

그런데 청구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위 규정이 관련된 위 국민참여재판절차 사건의 판결이 2009. 10. 15.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고, 따라서 위 판결이 확정된 때에 위 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받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부분 심판청구는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

라. 법 제56조의2 제3항에 대한 심판청구

국민참여재판에 관하여는 재판참여법제4조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56조의2에 우선하여 재판참여법제40조가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3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자기관련성이 없다.

또 가사 위 규정에 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은 2009. 11. 2. 피청구인에게 위 국민참여재판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으나, 같은 달 11. 위 규정 등에 따라 녹음물 등의 사본청구를 하여야 함을 이유로 하는 정보비공개결정이 내려지고, 같은 달 13. 그 결정통지서를 송달받았으므로, 청구인으로서는 위 결정통지서 송달일에는 위 규정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인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하여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위 규정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마. 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에 대한 심판청구

청구인은 2010. 4. 30. 피청구인에게 위 국민참여재판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2010. 5. 17. 피청구인이 재판참여법제40조 등을 이유로 하여 정보비공개결정을 하여, 같은 달 20. 그 결정통지서를 송달받았으므로, 청구인으로서는 늦어도 위 결정문 송달일에는 위 규정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인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하여 제기된 위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바. 규칙 제38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

법령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당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2010. 10. 28. 2008헌마638 , 판례집 22-2하, 216, 226).

그런데 위 규칙조항은 그에 근거한 재판장의 사본 교부 불허 또는 교부 범위의 제한이라는 구체적인 사법작용에 의하여 기본권의 침해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 규정 자체에 의하여 직접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 청구인은 2009. 11. 13. 피청구인으로부터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공판정에서의 속기ㆍ녹음ㆍ영상녹화에 관한 예규’ 제7조에 따라야 함을 명시한 정보비공개결정통지서를 송달받았고, ‘공판정에서의 속기ㆍ녹음ㆍ영상녹화에 관한 예규’ 제7조 제3항은 위 규칙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으로서는 위 결정통지서 송달일에는 위 규칙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인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하여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위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4.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인의 주장에만 얽매이어 판단을 한정하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범위에서 헌법상 기본권침해의 유무를 직권으로 심사하여야 할 것인바(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373),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는 대법원규칙인 위 규정이 피고인이었던 청구인의 알 권리를 제한함에 있어 법률에 저촉되어 헌법 제108조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여부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여부가 각각 검토되어야 한다.

그 외에 청구인은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을 하나, 속기록 등의 내용과 공판조서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은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에 대한 위 형사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는 제1심 공판정 심리의 속기록 등이 계속 보관되더라도 속기록 등의 사본을 교부받아 그 내용이 공판조서의 내용과 상이함을 주장하면서 재심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없으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은 없다.

나. 입법연혁

형사소송법은 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되면서 제56조의2를 신설하여 공판시의 문답을 속기 또는 녹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형사소송규칙은 1982. 12. 31. 대법원 규칙 제828호로 제정되면서 공판시의 문답을 녹취한 경우에 조서를 작성할 때에는 조서 기재의 정확을 기하기 위하여 반드시 녹음대의 녹음내용을 참고하여야 하고(제37조), 조서 작성이 완료된 후 또는 녹취서가 작성된 경우 그 녹취서를 조서의 일부로 하는 조치가 완료된 후에는 녹음대를 폐기하도록 규정하였다(제39조).

그 이후 형사소송법 제56조의2는 두 차례 개정되어 현행 조문은 제2항에서 속기록 등의 보관의무를, 제3항에서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비용을 부담하고

속기록 등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음을 각 규정하고 있는바, 형사소송규칙은 2007. 10. 29. 대법원규칙 제2106호로 개정되면서, ① 위 법률규정에 따르면 종전처럼 조서 작성 후 녹음물 등을 바로 폐기하는 것이 부적절한 점, ② 민사소송법과 같이 당사자의 동의 또는 동의간주 등에 의하여 폐기하는 방안은 형사소송이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부적절한 점, ③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는 속기록 등을 계속 보관할 실질적 이유가 없고, 그 시점에서는 이미 당사자들이 사본을 교부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제39조는 ‘속기록 등은 전자적 형태로 보관할 수 있으며 재판이 확정되면 폐기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다. 법률에의 저촉 여부

공판조서는 형사절차의 진행경과뿐만 아니라 실체면의 형성에 있어서의 증명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법 제56조 및 제311조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판조서의 정확한 작성이 절실하게 요구되는바,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도모하는 자료로 활용할 목적으로 제56조의2에서 피고인 등의 신청 또는 법원 직권으로 공판정 심리의 전부나 일부를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 하고(제1항), 그 속기록 등을 공판조서와 별도로 보관하며(제2항), 피고인 등이 그 속기록 등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항).

이처럼 위 법률규정이 속기록 등을 보관하도록 하는 취지는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 여부가 문제될 경우 그 확인을 위한 자료로서 속기록 등을 활용하기 위함인바, 재판이 확정된 후에는 더 이상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다툴 수 없고, 공판조서 기재 잘못은 재심사유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므로, 속기록 등의 보관을 규정하고 있는 법 제56조의2 제2항은 비록 속기록 등의 보관기한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는 않지만 속기록 등이 그 효용을 다하는 시기 즉 재판의 확정시까지 이를 보관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이 위 법률규정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속기록 등은 규칙 제33조에 따라 소송기록에 첨부되어 조서의 일부로 되지 않는 한 법원이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확인하거나 피고인 등이 공판조서 기재에 대하여 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데 근거로 삼는 등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보조자료로 작성되어 사용되는 것으로서 그 보관을 위해서는 인적ㆍ물적 사법자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 유무가 더 이상 문제되지 아니하는 시기, 즉 재판의 확정일 이후에도 속기록 등을 보관한다면 무용한 일을 위하여 사법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 이에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은 이를 방지하고자 재판이 확정되면 속기록 등을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피고인 등은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언제든지 비용을 부담하고 속기록 등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는 점(법 제56조의2 제3항),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판조서의 작성자, 작성방식, 기재요건 등에 관하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법 제48조, 제50조, 제51조, 제53조), 진술자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조서 중 그 진술에 관한 부분을 읽어주고 증감변경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그 진술을 공판조서에 기재하여야 하는 점(법 제52조 단서), 차회의 공판기일에 전회의 공판심리에 관한 주요사항의 요지를 조서에 의하여 고지하고, 피

고인 등이 그 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진술한 때에는 그 취지와 이에 대한 재판장의 의견을 기재한 조서를 당해 공판조서에 첨부하여야 하는 점(법 제54조), 피고인은 공판조서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청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공판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는 점(법 제55조) 등을 고려할 때,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은 피해의 최소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또,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으로 인하여 피고인이었던 사람이 재판 확정 후 더 이상 속기록 등의 사본을 교부받을 수 없게 되어 알 권리를 제한받게 되지만, 이는 속기록 등의 무용한 보관으로 인한 사법자원의 낭비 방지라는 공익과 비교할 때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청도 충족한다.

따라서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의하여 청구인의 알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위 제1심 공판정 심리의 녹음물을 폐기한 행위, 피청구인의 위 2010. 6. 15.자 정보비공개결정, 법 제56조, 제56조의2 제3항, 재판참여법제40조 제2항 후단, 규칙 제38조의2 제1항에 대한 각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고,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목영준의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목영준의 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형사소송규칙 제39조 중 ‘속기록 등의 폐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규칙조항’이라 한다)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법률유보원칙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는데, 그 제한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고 하위 법령으로써 제한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와 위임이 있어야 한다. 만약 기본권을 제한하는 하위 법령이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규정한다면 이는 법률의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 판례집 15-2하, 311, 330; 헌재 2005. 2. 24. 2003헌마289 , 판례집 17-1, 261, 270-272 등 참조).

나.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판단

대법원규칙인 이 사건 규칙조항은, “속기록은 … 재판이 확정되면 폐기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피고인이었던 청구인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규칙조항의 상위법규인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은 “법원은 속기록을 공판조서와 별도로 보관하여야 한다.”라고, 같은 조 제3항은 “피고인은 …

속기록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2항은 “피고인은 … 속기록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속기록의 보관기간 및 속기록 사본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 규칙조항이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는 속기록 사본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하위법규인 대법원규칙이 상위법규인 형사소송법‘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위 법률들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시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규칙조항은 법률의 근거 없이 청구인의 알권리를 새롭게 제한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2012. 3. 29.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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