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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5. 31. 선고 2010헌바403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295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0헌바403 형사소송법 제295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이○탁

국선대리인 변호사 도기영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단6843 도주미수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대법원 2006다15469호 대여금 사건의 주심 대법관을 상습으로 협박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반(상습협박)죄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2008고단6116), 호송차량에서 도주를 기도하다 체포되어 다시 도주미수죄로 같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2009고단6843).

(2) 청구인은 위 도주미수죄의 재판 중 상습협박 사건 피해자인 주심대법관 등 관련 법관 16명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은 후,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역시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공판정에서의 녹음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 및 법원의 증거채부결정 및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의 근거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95조, 제296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0. 9. 16.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하여는 각하, 형사소송법 제295조, 제296조 제2항에 대하여는 기각결정을 받은 후(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초기1628) 2010. 10.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의2 제1항, 형사소송법(1987. 11. 28. 법률 제3955호로 개정된 것) 제295조,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296조 제2항의 위헌 여부이다. 위 조항들은 모두 현행법이므로 이하에서는 각 연혁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6조의2(공판정에서의 속기ㆍ녹음 및 영상녹화) ①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속기사로 하여금 속기하게 하거나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하여 녹음 또는 영상녹화(녹음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하여야 하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이를 명할 수 있다.

제295조(증거신청에 대한 결정) 법원은 제294조 및 제294조의2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하며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제296조(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② 법원은 전항의 신청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제294조(당사자의 증거신청) 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고,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신문을 신청할 수 있다.

제296조(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이 법원으로 하여금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녹음 신청을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청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형사소송법 제295조, 제29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과 관

련하여, 법원이 위 조항들에 따라 증거채택 여부를 자유재량으로 결정하는 경우 법원이 핵심적인 증인의 채택을 거부하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므로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3.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일 뿐, 위 규정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 또는 그 내용과 효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헌재 2010. 4. 13. 2010헌바121 등).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1) 증거신청에 대한 결정

증거조사는 법관의 심증형성을 위하여 법정의 절차에 따라 인적ㆍ물적 증거의 내용을 오관의 작용에 의해 지각하는 법원의 소송행위로서 원칙적으로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행해진다(형사소송법 제294조).

법원은 증거신청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95조),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증거결정의 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아니하고, 증거결정

은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282 판결 등). 따라서 법원은 증거신청에 대하여 증거조사를 하기로 하는 채택결정과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또한, 법원은 소송당사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법원의 증거결정은 결정의 형식으로 하며 이를 고지하여야 한다.

(2)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

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해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거나 직권으로 증거조사결정을 한 경우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96조에서 정한 이의신청 방법으로 이에 불복할 수 있다. 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은 개개의 행위, 처분 또는 결정시마다 즉시 하여야 하고,법원은 이의신청이 있은 후 즉시 결정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6조 제2항, 형사소송규칙 제137조, 제138조).

법원은 시기에 늦은 이의신청, 소송지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한 이의신청 및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하고,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이의신청의 대상이 된 행위, 처분 또는 결정을 중지, 철회, 취소, 변경하는 등 그 이의신청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가 증거능력이 없음을 이유로 한 이의신청을 이유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그 증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제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위 규칙 제139조 제1항 내지 제4항).

(3) 증거신청의 채부와 재량권 행사의 한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법원이 조사를 하도록 한 것이나, 그 필요성 여부의 판단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한계가 있다(헌재 2004. 9. 23. 2002헌바46 , 판례집 16-2상, 490, 499).

증거신청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 신청된 증거가 증거능력이 없거나 당해 사건과 관련성이 없는 경우, 증거조사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를 증거조사가 불필요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법원이 요증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같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중복하여 증거조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경우의 법원의 심증은 쌍방의 증거를 충분히 조사한 결과일 것을 요하며, 일방의 증거만을 믿고 예단을 가지거나, 증명력이 박약하다는 예단만으로 증거신청을 기각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법원의 증거결정도 증거평가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과 같이 일정한 한계가 있는바, 증거결정은 공정한 재판의 이념과 무기대등의 원칙을 고려하면서 최량(最良) 증거에 의하여 신속하고 경제적인 소송진행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1)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1201 등).

이에 더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종합하면,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한 처벌대상이 아니라 절차를 형성ㆍ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형사소송절차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므로, 결국 포괄적, 절차적 기본권으로 파악되고 있는 재판청구권의 보호영역과 사실상 중복되는 것이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속에는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되어 있다(헌재 2011. 3. 31. 2009헌바351 , 판례집 23-1상, 347, 353).

(2) 그런데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입법부에게 입법형성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

정된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25 , 판례집 21-2하, 510, 517 등).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사소송절차를 형성함에 있어 합리적인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송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면서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증거신청이 없는 경우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직권증거조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를 조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으로 하여금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송절차의 신속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ㆍ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헌법 제27조 제3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중요한 재판청구권의 내용이다. 그런데 만약 청구인의 주장대로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당사자는 쟁점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여 그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결과를 왜곡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송에서 불리한 당사자가 불필요한 증거에 대해서까지 법원에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것을 제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불필요한 증거조사로 말미암아 막대한 인적ㆍ물적 낭비가 초래되며, 특히 형사소송의 경우에

는 국가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어, 결국 그 비용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당사자가 당해 소송과 전혀 무관한 제3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제3자가 법정에 출석 및 진술하게 됨으로써 권리침해 또는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에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부여한 것은 신속한 재판 실현과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 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한다.

한편, 법원의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부여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재량권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고, 법원의 증거결정에 관하여 당사자는 이의신청으로 불복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결과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증거신청이나 실체적 진실발견과 관계없는 증거신청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증거조사가 행하여지지 않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증거결정으로 말미암아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종국재판에 대한 상소로서 다툴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에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형사피고인인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형사소송법 제295조, 제296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5. 31.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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