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헌바275 형법 제6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강○화
대리인 법무법인 정성
담당변호사 강명진, 김기덕, 황정란, 양종윤, 김영범, 이성환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11노5125 유가증권위조 등
주문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 및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14조 제2항의 ‘위조’에 관한 부분 및 제217조의 ‘위조된 유가증권의 행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집행유예기간 중 유가증권위조죄, 위조유가증권행사죄,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수원지방법원 2010고단4680,
2011고단2848(병합)], 항소하여 징역 7월을 선고받았으며(수원지방법원 2011노5125), 상고하여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12도8675).
(2) 청구인은 위 항소심 소송의 계속 중 형법 제62조 제1항, 제214조 제2항, 제217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6. 28. 기각되자(수원지방법원 2012초기110), 2012. 7.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형법 제62조 제1항, 제214조 제2항 및 제217조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대하여 정하고 있는 형법 제62조 제1항 중 단서부분의 위헌성만을 주장하고 있고, 형법 제214조 제2항 및 제217조 중 청구인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유가증권의 위조’와 ‘위조된 유가증권의 행사’에 관한 부분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위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이하 ‘집행유예 결격조항’이라 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14조 제2항의 ‘위조’에 관한 부분 및 제217조의 ‘위조된 유가증권의 행사’에 관한 부분(이하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밑줄 그은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14조(유가증권의 위조등) ②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를 위조또는 변조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217조(위조유가증권등의 행사등)위조, 변조, 작성 또는 허위기재한 전3조 기재의 유가증권을 행사하거나 행사할 목적으로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214조 ① 행사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또는 외국의 공채증서 기타 유가증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집행유예기간 중에 죄를 범한 경우에는 특히 참작해야 할 정상이 있더라도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더욱이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해당되어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종전의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유예되었던 형까지 집행받게 되어 청구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책임주의원칙, 평등원칙에 반하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은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는바, 유사
범죄인 사문서위조·행사죄(형법 제231조, 제234조)가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판단
가. 집행유예 결격조항에 관한 판단
(1) 입법취지 및 연혁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이며,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우리 형법은 1953년 현행 형법 제정시부터 집행유예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여 왔고,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제정시부터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집행유예 결격사유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였던 것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라고 하여 그 결격사유 판단시점을 ‘판결선고시점’에서 ‘범행시점’으로 변경하고, 결격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여 결격사유를 완화시켰다.
(2) 평등원칙 위반 여부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행유예제도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범죄자에 대한 교정처우의 실태, 범죄발생의 추이 및 범죄억제를 위한 형사정책적 판단, 형벌법규에 규정된 법정형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재범자를 초범자에 비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재범방지의 한 방법이 된다는 판단하에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재범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합리적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위와 같은 선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집행유예 결격사유의 판단시점을 종전의 ‘판결선고시점’에서 ‘범행시점’으로 변경하고 그 결격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함으로써, 형사사건의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개정되었으므로, 달리 위 선례를 변경할 사정이 없다.
(3)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
(가) 집행유예제도는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막고 범죄인의 자발적 개선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 정함으로써 전범이 비교적 무겁지 아니한 자격상실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행유예 결격사유의 해당여부에 대하여, 개정 전의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하는 범죄의 범행시기와 관계없이 판결선고시를 기준으로 정하였던 반면에, 현행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범행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행한 범죄’의 경우 집행유예 결격사유로 정함으로써,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집행유예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다) 한편 집행유예제도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므로 형법 제51조에서 정하는 사유를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 되는 것이지, 전범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후범을 범한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행유예는 형을 집행하지 않고 피고인을 사회에 복귀시키는 대신 앞으로 재범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측면도 있는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 내에 다시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것이라면 ‘판결 후 재범방지’라는 경고적 기능을 무시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에는 다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자의 형사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과를 피고인이 그 이후에 행한 범죄에 관한 형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시킬
뿐이므로, 피고인이 후에 행한 범죄와 관련한 책임주의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라) 따라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를 규정하여 책임주의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집행유예 결격조항에서 정하는 결격사유가 있으면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는 점에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책임주의원칙이나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은 형벌과 관련된 과잉금지원칙의 특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주의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에 관한 판단
(1) 보호법익 및 입법연혁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이 속해 있는 형법 제19장의 ‘유가증권,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 중 유가증권에 관한 죄란 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위조·변조 또는 허위작성하거나 위조·변조·허위작성한 유가증권을 행사·수입 또는 수출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유가증권은 재산적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의 일종으로, 재산권이 화체되어 있어 결제수단 혹은 신용공여의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자본조달의 용구 혹은 자산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통화에 가까운 기능을 하므로 유가증권의 진정성을 해하는 것은 사회의 경제적 기초를 해한다. 따라서 유가증권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은 ‘유가증권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
및 거래의 안전’이라고 할 것이다.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은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에 규정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된 바가 없다.
(2)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 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이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함을 의미하는바(헌재 2006. 6. 29. 선고 2006헌가7 , 판례집 18-1하, 185, 194), 공공의 신용과 거래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유사범죄, 특히 사문서위조·행사죄와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의 법정형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나) 공공의 신용과 거래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 중 사문서위조·행사죄
(형법 제231조, 제234조)와 허위유가증권작성죄(제216조), 허위진단서등작성죄(제233조), 허위공문서작성죄(제227조), 공정증서원본등불실기재죄(제228조),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제232조의2) 및 각 행사죄(제234조, 제217조, 제229조)에 대해서는 법정형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가증권 위조·행사죄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공의 신용과 거래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모든 범죄에서 법정형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통화위조죄(제207조), 인지·우표위조등죄(제218조), 공문서위조·행사죄(제225조, 제229조), 공인위조죄(제238조), 사인위조죄(제239조)의 경우에는 법정형에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 및 그 죄질에 따라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에서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이것만으로 유가증권 위조·행사죄의 법정형이 유사범죄에 비하여 균형을 상실할 정도로 가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헌재 2011. 11. 24. 2010헌바472 , 판례집 23-2하, 401, 408 참조).
(다) 유가증권 위조·행사죄와 사문서 위조·행사죄는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된 문서를 행사하는 것으로서 그 행위는 유사한 면이 있지만, 행위의 객체인 유가증권은 재산적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의 일종으로 재산권이 화체되어 있어 경제적으로 어음·수표처럼 통화를 대신하는 결제수단으로서 혹은 신용공여의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식 등과 같이 자본조달의 도구 혹은 자산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증명문서와 구
별이 된다. 그러므로 유가증권 위조·행사죄는 사문서 위조·행사죄보다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과 거래안전이라는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가 크고, 피해의 정도도 중하며 일반적으로 행위자의 책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형벌체계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에서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징역형의 하한이 설정되어 있지는 아니한 바, 구체적인 사건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사건의 내용 및 죄질에 따라 징역형에 대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합리적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벌금형이 선택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문서 위조·행사죄와의 관계에서 보더라도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그러므로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집행유예 결격조항과 유가증권 위조·행사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9.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