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헌가15 선박안전법 제84조 제2항 위헌제청
제청법원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당해사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9고단548 선박안전법위반
주문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제2항 중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제9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당해사건 피고인인 주식회사 ○○은 서산시 선적 예인선인 신흥88호와 골재채취용 부선인 신흥87호의 선박소유자인데, “위 선박들의 선장 김○철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2009. 2. 27.경, 2009. 3. 9.경 및 2009. 3. 10.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선갑지적 제49호부터 충남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산1-209에 있는 하역장까지 만재흘수선을 초과하도록 골재 등을 적재한 채 신흥87호를 항해하고, 2009.
3. 25.경 평택시에 있는 평택당진항로 준설구역부터 위 하역장까지 만재흘수선을 초과하도록 골재 등을 적재한 채 신흥87호를 항해함으로써,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화물을 운송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계속 중이다(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9고단548).
(2) 제청법원은 2013. 4. 22.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제2항 중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제9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제2항 중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제9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아래 밑줄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84조(벌칙) ②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
는선장을 벌하는 외에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84조(벌칙) ① 선박소유자, 선장 또는 선박직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 제27조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한 때
제27조(만재흘수선의 표시 등)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소유자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만재흘수선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잠수선 및 그 밖에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만재흘수선의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1. 국제항해에 취항하는 선박
2.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른 선박의 길이(이하 “선박길이”라 한다)가 12미터 이상인 선박
3. 선박길이가 12미터 미만인 선박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
가. 여객선
나. 제41조의 규정에 따른 위험물을 산적하여 운송하는 선박
②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표시된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내용이므로,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선박소유자에게도 선장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장의 범죄행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가담 여부나 선장의 행위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선박소유자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선박소유자가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어, 결국 선장의 일정한 행위가 있으면 선박소유자가 그와 같은 선장의 범죄에 대하여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아니하고 곧바로 선박소유자를 선장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선박소유자가 선장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에도 선박소유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장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선박소유자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선장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헌재 2009. 7. 30. 2008헌가10 , 판례집 21-2 상, 64 참조).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9.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