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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13집, , 2015, p.10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3집)]

- 야간 시위 금지 및 형사처벌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 -

(헌재 2014. 3. 27. 2010헌가2 , 2012헌가13 (병합), 판례집 26-1상, 324)

성 왕*1)

【판시사항】

1.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본문 중 ‘시위’에 관한 부분 및 이에 위반한 시위에 참가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같은 법률 제23조 제3호 부분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부분에 한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한 사례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0조 본문 중 “시위”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과 집시법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 가운데 “시위”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제23조(벌칙)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를 위반한 자, 제12조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3.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제청신청인들은 야간(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 시위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고, 당해사건 법원은 제청신청인들에게 적용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중 ‘시위’ 부분 및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의 시위’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야간 시위의 자유 또한 헌법상 보장되는 넓은 의미의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상,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야간 시위의 목적, 수단·방법, 장소 등 제반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야간이라는 시간적인 제한기준 만을 적용하여 일률적·일반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시위의 금지(집시법 제5조) 등 집시법상의 여러 위험 방지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야간 시위의 일률적·일반적·전면적 금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오늘날 사회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나 생활형태 등을 고려할 때,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의 모든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이다. 또한 소규모의 야간 시위의 경우, 일반 대중의 합세로 인하여 대규모로 확대되거나 폭력시위로 변질될 위험이 없는 이상 금지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나. 집시법 제15조는 학문, 예술, 체육 등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바, 야간 시위에는 위와같

은 허용규정이 없어 학문·예술·체육·종교의 자유 등을 현저하게 침해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르면 야간의 시위는 옥내·외를 불문하고 모두 금지되는바,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야간의 옥내집회와 야간의 옥내시위를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결정요지】

1. 시위는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시민들의 평온이 강하게 요청되는 시간대로, 야간의 시위는 주간의 시위보다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다. 야간의 시위 금지는 이러한 특징과 차별성을 고려하여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집시법 제10조 본문에 의하면,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의 평일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되는 등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나아가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야간,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는 위와 같은 ‘야간’이 특징이나 차별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성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야간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 본문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으며, 위 조항 전부의 적용이 중지될 경우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높아, 일반적인 옥외집회나 시위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행 집시법의 체계 내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의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여 위헌성이 명백한 부분에 한하여 위헌 결정을 한다. 심판대상조항들은,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전부위헌의견

심판대상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런데 법률조항의 내용 중 일부만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위헌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 낼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하여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일차적인 입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하여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적인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특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전부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가. 헌법재판소는 2009. 9. 24.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0조 본문의 옥외집회”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10.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008헌가25 ).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을 야간의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로 명시적으로 한정하였고, 이 사건의 경우 야간의 “시위”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가 심판대상이므로 형식적으로 위 선례와 이 사건은 구분된다. 다만 ‘옥외집회’와 ‘시위’의 개념에 대한 견해에 따라서는 심판대상이 일부 중복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시위의 개념이 문제되었다.

나. 위 선례에서 쟁점이 된 것은 집시법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이 ①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허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② 과잉금지원칙에 위

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이 사건에서 위 ① 쟁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관할경찰서장의예외적 허용에 관한 집시법 제10조 단서가 ‘시위’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달려있고2), 이는 집시법 제10조 단서의 문언상 ‘옥외집회’에 시위가 포함되어 있는지, 양자가 구별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역시 ‘시위’의 개념이 문제되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야간시위가 ‘헌법상의 집회’ 개념에 포함되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문제되었다.

라. 위 선례에서 헌법재판소는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는데, 입법시한까지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하지 않음에 따라 단순위헌 결정을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초래되었고, 그러한 사정 하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주문의 결정형식이 문제되었다.

2. 집시법상 ‘시위’의 개념

가. 일반용어로서의 ‘시위’와 구별

(1) 집시법상의 개념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집회 … 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

정하여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한다. 따라서 이를 내용으로 하는 시위의 자유 또한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이다(헌재 2005. 11. 24. 2004헌가17 , 판례집 17-2, 360, 366).

현행 집시법은 ‘옥외집회’와 ‘시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고, 대부분 조항에서 ‘집회’와 ‘시위’를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으나 일부 규정에서는 분리하여 규율하는바, 집시법의 집회의 해석과 헌법상 집회의 개념을 일치하여 이해할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집시법상 집회와 시위의 개념이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시위의 자유도 보장된다고 할 때의 ‘시위’는 개념의 외연이 한정되어 있는 법률상 용어가 아니라, 집회의 주요한 유형으로서 특히 집단적인 의견표명을 통하여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일반용어로 이해해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해석이 문제되는 집시법상의 시위 개념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2) 집시법의 규정체계

현행 집시법은 ‘옥외집회’란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말하고(제2조 제1호),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집시법이 1962. 12. 31. 법률 제1245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위와 같은 ‘시위’에 대한 개념 정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규정상 ‘집회’, ‘옥외집회’, ‘시위’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고, 시위 개념은 ‘집회 또는 시위’, ‘옥외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 ‘옥외집회 또는 시위’와 같이 집회 개념과 병렬적으로 사용되었다. 1973. 3. 12. 법률 제2592호로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집회와 시위의 정의규정이 신설되었는데, 당시 법에서는 ‘시위라 함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 기타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

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여 현재와 거의 유사한 정의규정을 두었다. 다만 ‘옥외집회’에 대하여는 현재와 같은 정의규정에 더하여‘옥내집회라 하더라도 확성기 설치 등으로 주변에서의 옥외참가를 유발하는집회는 옥외집회로 본다.’는 규정을 두어 지금보다 그 범위를 넓게 보았는데,이 부분은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삭제되었다.

나. 헌법재판소의 종전 선례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집회와 시위의 개념에 관하여 언급한 선례들은 아래와 같다.

(1)‘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옥외집회’에 장소적 제한을 두지 않은 점 및 야간옥외집회의 제한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1)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2)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2)의 경우에는 ……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라는 장소적 제한개념은 “시위”라는 개념의 요소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없는 장소인 대학구내에서의 시위도 그것이 위 (2)의 요건에 해당하면 바로 집시법상의 시위로서 집시법의 규제대상이 되는 것이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 판례집 6-1, 281, 295-296참조).”라고 설시한 바 있다.3)

이에 대하여 재판관 조규광과 재판관 변정수는 시위란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각자 반대의견(한정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을 표시하였다.

(2) 장소이동성을 요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누구든지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있는 집회 또는 시위를 주관하거나 개최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집시법 조항에 대한 한정합헌 결정에서 “집회 또는 이동하는 집회를 뜻하는 시위란 그것이 불특정 다수인의 규합이요, 단체적·집단적 행동을 수반하는 만큼 어느 집회ㆍ시위라도 직접적인 법익침해까지 이르지 아니하여도 어느 정도는 사회적 불안이나 사회적 혼란의 우려는 불가피한 것(헌재 1992. 1. 28. 89헌가8 , 판례집 4, 4, 16)”이라고 설시하여 시위 개념을 ‘이동하는 집회’로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위 결정에서는 시위 개념이 주된 쟁점으로 검토되지 않았고, 이후 이루어진 91헌바14 결정에서 위 (가)항과 같이 판단함으로써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에는 장소의 진행이 개념요소를 이루지 않는 것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위 91헌바14 결정에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변정수는 시위를 ‘움직이는 집회’로 판단하였고, 한정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조규광은 ‘시위란 움직이는 집회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하면서도 ‘행진은 위력 또는 위세를 보이는 방법의 예시’라고 하여 불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3) 집시법상의 ‘집회’ 및 ‘옥외집회’ 개념과 ‘시위’ 개념의 관계

91헌바14 결정은 ‘집회’ 및 ‘옥외집회’ 개념과 ‘시위’ 개념의 관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으나, “집시법 제2조 제1호 …… 취지는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의 집회는 설사 그 곳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닐지라도 그 장소의 위치, 넓이, 또는 형태, 참가인원의 수, 그 집회의 목적, 성격 및 방법 등에 따라서는 시위와 마찬가지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규제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옥외집회로 하여 시위와 동일하게 규제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데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반적으로는 시위가 집회(옥외집회)보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고 개별적,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 판례집 6-1, 281, 296-297).”고 설시하였다. 이는 ‘시위’와 ‘옥외집회’가 서로 분리된 개념이라

는 전제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 법원의 해석과 학설상의 ‘시위’ 개념 및 수사실무

(1) 법원의 해석

대법원은, 집시법상의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고 보면서(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11381판결),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 행위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행위의 태양 및 참가 인원 등 객관적 측면과 아울러 그들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그 행위를 다수인이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9.선고 2009도2821 판결)고 보고 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전 계획에 따라 일반인의 통행이 자유로운 장소에서 1인이 피켓을 들고, 복수의 다른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행위에 대하여, 다수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그 피켓에 기재된 주장 내용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보아 “옥외시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학설상의 ‘시위’ 개념

이 사건 결정이 있기 전까지 학설상의 시위 개념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은 헌법상 시위의 자유와 관련하여 서술된 것으로 보이고, 집시법상의 ‘시위’ 개념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학설상 시위 개념과 관련하여 주로 의견이 나뉘었던 쟁점은 다음과 같다.

(가)‘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

시위 개념에는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라는 장소적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4)거나 현행 집시법의 해석상 시위의 경우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5)거나 장소적 제한이 없는 경우 위헌성에 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6)는 긍정설과 위력 또는 위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의 경우 장소적 제한은 시위의 개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부정설7)이 대립하고 있다.

(나) 장소이동성을 요하는지 여부

1) ‘이동하는 집회’ 또는 ‘움직이는 집회’로 파악하는 견해

시위는 장소이동적 집회로서 장소에 따른 집회의 분류에 포함된다8)거나, 현행 법제상 집회와 시위의 차이는 집회는 한 장소에 머무르는 반면 시위는 행진 등 장소를 진행하는 데 있다9)고 하는 등 시위를 이동하는 집회 내지 움직이는 집회로 파악하는 견해10)이다.

2) 장소이동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견해

시위는 옥외집회의 한 형태이고, 움직이는 집회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며, ‘장소이동’ 내지 ‘행진’은 시위의 한 방법11)이라거나, 불특정의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하는 집회라면 장소이동성을 요하지 않는다는 견해12)등 ‘장소이동성’은 시위 개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3) 경찰행정상 구분

이 사건에서 2010. 2. 5. 경찰청장이 제출한 의견서에 의하면, 실무적으로

는 장소 이동을 포함하고 있는 ‘행진’을 제외하고는 ‘옥외집회’와 ‘시위’의 구별이 어렵다고 보고 있으나, ① 집회장소·방법이 특정인이나 대상에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시위에 해당하고, ②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형성에 영향을 주기 위한 위력이나 기세를 수반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 행위, 예컨대 화염병·돌 투척, 쇠파이프·각목 사용, 도로행진, 삼보일배, 고공농성, 공공기관 점거농성, 단식, 혈서 작성, 장소를 이동하면서 하는 구호 제창, 노래, 피켓팅 등은 시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라.이 사건 결정에서 본 ‘시위’의 개념 및 ‘옥외집회’와 ‘시위’의 관계

(1) 시위의 개념

(가)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상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함으로써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②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참조). 따라서 집시법상의 시위는 반드시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행진’ 등 장소 이동을 동반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행위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진 등 행위의 태양 및 참가 인원, 행위 장소 등 객관적 측면과 아울러 그들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그 행위를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0-331)라고 하여 헌법재판소의 종전 선례 및 대법원의 해석과 같이 시위 개념을 파악하였다.

(나) 이 사건 결정은, ‘시위’의 정의규정상 ‘진행’은 ‘위력이나 기세를 보이는 방법’의 하나로 보았는데, ‘장소이동’을 필수적 개념요소로 이해하는 것은 집시법의 문언에 반하는 것이어서 일반인의 관용적인 사용례나, 입법

론으로서의 의미는 별론으로 하고, 법의 해석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다) 한편 이 사건 결정은 선례와 마찬가지로,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라는 장소적 제한개념은 시위의 개념 요소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는데, 종전 선례에 대해서는, ‘시위’의 개념 가운데 위 ② 부분을 ‘(도로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집시법의 문언과 명백히 모순된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또는 집시법은 시위 개념의 필수요건으로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할 것’을 규정하는데, ‘공중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없는 장소’에서의 집단적 의견표명의 경우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행위 장소의 특성상 행위자들에게 ‘불특정의 다수인’에게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의도 내지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문언상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장소적 제한이 개념에 내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있었는바, 이 사건 결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집시법의 규제목적의 측면에서 본다면, ‘공중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없는 장소’에서의 행위는 제3자의 법익을 수인한도를 넘어 침해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힐 위험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의 제시도 가능할 것이다.

(2) ‘옥외집회’와 ‘시위’의 관계

(가) 이 사건 결정은, 집시법이 전체적으로 시위를 집회와 별도로 규율하는 체제를 취하고 있는 점, 특히 시위에 대한 규제의 폭을 넓히는 규정들,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을 규정한 집시법 제1조, 예외적인 경우에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집시법 제10조 단서, 그리고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집시법상 일정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집시법 제15조에 비추어 보면, 집시법은 집회, 옥외집회로부터 분리된 시위에 관한 특별한 규율의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입법자는 집시법상의 시위 개념을 집시법상의 집회, 옥외집

회 개념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분리한 것으로 보고, 집시법상의 집회와 옥외집회의 개념은 시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부분으로 축소된다고 판단하였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1-332).

이는 집시법이 옥외집회와 시위에 대한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나, 옥외집회는 장소를 중심으로 한 개념이고 시위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개념이어서 적용되는 평면이 다른 부분이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종전에 취한 ‘집회’ 개념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비추어보면, 집회·옥외집회와 시위의 개념은 서로 중복·교차하는 부분이 있지만, 입법자의 의도는 시위에 해당하는 집회·옥외집회는 집회·옥외집회와는 분리하여 시위로서 특별히 규율하려는 데 있다고 본 것이다.

(나)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를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시법이 제정(1962. 12. 31. 법률 제1245호로 제정)된 이래 이 사건 결정시까지 계속 동일한 내용으로 유지되었는데, 야간의 옥외집회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관할경찰서장이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가 신설될 때(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부개정되었을 때)에도 야간의 시위에 대하여는 예외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위’에 대하여 ‘옥외집회’와는 별도의 규율을 하려고 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이 사건 결정의 설시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 소결

이 사건 결정에 의할 때, 예외적으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10조 단서는 시위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으며,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집시법상 일정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집시법 제15조 역시 ‘시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를 예외 없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뿐,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허가제를 규정한 것인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3. 야간시위의 제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가. 미국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the right to assemble”을 보호하고 있다. 수정헌법의 문언에 ‘시위’라는 표현이 있지는 않지만, 동 수정헌법 조항을 해석한여러 판례는 우리나라의 ‘시위’에 해당하는 ‘marching/parade/procession(행진)’ 또는 ‘demonstration(위력 등의 과시)’도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보고 있다.13)

미국의 주요도시 가운데에는 보스톤이 주거지구에 한하여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고14), 소도시나 타운의 경우 야간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독일

독일의 경우 시위의 개념이 법률에 의해 정의되고 있지 않으며, 학설상으로는 ‘시위’란 다수인이 공공의 장소에서 일반 대중의 이목을 끄는 방법으로 공동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이로써 타인의 의견형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옥외 집회의 한 형태로서, 한 마디로 ‘공동의 의견표명을 목적으로 하는 집회’를 의미한다고 본다.15)한편 독일 집회법에서는 ‘시위’라는 단어는 없지만 별도의 개념 정의 없이 ‘행진’(Aufzu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행진을 집회와 따로 떼어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하고, 야간의 집회나 행진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

다. 그 밖의 나라들

영국, 일본 등은 야간의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 밤 10시 이후의 집회를, 러시아의 경우 밤 11시 이후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

가. 집회의 자유의 의미와 역할

이 사건 결정은,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가 줄곧 취하여 온 입장과 같이,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더불어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임을 긍정하였으며, 나아가 집회의 자유의 보장은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라고 보았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2 참조).

또한 이 사건 결정은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의 심사기준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위와 같은 집회의 자유의 특성에 따라 엄격한 의미의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였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관한 종전 선례(헌재 2009. 9. 24. 2008헌가25 , 판례집 21-2상, 427)

헌법재판소는 2008헌가25 결정을 통하여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관할 경찰서장이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10조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결정에서 집시법 제10조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사전허가제를 규정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5인 가운데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김종대는 나아가 집시법 제10조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재판관 2인, 즉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은 집시법 제10조 단서의 예외적 허용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 즉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절

대적 금지를 규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된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그 내용은 모든 야간 옥외집회의 원천적 금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에 가까웠다.

한편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은 집시법 제10조헌법상 금지되는 사전허가제를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옥외집회는 그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시민들의 평온이 더욱더 요청되는 시간대로서, 집회참가자 입장에서 주간보다 감성적으로 민감해져 자제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행정관서 입장에서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집시법 제10조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을 규정하고 있고,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야간시간대를 집시법 제10조와 같이 광범위하게 정하지 않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 등에서 침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하고, 법익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이동흡은 집시법 제10조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종전 선례의 경우, 야간 옥외집회 금지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재판관 4인의 위헌의견과 재판관 2인의 합헌의견이 있었다.

(2) 이 사건 결정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체로 위 2008헌가25 결정의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의 의견과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즉 시위는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시민들의 평온이 강하게 요청되는 시간대로, 야간의 시위는 주간의 시위보다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려우며,

야간의 시위 금지는 이러한 특징과 차별성을 고려하여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의 평일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되는 등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야간,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는 위와 같은 ‘야간’이 특징이나 차별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2-336 참조).

이와 같은 판단에는 재판관 9인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다만 주문을 결정함에 있어 다음 5.항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한정위헌 의견과 (단순)위헌의견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5.이 사건 법률조항의 학문·예술·체육·종교의 자유 침해 여부및 평등원칙 침해 여부

제청법원은, 집회와 달리 시위의 경우에는 학문, 예술, 체육 등에 관한 것이라도 예외적 허용규정을 두지 않은 점에서 학문·예술·체육·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야간에 옥내에서 이루어지는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야간의 옥내집회와 비교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이 부분에 관한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제한되는 기본권을 집회의 자유로 보고, 엄격한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심사하여 위헌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가 심사하지 아니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학문, 예술, 체육 등에 관한 예외적 허용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집시법 제15조의 문제라고 볼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시위와 집회·옥외집회의 개념을 분리하는 전제에서,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

지고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기 위하여, 도로 등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따라서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집시법상의 집회나 옥외집회보다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았으므로(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3 참조) 집회·옥외집회와 시위가 비교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 볼 여지도 있다.

6. 한정위헌 결정

가.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08헌가 25)과이 사건 결정 이전의 경과

(1) 선례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

상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안녕질서와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등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데 있다는 점, 즉 위와 같은 시간대 동안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으며, 어떠한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이를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아 “입법자가 2010. 6. 30. 이전에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되어 그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만일 위 일자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 법률조항들은 2010. 7.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헌재 2009. 9. 24. 2008헌가25 , 판례집 21-2상, 427, 451 참조).

위 결정에는,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개선입법 이전에 계속 적용하게 허용하는 것은, 위헌법률의 규범력을 제거하려는 위헌법률심판제도의 본지에 어긋나고,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소급효를 인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위반되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재판관 조대현의 적용중지 의견이 있었다.

한편 위 결정 이후 형벌법규에 대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의 적절성과 효과에 관한 논란이 있었으며, 실무적으로도 여러 혼선이 있었다.

(2) 입법시한의 도과

입법자는 헌법재판소가 위 2008헌가25 결정에서 정한 입법시한까지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하고 ……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는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 헌법불합치 결정에 의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되고 그 결정에서 정한 개정시한까지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1하, 1487)고 판단하여, 집시법 제10조 중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위헌 결정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었다.

나. 다수의견(한정위헌 의견)

(1) 다수의견은, 선례( 2008헌가25 )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야간 시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안녕질서와 시민들의 평온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시위를 금지하는 데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으며,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를 조화시키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6 참조).

(2) 다만 종전 선례와 같이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경우, 종전 선례를 둘러싼 해석상·실무상 논란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었고, 종

전 결정 이후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야간 시위의 전면 금지라는 위헌적 상태를 감수하여야 할 예외적 필요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으며(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7참조), 한편으로는 입법자가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규범공백 상태가 잠정적용을 명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다수의견은 “시위는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어서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고, 관련 법익들을 비교형량하여 그러한 법익들이 조화되고, 동시에 최대한실현될 수 있도록 정리·정돈되어야(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6)”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는데, 적용중지를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적 부분의 존속 필요성에 관한 다수의견의 인식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결국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존재하는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 가운데, 현행 집시법의 체계 내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의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부분의 경우에는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한하여 위헌결정(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8)”을 하였다.

즉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생활형태 및 보통의 집회·시위의 소요시간이나 행위태양, 대중교통의 운행시간, 도심지의 점포·상가 등의 운영시간 등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의 경우,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됨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심판대상조항들은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결정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시위의 주최자나 참가자의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방법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여야 할 입법자의 의무를 가볍게 하거나, 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입법자로서는 시간을 기준으

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개선을 포함하여 시위의 여러 양상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방면의 입법조치를 검토하여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8)라고 하여, 입법개선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취지는, 심판대상조항 중 가분적 일부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하는 양적 일부위헌 결정과는 구분된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는 합헌인 부분과 위헌인 부분이 있다고 보고, 심판대상조항 중 위헌성이 명백한 부분은 특정하였을 뿐이므로, 다수의견이 위헌이라고 본 부분 이외의 나머지 부분이 명백히 합헌이라는 취지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취지는 다수의견이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38)고 밝힌 부분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다수의견은 규범문언의 축소 없는 질적 일부위헌 결정을 통하여 위헌성이 명백한 법적용을 배제하면서 입법자의 입법개선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전부위헌 의견

(1)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한다고 보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와 같이 자유권의 제한이 과도하여 위헌인 경우, 헌법재판소가 직접 그 위헌인 부분과 합헌인 부분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아니하고, 제한의 범위 및 정도와 관련한 위헌성의 해소에 다양한 방법의 접근이 가능함에도 헌법재판소가 그 경계를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입법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이는 입법권에 대한 침해로서 권력분립의 원칙과 충돌할 여지가 많으며,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일정한 시간대만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일차적인 입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하여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헌재 2014. 3. 27. 2010헌가2 등, 판례집 26-1상, 324, 340-341 참조), 전부위헌 의견을 제시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이 혼재되어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로서, 권력분립의 원칙상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을 구분하는 일을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한 때, 나아가 그 법률조항을 전부 실효시키면 입법권이 침해되거나 입법의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때 등에 있어서는, 그 법률조항 전부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야간 옥외집회에 관한 선례( 2008헌가25 )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반대의견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을 전제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본질적으로 위헌 결정이기는 하나, 입법자의 개선입법에 이르기까지 비록 잠정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형식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위헌적인 규율상태의 존속을 용인하는 것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고, 또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 합헌적인 제한과 위헌적인 제한이 공존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허용하는 것이 되어 위헌 결정의 존재이유를 상실시키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사건 반대의견은, 야간 시위가 합헌적으로 금지될 수 있는 경우가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계를 사법기관이 정하게 될 경우, 입법부가 더 잘 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에 사법기관이 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전부 위헌 결정은 입법자가 보다 정교한 입법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입법자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7. 결정의 의의

가. 이 사건 결정은, 집시법 제10조 중 야간 옥외집회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08헌가25 ), 입법

자가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집시법 제10조 중 야간 옥외집회 부분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발생한 시위 개념의 해석상 논란을 정리하고, 시위의 자유와 사회의 안녕질서, 시민의 평온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과도하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부분에 한정하여 위헌 결정을 한 것이다.

나. 이 사건 결정 이후 대법원은,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주문의 표현 형식에도 불구하고 일부 위헌의 취지라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서 정한 위헌결정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보고, 심판대상조항 중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을 적용하여 기소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1도1602판결, 공2014하, 1622). 그러나 이 사건 결정을 양적 일부위헌 결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이미 살핀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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