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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4. 6. 26. 선고 2012헌가22 결정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 위헌제청]
[결정문]

제7호 위헌제청

제청법원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제 청 신 청 인송○석

대리인 변호사 김명운

당해사건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2011가단1577 대여금

선고일

2014.06.26

이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2011. 10.경 김○효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2011가단1577호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과정에서 김○효는 “과실로 제청신청인의 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여 제청신청인의 채권을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채 파산을 신청하여 광주지방법원 2007하단5945호로 파산을 선고받고, 2008. 7. 28. 2006하면5845호로 면책결정을 받고 그 무렵 면책결정이 확정되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청신청인의 채권이 전부 소멸되었다.”고 항변하였다.

나. 이에 제청신청인은 파산절차에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비면책대상으로 하면서 그 입증책임을 채권자에게 부과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단서 제7호가 제청신청인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고(2012카기33), 제청법원은 그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2012. 12. 20.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566조 단서 제7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66조(면책의 효력)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 이유

가. 재산권 침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인정되나, 채무자의 악의는 온전히 채무자의 주관적 인식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채권자에게 지우는 것은 합리적인 규율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파산채권자에게 지움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호가치가 없는 불성실한 채무자에게까지 면책의 효력을 확대하고, 채권자가 면책에 대한 이의 등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에 비하여 채권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파산재단으로부터 배당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채권자의 재산권을 현저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나. 적법절차원칙 위배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파산사건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파산실무상 채권자가 채무자의 악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파산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악의를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없어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된다.

다. 평등권 침해

(1)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의 악의 여부를 불문하고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모두 면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법 제625조 제2항)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개인회생채권자와 개인파산채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하고 있다.

(2) 심판대상조항은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파산채권자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파산채권자가 전혀 다름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의미

심판대상조항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로 하여금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되도록 하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면책에 따른 채무면제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는 당사자인 채권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채무자의 악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감안하여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

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누락된 채권자나 채권액이 소수 또는 소액이라거나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파산절차에서 배당되지 아니한 잔여 채권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여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의 경우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가 박탈되고, 면책이 허가, 확정되면 채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는 점을 고려하여,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대해서는 면책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파산채권자를 보호하고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면책절차 전반의 문제를 심판대상조항의 입증책임 분배와 관련하여 지적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재산권 침해 여부에 포섭시켜 다루는 이상 적법절차원칙 위배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평등권 침해와 관련하여 제청법원은 채권자목록에 기재된 채권자와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서로 다름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이를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러한 차별취급은 면책의 원칙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는 법 제566조 본문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심판대상조항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파산채권의 면책범위를 정함으로써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및 개인회생채권자와 개인파산채권자를 차별하는지 여부만을 검토하기로 한다.

(2)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개인파산 및 면책제도는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진 자연인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모두의 채권에 대한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 도모만을 위하여 채권자의 희생을 제한 없이 요구할 수는 없는 만큼, 심판대상조항은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도 채권의 상실이라는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면책절차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모든 파산채권에 면책의 효력을 미치도록 하면서도,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채권에 대해서는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심판대상조항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청구권의 범위를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으로 한정하고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모든 채무를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하게 되면,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거나 복잡한 채무관계

등으로 자신의 채무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면책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오로지 그 채무변제를 위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므로, 면책제도는 채무자 갱생 수단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면책제도는 채권자에게 평등한 변제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는데, 채무자가 채권자목록에 누락한 채권을 모두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채무자가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채권자목록에서 누락된 채권자는 면책 이후 채무자가 새로 취득한 재산에 대하여 완전한 권리를 보유하게 되고, 채권자목록에 기재된 채권자는 면책의 효과로 자신의 권리를 잃게 되어 오히려 채권자 사이에서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파산채권에도 면책의 효력을 미치게 하면서, 채무자가 채권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채권자목록에 누락하여 면책불허가사유를 주장할 여지가 있는 채권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지나친 규제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채무면제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제청법원은 특히 ①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채무자의 내심의 의사라는 측면과, ② 일반적으로 파산 및 면책절차에 참가하지 못하는 채권자목록에 누락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악의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요증사실이 특정인의 선의 또는 악의, 고의나 과실 유무 등 내심의 의사라

고 하여 그러한 의사의 주체에게 반드시 입증책임을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증책임규범은 사실의 존부가 불명한 경우 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보조수단으로서,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입증책임을 분배할 것인가는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의 이념, 재판의 공정성, 다툼이 되는 쟁점의 특성 및 관련 증거에 대한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2007. 10. 25. 2005헌바95 ; 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 등 참조). 앞서 본 채무자 갱생의 수단으로서의 면책제도의 취지와 실제 면책이 이루어지는 채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보면, 면책결정이 확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모든 파산채무가 면제되는 것으로 하고, 그에 대한 예외로서 비면책채권을 열거하는 입법형식을 취함으로써 비면책채권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것은 파산절차에서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이를 채권자에게 부담시켰다 하더라도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증거에 대한 접근성과 관련된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면, 파산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의 존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게 파산 및 면책절차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없어, 그러한 채권자의 절차참여 및 관련 기록에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목록 작성 당시 채권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의 입증은 파산 및 면책기록에 드러난 사정보다는 문제가 된 특정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채권의 내용, 채권자의 변제요구의 시기, 방법, 횟수 등의 증명에 달려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파산 및 면책절차기록에 접근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의 악의가 문제되는 소송에서 채권자가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기 현저히 곤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입증사항이 채무자의 내심의 의사에 관한 것이라거나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파산 및 면책사건 기록에 손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정을 들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입증책임의 분배가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파산채권자의 재산권이 일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파산 및 면책제도 본연의 기능 및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 도모라는 공익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라)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제청신청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평등권 침해 여부

개인파산절차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만이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개인회생절차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그에 대한 채무자의 악의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법 제625조 제2항 제1호). 따라서 동일하게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이라도 어떠한 도산처리절차를 거치느냐에 따라 면책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평등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개인파산절차는 개인채무자에 대한 청산형 도산처리절차로서, 채무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경우 채권자 또는 채무자의 신청으로 법원의 심리를 통해 파산선고가 이루어지고, 그 후 파산채권의 확정과 파산재단의 관리ㆍ환가절차를 거쳐 면책 및 복권에 이르는 과정인 반면, 개인회생절차는 회생형 도산처리절차로서 일정 금액 이하의 채무를 지고, 파산에 직면한 개인채무자가 장래 계속적, 반복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입 중에서 생계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간 변제에 투입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 받을 수 있는 절차이다. 또한 개인파산절차는 현재 채무자의 보유재산을 변제재원으로 하지만, 개인회생절차의 경우 장래 채무자가 얻는 소득을 변제재원으로 한다. 그리고 개인파산절차의 경우 신분상의 제한 등 파산선고에 따르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채무자의 명예감정도 손상을 입게 됨에 반하여, 개인회생절차에서는 파산선고에 따르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고 채무자의 명예감정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준다(헌재 2013. 3. 21. 2012헌마569 참조).

이와 같은 개인파산절차와 개인회생절차는 그 제도의 취지와 기능이 다르므로,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의 면책 여부에 대하여 달리 정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제청신청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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