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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4. 7. 24. 선고 2012헌바277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2헌바277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위헌소원

청구인

정○재

대리인 변호사 장언석

당해사건

대법원 2012모751 재심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선고일

2014.07.24

주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20조 제5호 중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09. 3. 31.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위 회사가 보유한 유치권을 소멸시켰다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업무상배임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았다(2008고단535).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불복하였으나, 2010. 2. 2. 항소(대전지방법원 2009노822)가, 2010. 7. 8. 상고(대법원 2010도2625)가 각 기각되어 위 서산지원 2008고단535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그런데 2010. 11. 18.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위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인 공

사대금채권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위 공사대금채무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인의 반소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9가합685(본소) 손해배상(기), 2009가합1022(중간확인반소) 도급계약부존재확인}. 위 제1심 판결은 그 이유에서 ○○ 주식회사의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 청구인은 위 민사 제1심 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서산지원 2008고단535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2011. 2. 9. 재심개시결정이 이루어졌다(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0재고단2 업무상배임). 이에 대하여 검사가 즉시항고하였는데, 2012. 4. 12. 원심결정이 취소되고, 재심청구가 기각되었다(대전지방법원 2011로14 재심인용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이에 대한 청구인의 재항고는 2012. 6. 25. 기각되었다(대법원 2012모751 재심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라. 청구인은 위 재항고심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대법원 2012초기234), 2012. 6. 25. 재항고가 기각됨과 동시에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12. 7.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420조(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5호 전부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이 다투고 있는 부분은 그 중에서도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부분(아래 밑줄 친 부분, 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관련조항]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 즉 증거의 명백성과 신규성 요건에 대하여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위 용어는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는 언어이므로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다.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하여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보충적인 해석은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재심제도의 취지 및 재심사유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비상의 불복신청방법으로서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므로, 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의 하나인 점에서는 상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상소와는 달리 재심은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이고,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미확정판결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헌재 2009. 10. 29. 2008헌바101 ).

형사소송법 제420조 상의 재심사유는 ①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임이 드러난 때(제1호 내지 제4호), ②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제5호), ③ 원판결의 기초(전제)가 되는 판결이 변경된 때(제6호) ④ 원판결 또는 수사의 절차에 현저한 하자가 있는 때(제7호) 등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위 재심사유들은 모두 원판결의 확정력을 도저히 그대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만일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은 그 내용이 명확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만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1. 9. 29. 2010헌마68 참조).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판결 확정 이후 새로운 증거의 발견을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재심사유는 원판결이 사용한 증거가 허위이었음 등을 이유로 하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다른 재심사유들에 비하여 포괄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증거를 일정한 유형이나 기준으로 입법자가 세분하여 재심사유로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는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뜻을 지닌 용어의 사용은 부득이 하

다.

먼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명백한 증거’라고 하여 증거의 명백성을 요구하고 있다. ‘명백한’의 사전적 의미는 ‘의심할 바 없이 아주 뚜렷한’인데, 여기에 재심이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라는 입법취지를 보태어 보면, ‘명백한 증거’라 함은 새로운 증거가 확정판결을 파기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대법원도 1962. 2. 21. 자 4294형항42 결정에서 “명백한 증거라 함은 적어도 그 증거의 가치판결에 있어서 다른 증거에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될 만한 근거가 있는 증거를 말한다.”라고 동일한 결론을 밝힌 이래 지금까지 기본적으로는 같은 입장을 유지하여 오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의 증거 범위에 관하여서는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종전 견해를 변경하여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라는 견해를 취하였다.

다음으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고 하여 증거의 신규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으므로, 문언상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대법원도 일찍부터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치가 있는 증거가 있음을

피고인이 알았으나 과실 없이 확정판결 전에 제출할 수 없었거나, 또는 그 증거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판결 이후에 새로 발견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여 합리적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1966. 6. 11. 자 66모24 결정).

(3) 따라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면 위와 같은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설사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 법 문언의 불확정적인 측면이 다소 시인될 수 있다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집적된 동일한 취지의 판례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가지는 법률보충적 기능을 통하여 이 불명확성은 이미 치유 내지 제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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