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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이도,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제9조 등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14집, , 2016, p.4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4집)]

- 헌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창설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 -

(헌재 2015. 3. 26. 2014헌가5 , 판례집 27-1상, 226)

승 이 도*1)

【판시사항】

1.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1971. 12. 27. 법률 제2312호로 제정되고, 1981. 12. 17. 법률 제347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이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으로서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 절차, 시간적 한계에 위반되어 위헌인지 여부(적극)

2. 위 법률조항이 헌법이 정한 근로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적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1971. 12. 27. 법률 제2312호로 제정되고, 1981. 12. 17. 법률 제347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1971. 12. 27. 법률 제2312호로 제정되고, 1981. 12. 17. 법률 제347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1조(벌칙) ② 이 법 제5조에 규정된 국가동원에 관한 명령 및 조치에

위반한 자 및 이 법 제6조 제1항·제2항 및 제7조 내지 제9조의 조치 또는 규정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9조(단체교섭권등의 규제) ① 비상사태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또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미리 주무관청에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며, 그 조정결정에 따라야 한다.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1980. 5. 17.부터 1980. 9.말경까지 서울 구로구 ○○동 ○○ 소재 주식회사 ○○의 노조지부장이었다.

제청신청인은, 1971. 12. 6. 선포된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또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미리 주무관청에 조정을 신청하고 그 조정결정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1980. 5.경부터 1981. 5.경까지 조정신청 없이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이라 한다)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고등법원에서 1982. 4. 14.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82노84,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대법원에서 1982. 7. 27. 위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82도1397).

이후 제청신청인이 2012. 10. 26. 서울고등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고(2012재노60), 그 소송 계속 중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9조 및 제11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자(2013초기290), 제청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14. 3. 13. 이 사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결정요지】

1.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2조는 헌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된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창설에 해당되나, 그 제정 당시의 국내외 상황이 이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극단적 위기상황’이라 볼 수 없다. 또한 국가비상사태의 해제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3조는 대통령의 판

단에 의하여 국가비상사태가 소멸되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비상사태선포가 해제될 수 있음을 정하고 있을 뿐 국회에 의한 민주적 사후통제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이에 따라 임시적·잠정적 성격을 지녀야 할 국가비상사태의 선포가 장기간 유지되었다. 그렇다면 국가비상사태의 선포 및 해제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3조는 헌법이 인정하지 아니하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률로서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 절차, 시간적 한계에 위반되어 위헌이고, 이를 전제로 한 특별조치법상 그 밖의 규정들도 모두 위헌이다.

2. 헌법 제33조는 제1항에서 근로3권을 규정하되, 제2항 및 제3항에서 ‘공무원인 근로자’ 및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 근로자’에 한하여 근로3권의 예외를 규정한다. 그러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에 의하여 근로자의 근로3권에 대해 일부 제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공무원 또는 주요방위사업체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의 근로3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에 위반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제한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함이 없이,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행사요건 및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조차 법률에서 정하지 아니한 채, 그 허용 여부를 주무관청의 조정결정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이에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모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해설】

1. 폐지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1971. 12. 27. 법률 제2312호로 제정된 특별조치법은 1981. 12. 17. 법률 제3470호로 폐지되었는바, 이처럼 이미 폐지된 법률인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폐지된 법률도 그 위헌 여부가 관련 소송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다. 비록 특별조치법이 법률 제3470호로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그 부칙 제3항(벌칙에 대한 경과조치)에서 “이 법 시

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특별조치법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당해 재심사건에서 제청신청인에 대해 그 효력을 지속하고 있고, 그 한도 내에서 심판대상조항은 살아있는 법률과 같다. 그렇다면 제청신청인에 대한 처벌의 근거인 심판대상조항은 당해 재심사건에 적용될 법률이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심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로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도 폐지된 법률조항인 심판대상조항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됨을 전제로 본안판단에 나아갔다.

2. 국가긴급권의 본질과 한계

입헌주의적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그 이념으로 하고 그것을 위한 권력분립과 법치주의를 그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권력은 언제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발동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입헌주의 국가에서도 전쟁이나 내란, 경제공황 등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발하여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의 유지가 위태롭게 된 때에는 정상적인 헌법체제의 유지와 헌법에 규정된 정상적인 권력행사방식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비상사태 하에서는 국가적·헌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적 조치가 강구되지 않을 수 없는바, 그와 같은 비상적 수단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바로 ‘국가긴급권’이다. 즉 국가긴급권은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를 보전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보장의 한 수단이다.

그러나 국가긴급권의 인정은 한편으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권력의 집중과 입헌주의의 일시적 정지로 말미암아 입헌주의 그 자체를 파괴할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국가긴급권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헌법보호수단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에 임하여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특별히 강력하고 예외적인 비상수단으로서2)법치국가의 수호를 위한 필수적

수단임과 동시에 법치국가에 대한 위협적 요소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3)따라서 국가긴급권은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으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하여 헌법이 인정한 비상수단으로서 중대한 예외에 해당되므로, 헌법이 정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요건·사후통제 및 국가긴급권에 내재하는 본질적 한계는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4)

이와 같은 이유에서 헌법재판소는 국가긴급권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국가긴급권은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를 보전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보장의 한 수단이지만,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하여 헌법이 중대한 예외로서 인정한 비상수단이므로, 헌법이 정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요건·사후통제 및 국가긴급권에 내재하는 본질적 한계는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

3. 특별조치법의 위헌성

가.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및 극단적 위기상황

(1) 헌법은 국가긴급권을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으로 정하면서, 그 실체적 발동요건에 대해 자세히 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①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을 발할 수 있고(제76조 제1항), ②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긴급명령을 발할 수 있으며(제76조 제2항), ③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제77조 제1항),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을 긴급하고 명백한 국가적 비상상황에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이다.

(2) 그런데 특별조치법이 정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사유(제2조)는 위와 같이 헌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된 입헌적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특별조치법이 정한 국가긴급권은 헌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창설에 해당되므로 원칙적으로 위헌이다.

다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는 실정헌법에 규정된 입헌적 국가긴급권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극단적 위기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고, 이러한 극단적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안전과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창설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특별조치법 제정 및 국가비상사태 선포 당시인 1971년 12월의 상황이 그러한 극단적 위기상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2조의 내용이 헌법이 한정적으로 열거한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창설에 해당되나, 그 당시의 상황이 이를 예외적으로 정당화할만한 극단적 위기상황이라 보기 어려워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특별조치법 제2조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태 대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자문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비상사태 선포권은 헌법 제76조제77조에 한정적으로 규정된 국가긴급권(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므로, 헌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의 창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별조치법 제정 당시의 국내외 상황이 이러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 창설

을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극단적 위기상황’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조치법상의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권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나. 국가긴급권의 사후통제절차 및 시간적 한계

(1) 헌법은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이란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면서, 그와 동시에 엄격한 사후통제 절차를 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①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 또는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경우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되, 만약 그 승인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이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고(제76조 제3항, 제4항), ② 대통령이 계엄선포권을 발동한 경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되, 만약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계엄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정함으로써(제77조 제4항, 제5항), 국회에 의한 민주적 사후통제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조치법이 정하는 비상사태선포 해제사유(제3조)는 위와 같이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긴급권에 대한 엄격한 사후통제 절차를 회피한 채, 대통령이 비상사태선포를 유지하고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2) 또한 국가긴급권에는 그 본질상 헌법 내재적 한계도 존재한다. 헌법이 평상시적 헌법질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국가긴급권을 규정하는 것은 비상적인 위기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하여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긴급권에는 그 본질상 일시적·잠정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런데 특별조치법 및 이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는 약 10년에 이를 정도로 장기간 유지되어, 이러한 국가긴급권의 시간적 한계도 일탈하였다.

(3) 이에 헌법재판소는, 비상사태선포 해제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3조의 내용이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회에 의한 사후통제 절차 및 헌법에 내재하는 시간적 한계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특별조치법은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제거 또는 소멸되었을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비상사태선포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제3조 제1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하여 자신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가 소멸되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비상사태선포가 해제될 수 있음을 정하고 있을 뿐, 다른 민주적 사후통제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 즉 특별조치법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서도 국회에 통고하거나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국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선포의 해제를 건의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이를 해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제3조 제2항). 나아가 국가긴급권의 일시적·잠정적 성격을 고려할 때, 국가비상사태 해소 이후에는 바로 헌법이 예정하는 통상적인 절차로의 복귀가 요구됨에도 특별조치법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약 10년에 이를 정도로 장기간 유지되었는데, 이는 특별조치법상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구속력 있는 사후통제 장치가 전무함으로 인하여 국가긴급권에 내재하는 시간적 한계마저 유명무실해진 상황을 방증한다. 그러므로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해제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3조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회에 의한 사후통제 절차 및 국가긴급권에 내재하는 시간적 한계에 위반된다.'⌈

다. 소결

결국 특별조치법은 헌법이 인정하지 아니하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창설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으나, 국가비상사태의 선포 및 해제를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3조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 절차, 시간적 한계에 위반되어 위헌이므로, 이를 전제로 한 특별조치법상의 그 밖의 규정들도 모두 위헌이라 할 것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도 같은 이유에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4.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위헌성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살펴본 특별조치법이란 법률 전체의 위헌성 이외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 규정 하나만으로도 아래와 같은 이유에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헌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부여하되(헌법 제33조 제1항), 예외적으로 ‘공무원인 근로자’ 또는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한하여 이러한 근로3권이 인정되지 아니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33조 제2항). 따라서 공무원인 근로자 또는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의 경우에는 헌법상 근로3권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비록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 근로자의 근로3권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등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

그런데 특별조치법 제9조 제1항은 “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또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미리 주무관청에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며, 그 조정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심판대상조항은 “제9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제한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공무원 등으로 구체적으로 제한함이 없이,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행사요건 및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조차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채, 그 허용 여부를 주무관청의 조정결정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모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실상 자의적·전면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이 정하고 있는 근로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3조 제1항제37조 제2항 후단에도 위반된다.'⌈

5. 결정의 의의

국가긴급권의 인정은 한편으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권력의 집중과 입헌주의의 일시적 정지로 말미암아 입헌주의 그 자체를 파괴할 위험성을 초래하기도 한다.

국가긴급권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헌법보호수단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에 임하여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특별히 강력하고 예외적인 비상수단으로 법치국가의 수호를 위한 필수적 수단임과 동시에 법치국가에 대한 위협적 요소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1. 12. 6.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및 국내정세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악의 경우 국민의 기본권도 일부 유보할 결의를 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러한 선언을 구체화할 실정법적 근거가 없었으므로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1971. 12. 27.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게 되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정된 특별조치법은 헌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 사건 결정은 헌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원칙적 위헌성 및 이를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극단적 위기상황’의 존재 여부에 대한 2단계 판단구조를 처음으로 설시하고, 국가긴급권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구체적 판단요소로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 절차, 시간적 한계’ 등을 제시함으로써, 이에 위반되는 국가긴급권의 창설 및 그 행사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사건이다.

이 사건 결정 이후,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2015. 7. 2. 무죄를 선고받았고(2012재노60),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2015. 10. 29. 상고기각됨으로써(2015도11801) 구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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