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헌바395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위헌소원
청구인
강○수 외 387인
대리인 법무법인 정일
담당변호사 설경수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13나29013 손해배상(기)
선고일
2015.04.30
주문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대평가제로 시행하였다. 그 결과 절대평가제에 의할 경우 합격대상자인 매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자 중 689명은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나. 청구인들을 포함한 불합격자들은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 불합격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06. 11. 16. 불합격처분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03두128899). 이에 따라 특허청장은 2006. 12. 20. 절대평가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은 불합격자들에 대하여 추가합격처분을 하였다.
다. 그 후 청구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 2심 법원은 청구인들에게 각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129872, 서울고등법원 2010나61528), 대법원은 2013. 4. 26.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11다14428).
라. 청구인들은 파기환송심인 당해사건 계속 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공무원의 고의·과실 요건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 9. 26.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3카기1274), 2013. 11.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戰死)·순직(殉職)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관련조항]
제2조(배상책임)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
제5조(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
① 도로·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제2조 제1항 단서, 제3조 및 제3조의2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손해의 원인에 대하여 책임을 질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자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헌법 제29조 제1항이 국가배상청구의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의나 과실은 헌법 제29조 제1항 제2문의 주관적인 책임요건으로서 공무원에 대한 변상책임 내지 징계책임의 요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 봄으로써 국가배상청구권을 사실상 형해화 하고 있으며,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항, 국가배상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은 개인들에게 그 불법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근거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 가능성을 달리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 개관
(1) 국가배상청구권의 헌법적 보장
국가배상청구권이라 함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재산 또는 재산 이외의 손해를 받은 국민이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 주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국가배상제도는 나라마다 그 내용이나 발전과정이 한결같지는 않지만,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점차 국가배상청구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에
의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를 전제로 하므로, 국가에 대해 위법한 행위의 결과를 가능한 광범하게 제거할 것과 위법하게 행사된 공권력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효과적인 손해보전을 행할 것을 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배상책임제도는 법치국가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2)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의 요건인 ‘불법행위’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이므로, 위 ‘불법행위’가 ‘고의·과실로 인한 법령 위반행위’만을 의미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을 충실히 입법화한 것으로서 위헌 문제의 발생 여지가 없다.
통상 ‘불법행위’는 ‘위법성’이란 객관적 요소와 ‘책임성’이란 주관적 요소로 구성되나, 헌법 제29조 제1항의 ‘불법행위’의 의미가 민법상의 불법행위(고의·과실이 있
는 위법한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와 동일한 것인지에 관하여 확립된 견해가 없으며, 국가배상책임의 본질에 관한 논의로부터 국가배상청구권이 무과실책임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관한 결론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살피건대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것을 요건으로 하나, 한편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고 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을 법률에 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의 ‘불법행위’ 역시 이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고의란 “누군가 타인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인용”을 의미하고, 과실이란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누군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다는 것을 부주의로 예견하지 못하였거나(예견의무 위반), 손해 방지를 위한 조치가 부주의로 객관적으로 보아 적절치 못하였거나 불충분한 상태(회피의무위반)”를 의미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보통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 혹은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
의무를 결하여”라고 판시하고 있다. 근래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을 객관화하거나 조직과실, 과실 추정과 같은 논리의 개발을 통하여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함으로써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실책임주의를 취함에 따라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의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라 하더라도 위법한 직무행위를 행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 가능성이 달라지나, 이에 따른 평등원칙 위배여부는 결국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주관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의 위헌 여부와 동일한 내용이 될 것이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0조 제2문의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배한다고 주장하나, 국가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는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헌재 2008. 7. 31. 2006헌마711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별도의 쟁점으로 삼을 실익이 없다.
(2)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
(가)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은 청구권적 기본권이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인 ‘불법행위’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은 법률로 이미 형성된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 및 존속을 제한한다고 보기 보다는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상 국가배상제도의 정신에 부합하게 국가배상청구권을 형성하였는지의 관점에서 심사하여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함으로써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형성권의 자의적 행사로서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국가의 배상책임은 근대의 국가 무(無)책임사상의 지양 및 사회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책임윤리, 공무원의 위법행위로부터 기본권적 가치의 보호와 실현을 이념적 기초로 한다. 국가배상제도가 법치국가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미 사실관계가 완성되어 위법의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일차적 권리구제가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에 2차적 권리구제를 보장하는 손해배상이 기능한다는 점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상 권리구제제도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한편 국가배상책임은 사회공동체의 배분적 정의의 실현 또는 사회적 공평의 확보에 이념적인 기초를 두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생활의 기능적인 상호의존관계가 증대함에 따라 새로운 책임논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사법(私法) 영역에서 전통적인 과실책임의 원칙만을 고집해서는 손해 및 희생의 공평한 사회분담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어 위험책임이론이나 무과실책임이론이 등장하게 된 것과 같이, 공법 영역에서도 사회적 공평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책임이 필요하다.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하여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공공시설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라는 주관적 책임요소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 위법행위에 대한 피해의 구제 폭이 넓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책임을 규정하면서 제2문은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점, 공무원의 피해 국민에 대한 직접 배상책임 여부 및 피해 국민의 국가 또는 공무원에 대한 선택적 청구권 인정 여부에 관하여 학설·판례가 나뉘어 있는 점, 국가배상제도에 피해자구제기능 및 손해분산기능이 있는 것 외에 제재기능 및 위법행위 억제기능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상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29조 제1항에 법률유보 문구를 추가한 것은 국가재정을 고려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고,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의 객관화, 조직과실의 인정, 과실 추정과 같은 논리를 통하여 되도록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 기본적으로 과실책임주의를 취하는 독일, 일본에서도 학설과 판례를 통하여 점차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구제기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적용을 통해서 완화될 수 있으며,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을 형해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함으로써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형성권의 자의적 행사로서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박한철
재판관 이정미이정미
재판관 김이수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이진성
재판관 김창종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안창호
재판관 강일원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