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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9. 24. 선고 2012헌바302 결정문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2헌바302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청구인

김○철

대리인 법무법인 한로 (담당변호사 오승돈)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16466 출국금지처분취소

선고일

2015.09.24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05. 6. 9. 사기 혐의로 수사받던 중 출국하였다가 2011. 11. 22. 입국하였는데, 2012. 4. 30.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2고단837호). 법무부장관은 2012. 5. 7. 청구인이 형사재판에 계속 중임을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하여 2012. 5. 7.부터 2012. 11. 6.까지 6개월 동안 청구인의 출국을 금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2. 5. 22.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 출국금지처분

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함과 동시에(2012구합16466),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울행정법원 2012아1748)을 하였으나 2012. 7. 27. 기각되자, 2012. 8.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출입국관리법(2011. 7. 18. 법률 제10863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제1호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조(출국의 금지)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민에 대하여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1. 형사재판에 계속(係屬) 중인 사람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는 실질적으로 형사절차상 강제처분에 해당하는데도, 심판대상조항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무부장관이 임의로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된다.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소송절차의 일방 당사자인 검사의 요청으로 법무부장관이 소송당사자인 피고인의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사전통지 절차나 청문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된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아직 유ㆍ무죄가 확정되지 아니하고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게 출국금지라는 불이익을 주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고, 외국에

유리한 증거가 있는 경우 출국이 금지되어 증거수집과 제출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게 되므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공격ㆍ방어를 할 수 없게 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출국의 자유를 침해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뒤 청구인에 대한 출국금지기간이 지나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더라도 청구인은 당해사건에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청구인에게 더 이상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권리구제뿐 아니라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4. 3. 25. 2002헌바104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거주이전의 자유 중 출국의 자유와 관계되는 중요한 헌법문제이고, 이에 대하여는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한 출국금지처분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장래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그 헌법적 해명이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해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이익이 인정된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영장주의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영장주의란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원리로서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

색의 강제처분을 할 때에는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헌재 2012. 5. 31. 2010헌마672 ; 헌재 2012. 12. 27. 2010헌마153 참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출국금지결정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국민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일 뿐이고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신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강제처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되므로(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법무부장관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 행정처분으로 출국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도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야 한다.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 절차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를 비교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 헌재 2007. 10. 4. 2006헌바91 참조).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소송절차의 일방 당사자인 검사에게는 피고인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게는 사전통지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청문의 기회를 박탈하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출국금지결정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방지하여 국가 형벌권을 확보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성질상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한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출국금지결정을 할 때 출국금지 대상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청문을 실시하도록 한다면, 출국금지 대상자가 국가의 형벌권을 피하기 위하여 출국금지결정 이전에 외국으로 도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국가 형벌권 확보라는 출국금지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나아가 출입국관리법은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출국을 금지하였을 때에는 즉시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여(제4조의4 제1항) 해당 출국금지 대상자에게 방어의 준비 및 불복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통하여 출국금지 대상자가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거나 자료를 제출할 기회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출국금지 대상자가 출국금지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절차적 참여를 보장해 주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출국금지 대상자에게 사전통지를 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하거나 청문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 아니한 것만으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 있는 사람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ㆍ사실적 측면에서 유ㆍ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불이익이란 유죄를 근거로 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 취급을 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헌재 2005. 5. 26. 2002헌마699 등; 헌

재 2014. 1. 28. 2012헌바298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 국가의 형벌권을 피하기 위하여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해외도피의 우려가 있는 피고인이 일정 기간 동안 출국이 금지되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를 두고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금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 즉, 유죄를 근거로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게 사회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의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출국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14조의 거주ㆍ이전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체류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개성 신장을 촉진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다른 기본권의 실효성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거주ㆍ이전의 자유에는 국외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가 포함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하거나 거주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체류 또는 거주를 중단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헌재 2004. 10. 28. 2003헌가18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게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거주ㆍ이전의 자유 중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헌재 2004. 10. 28. 2003헌가18 참조).

(2)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막아 국가 형벌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출국을 일정 기간 동안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3) 침해의 최소성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ㆍ재판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늘어나면서 형사재판 계속 중 해외로 도피하는 피고인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사실상 중단되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거나 형의 집행이 곤란하게 되는 등 국가형벌권 실현에 장애가 초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막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출국금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출국금지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여야 하며, 단순히 공무수행의 편의를 위하여 하거나 형벌 또는 행정벌을 받은 사람에게 행정제재를 가할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출국금지 대상자가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한다는 내용의 출국금지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다(제6조). 또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이러한 출국금지의 기본원칙, 출국금지 대상자의 범죄사실, 연령 및 가족관계, 해외도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여(제6조의5 제1항), 피고인이 해외에 연고가 있거나 사업기반을 두고 있는지 여부, 출국이 빈번한지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 출국

금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관계기관의 장이 출국금지를 요청하려면 출국금지 요청 사유와 출국금지 예정기간 등을 밝혀야 하고, 당사자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해당하는 사실 및 출국금지가 필요한 사유에 대한 소명 자료도 첨부하여야 한다(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본문, 시행규칙 제6조의4 제1항).

실무에서도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출국금지는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형사공판사건 불구속 피고인의 수가 319,545명이었는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출국금지가 요청된 건수는 734건이었고 그 중 출국금지가 결정된 것은 714건에 불과하였다.

나아가 법무부장관이 출국금지결정을 한 경우, 국가안보 또는 공공 이익에 중대한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당사자에게 그 사유와 기간 등을 밝혀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출입국관리법 제4조의4 제1항). 또한 출국이 금지된 사람은 출국금지결정을 통지받은 날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결정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제4조의5 제1항), 이의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 물론 이의신청을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며, 출국금지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출국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받아 출국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 밖에 법무부장관은 출국금지 사유가 없어졌거나 출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출국금지를 해제하여야 하고(출입국관리법 제4조의3 제1항), 만일 출국금지사유가 소멸하였는데도 출국금지를 요청한 기관의 장이 법무부장관에

게 출국금지 해제요청을 하지 않아 국민이 피해를 받은 경우에는 국가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기간이 원칙적으로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일정 기간 출국이 금지되는 것인 반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얻는 공익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방지하여 국가 형벌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에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출국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마.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참조).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외국에 유리한 증거가 있는 피고인의 증거수집과 제출을 어렵게 하여 방어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법

무부장관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 피고인의 공격ㆍ방어권 행사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외국에 나가 증거를 수집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피고인의 공격ㆍ방어권 행사를 제한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6.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7.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출국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일정 기간 동안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출국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방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정성 또한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법무부장관의 출국금지결정은 해외에서의 견문 및 직업활동을 통한 개성신장, 각종 정보의 교류, 문화적 편견 없는 인격의 형성 등을 위하여 국민이 누려야 할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인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헌재 2004. 10. 28. 2003헌가18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국가형벌권의 확보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기간을 정하여 허용할 필요가 있다.

국경을 초월하여 경제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보편화된 오늘날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라도 외국에 주된 생활의 근거지 또는 사업기반이 있거나 업무상 이유로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등으로 출국의 필요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는 범죄의 종류나 죄질, 비난가능성, 해외도피 우려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가 크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단순히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출국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되는 불구속 피고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은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에는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결정율이 97% 이상이라는 통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무부장관이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출입국관리법은 출국금지기간의 상한인 6개월을 초과하여 계속 출국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4조의2), 그 연장 횟수에 관하여는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 결과 법무부장관은 횟수에 제한 없이 반복적으로 출국금지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유ㆍ무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출국을 금지함으로써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출국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출국금지는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외도피의 우려가 큰 경우 내지 공판기일에 불출석한 경우 등의 추가요건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출국을 금지하는 방안, 범죄수사 목적으로 출국이 금지되는 자와 같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하거나 연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 해당 사건에 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재판부가 피고인의 공소사실, 증거인멸 가능성, 피고인의 태도, 출국의 필요성, 입국의 보장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출국허가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으로 법원의 사전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 범죄사실의 경중에 따라 중한 죄를 범하여 기소된 경우로 한정하는 방안 등과 같이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다른 방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나,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의신청 절차는 출국금지결정의 주체인 법무부장관에 의한 자체적인 구제절차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86건의 이의신청 중 3건만이 인용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가능성이 희박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출국금지처분취소와 같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소송에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행정소송 중 출국금지기간이 경과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또한 효과적인 구제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계에 의하면 범죄수사를 위하여 출국금지 되는 경우가 과반수에 해당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나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출국금지 되는 경우도 전체 출국금지 건수의 5~10%를 차지하고 있어 그 수가 결코 적지 아니함을 알 수 있다. 외국의 입법례로는 중대한 범죄 혐의자에 대한 여권의 발급거부, 발급된 여권의 반납이나 실효 등을 통해 자국민의 출국을 제한하는 방법 등이 있는 것 이외에 우리와 같이 법무부장관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를 결정하는 입법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라도 재판의 원활한 진행이 담보될 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출국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므로, 재판 기간 내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업무상 출국하여야 하는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는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그 밖의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도 일정 기간 동안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인 출국의 자유를 제약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해외도피 방지 및 재판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라.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출국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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