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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성,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2조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14집, , 2016, p.74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4집)]
본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법률 제82조 위헌확인

- 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 금지에 관한 사건 -

(헌재 2015. 12. 23. 2013헌마712 , 판례집 27-2 하, 670)

송 창 성*1)

【판시사항】

1.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88조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는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형집행법 제88조가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는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집행법(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제88조(준용규정)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는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한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청구인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13. 9. 12.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3도6114). 청구인은 ○○구치소에 수용되어 있을 당시 자신이 피고인인 별건 형사재판(수원지방법원 2012고단6266등)과 원고인 민사재판(서울동부지방법원 2012가단32165)과 관련하여, 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형집행법 제82조에 의하여 사복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할 수 있었으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미결수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복착용이 불허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3. 10. 21. 주위적으로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위 사복착용 불허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으로 하여금 수형자로서 형사재판을 받거나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정할 경우 모욕감,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방어권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수형자가 형사재판을 받거나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할 경우 사복착용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와의 사이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결정요지】

1. 수형자라 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별도의 형사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수형자로 하여금 형사재판 출석 시 아무런 예외 없이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여 인격적인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재판부나 검사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유죄의 선입견을 줄 수 있고, 이미 수형자의 지위로 인

해 크게 위축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또한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통상의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계호상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2. 민사재판에서 법관이 당사자의 복장에 따라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수형자가 민사법정에 출석하기까지 교도관이 반드시 동행하여야 하므로 수용자의 신분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제한적이고, 형사법정 이외의 법정 출입 방식은 미결수용자와 교도관 전용 통로 및 시설이 존재하는 형사재판과 다르며, 계호의 방식과 정도도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에 대한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재판 과정에서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송 도중의 도주가 문제된다면 이송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고 법정에서만 사복을 입도록 할 수도 있고,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복착용을 제한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으로 인하여 소송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거나, 수형자가 수치심, 모욕감을 갖고 그로 인하여 소송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형사재판인지 민사재판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아

무런 예외 없이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의 경우 본안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심판대상을 청구인이 심판청구를 제기한 형집행법 제82조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형사재판을 받는 수형자 등에 대해 미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조항들 중 일부를 준용하고 있는 형집행법 제88조로 변경 내지 확장할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청구인이 법령과 법령에 근거한 집행행위를 동시에 다툴 경우의 판단 방법도 문제된다.

다음으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 및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은 재소자용 의류를 입고 일반에게 공개된 재판에 출석하여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미결수용자가 재판 출석 시 사복을 착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여 청구인을 자의적으로 차별취급 한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해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에 관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므로, 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의 확정에 관한 검토를 한 다음 심판대상조항의 연혁과 입법례를 살펴보고, 이어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고자 한다.

2. 심판대상의 확정

가. 심판대상의 변경 여부

재판관들은 다음과 같이 일치된 의견으로 심판대상을 형집행법 제82조에서 형집행법 제88조로 변경하였다.

'⌈청구인은 주위적으로 형집행법 제82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나, 수형자인

청구인이 형사재판의 피고인과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법정에 출석할 때 사복착용이 불허된 것은 형집행법 제88조가 위와 같은 경우에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에 기인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을 형집행법(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변경한다.'⌈

이에 대하여는, 이 사건에서 ○○구치소장은 형집행법 제82조에 근거해 청구인의 법정 출석 시 사복착용을 불허한 점, 청구인은 수형자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금지에 관하여도 다투고 있는데, 이는 형집행법 제88조(심판대상조항)의 관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는 점,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추후 개선입법 시 준용규정을 활용할지 여부 등은 입법자의 몫이라는 점에서 굳이 심판대상을 변경, 확장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집행법 제82조는 ‘제9장 미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조항들(제79조 내지 제88조)의 일부이고, 형집행법 제88조가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는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한다.’라고 규정하여 미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내용의 일부를 여타의 경우에 준용하는 형태를 취하는바, 법률조항들의 체계상 청구인이 다투는 부분은 준용조항인 형집행법 제88조에서 논의함이 더 적절하다는 관점에서, 위와 같이 심판대상을 변경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심판대상을 형집행법 제82조에서 제88조로 확장하는 방안도 가능할 여지가 있겠으나 헌법재판소는 제88조로 변경하는 방안을 택하였다.

나. 법령에 근거한 집행행위에 관한 판단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주위적으로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법률조항에 근거한 집행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였는바, 재판관들은 다음과 같이 일치된 의견으로 법률조항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집행행위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청구인이 예비적으로 위헌확인을 구하는 ○○구치소장이 2013. 10. 22., 2013. 11. 6., 2013. 12. 4., 2013. 12. 18. 형사재판 또는 민사재판에 출석하는 청구인의 사복착용을 각 불허한 행위는 형집행법 제88조에 따라 재량의

여지없이 이루어지는 집행행위이고, 그 근거가 된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판단하므로, 위 각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어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헌재 2014. 8. 28. 2011헌마28 등 참조).'⌈

이와 같은 심판대상의 정리는 적법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등 청구인이 심판을 구한 집행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판단을 근거로 하였다기보다, 집행행위의 근거 법령이 심판대상이 되고 있고 그에 대한 판단만으로도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헌법적 문제에 관하여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구인이 법령과 법령에 근거한 집행행위를 동시에 다투는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집행행위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고 법령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예로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제1항 위헌확인 사건(헌재 2014. 8. 28. 2011헌마28 등, 판례집 26-2상, 337, 35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1조 등 위헌확인 사건(헌재 2013. 8. 29. 2011헌마122 , 판례집 25-2상, 494, 499) 등이 있다. 앞의 사건은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한 행위와 그 근거법령이, 뒤의 사건은 변호인접견실에서의 접견을 거부한 행위와 그 근거법령이 문제된 경우이다.

한편, 결정문에서 구체적인 판단이 있었던 부분은 아니나,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사복착용이 금지된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수형자의 자비구매물품, 휴대금품 등에 관한 형집행법 제24조 내지 제27조 및 그 하위법령들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형집행법 시행령 제32조는 수형자의 자비구매의류의 사용을 소장의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수형자가 입소 시 가져온 옷에 대해서는 형집행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이 그 사용 여부를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사복착용이 불허된 행위의 근거법령을 달리 보는 견해를 따를 경우, 심판대상조항은 자기관련성 내지 직접성이 없게 되고 오히려 집행행위를 심판대상으로 삼아야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결정은 형집행법 제88조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청구인의 사복착용이 금지되는 것은 형집행법 제88조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으로 보았고, 위와 같이 여타 형집행법 시행령 조항에 따른 소장의 재량사항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3. 입법연혁 및 관련 선례, 수형자 외출 시 사복착용에 관한 입법례

가. 입법연혁 및 관련 선례

형집행법 제82조와 같이 미결수용자의 사복착용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규정은 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결정(판례집 11-1, 653)이 미결수용자로 하여금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여 수사 또는 재판을 받게 한 행위에 대해 위헌확인을 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위 결정 이후 행형법이 1999. 12. 28. 개정되어, 미결수용자가 재판 등에 참석할 때 사용하기 위해 의류 및 신발의 자비부담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소장은 이를 허가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제22조 제2항). 헌재 2010. 4. 29. 2008헌마412 등 결정(공보 163, 1)은 위 조항은 소장의 허가 또는 불허가라는 집행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가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 바 있고, 헌재 2011. 2. 24. 2009헌마209 결정(판례집 23-1상, 157)은 위 조항 시행 당시에, 소장이 민사법정에 출석하는 수형자인 청구인의 운동화 착용을 불허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후 행형법이 2007. 12. 21. 형집행법으로 전부개정되면서 제82조에 ‘미결수용자는 수사·재판·국정감사 또는 법률로 정하는 조사에 참석할 때에는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다만, 소장은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에서 지급하는 의류를 입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위 전부개정 시에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하여는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한다.”로 신설된 이후, 2008. 12. 11. ‘사형확정자’에 대해서도 같은 제84조와 제85조를 준용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나,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않는 점에는 변화가 없었다.

나. 수형자 외출 시 사복착용에 관한 입법례

(1) 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Treatment of Prisoners)

1955년 유엔 범죄방지 및 범죄자처우 회의가 채택하여, 1957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ESCO)가 승인한 ‘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은 그 자체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수용자의 처우와 시설의 관리에 바람직한 원칙과 실무지침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1971년 유엔 총회는 위 규칙을 각국이 국내 입법에 수용함으로써 그 내용을 이행하도록 권고한 바 있는데, 위 규칙 제17조 제3항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수용자가 정당하게 인정된 목적을 위하여 시설 밖으로 나갈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복(his own clothing) 또는 눈에 띄지 않는(inconspicuous)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개정된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Untied Nations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Treatment of Prisoners)’도 제19조 제3항에서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유럽교정시설규칙(the European Prison Rules)

유럽평의회의 각료위원회는 1987. 2. 12. 제404회 회의에서 유엔 총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위 최저기준규칙의 내용과 유사하면서도 유럽의 현실을 감안한 유럽교정시설규칙을 채택하였고, 회원국들에게 그 규칙을 점진적으로 실시할 목적으로 국내 입법과 실무지침에서 활용하도록 권고하였다. 1987년에 채택된 유럽교정시설규칙 제22조 3항은, “수용자가 시설 밖으로 외출허가를 받은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복(their own clothing) 또는 눈에 띄지 않는(inconspicuous)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이후 2006년 개정된 유럽교정시설규칙은 제20.4조에서 ‘수용자가 시설 밖으로 외출허가를 받은 때에는 수용자임을 인지할 수 있는 의류를 입도록 요구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일본

관련 법령에서 법정에서 착용하는 복장에 관해서는 특별히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외출 및 외박의 경우 사용하는 의류에 관하여, ‘형

사수용시설 및 피수용자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刑事収容施設及び被収容者等の処遇に関する法律)’ 제42조 제1항 제4호는 원칙적으로 외출·외박 시에 사용할 의류 기타 물품은 자비부담으로 하고, 동조 제2항은 자비부담의 물건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대여 또는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시설 및 피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규칙(刑事施設及び被収容者の処遇に関する規則)’ 제15조 제2항에서는 호송 및 외부통근 작업을 할 때 의류의 자비부담 물품의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한다.

(4) 미국

미국 연방규칙상 수용자는 민사재판 또는 형사재판에 출석하거나 가족의 장례 등을 위해 교도소장의 허가를 받아 임시외출을 할 수 있다.2)같은 규칙상에는 임시외출 시 복장에 관한 규정은 없으나, 이와 같은 임시외출이라는 상황 하에서는 피수감자가 수의와 수갑 등을 착용하지 아니할 헌법적 혹은 연방법적 자유권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하급심 판결례가 있다[Farmer v. Crews, 804 F.Supp. 1516, (1992)].3)

(5) 독일

독일에서 수형자가 법원의 소환을 받은 경우 교도소장은 ⅰ) 외출 또는 휴가를 허가하거나[독일 행형법(StVollzG) 제36조 제1항] ⅱ) 동반외출을 허가할 수 있고(독일 행형법 제36조 제2항), 동반외출 시 수형자가 도주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신의 복장(Kleidung)을 착용하도록 허가한다(독일 행형법 제20조 제2항).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 결정례 가운데 위 동반외출 시 수형자의 본인 의복 착용에 대한 권리는 그의 도주가 예상되지 않거나 그밖에 시설 장의 재량에 따라 인정되는데, 이러한 재량결정 시 수형자가 적합하다고 느끼는 복장으로 법원에 출정하게 함으로써 수형자의 일반적 인격권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 요청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4)

4.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가.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수형자가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하게 되면 도주할 우려가 있고, 실제 도주를 하면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워 이를 제지하거나 체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수형자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할 경우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도주예방과 교정사고 방지에 필요하고도 유용한 수단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국가형벌권은 국가권력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그 대상자에게 가혹한 강제력을 수반하며, 형사재판은 이러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로서 대등한 주체 사이의 민사적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 등 다른 소송절차와는 그 목적과 수단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헌재 2013. 2. 28. 2010헌바450 등). 이러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불리한 지위를 감안하여 우리 헌법제12조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관련하여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고, 헌법 제27조 제4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바, 이는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헌재 2010. 9. 2. 2010헌마418 참조).

비록 수형자라 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별도의 형사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는 것이므로, 그를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이러한 수형자로 하여금 형사재판 출석 시 아무런 예외 없이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여 인격적인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그 재판과 관련하여 미결수용자의 지위임에도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수형자와 같은 외관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나 검사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유죄의 선입견을 줄 수 있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한편,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불구속재판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도망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구속재판이 허용될 따름이다. 구속된 피고인, 즉 미결수용자는 그것만으로도 불안, 공포, 절망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입상실, 사회활동의 억제, 명예의 추락 등 많은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경우에는 별건 형사재판이 유죄로 확정되었다는 사정에 의해 구속 사유의 유무에 관계없이 위와 같은 미결수용자보다 더 열악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수형자로 하여금 별건 형사재판에서 미결수용자와 달리 사복을 입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수형자의 지위로 인해 크게 위축된 피고인으로 하여금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므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

수형자의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은 형의 집행과 도주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과 관련한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 일부 기본권에 한정되어야 하며, 그 역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헌재 2004. 12. 16. 2002헌마478 ). 수형자도 미결인 형사재판과 관련해서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 및 서신수수를 할 수 있고, 징벌대상자로서 조사를 받거나 징벌 집행 중에도 소송서류의 작성, 변호인과의 접견·서신수수, 그 밖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형집행법 제88조, 제84조, 제85

조), 미결인 형사재판에 출석한 상황에서만큼은 어디까지나 미결수용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으므로, 도주 및 교정사고의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지 않는 한 미결수용자와 같이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형사소송에서 당사자 대등주의에도 부합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다 충실히 보장하는 길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1999. 5. 27. 미결수용자의 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금지가 위헌임을 확인한 이후( 97헌마137 등), 미결수용자는 형사재판에 참석할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는바(형집행법 제82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통상의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계호상의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사복착용의 허용으로 계호상의 부담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동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고 형사재판 출석을 위하여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도록 하는 등 다른 수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아가 형집행법 제82조 단서와 같이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복착용을 제한함으로써 도주 및 교정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과 같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절실한 경우조차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사복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도주예방 및 교정사고 방지라는 공익보다는 수형자가 열악한 지위에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함으로써 입는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 방어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무기대등의 원칙이 훼손될 위험도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라)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2) 해설

이상과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곧, 수형자가 형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면서 재소자용 의류를 입는 것은 당해 형사재판에서의 유죄 인정으로 인한 불이익이 아니고 별건 형사재판에서의 유죄 인정에 의한 것이므로, 당해 형사재판에 관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고, 형사재판에서 법관이 당사자가 사복이 아니라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형사재판 진행 중 재소자용 의류를 입음으로 인해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방어권 행사에 관한 간접적 불이익 내지 피고인의 감정과 관련한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비록 수형자라 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별도의 형사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결수용자를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되는바, 위와 같은 수형자로 하여금 형사재판 출석 시 아무런 예외 없이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여 인격적인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재판부나 검사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유죄의 선입견을 줄 수 있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고, 이미 수형자의 지위로 인해 크게 위축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통상의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계호상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이하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라 한다)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관하여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다수의견인 합헌론과 반대의견인 위헌론은 다음과 같다.

(2) 합헌론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우선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은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문제되는 기본권인데,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청구인이 자신의 민사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당사자로 출석하는 민사재판이다.

그런데 민사재판에서 법관이 당사자의 복장, 즉 사복이 아니라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으로 인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시설 바깥으로의 외출이라는 기회를 이용한 도주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사복착용의 불허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수형자가 민사법정에 출석하기까지 도주 및 교정사고의 방지를 위해 교도관이 반드시 동행하여야 하므로 수용자의 신분은 의복의 종류에 관계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또한 수형자가 재판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용 시설 외부로 나가는 경우에는 시설 내에 수용되어 있을 때에 비하여 도주의 우려가 높아진다. 시설 내에 있을 때와는 달리 동행 교도관이나 교정설비의 한계로 인하여 구금기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복은 도주의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도주를 감행했을 때 체포도 상대적으로 어렵게 만들 수 있는데, 특히 형사법정 이외의 법정 출입 방식은 미결수용자와 교도관 전용 통로 및 시설이 존재하는 형사재판과 다르고, 계호의 방식과 정도도 확연히 다르다. 도주를 예방하기 위해 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독일과 일본의 행형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수용자가 외출할 때 사복착용을 허가할 지 여부는 교도소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연방규칙에 법정 출석 등 임시외출의 허가 여부가 교도소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헌재 2011. 2. 24. 2009헌마209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위헌론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은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반대의견은 수형자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미결수용자의 경우와는 달리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았는데, 그 판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재판 과정 자체에서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송 도

중의 도주가 문제된다면 이송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다가 법정 출석을 위하여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도록 하거나 법정에서만 사복을 걸쳐 입도록 할 수도 있고, 형집행법 제82조 단서와 같이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복착용을 제한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는 재판의 종류와 무관하다.

반면, 수용 시설 밖으로 나가는 수형자에게 그의 의사에 반하여 재소자용 의류를 강제로 착용하게 하는 것은 그 수형자로 하여금 모욕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형사재판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이미 검사가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기소를 한 상황이고 형사법정에서는 다수의 다른 피고인들도 함께 있으나, 민사재판은 형사처벌과는 무관할뿐더러 민사법정에서 다수의 일반인들 가운데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한 수형자가 있게 되면 더욱 눈에 띄게 되므로, 그가 느끼는 수치심은 민사재판의 경우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그런데 수형자에게 그러한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안김으로써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행형의 정당한 목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수치심과 모욕감은 수형자로 하여금 민사재판에서의 공격·방어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수의견은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의 방어권 등을 들어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경우를 달리 보고 있으나,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으로 인하여 법관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거나, 수형자 자신이 수치심, 모욕감을 갖고 그로 인하여 소송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형사재판인지 민사재판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민사재판을 받는 모든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행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판단은 시설 내에서는 사복을 입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피구금자에 대하여도 그가 ‘정당하게 인정된 목적을 위하여 시설 밖으로 외출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복 또는 눈에 띄지 않는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유엔 범죄방지 및 범죄자처우 회의) 제17조 제3항에 비추어 볼 때 더욱 타당하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4) 해설

결국 다수의견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이 문제되지 않는 민사재판에서 당사자가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고, 수형자가 민사법정에 출석하기까지 교도관이 동행하므로 재소자용 의류로 인한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제한의 정도는 제한적이며 형사법정 이외의 법정 출입 방식은 형사재판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반면, 반대의견은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으로 인하여 소송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거나 수형자가 수치심, 모욕감을 갖고 소송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형사재판인지 민사재판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아무런 예외 없이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에 대하여 위헌으로 판단하였는바, 이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에 대하여 합헌의견을 취한 다수의견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입법례 조사에서도 재판의 종류에 따라 외출 수형자의 복장을 달리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재소자용 의류로 인한 인격권 등의 침해의 정도가 재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이에 출석한 수형자가 그 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는 것인바, 이 사건 결정을 미결수용자의 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금지에 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결정과의 관계 하에서 볼 때, 이러한 미결수용자의 지위가 고

려될 수 없는 민사재판의 경우를 형사재판의 경우와 구별한 위 다수의견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

5. 결정의 의의

가. 이 사건 결정은, 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금지하는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형사재판의 경우와 민사재판의 경우를 달리하여 판단을 하였다. 우선 형집행법 제88조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는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결정이 미결수용자의 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금지에 관하여 위헌으로 판단한 것에 한발 더 나아가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금지의 경우에도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여 위헌 결정을 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나. 다음으로 형집행법 제88조가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는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미결수용자의 지위가 고려되는 형사재판의 경우와 민사재판의 경우를 명확히 구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헌법재판소에서는 교도소장이 민사법정에 출석하는 수형자인 청구인의 운동화 착용을 불허한 행위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헌재 2011. 2. 24. 2009헌마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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