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88조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는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가.수형자라 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별도의 형사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수형자로 하여금 형사재판 출석 시 아무런 예외 없이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여 인격적인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재판부나 검사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유죄의 선입견을 줄 수 있고, 이미 수형자의 지위로 인해 크게 위축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또한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통상의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계호상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민사재판에서 법관이 당사자의 복장에 따라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불허하는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수형자가 민사법정에 출석하기까지 교도관이 반드시 동행하여야 하므로 수용자의 신분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제한적이고, 형사법정 이외의 법정 출입 방식은 미결수용자와 교도관 전용 통로 및 시설이 존재하는 형사재판과 다르며, 계호의 방식과 정도도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에 대한 재판관 이정미,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재판 과정에서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송 도중의 도주가 문제된다면 이송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고 법정에서만 사복을 입도록 할 수도 있고,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복착용을 제한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으로 인하여 소송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거나, 수형자가 수치심, 모욕감을 갖고 그로 인하여 소송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형사재판인지 민사재판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아무런 예외 없이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헌재 2013. 2. 28. 2010헌바450 등, 공보 197, 373
나. 헌재 2011. 2. 24. 2009헌마209 , 판례집 23-1상, 157
당사자
청 구 인김○우국선대리인 변호사 박준영
주문
1.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같은 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제88조는 2016.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13. 9. 12.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3도6114). 청구인은 ○○구치소에 수용되어 있을 당시 자신이 피고인인 별건 형사재판(수원지방법원 2012고단6266등)과 원고인 민사재판(서울동부지방법원 2012가단32165)과 관련하여, 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82조에 의하여 사복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할 수 있었으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미결수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복착용이 불허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3. 10. 21. 주위적으로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위 사복착용 불허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주위적으로 형집행법 제82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나, 수형자인 청구인이 형사재판의 피고인과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법정에 출석할 때 사복착용이 불허된 것은 형집행법 제88조가 위와 같은 경우에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에 기인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을 형집행법(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변경한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준용규정)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는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한다.
[관련조항]
제82조(사복착용) 미결수용자는 수사·재판·국정감사 또는 법률로 정하는 조사에 참석할 때에는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다만, 소장은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에서 지급하는 의류를 입게 할 수 있다.
제84조(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① 제41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다.
②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③제43조 제4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다.
제85조(조사 등에서의 특칙) 소장은 미결수용자가 징벌대상자로서 조사받고 있거나 징벌집행 중인 경우에도 소송서류의 작성, 변호인과의 접견·서신수수, 그 밖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권리행사를 보장하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으로 하여금 수형자로서 형사재판을 받거나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정할 경우 모욕감,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방어권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수형자가 형사재판을 받거나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할 경우 사복착용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와의 사이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문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 및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은 재소자용 의류를 입고 일반에게 공개된 재판에 출석하여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미결수용자가 재판 출석 시 사복을 착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여 청구인을 자의적으로 차별취급 한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해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에 관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므로, 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수형자가 재소자용 의류가 아닌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하게 되면 일반 방청객들과 구별이 어려워 도주할 우려가 있고, 실제 도주를 하면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워 이를 제지하거나 체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수형자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할 경우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도주예방과 교정사고 방지에 필요하고도 유용한 수단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국가형벌권은 국가권력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그 대상자에게 가혹한 강제력을 수반하며, 형사재판은 이러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로서 대등한 주체 사이의 민사적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 등 다른 소송절차와는 그 목적과 수단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헌재 2013. 2. 28. 2010헌바450 등). 이러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불리한 지위를 감안하여 우리 헌법은 제12조에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제1항), 진술거부권(제2항),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제4항) 등을 규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관련하여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고,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바, 이는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헌재 2010. 9. 2. 2010헌마418 참조).
비록 수형자라 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별도의 형사재판에서만큼은 미결수용자와 같은 지위에 있는 것이므로, 그를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이러한 수형자로 하여금 형사재판 출석 시 아무런 예외 없이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여 인격적인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그 재판과 관련하여 미결수용자의 지위임에도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수형자와 같은 외관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나 검사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유죄의 선입견을 줄 수 있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한편,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불구속재판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도망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구속재판이 허용될 따름이다. 구속된 피고인, 즉 미결수용자는 그것만으로도 불안, 공포, 절망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입상실, 사회활동의 억제, 명예의 추락 등 많은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경우에는 별건 형사재판이 유죄로 확정되었다는 사정에 의해 구속 사유의 유무에 관계없이 위와 같은 미결수용자보다 더 열악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수형자로 하여금 별건 형사재판에서 미결수용자와 달리 사복을 입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수형자의 지위로 인해 크게 위축된 피고인으로 하여금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므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
수형자의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은 형의 집행과 도주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과 관련한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 일부 기본권에 한정되어야 하며, 그 역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헌재 2004. 12. 16. 2002헌마478 ). 수형자도 미결인 형사재판과 관련해서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 및 서신수수를 할 수 있고, 징벌대상자로서 조사를 받거나 징벌 집행 중에도 소송서류의 작성, 변호인과의 접견·서신수수, 그 밖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형집행법 제88조, 제84조, 제85조), 미결인 형
사재판에 출석한 상황에서만큼은 어디까지나 미결수용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으므로, 도주 및 교정사고의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지 않는 한 미결수용자와 같이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형사소송에서 당사자 대등주의에도 부합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다 충실히 보장하는 길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1999. 5. 27. 미결수용자의 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금지가 위헌임을 확인한 이후( 97헌마137 등), 미결수용자는 형사재판에 참석할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는바(형집행법 제82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통상의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계호상의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사복착용의 허용으로 계호상의 부담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동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고 형사재판 출석을 위하여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도록 하는 등 다른 수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아가 형집행법 제82조 단서와 같이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복착용을 제한함으로써 도주 및 교정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과 같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절실한 경우조차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사복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도주예방 및 교정사고 방지라는 공익보다는 수형자가 열악한 지위에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함으로써 입는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 방어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무기대등의 원칙이 훼손될 위험도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다.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은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문제되는 기본권인데,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청구인이 자신의 민사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당사자로 출석하는 민사재판이다.
그런데 민사재판에서 법관이 당사자의 복장, 즉 사복이 아니라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이하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라 한다)으로 인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2)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시설 바깥으로의 외출이라는 기회를 이용한 도주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사복착용의 불허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수형자가 민사법정에 출석하기까지 도주 및 교정사고의 방지를 위해 교도관이 반드시 동행하여야 하므로 수용자의 신분은 의복의 종류에 관계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또한 수형자가 재판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용 시설 외부로 나가는 경우에는 시설 내에 수용되어 있을 때에 비하여 도주의 우려가 높아진다. 시설 내에 있을 때와는 달리 동행 교도관이나 교정설비의 한계로 인하여 구금기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복은 도주의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도주를 감행했을 때 체포도 상대적으로 어렵게 만들 수 있는데, 특히 형사법정 이외의 법정 출입 방식은 미결수용자와 교도관 전용 통로 및 시설이 존재하는 형사재판과 다르고, 계호의 방식과 정도도 확연히 다르다. 도주를 예방하기 위해 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독일과 일본의 행형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수용자가 외출할 때 사복착용을 허가할 지 여부는 교도소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연방규칙에 법정 출석 등 임시외출의 허가 여부가 교도소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헌재 2011. 2. 24. 2009헌마209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불충분한 입법에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위헌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상실할 경우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 제84조(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및 제85조(조사 등에서의 특칙)를 준용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을 개정하여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형식을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늦어도 2016. 12. 31.까지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17.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82조를 준용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2016.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을 명하기로 하고,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에 대한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에 대한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의 민사재판 출석 시 사복착용 불허가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제한의 한계
수형자는 격리된 시설에서 강제적인 공동생활을 하게 되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형자의 경우에도 모든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가가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헌법 제10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따라서 수형자의 지위에서 제한이 예정되어 있는 자유와 권리는 형의 집행과 도주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과 관련된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 몇몇 기본권에 한정되어야 하며 그 역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헌재 2004. 12. 16. 2002헌마478 ).
한편 우리 재판소는, 미결수용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해서 구치소 밖으로 나올 때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미결수용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하여 수용 시설 밖으로 나오면 일반인의 눈에 띄게 되어 재소자용 의류 때문에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데, 도주의 방지를 위해서라면 계구의 사용이나 계호 인력을 늘리는 등의 수단에 의할 것이므로,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수형자의 경우에는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미결수용자의 경우와는 달리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이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
(1)심판대상조항은 수형자가 민사재판의 당사자로 출석할 때 사복착용을 불허함으로써 민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수용 시설 외부로 나가는 수형자로 하여금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도록 하고 있다. 수용 시설 밖으로 나가는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목적은 도주의 방지에 있는데, 수형자의 구금 확보는 행형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므로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사재판을 받는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도주의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먼저 재판 과정 자체에서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도주를 방지하는 수단은 결국 적정한 계호 인력과 계구의 사용에 있으므로, 만약 현실적으로 도주의 가능성이 큰 수형자라면 도주의 방지를 위해 상황에 맞게 계호 인력을 증대하거나 계구를 사용하여 이송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이송 도중의 도주가 문제된다면 이송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다가 법정 출석을 위하여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도록 하거나 법정에서만 사복을 걸쳐 입도록 할 수도 있고, 형집행법 제82조 단서와 같이 도주우려가 크거나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복착용을 제한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는 재판의 종류와 무관하다.
(3)반면, 수용 시설 밖으로 나가는 수형자에게 그의 의사에 반하여 재소자용 의류를 강제로 착용하게 하는 것은 그 수형자로 하여금 모욕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사복을 입을 것인지 여부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필요 등에 따른 것이고, 교도관의 동행만으로도 사람들이 달리 보게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수형자라는 부정적 가치평가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수형자로서는 재소자용 의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수형자임을 쉽게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재소자용 의류를 입은 채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어야 하는 수형자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 형사재판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이미 검사가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기소를 한 상황이고 형사법정에서는 다수의 다른 피고인들도 함께 있으나, 민사재판은 형사처벌과는 무관할뿐더러 민사법정에서 다수의 일반인들 가운데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한 수형자가 있게 되면 더욱 눈에 띄게 되므로, 그가 느끼는 수치심은 민사재판의 경우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그런데 수형자에게 그러한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안김으로써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행형의 정당한 목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수치심과 모욕감은 수형자로 하여금 민사재판에서의 공격·방어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수의견은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의 방어권 등을 들어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경우를 달리 보고 있으나, 재소자용 의류의 착용으로 인하여 법관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거나, 수형자 자신이 수치심, 모욕감을 갖고 그로 인하여 소송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형사재판인지 민사재판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5) 결국 민사재판을 받는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하게 하는 것은 도주의 방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있는 반면, 수형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제한은 뚜렷하다. 수형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이송 중에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도록 하고 재판 시에만 사복을 착용하게 하거나, 현실적으로 도주의 우려가 큰 경우 등에 한하여 사복착용을 제한하거나, 아니면 이송 중 계구의 사용이나 계호 인력의 강화와 같은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할 것이지, 민사재판을 받는 모든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행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판단은 시설 내에서는 사복을 입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피구금자에 대하여도 그가 ‘정당하게 인정된 목적을 위하여 시설 밖으로 외출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복 또는 눈에 띄지 않는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유엔 범죄방지 및 범죄자처우 회의) 제17조 제3항에 비추어 볼 때 더욱 타당하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다. 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아무런 예외 없이 민사재판에 당사자로 출석하는 수형자의 사복착용을 불허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나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