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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 7. 28. 선고 2014헌바242 2014헌바455 결정문 [민사소송법 제128조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4헌바242 민사소송법 제128조 위헌소원

2014헌바455 (병합) 민사소송법 제128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권○필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종대(2014헌바242), 정태용( 2014헌바455 )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2014카구216 소송구조(2014헌바242)

부산고등법원 2014루5040 소송구조( 2014헌바455 )

선고일

2016.07.28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4헌바242

청구인은 2014. 4. 7. ○○구치소장의 금치처분, 전자영상장비(CCTV)가 있는 거실

에 수용한 행위, 청구인의 형사사건에 금치처분을 받은 사실 등을 양형 참고자료로 제출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을 피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고(부산지방법원 2014가소50913) 같은 날 소송구조신청을 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4카구216).

청구인은 2014. 4. 24. 위 소송구조신청사건 계속 중 소송구조의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128조가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부산지방법원 2014카기905), 위 법원이 2014. 4. 29. 위 소송구조신청을 기각함과 아울러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14. 5. 1. 위 제청신청기각결정문을 송달받고, 2014. 5.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2014. 8. 12. ○○구치소장의 금치처분 등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서(부산지방법원 2014구합2653), 같은 날 소송구조신청을 하였으나 2014. 8. 21. 기각결정을 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14아278).

이에 청구인은 2014. 9. 2. 위 기각결정에 불복하여 즉시항고하고(부산고등법원 2014루5040), 2014. 9. 3. 위 소송구조신청사건의 항고심 계속 중 민사소송법 제128조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2014아303). 위 부산지방법원 2014아303 사건은 2014. 10. 1. 부산고등법원으로 이송되었고, 같은 달 16. 기각되자(부산고등법원 2014아2011), 청구인은 같은 달 22. 위 제청신청기각결정문을 송달받고, 2014. 11.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2항과 관련하여 ‘법조문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소

송구조의 사유를 어떻게 소명하여야 되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바, 이는 소명의 방법 그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제1항에서 규정한 소명의 대상인 ‘구조의 사유’가 불명확하여 법원의 재량을 인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서 판단하게 되므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2항은 따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민사소송법’이라 한다) 제128조 제1항, 제3항, 제4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2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訴訟救助)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

④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관련조항]

제128조(구조의 요건) ②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제129조(구조의 객관적 범위) ① 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구조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 호 가운데 일부에 대

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1. 재판비용의 납입유예

2. 변호사 및 집행관의 보수와 체당금(替當金)의 지급유예

3.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4.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그 밖의 비용의 유예나 면제

3. 청구인의 주장

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본문은 법원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하여 법원이 자의로 소송구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2014헌바455 ).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의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는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2014헌바242, 455).

또한, 소송구조제도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민사소송에 있어서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은 법원의 자의에 따라 소송구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자금능력이 부족한 신청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2014헌바455 ).

나.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하도록 하여, 소제기와 동시에 소송구조신청을 한 경우 본안사건법원이 소송구조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 그런데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고 하여 소송구조신청을 기각한 재판부가 다시 본안판단을 한다면, 이는 이미 본안 판단을 받아보기도 전에 소송구조에 관한 재판에서 본안 판단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소송구조신청 기각 결정을 받은 당사자로서는 법원이 패소판결을 내릴 것

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 본안판단을 받을지, 아니면 재판을 포기할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러한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제3의 재판부가 소송구조신청사건을 담당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본안사건이 계류 중인 법원이 이를 담당하도록 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입법자의 재량권을 넘어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은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의 상세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나 절차가 지나치게 추상적포괄적으로 위임되어 있어 법원이 예규 등에 따라 자의적으로 소송구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2014헌바455 ).

4.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10. 12. 28. 2009헌바429 참조).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소송구조신청이 소송지연책으로 악용되거나 원심재판장의 상소장 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점을 염려하여 원심법원에 소송구조에 관한 재판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여기서 법원이란 관할 “법원”을 말하는 것이지 “특정 재판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조항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에게 관할을 부여한 것일 뿐, 본안재판부

가 소송구조 사무를 담당한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관할법원 내의 여러 재판부 중 어느 재판부가 소송구조 사건을 담당할 것인지는 사무분담의 문제로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러한 사무분담에 관하여는 ‘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대법원규칙) 제4조에서 ‘각급 법원의 재판사무 등에 관한 사무분담은 해당법원의 장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관할법원 내에서 소송구조 사건을 당해 재판부가 담당할지, 다른 재판부가 담당할지, 별도의 소송구조전담재판부가 담당할지는 위 대법원 규칙에 따라 해당법원의 장이 정하는 사무분담에 의한 것일 뿐,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의 위헌여부에 따라서 사무분담이 달라지는 등의 이유로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5.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쟁점

이 사건 쟁점은, 소송구조의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소송구조 신청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한 상세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한편, 청구인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및 제4항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재판청구권 침해에 관한 주장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의 위헌여부

(1)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판단기준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며, 이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2. 12. 27. 2011헌바225 ).

(나)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 부분에 관한 판단

‘소송비용’이란 민사소송의 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민사소송법 제129조 제1항은 소송구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재판비용, 변호사 및 집행관의 보수와 체당금, 소송비용의 담보 등을 열거하고 있다. 재판비용으로는 대표적으로 인지대를 포함한 각종 수수료와 당사자가 예납하는 송달료, 증거조사 비용, 검증비용 등을 포함한 체당금 등이 포함된다. 소송비용의 담보는 원고가 국내에 주소, 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않은 경우 등에 피고가 승소할 경우에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소송비용을 담보금으로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재판에 출석하기 위하여나 각종 문서의 작성비용, 각종 집행에 들어가는 비용 등도 모두 소송비용에 포함된다.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빈곤하여 위와 같은 소송비용을 조달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법인도 포함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나 이에 준하는 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소송구조제도의 운영에 관한 예규’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기초연금법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장애인연금법에 따른 수급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대상자의 경우는 자금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다른 요건의 심사만으로 소송구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3조의2).

그렇다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요건이 자금능력 판단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적시하고 있지 아니하나, 위와 같이 관련 법령, 소송구조제도의 취지, 관련 법리 등에 비추어 그 기준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 부분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의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의 의미가 모호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3. 7. 25. 2012헌바471 결정에서 위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소송구조제도의 취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의 목적과 문언적 의미, 권리의 존부 판단에 관한 실체법의 일반 원리 및 민사소송법상 입증책임의 원칙, 또한 소송구조 재판시에 제출된 소송자료에 기초하여 판단한 결과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일응 소송구조의 요건은 갖추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

으로 고려하여 보면,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란 소송구조 재판시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도 더 이상 심리할 필요 없이 신청인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 예컨대 청구가 신청인의 주장 자체로 이유가 없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 주장사실이 허위임이 분명한 경우, 또는 그 주장사실에 대하여 아무런 증거방법이 없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건이 패소할 것이 분명한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의 소송 진행정도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법관이 객관적 가치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든지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는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판단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라) 소결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가) 판단기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인 형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가1 참조). 따라서 재판절차가 국민에게 개설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법원에의 접근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방법으로 어렵게 된다면, 재판청구권은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으므로, 바로 여기에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참조).

소송구조는 민사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절차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소송비용의 납입 유예, 변호사 보수 등의 지급 유예, 소송비용의 담보 면제 등의 도움을 주어 재판을 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로서, 재판청구권의 형해화를 방지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위에서 소송구조를 인정할 것인지는 국가의 재정규모, 국민의 권리의식과 경제적사회적 여건,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재판청구권의 효율적인 보호와 소송제도의 적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된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송구조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하거나 소송구조신청절차를 어렵게 하여 당사자가 사실상 소송구조를 받을 수 없게 하거나,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는 비용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의 소송구조제도가 사실상 형해화된다면, 이는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

(나)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할 것’에 관한 판단

소송구조제도는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납입을 유예하여 당사자의 비용부담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소송비용을 지출할 능력이 부족한 당사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권

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소송구조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소의 제기나 상소가 남발되어 오히려 국민의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그에 따른 국가의 비용부담도 추가로 증가하게 될 것이므로 그 경우 종국적으로 재판자원의 공평하고 공정한 이용을 저해하거나 국민의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키게 되는 역기능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5. 6. 25. 2014헌바61 ). 이처럼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이 소송구조 신청인의 자금능력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이 필요한 대상으로 그 범위를 한정한 것이고, 남소 방지 등 정책적인 측면이나 재정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송구조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므로, 이는 입법형성권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아닐 것’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에 관하여 수차례 합헌결정을 하였고(헌재 2001. 2. 22. 99헌바74 ; 헌재 2002. 6. 27. 2001헌바100 등; 헌재 2013. 2. 28. 2010헌바450 등; 헌재 2013. 7. 25. 2012헌바471 등),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은 권리의무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 재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그 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소송구조는 민사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절차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소송비용의 납입 유예, 변호사 보수 등의 지급 유예, 소송비용의 담보 면제 등의 도움을 주어 재판을 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소송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소멸되거나 그 행사가 직접 제한되지는 않으므로, 소송구조의 거부 자체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없는 국민이 적절한 소송구조를 받기만 한다면 훨씬 쉽게 재판을 받아서 권리구제를 받거나 적어도 권리의 유무에 관한 정당한 의혹을 풀어 볼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구조의 거부가 재판청구권 행사에 대한 ‘간접적인 제한’이 될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재판청구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로까지 확대 평가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제한’의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바꾸어 말하면 패소의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는 애당초 여기에 해당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가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소송구조의 불허가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위 선례들과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판단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라) 소결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의 위헌여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은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1) 대법원규칙에 대한 입법위임과 포괄위임금지원칙

(가) 입법권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속하나, 입법자가 사회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증가하는 법규사항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므로 헌법제75조, 제95조를 통해 입법권을 부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임의 필요성은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은 지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로서 입법자가 이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직접 규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사법실무에 정통한 대법원에서 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이는 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태로 제75조와 제95조에서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의 행정입법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헌재 2004. 10. 28. 99헌바91 참조), 대법원 역시 입법권의 위임을 받아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 등).

(나)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와 아울러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 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 등 참조).

다만, 대법원규칙으로 규율될 내용들은 소송에 관한 절차와 같이 법원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법원의 축적된 지식과 실제적 경험의 활용, 규칙의 현실적 적응성과 적시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수권법률에서의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정도는 다른 규율 영역에 비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 등).

한편, 위임의 구체성·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2. 3. 28. 2001헌바24 등 참조).

(2) 판단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이 소송구조요건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것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소송구조를 인정하는 자금능력 부족의 기준,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의 인정 범위와 아울러 국가의 예산 운영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또한, 소송구조절차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것은 그 절차에 관한 사항이 소송구조의 신청 방식이나 변호사 보수지급, 국고대납지급 등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지극히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거나 상황 변화에 탄력적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에 따라 대법원규칙으로 정할 사항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128조 내지 제133조의 규정을 종합하면 그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즉,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자금능력 부족의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는 각종 사회보장 수급권자에 해당하는지,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 등이, 소송구조

절차에 관한 사항으로는 소송구조의 신청 방식이나 신청서에 첨부될 서류, 변호사 보수 및 지급방법, 국고대납지급의 방법, 구조의 취소나 납입유예의 추심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 불복신청시 기록 송부 등 세부절차 등이 규정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 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에 대한 별개의견

우리는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가 같다. 다만, 우리는 2016. 6. 30. 2014헌바456 등 결정에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 대한 입법위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75조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및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대법원규칙에 입법권한을 위임한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헌법 제75조는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위임의 명확성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은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108조에서 허용한 대법원규칙의 제정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또한,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규칙과 저촉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규정이 없다. 오히려 법률은 이 부분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의 위헌성을 심사하면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는 수권법률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없는데, 종전에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헌법

판소 2014. 10. 30. 선고 2013헌바368 결정에 관한 우리 의견은 이상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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