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위헌소원 등
(헌재 2018. 4. 26. 2015헌바370 등, 판례집 30-1상, 563)
이 의 석*1)
【판시사항】
1.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2)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라 한다) 조합원들은 철도노조 위원장인 김◯환 등 집행부의 주도에 의하여 2013. 12. 9.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경찰은 2013. 12. 16. 철도노조 위원장 김◯환 등 10명에 대하여 업무방해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나. 검사는 2013. 12. 20.경 경찰이 위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경향신문사 건물 내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라 한다) 사무실, 회의실, 창고, 화장실 등 전체”를 수색장소로 하는 수색영장을 청구하였으나, 수색의 상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색영장이 기각되었다.
다. 언론을 통하여 김◯환 등 집행부가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무른다는 보도가 있었고, 위와 같이 수색영장이 기각된 이후 체포대상자들이 위 경향신문사 빌딩과 근거리에 있는 기지국을 이
용하여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자, 경찰은 2013. 12. 22.경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김◯환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피의자들을 수색하였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 청구인과 제청신청인은 위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민주노총 또는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 명과 공모공동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관들을 폭행·협박하여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마. 청구인은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노2110) 계속 중 위 체포영장 집행의 근거가 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2015초기1977) 그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헌재 2015헌바370 ).
제청신청인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5노655) 계속 중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2015초기232),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헌재 2016헌가7 ).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2016헌가7)
심판대상조항은 법문상 ‘필요성’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피의자 ‘수색’이라는 명확한 문언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피의자 ‘수사’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하며, 영장주의를 준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영장 없는 압수·수
색·검증을 허용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제216조 제3항, 제217조 제1항은 사후영장을 발부받도록 통제하고 있는 반면에, 심판대상조항은 사후에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절차가 없는 등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결정요지】
1.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이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으므로, 주거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 장소에 혐의사실 입증에 기여할 자료 등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되어야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영장의 발부를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으나 위와 같은 해석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수사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는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를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든지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헌법 제12조 제3항과는 달리 헌법 제16조 후문은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3항과 헌법 제16조의 관계, 주거 공간에 대한 긴급한 압수·수색의 필요성,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영장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6조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대해서도 그 예외를 인정하되, 이는 ①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②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
3.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
고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 3.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한다. 다만 향후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늦어도 2020. 3. 31.까지는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명시하는 것으로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37조에도 존재한다)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만이라도 이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을 지적하여 둔다.
【해 설】
1.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 등
가. 입법취지 및 연혁
(1) 심판대상조항은 체포 또는 구속하고자 하는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가옥·건조물 등에 소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그 장소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피의자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함으로써 국가 형벌권을 적정히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구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는 피의자 구속 또는 현행범인 체포의 경우에만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5. 12. 29. 법률 제5054호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체포영장제도가 도입되고 긴급구속제도가 긴급체포제도로 변경됨에 따라,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긴급체포의 경우에도 타인의 주거 등에서 수색영장 없는 피의자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추가 되었다.
(2) 한편, 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체포영장제도는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의 ‘체포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다. 체포영장제도는 과거 수사기관에서 행하던 임의동행과 보호실유치와 같은 탈법적 수사관행을 근절하고,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를 준수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3) 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구 형사소송법 제137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또는 법원의 서기관 또는 서기가 구속
나. 영장 없는 압수·수색 등을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
(1)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는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검증을 허용하고 있다. 영장 없는 압수·수색·검증을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주로 위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데, ① 피의자의 체포라는 강력한 기본권 침해에 대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와 같이 사후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는 등 체포행위가 적법한 이상 그보다 기본권 침해가 적은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검증에 대하여는 체포현장에서 별도의 영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부수처분설), ②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체포현장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행위로서 허용된다는 견해(긴급행위설), ③ 영장 없는 압수는 긴급행위설이 타당하나 수색은 부수처분설이 타당하다는 견해(이분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3)긴급행위설을 지지하는 입장이 약간 더 많은 것으로 보
이는데, 부수처분설에 의할 경우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대물적 강제처분이 부당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
(2) 심판대상조항(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허용하는 이론적 근거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국내 문헌은 많지 않다. 대다수의 국내 문헌은 ‘대물적 강제수사에 있어서 긴급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검증을 허용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설명4)과 함께 ‘수색은 피의자 또는 현행범인 체포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로서, 심판대상조항은 체포하고자 하는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잠복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소재를 발견하기 위한 수색을 영장 없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는 설명을 부가하고 있을 뿐이다.5)
항의 기본권 보장 및 제한 규정에서 그 합법성 근거를 도출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경우도 있다.7)
다. 입법례
(1) 일본
일본 형사소송법 제220조 제1항 제1호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관하여 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 제35조는 ‘제33조의 경우를 제외하고’ 침입, 수색 및 압수에 관해서는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20조에서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 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8)
일본 헌법 제35조에서 말하는 ‘제33조의 경우를 제외하고’의 의미에 관해서는, 제헌의회(제90제국의회)에서의 정부 설명에서는 현행범으로서 체포되는 경우라고 설명하였으나, 그 후 학설상 현행범의 체포뿐만 아니라 ‘적법하게 신체의 구속이 이루어지는 모든 경우’라고 해석하는 것이 학설상 통설이 되었고, 형사소송법도 이러한 통설을 전제로 제정되었다.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9)도 “(헌법) 제33조에 의한 불체포의 보장이 없는 경우”라고 판시한 바 있다. 요컨대 일본 형사소송법 제220조에 따르면 모든 신체구속, 즉 불체포의 보장이 없는 현행범인체포, 통상체포, 긴급체포 외에 피의자·피고인의 구인(勾引)·구류(勾留)의 경우에도 영장 없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10)
영장 없이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 수색을 가능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체포라는 법익침해가 허용된 이상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적은 주거 등의 수색이라는 처분도 영장 없이 허용될 수 있다는 점, 증거수집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는 점, 증거존재의 개연성이 높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2) 미국
않고, 또한 선서나 확약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떠한 영장도 발부될 수 없다. 모든 영장은 수색의 대상이 되는 장소와압수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물품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영장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4조는 영장 없이 실시되는 부당한 수색과 압수에도 적용되며 연방 대법원은 제4조의 원칙이 개인의 거주지(home)와 프라이버시의 신성함(sanctity)을정부가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11)이와 같이 수정헌법 제4조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는 자신의 거주지에서의 프라이버시이며,12)대법원은 일관되게 신중하게 정의된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영장이 없는 개인 재산의 수색은 부당하다는 원칙을 고수하여 왔다.13)수정헌법 제4조의 기본 원칙에 따라 영장이 없는 거주지 내 수색과 압수는 부당한 것으로 추정되며,14)정부는 이러한 추정을 극복할 수 있는 긴급상황과 같은 사유가 있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15)
기본적으로 개인의 거주지에 들어가기 위하여 적법한 수색영장이 요구되나, 연방 대법원은 1980년 Payton v. New York 판결에서 긴급상황과 같은 예외가 입증되지 않는 한 영장이 없이 피의자 개인의 거주지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피의자
가 자신의 거주지 내에 있다고 믿을만한 사유가 있다면, 수정헌법 제4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체포영장은 그 거주지에 들어갈 제한된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여, 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였다.16)
체포영장만으로 제3자의 거주에 침입할 수 있는지 여부는 Steagald v. U.S. 판결(이하 “Steagald 판결”)에서 직접적으로 검토되었다.17)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긴급상황이나 제3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 법 집행관은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체포의 대상을 수색하기 위하여 제3자의 거주지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독일
독일 법제 아래에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에 근거하여 제3자(피의자 아닌 사람)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일은, 논리적으로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18)
독일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피의자를 상대로 한 수색을 규정하고, 제103조는 피의자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한 수색을 규정한다. 여기서 후자는 전자에 비해 요건이 가중되어 있다. 피의자 아닌 사람을 상대로 그 주거 등을 수색하려면 우선 목적의 측면에서 ‘피의자의 체포, 범죄단서의 추적, 특정한 대상물의 압수’를 목적으로 하여야 하고, 또 나아가서는 ‘그 추적대상인 사람, 단서 또는 물건이 그 수색대상이 될 공간에 있는 것으로 추단케 하는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피의자를 상대로 한 수색과 비교할 때 이처럼 피의자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한 수색의 요건을 가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피의자의 경우에는 생활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주변에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있다고 하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므로, 당해 개별사안에 있어서 구체적인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피의자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한 수색의 경우에는 그의 권익에 대한 국가적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요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편, 피의자가 체포된 공간 또는 추적 중에 피의자가 출입한 공간이라면, 그와 같은 가중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독일 형사소송법 제103조 제2항).
독일 형사소송법 제105조 제1항 제1문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법관만이 수색을 명할 수 있되 예외적으로 긴급한 경우에 한하여 검사 또는 그 수사요원이 수색을 명할 수 있다. 이는 독일 기본법(GG) 제13조 제2항을 반영한 것이다. 독일 기본법(GG) 제13조 제2항은, 수색은 (원칙적으로) 법관만이 명할 수 있되(법관유보), 다만 긴급한 경우에는 법률에 정한 다른 기관이 법률에 규정된 형식으로만 명할 수 있다(법률유보)고 규정한다.
2. 심판대상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명확성원칙에 관한 심사기준
(1)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죄형법정주의가 지배되는 형사관련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강화되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죄형법정주의상의 명확성 원칙). 그러나일반적인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그리 강하게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일반적 명확성원칙)(헌재 2001. 6. 28. 99헌바34 , 판례집 13-1, 1255, 1264-1265 등).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 집행 절차에 관한 조항으로서, 공무집행방해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공무집행의 적법성’ 판단과 관련된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과 직접 관련되지는 아니한 점, 공무집행방해죄에서 공무집행행위는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집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출 것을 요하나, 그것이 법률에 정해진 방식과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적법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19)등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보다는 일반적 명확성원칙의 심사기준에 따라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인바, 만일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
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일반적·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필요한 때’의 의미
(1)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단서는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비례의 원칙, 필요 최소한의 원칙 등을 선언하고 있는 바, 이는 압수·수색·검증과 같은 대물적 강제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이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주거지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공간에 대한 수색은 그 장소에 혐의사실 입증에 기여할 자료 등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되어야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20)심판대상조항은 수색영장의 발부를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으나 위와 같은 해석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수색을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3)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21)및 제217조 제1항22)과는 달리 심판대상조항은 긴급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피의자 수색을 하는 경우 ‘피의자가 소재하고 있거나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충분한지 아니면 심판대상조항에 명시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사전에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가) 위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 쟁점으로 삼아 검토한 국내 문헌은 찾기 어렵고, 다만, 『심판대상조항은 필요한 경우 긴급압수수색이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이를 긴급한 경우로 엄격히 해석할 수 있고, 피의자의 주거가 아닌 제3자의 주거 등에 긴급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위 긴급성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을 통한 해결은 충분하지 않고 입법적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문헌이 확인된다.23)
(나)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의 의미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고, 하급심 판결 중에는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다만, 그 사례가 많지는 않다).
㉮ 서울고등법원 2006나68348 판결24)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관련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피의자가 현재할 수도 있는 개연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수색행위의 필요성이 갖추어졌다고 보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피의자 아닌 타인의 주거를 수색하기 위한 별도의 수색영장은 필요하지 않다.』
㉯ 창원지방법원 2015고단2099 판결25)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여기서 ‘피의자 수사’는 형사소송법이 다른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색’과 동일한 의미이다. 그리고 체포과정에서의 수색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이고 긴급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를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특정한 순간이나 시점’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소재하고 있거나 소재하고 있을 개연성이 충분한 건조물 등에 긴급체포를 위해 들어가거나 건조물 등 내에서 피의자를 수색함에 있어 별도의 수색영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224 판결26)
『대한민국 헌법은 체포·구속과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에 있어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제12조 제1항 및 제3항). 형소법은 수사단계에서의 체포·구속 등 강제처분에 관하여도 사전영장주의에 따르면서,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제216조 제1항은 체포·구속시 대물적 강제수사에 있어 압수·수색 등의 긴급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영장에 의하지 않는 압수·수색 등을 허용하고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체포·구속하고자 하는 피의자가 타인의 건조물 등에서 잠복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한 수색은 영장 없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수색은 피의자를 체포·구속하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이고 긴급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강제처분은 ‘필요성’의 요건을 통하여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이
남용되지않도록 하고 있다. 즉, 위 규정에 의한 강제처분은 “필요한 때”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피의자를 발견·체포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이 주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긴급행위시에 수사기관이 인식하고 있던 상황 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27)
위에서 소개한 하급심 판결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피의자 수색의 허용근거를 대물적 강제수사의 긴급성에서 찾고 있지만, 해당 사안에서 사전에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때’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하고 있거나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피의자 수색이 가능하고, 그 외 긴급성 요건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 ㉯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충분하고 사전에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대상결정은 위와 같은 견해 중 전자의 견해를 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형사소송법은 심판대상조항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와 관련된 조항에서 “필요한 때”라는 문언을 사용하여 비례의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각각의 강제처분의 성질·내용 및 해당 강제처분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제200조의2 제2항, 제215조, 제217조 등 참조).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이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으므로, 주거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 장소에 혐의사실 입증에 기여할 자료 등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되어야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영장의 발부를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으나 위와 같은 해석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수사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는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17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3에 따라 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다. ‘피의자 수사’의 의미
일반적으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의 구속, 체포, 수색, 검증, 피의자신문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 중 수색은 압수·검증과 더불어 대물적 강제처분의 일종으로서, 물건 또는 사람을 발견하기 위하여 사람의 신체나 물건 또는 주거 기타 장소에 대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즉 어느 장소나 사람의 몸을 강제로 뒤지는 것)을 말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피의자의 발견을 목적으로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위와 같은 ‘피의자 수사’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28)
대상결정 역시 같은 취지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든지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의 구속, 체포, 수색, 검증, 피의자신문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그 중 수색은 물건 또는 사람을 발견하기 위하여 사람의 신체나 물건 또는 주거 기타 장소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대물적 강제처분을 말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를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137조는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고인을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과 위 조항을 비교하여 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피의자 수사”가 ‘피의자 수색’을 의미한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
3. 심판대상조항의 영장주의 위반 여부
가.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의미
‘주거의 자유’라 함은 자신의 주거를 공권력이나 제3자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개인에게 그의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위하여 필요한 ‘기초적 생활공간’을 보장해 주는 의미를 가진다. ‘주거’란 체류와 활동의 장소로 삼으면서 공간적으로 외부와 구분되는 모든 생활공간을 의미하며, 매우 광의로 이해된다. 따라서 주거를 인정하기 위하여 건축물이 있을 필요도 없고 어떤 장소에 고정될 필요도 없으며, 순수한 사무공간, 작업공간 및 영업공간도 주거에 속한다.29)
(2)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경우에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바, 영장주의란 위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원리로서,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체포·구속·압수·수색의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권 독립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영장주의의 본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박탈은 물론이고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중립적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데에 있다(헌재 2012. 5. 31. 2010헌마672 , 판례집 24-1하, 652, 656 참조). 이러한 영장주의는 사법권독립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의 사전적·사법적 억제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강제적인 압수·수색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2004. 9. 23. 2002헌가17 등).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에 관한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를 해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나. 주거에 대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의 허용 근거
(1)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헌법 제16조 후문은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주거에 대해서도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허용할 경우 그 헌법적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2) 헌법 제12조 제3항과 연결 지어 영장주의가 관철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
(가)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하여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은 강제처분을 하기 위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개개의 강제처분마다 그에 해당하는 영장을 각각 발부받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30)
심판대상조항의 요건이 충족되는 범위 내에서 수사기관이 이
미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피의자 수색을 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영장주의가 일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1948. 7. 17. 헌법 제1호로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9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금, 수색, 심문, 처벌과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체포, 구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단, 범죄의 현행·범인의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후에 영장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형사소송법 제137조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고인을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3) 헌법 제16조의 해석상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
(가)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에 있어 영장주의가 예외 없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 실현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하는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해서도 헌법 제12조 제3항에
서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체의 자유에 비하여 주거의 자유는 그 기본권 제한의 여지가 크므로, 형사사법 및 공권력 작용의 기능적 효율성을 함께 고려하여 본다면,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그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에서 현행범인 체포나 긴급체포의 경우에 사전영장원칙의 예외를 둔 것은 그 체포의 긴급성에 비추어 사전에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혐의사실 입증에 기여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되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도 그 자료나 피의자가 계속 그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집행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므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도 영장 없이 그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여야 할 긴급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4)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
(가) 헌법 제16조는 헌법 제12조 제3항과 달리 헌법에서 직접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런데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영장주의라는 헌법상 원칙 자체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주거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다 강하게 보호하고자 위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헌법 제16조의 전문과 후문은 일체로서 “영장의 제시 없이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권리는 헌법에 개별적인 유보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의 일반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비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나)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 실현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한다. 이와 같은 핵심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해서도 헌법 제12조 제3항에서 영장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신체의 자유보다는 제한의 여지가 큰 주거의 자유의 경우에는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원칙의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 예외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면, 이는 체계정당성의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다. 검토
‘헌법 제12조 제3항과 연결 지어 영장주의가 관철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심판대상조항은 피의자에 대하여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피의자 아닌 타인의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헌법 제12조 제3항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제한과 관련될 뿐이고 주거의 자유를 제한받는 타인과는 무관한 조항이므로, 헌법 제12조 제3항에서 그 근거를 찾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위헌심사가 가능하므로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뒤섞어 논증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대상결정이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일반적 요건의 하나로,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것’을 제시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헌재 결정을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지만, ① 영장 없는 압수·수색·검증을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는 부수처분설, 긴급행위설, 이분설 등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 점, ② 헌재 2015헌바370 등 결정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피의자 아닌 타인의 주거를 수색한 사건에 관한 것으로, 헌법 제16조의 해석상 영장주의의 예외
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던 점, ③ 제한되는 기본권의 주체 및 내용, 기본권의 제한 정도, 체포·구속영장이 이미 발부된 경우 그 집행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압수·수색인지 여부 등에 따라 영장주의의 예외 요건을 달리 설정할 여지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위 헌재 선례가 영장주의의 예외에 관한 일반적 요건을 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대상결정의 의의 및 당해 사건의 경과
가. 대상결정을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인정의 필요성 및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한편,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체포를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서 ①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②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분명히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심
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37조에도 존재한다)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만이라도 이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을 지적하여 둔다.』
나. 대상결정이 선고된 이후 당해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공무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31)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상결정 선고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방안,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따라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방안,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헌재 2016헌가7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법원은 대상결정 선고 이후인 2018. 8. 8.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청신청인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검사의 상고로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이
다(대법원 2018도13458). 위 무죄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법원의 법률 해석·적용 권한은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법률해석과 충돌하거나 적어도 경합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향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