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등
-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
(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 등, 판례집 30-1하, 370)
황 지 섭*1)
【판시사항】
1.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부터 현행 병역법까지의 병역법 제5조 제1항(이하 모두 합하여 ‘병역종류조항’이라 한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청구인지 여부(소극)
2. 병역종류조항의 위헌여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적극)
3.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를 처벌하는, 2009. 6. 9. 법률 제9754
5.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되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병역법(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고, 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고, 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이하 모두 합하여 ‘병역종류조항’이라 한다), ②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
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이하 모두 합하여 ‘처벌조항’이라 하고, 병역종류조항과 처벌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2)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징집이나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兵)
나.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으로 임용 또는 선발된 장교(將校)·준사관(準士官)·부사관(副士官) 및 군간부후보생
2. 예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현역을 마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3. 보충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
나.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복무하고 있거나 그 복무를 마친 사람
1) 사회복무요원
2) 삭제
3) 예술·체육요원
4) 공중보건의사
5)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6) 삭제
7) 공익법무관
8) 공중방역수의사
9) 전문연구요원
10) 산업기능요원
다.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4. 병역준비역: 병역의무자로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이 아닌 사람
5. 전시근로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사람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서 생략)
1. 현역입영은 3일
2. 공익근무요원소집은 3일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및 서울북부지방법원 등은 위와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 계속 중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3)
2.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이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부과하는 형벌이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효과를 가지지 못하고, 형벌의 일반예
방 및 특별예방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안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수 없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군의 전체 병력 수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 하여 국방력이 약화된다고 볼 수 없고, 대체복무기간과 복무 강도 등을 적절히 조절하여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대체복무제 등 대안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형평성 사이의 갈등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아무런 대안의 제시 없이 오로지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사처벌만을 감수하도록 하는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안보상황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또는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는 실증된 바 없다. 심사의 곤란성을 이유로 대체복무제 자체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강제하여 얻는 이익은 거의 없거나 매우 추상적인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겪어야 하는 불이익은 1년 6개월의 수형생활 및 출소 이후 각종 유·무형의 불이
익으로서 구체적이고 심대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2문에 위반된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및 그에 관한 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연합 인권위원회 및 인권이사회의 반복된 결의에 따르면 위 규약의 당사국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의무가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국제법 존중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6조 제1항에 위배된다.
그 밖의 내용은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결정요지】
1. 비군사적 성격을 갖는 복무도 입법자의 형성에 따라 병역의무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고, 대체복무제는 그 개념상 병역종류조항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병역의 종류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내용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아니하여 불완전·불충분하다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후 3일 내에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더라도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받지 않는 한 당해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3. 병역종류조항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병역종류조항이 추구하는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대단히 중요하나, 앞서 보았듯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막대한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
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입법자에 대하여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그로부터 14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관한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사이 여러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하였으며, 법원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
4.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
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처벌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합헌의견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통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영기피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심사단계에서 가려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주관적인 양심의 형성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아가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속에서 이행하는 병역의무와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를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문제이므로, 그 도입여부는 규범적 평가 이전에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
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하여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처벌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국가공동체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수호함으로써,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질서를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처벌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한다.
그렇다면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일부위헌의견
병역종류조항은 처벌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처벌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하므로,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처벌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고 있으나,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처벌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하여 볼 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조항이 위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렵다.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크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창종의 각하의견
청구인들의 주장은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였을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은 잘못된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이다. 이는 처벌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처벌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으로는 부적법하다.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 역시 대법원판결과 같이 양심적 입영거부를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처벌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서, 처벌조항 중 ‘정당한 사유’의 포섭이나 해석·적용의 문제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해명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부적법하다.
5.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병역의 종류와 각 병역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일체의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므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
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형성함에 있어 그 신청절차, 심사주체 및 심사방법, 복무분야, 복무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따라서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늦어도 2019. 12. 31.까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역종류조항은 2020.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청구인 등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를 규정하라고 하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위와 같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김창종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병역종류조항은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때 적용된 법률조항이 아니고 법원이 이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당해사건 해결을 위한 재판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선결문제가 아니다.
병역종류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그에 근거한 병역처분은 후발적으로 위법하게 되는 하자가 있게 되지만, 그러한 병역처분
의 하자는 독립적인 후속처분인 입영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입영처분까지 위법한 처분으로 된다고 볼 수 없다. 당해사건 법원은 입영처분이 적법, 유효한 이상, 그 입영처분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청구인들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들에게 당연히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청구인들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병역종류조항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병역종류조항은 처벌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처벌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한다. 만약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처벌조항이 이행을 강제하는 병역의무의 내용 역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여야 하는 것으로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처벌조항 중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 역시 위헌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은 당해 사건에 간접 적용되는 조항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재판관 서기석의 병역종류조항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현행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아니한 현 상황에서 법원이 현재의 견해를 변경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도 면제받고 대체복무도 이행하지 않게 됨으로써, 군복무를 이행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헌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현행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조항에 의하여 처벌하든지, 처벌하지 않든지 간에 위헌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하므로, 병력종류조항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판관 조용호의 병역종류조항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병역의 종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는 병력의 구체적 설계, 안보상황의 예측 및 이에 대한 대응 등에 있어서 매우 전문적이고 정치적인 사항에 관한 규율이므로,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 하에 결정할 사항이다.
입법자에게 법률의 제정 시 개인적인 양심상의 갈등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 사전에 예방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일반조항을 둘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양심의 자유에서 파생하는 입법자의 의무는 단지 입법과정에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일반적 의무’이지 구체적 내용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헌법적 입법의무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는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형성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양심상의 이유로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처벌조항과 달리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는 효력이 없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위헌확인을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입법자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는 양심의 자유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단은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안창호의 병역종류조항 반대의견 및 처벌조항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을 토대로,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기 전에라도 다음과 같이 형사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예컨대 ① 학계·법조계·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형 집행 종료 즈음에 형 집행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 등에 기초하여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지 여부를 판정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인 경우에는 사면을 하는 방법, ② 공직 임용, 기업의 임·직원 취임, 각종 관허업의 특허 등 취득 등과 관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불이익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③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정역에 복무할 때, 그 정역을 대체복무에서 고려될 수 있는 내용으로 함으로써, 일정부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불이익 완화 조치는 ‘평상시’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제재를 완화하여 국가안보의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나아가 위 조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 설】
1. 양심과 양심의 자유의 의미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 등;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 참조). 법정의견은,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은 법질서와 도덕에 부합하는 사고를 가진 다수가 아니라 이른바 ‘소수자’의 양심이 되기 마련이며, 그와 같이 보호받는 ‘양심’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판단은 그것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 여부에 따르게 된다고 하였다.
2.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와 대체복무제
일반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의무가 인정되는 징병제 국가에서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법정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당사자의 ‘양심에 따른’ 혹은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지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하였다.4)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의무를 전적으로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징병제 국가들은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비군사적 성격의 공익적 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병역의무의 이행에 갈음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대체복무제라고 한다.
3.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본 양심적 병역거부
가. 1966년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제18조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1993년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는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관한 일반의견 제22호에서, 자유권규약 제18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 위 규약에 제18조에 대한 아무런 유보 없이 가입하였다.
국제연합 인권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Human Rights)도 반복된 결의를 통하여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예를 들면, 위 위원회는 1989년 제59호 결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자유권규약 제18조에 규정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하였고, 1998년 제77호 결의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의 진정성을 판단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결정기관의 설립, 비전투적 또는 민간적 성격을 띤 대체복무제의 도입,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금 및 반복적 형벌부과 금지 등을 각국에 요청하였으며, 그 외에도 수차례의 결의를 통하여 위와 같은 내용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2006년부터 국제연합 인권위원회를 대신하게 된 국제연합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는 2013. 9. 27.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결의를 통하여 앞서 살펴본 인권위원회의 결의 내용들을 다시 언급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중단하고 현재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석방할 것,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 등을 각국에 촉구하였다.
한편, 유럽연합의회는 2000. 12. 7. 채택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인정되며, 그 권리의 행사는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다.”(제10조 제2항)라고 규정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위 기본권헌장은 2009. 12. 1. 발효된 새로운 유럽연합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 제6조 제1항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 7. 7. 양심적 병역거부가 유럽인권협약 제9조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판단하면서, 진지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대체복무를 부과하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어 유럽인권협약 제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5)
나.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자유권규약 관련 대한민국의 제3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형사처벌을 받고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채용에서 배제되며 전과자의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군복무에서 면제하고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부합하는 입법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고, 2015년에도 대한민국의 제4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석방하고, 그들의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며, 민간적 성격의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한편,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인 우리 국민 2인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해 2006. 11. 3. 채택한 견해에서,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은 위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하고 유사한 위반이 장래에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그 후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이 제기한 모든 개인통보 사건들에서
같은 취지의 견해를 채택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선례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 이전에 크게 보아 두 차례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6)헌재 2004. 8. 26. 2002헌가1 결정(판례집 16-2상, 141)은,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이 사건의 처벌조항과 거의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가7)다음과 같은 이유로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8)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
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 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위 결정의 법정의견은 다음과 같은 입법자에 대한 권고를 덧붙였다.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위 결정으로부터 약 7년 뒤인 2011. 8. 30.에 선고된 2008헌가22 등 결정(판례집 23-2상, 174) 역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8.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9)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우려가 있는 점 및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한 선행조건들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10)
5. 적법요건의 충족 여부
가. 병역종류조항
(1)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인지 여부
청구인들은 병역종류조항의 병역의무가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 등 군사훈련이 수반되지 않는 대체복무의 선택 기회가 제공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였는데,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 청구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인지,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인지가 우선 쟁점이 되었다.
재판관 6인(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법정의견은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보았는데, 비군사적 성격을 갖는 복무도 입법자의 형성에 따라 병역의무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고, 대체복무제는 그 개념상 병역종류조항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2인(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은, 청구인 등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으로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청구는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2)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재판의 전제성 인정 여부에 대하여도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위 재판관 6인의 법정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후 3일 내에 입영
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더라도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받지 않는 한 당해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김창종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은 당해사건의 유죄 판단에 적용된 법률조항이 아니고,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더라도 그에 근거한 병역처분의 하자가 입영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없어 입영처분은 적법, 유효하므로, 당해사건 법원이 당연히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이 점과 관련하여 법정의견에 가담한 재판관 6인 중 재판관 4인(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은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병역종류조항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별도로 밝혔다. 그 요지는, 병역종류조항은 처벌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처벌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하는데, 만약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처벌조항이 이행을 강제하는 병역의무의 내용 역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여야 하는 것으로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처벌조항 중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 역시 위헌으로 결정되어야 하므로,11)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
다고 볼 수 있어, 병역종류조항은 당해 사건에 간접 적용되는 조항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나. 처벌조항
처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고 다른 적법요건의 흠결이 없어 적법하다는 것이 재판관 8인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와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이 법원의 처벌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부적법하다는 재판관 김창종의 각하의견이 있었다.12)
6.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가. 제한되는 기본권
처벌조항은 그 자체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므로(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일반 병역기피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조항에 의하여 처벌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이 사건 청구인 등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처벌조항에 의하여 형벌을 부과 받음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
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 참조).
나. 심사기준
앞서 살펴본 제1차 병역법 결정( 2002헌가1 )은, “양심의 자유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왜곡·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경우에는 법익교량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공익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루어 양 법익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심의 자유’와 ‘공익’ 중 양자택일 즉,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여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의 심사에 일반적인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제2차 병역법 결정( 2008헌가22 등)에서는, “헌법적으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처럼 헌법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국가권력은 양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는 조화점을 최대한 모색해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해 부득이 어느 하나의 헌법적 가치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원칙은, 단순히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국가작용의 한계를 선언한 것이므로, 비록 이 사건 법률
7.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
가. 의견 분포
나. 재판관 6인의 법정의견(헌법불합치 의견)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법정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은 병역의 종류와 각 병역의 내용 및 범위를 법률로 정하여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안전보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병역종류조항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
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였다.
(2) 침해의 최소성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하여, 대체복무제가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의 보장 사이에 발생하는 헌법적 가치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제시되어 왔으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병역종류조항과 동등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가 주로 검토되었다.
법정의견은,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 하에서의 대체복무제 도입 가능성 등을 차례로 검토한 다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대체복무 편입여부를 판정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절차를 마련하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병역종류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와 같이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다.
(3) 법익의 균형성
법정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하면서, 반면,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막대한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므로,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4) 소결
법정의견은 위와 같은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가 2004년 입법자에 대하여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그로부터 14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관한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그사이 여러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하였으며, 법원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명령
법정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의 위헌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있는데, 병역종류조
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병역의 종류와 각 병역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일체의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므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고,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형성함에 있어 그 신청절차, 심사주체 및 심사방법,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절차, 복무분야, 복무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는 이유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였다.
8.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가. 의견 분포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복잡하게 나뉘었다.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위헌) 대 1(각하)의 의견 분포로 합헌 결정이 선고되었는데, 위 합헌의견은 다시 둘로 나뉘었다.
두 합헌의견은 그 내용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재판관 4인의 일부위헌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였으나,13)다만 이는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반면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합헌의견은 처벌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
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재판관 4인의 일부위헌의견은,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하였다.14)즉, 이 의견은 처벌조항 안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한 위헌 결정(일부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해할 수 있다.15)
재판관 김창종의 각하의견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와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이 법원의 처벌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부적법하다는 취지이다. 각 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위 재판관 2인은,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지금처럼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후,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며,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였다. 따라서 처벌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16)
다.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합헌의견
위 재판관 2인은,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심사단계에서 가려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주관적인 양심의 형성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속에서 이행하는 병역의무와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를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합
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문제인데, 아직 이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하여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병역거부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처벌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국가공동체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수호함으로써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질서를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으로서, 처벌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보았다. 이에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라.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일부위헌의견
위 재판관 4인은, 처벌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고 있으나,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처벌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또한,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하여 볼 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조항이 위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려운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크
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일부위헌).
마. 재판관 김창종의 각하의견
위 재판관 1인은, 청구인들의 주장은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였을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으로, 이는 처벌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처벌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으로는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또한,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 역시 대법원판결과 같이 양심적 입영거부를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처벌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서, 처벌조항 중 ‘정당한 사유’의 포섭이나 해석·적용의 문제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해명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9. 결론
결론적으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선고되었다.
10. 결정의 의의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였고, 2011. 8. 30. 선고한 2008헌가22 등 결정에서는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였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선례들과 달리 병역법 제88조 제1항(처벌조항)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5조 제1항(병역종류조항)도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다. 이는 일부 청구인들이 병역종류조항의 위헌확인을 함께 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이 결정 이후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
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하면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