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청구인의 딸이 그 자녀를 살해(殺害)하고 자살(自殺)하였다고 검사(檢事)가 판단하여 청구인의 딸을 살인죄의 피의자로 입건(立件)하여 피의자의 사망(死亡)을 사유로 공소권(公訴權)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에 대하여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여부(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 보충성(補充性))
2. 검사(檢事)의 수사중지처분(搜査中止處分)이 현저히 정의(定義)와 형평(衡平)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결정요지
1. 가. 수사기관(搜査機關)인 피청구인의 범죄(犯罪)에 대한 추적의 정지(停止) 및 그러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청구인의 딸의 살인피의사건(殺人被疑事件)의 종결(終結)은 청구인의 딸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상태에서 사건을 종국처리한 것으로서 청구인이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적(個人的)인 충격(衝擊)은 물론 사회생활상 타인과의 인간관계(人間關係)에서 부정적(否定的)인 평가(評價) 등으로 청구인이 인간(人間)으로 가지는 존엄(尊嚴)과 가치(價値)의 유지(維持) 및 행복추구(幸福追求)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청구인의 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은 인정된다.
나. 고소(告訴)를 제기한 바 없는 청구인은 별도의 고소절차(告訴節次)를 거칠 필요없이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는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요구되는 보충성(補充性)의 원칙의 예외(例外)의 경우에 해당한다.
2. 현단계에서는 피청구인이 재수사(再搜査)를 하여야 할 정도로 그 처사(수사(搜査)의 중지(中止))가 현저히 정의(定義)와 형평(衡平)에 반하여 자의적(恣意的)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한병채의 반대의견(反對意見)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청구인이 제기하는 의문점을 기초로 하여 원점(原點)으로 돌아가 이 사건을 재수사하도록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재판관 조규광, 김진우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딸에 대하여 한 "공소권없음"의 처분은 피의자가 사망(死亡)함으로써 그 혐의(嫌疑) 유무와 관계없이 검찰사건사무규칙 제52조 제3항 제4호에 정한 바에 따라서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決定)을 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딸을 살인피의자로 인지(認知)한 사건에 있어서 비록 청구인이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이 공소권없음의 결정(決定)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어떤 기본권(基本權)을 침해받았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헌법소원이 청구인의 딸을 살해한 범죄(犯罪)에 대한 수사(搜査)의 중지(中止)를 시정(是正)해 줄 것을 소원하는 취지(趣旨)가 포함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권없음처분은 청구인의 딸을 살해한 진범(眞犯)에 대한 수사(搜査)의 중지처분(中止處分)이 아니어서 청구인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適格)이 없고, 가사 이 사건 공소권없음처분에 수사의 중지처분이 포함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른 법률이 정한 구제절차로서의 고소(告訴), 항고(抗告) 및 재항고(再抗告)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아니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반한다.
청구인 : 조○애
대리인 변호사 장기욱
피 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청구기간(請求期間)) ① 제68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法律)에 의한 구제절차(救濟節次)를 거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최종결정(最終決定)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② 생략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225조 (비피해자(非被害者)인 고소권자(告訴權者)) ① 생략
② 피해자(被害者)가 사망(死亡)한 때에는 그 배우자(配偶者), 직계친족(直系親族) 또는 형제자매(兄弟姉妹)는 고소(告訴)할 수 있다. 단(但) 피해자(被害者)의 명시(明示)한 의사(意思)에 반(反)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294조의2 (피해자(被害者)의 진술권(陳述權)) ① 법원(法院)은 범죄(犯罪)로 인한 피해자(被害者)의 신청(申請)이 있은 경우에는 그 피해자(被害者)를 증인(證人)으로 신문(訊問)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各號)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피해자(被害者)가 아닌 자(者)가 신청(申請)한 경우
2. 신청인(申請人)이 이미 당해 사건(事件)에 관하여 공판절차(公判節次) 또는 수사절차(搜査節次)에서 충분히 진술(陳述)하여 다시 진술(陳述)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신청인(申請人)의 진술(陳述)로 인하여 공판절차(公判節次)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법원(法院)은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하여 범죄(犯罪)로 인한 피해자(被害者)를 신문(訊問)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건(事件)에 관한 의견을 진술(陳述)할 기회(機會)를 주어야 한다.
③ 법원(法院)은 동일한 범죄사실(犯罪事實)에서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신청인(申請人)의 수(數)가 다수(多數)인 경우에는 증인(證人)으로 신문(訊問)할 자(者)의 수(數)를 제한할 수 있다.
④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신청인(申請人)이 소환(召喚)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신청(申請)을 철회(撤回)한 것으로 본다.
검찰사건사무규칙(檢察事件事務規則) 제52조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 ①~② 생략
③ 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1.~3. 생략
4. 공소권없음: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사면이 있는 경우, 공소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범죄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형이 면제된 경우, 피의자에 관하여 재판권이 없는 경우, 동일사건에 관하여 이미 공소가 제기된 경우(공소를 취소한 경우를 포함한다. 다만,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친고죄 및 공무원의 고발이 있어야 논하는 죄의 경우에 고소 또는 고발이 없거나 그 고소 또는 고발이 무효 또는 취소된 때, 반의사 불벌죄의 경우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 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 표시가 철회된 경우,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피의자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당사자
1. 1989.9.4. 선고, 88헌마22 결정(판례집 1, 176)
1989.4.17. 선고, 88헌마3 결정(판례집 1, 31)
1990.4.2. 선고, 89헌마83 결정(판례집 2, 95)
1990.11.19. 선고, 89헌마116 결정(판례집 2, 405)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1990.6.2. 02:00경부터 같은 날 06:00경 사이 서울 송파구 송파동 소재 ○○아파트 12동 청구인의 딸인 이○경(여, 36세)의 집에서 위 이○경의 자녀들인 김○윤(여, 11세)과 김○수(남, 9세)가 가슴과 배 등을 흉기로 수회찍 찔려 모두 좌흉부자창(심장과 폐 및 간을 관통)으로 인한 혈심낭 또는 심장자체 손상으로 피살되고, 위 이○경 또한 가슴부위를 흉기로 20여회 찔려 심장자창 등으로 사망하였다.
나.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위 이○경의 사
체부검결과와 현장유류품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하여 위 이○경이 흉기로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여 위 이○경을 살인죄의 피의자로 입건하여 피의자의 사망을 사유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송치하였으며,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배당받고 별도로 수사를 한 다음 같은 해 11.29.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위 피의자 이○경이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의자 또한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음에도 피청구인이 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함으로써 살인죄의 진범이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만연히 위 피의자 이○경에 대하여 "공소권없음"의 처분을 하고 수사를 종결한 것은 이○경을 살인의 진범으로 잘못 단정한데서 비롯되는 것으로서 이는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1991.2.18.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첫째, 청구요건의 구비여부로서 우선 청구인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적격을 갖춘 자인지의 여부, 둘째, 이 사건 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 이내에 행하여진 것인지 여부, 셋째, 위의 첫째요건이 갖추어졌을 때 위 "공소권없음" 처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인지의 여부가 될 것이다.
3. 판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여부
(1) 청구인적격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인 자신의 것으로서 직접 그리고 현재 침해당한 경우라야 하는 것이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답변에서 "청구인은 위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볼 수 없고, 위 '공소권없음' 처분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자가 아니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법률에 정한 구제절차도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그러나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인의 주장에만 얽매이어 판단을 한정할 것은 아니고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여부를 직권으로 심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1989.9.4. 선고, 88헌마22 호 결정 참조) 살피건대, 청구인의 지위를 보면, 청구인은 위 이○경의 친정어머니로서 형사소송법상의 고소권자의 지우에 있을 뿐 아니라(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나아가 위 이○경이 자살한 것이 아니고(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된 것이라면 그 살인범의 형사재판에서 헌법 제27조 제5항 및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소정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을 이치이므로(헌법재판소 1990.11.19. 선고, 89헌마116 결정 참조),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의 취지를 피청구인의 이○경에 대한 "공소권 없음" 처분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앞서 본 바와 같은 고소권자 재판절차진술권을 갖는 청구인의 입장에서) 이○경을 살해한 진범에 대한 수사의 중지 즉, 공권력의 불행사를 시정해 줄 것을 소망하는 취지를 아울러 포함하고 있는 취지로 해석한다면 수사기관인 피청구인의 진범에 대한 추적의 중지 및 그러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이○경의 살인피의자사건의 종결은 청구인의 딸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상태에서 사건을 종국처리한 것으로서 청구인이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충격은 물론 사회생활상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평가 등으로 청구인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의 유지 및 행복추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직접성 및 현재성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한편 청구인은 위 형사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수차에 걸쳐 진범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한 바 있고 그 내용중에는 이○경의 남편 즉 청구인의 사위 김○회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해달라는 취지가 기재 되어 있어 김○회의 혐의에 대하여서도 수사가 행하여진 흔적을 엿볼 수 있으나, 다만 청구인이 고소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률상 고소인의 자격으로 사건처리 결과통지를 받지 못하였음은 물론, 나아가 항고·재항고의 방법으로 위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다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있어서 사전구제절차를 밟을 것을 청구인측에게 요구하고 있는 입법취지는 업무처리의 효율성의 측
면에서 볼 때 우선 당해 처분기관 자체에서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데 그 본래의 뜻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일반 국민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길을 가급적 제한하거나 억제하는데 그 본래의 취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위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사건에서 수사와 처분이 일응 종결된 상태인데도 헌법소원심판청구인으로 하여금 새로이 당해 형사사건에 대한 별도의 고소장을 제출하게 하고 그 처리결과에 대하여 항고·재항고의 절차를 모두 거친 다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청구인의 권리구제면에서나 국가기능작용의 효율적인 집행의 면에서나 아무런 실익이 없음이 명백하므로 이 때에는 별도의 고소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는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요구되는 보충성의 원칙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청구기간
다음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과 관련하여 살펴보건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청구인의 경우는 위 이○경이 피의자로 입건된 살인사건의 고소인이 아니어서 피청구인으로부터 불기소처분의 결과통지를 받은 사실이 없었음이 명백하고, 그외 달리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위 처분이 있었음을 확실히 알았을 것으로 인정할 만한 자료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 청구기간 조항 중 "그 사유
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의 규정부분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한 것인지의 여부만 문제될 수 있겠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990.11.29. 불기소처분이 있었으므로 1991.2.18. 제기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결국 청구기간내에 제기된 것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절차상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제52조 제3항 제4호에 의하여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하게 되어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에서 인지·송치된 피의자 이○경이 사망하였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피의자에 대한 살인혐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형식적 결정으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 점은 설사 진범이 검거되었다고 하더라도 소장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피청구인이 행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공권력의 행사)은 이를 다툴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불기소처분은 피의자의 살인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며 그 처분이 있었다고 해서 피의자 이○경이 살인의 진범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2) 진범에 대한 수사의 중지(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
(가) 살인의 진범에 대한 수사를 더 진전시키지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이유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살펴
본다.
피청구인은 송치된 사건기록에 의하여 피의자 이○경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결정을 하였지만 그 처분은 피의자의 살인혐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피의자에게 살인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의 여부를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90형제27824호 청구외 이○경에 대한 불기소사건 기록을 통하여 살펴보면, 피의자 이○경의 살인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도 물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의문으로 남는다.
살인사건은 정신병자의 소행이거나 우발적 격정범이 아닌 한, 치밀한 계획에 의하여 냉엄하게 저질러지는 것이며 나름대로 뚜렷한 범행의 동기가 있는 것이 통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의자 이○경이 그녀의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할만한 범행의 동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학생건강기록부에 나타난 김○수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타나 자신의 혈액형을 O형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남편 김○회로부터 오해를 받고 다툰 듯한 자료가 있으나 그것이 자녀들과 동반자살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였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만일, 피의자 이○경이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장남 김○수의 혈통문제로 고민하다가 동반자살한 경우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여러 가지 흔적을 남겼을 것이고 실제 부정행위를 하여 자녀들이 남편의 자식이 아니라면 자녀들의 친아버지와 결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이혼하는 방법을 택하면 될 이치이지 구태여 동반자살이라는 끔찍하고도 극한적인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 사료되는데, 피의자 이○경이 부정행위를 한 사실
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는 전무하고 나아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자살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자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사정, 예컨대 긴 사연이 담긴 유서라거나 주위의 친구나 친지에게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거나 신변정리를 함과 같은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김○회가 아내(이○경)의 자살동기로 내세우고 있는 처가의 가정결손, 장인이 생존하고 있는데도 편모슬하에 양육되고 이복오빠가 가정이 복잡한 사람이라는 것은 전혀 자살의 동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로 인한 금전손실·자동차운전 교습 중 성폭행 등은 추정에 불과할 뿐 그 증거가 없고 설사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반 자살의 동기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이 범행동기의 불명은 이○경을 진범으로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특히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하였다는 식도가 피의자의 주검 옆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고 피의자의 남편이 자고 있었다는 안방에서 발견된 사실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부교수 이○빈 작성의 시체부검 감정서(수사기록 제611정-619정)의 기재상 피의자의 흉부에 25개의 자창이 있으며 그중 7개의 자창이 흉벽을 관통하여 흉강내로 들어가 1개는 심장, 1개는 우측폐, 나머지 5개는 간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과 종합하여 보건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이라 아니할 수 없으니 위 기재대로라면 결국 피의자 이○경이 그러한 치명적인 상처를 스스로 가한 빈사상태에서 칼을 남편 방에 갖다두고 다시 사망장소로 되돌아 와 죽었다는 셈이되기 때문이다.
비록 이○경에 대한 시체해부 및 그 감정이 범의학의 전문가인
이○빈교수에 의하여 행하여졌고, 위 감정서의 내용에 "……자창의 부위가 가슴부위에 몰려있고 그 방향이 부채꼴모양으로 일정하게 나 있으며 반항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의자가 사망직전에 자의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으며 스스로 오른손에 칼을 들고 위와 같은 자창을 야기한 것으로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동 감정서에 나타나 있듯이(수사기록 619정) 반항흔적도 없는 것은 아니므로 그 감정결과 만으로는 위에 적시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의자 이○경이가 자살한 것이라면 결국 자녀들을 살해한 후에 오는 자책감, 허탈감에서 자살행위도 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겠으나 그 자해의 정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흉벽이 관통될 정도의 깊은 자창을 일곱번씩이나 스스로 반복하여 가하는 것이 연약한 부녀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것인지, 더욱이 그러한 자해행위를 하였다면 엄청난 통증과 실혈로 빈사상태에 이르렀을 것인데 그러한 상태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다른 방에 가져다 둘 정도의 여력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인지의 의문은 의연히 남게 되는 것이다.
(다) 뿐만 아니라 감정서상 피살자 김○수의 시체에서 발견된 각이 지고 가늘고 긴 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자창을 가한 흉기가 발견되고 있지 않은데 그것을 피의자 이○경이 범행에 사용한 후 어디엔가 감추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면 그것은 위에 적시한 사정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라) 그러나 용의자의 하나로 지목되었던 피의자의 남편
김○회(혈액형 감정결과 A형인데 본인 자신은 O형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함)도 그가 입고 있었던 와이셔츠나 손목시계·반지 등에서 혈흔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피살자 김○윤(혈액형 O형)의 방바닥에 유류된 혈흔·족적 3점이 피의자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점, 안방문 손잡이와 위 김○윤의 방문손잡이에 묻은 혈흔이 피의자의 혈액형과 같은 오(O)형으로 판명된 점, 피의자의 속옷과 티셔츠에서는 오(O)형의 혈흔이, 바지에서는 변사자 김○수의 혈액형과 같은 에이(A)형 혈흔이 발견된 점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현단계에서는 진범으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사건이 이○경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상태에서 종결된데는 이○빈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위에 적시한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현단계에서는 감정서의 감정결과를 배척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마) 결국 살인의 진범에 대한 수사를 더 진전시키고 있지 않는 사실(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하여서는 제반증거의 취사선택에 있어서 견해의 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피청구인이 수사의 주체로서 살인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인정하지 않으므로서 수사를 종결한 것이고 이정빈 작성의(부검결과) 감정서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김○진, 이○경 작성의(혈흔·지문 등) 감정서의 기재와 관계참고인의 진술, 기타의 증거가 그 기초가 된 것이라면 새로운 증거의 발견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현단계에서는 피청구인이 재수사를 하여야 할 정도로 그 처사(수사의 중지)가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재판관 한병채의 5와 같은 인용의견, 재판관 조규광·재판관 김진우의 6과 같은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의 의견일치를 보았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한병채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일가족 살해사건의 진범에 대한 피청구인의 수사의 중지(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에 관하여 피의자 이○경이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의자도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청구인이 피의자 이와에 살인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수사를 종결한 것이 법의학자 이○빈교수(부검결과) 감정서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김○진, 이○경 등 작성의 (혈흔·지문 등) 감정서의 기재 등의 증거가 그 기초가 된 것이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청구인의 수사의 중지가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여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은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다.
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 헌법은 여러 규정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재산·자유를 보장할 질서유지의 책무를 지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2) 사법경찰조서에서 위 이○경을 이 사건 살인죄의 피의자로 입건하여 송치하자, 피청구인은 피의자 이○경의 사망을 사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고 수사를 종결하였는바, 비록 "공소권없음"의 처분이 형식적인 결정으로서 피의자의 살인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청구인은 위 이○경이 살인범으로 지목된 상태에서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이○경 이외에 살인의 진범이 따로 없다고 인정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피의자 이○경의 어머니인 이 사건의 청구인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아울러 타인과의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유지 및 행복추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다 주는 것이 될 것이다.
(3)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하여 피의자 이○경의 살인혐의를 인정하기에는 다수의견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로 피의자 이○경이 그녀의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기에는 범행의 동기를 발견하기 어렵고, 유서를 남기거나 신변정리를 한 흔적이 전혀 없으며, 둘째로 연약한 부녀자의 자해행위로 보기에는 피의자의 흉부에 25개의 자창이 있으며 그 중 7개의 자창이 흉벽을 관통하는 등 그 자해의 정도가 극심하고 또한 범행에 사용하였다는 식도가 피의자의
주검옆이 아닌 피의자의 남편이
자고 있었다는 안방에서 발견된 사실과 이를 결부하여 보면 결국 피의자 이○경은 상당한 출혈과 통증으로 인한 빈사상태에서 칼을 남편방에 갖다 두고 다시 사망장소로 되돌아와 죽었다는 셈이 되어 납득하기 어렵고, 셋째로 감정서상 피살자 김○수의 시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각이 지고 가늘고 긴 물체에 의하여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자창을 가한 흉기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 사망한 이○경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기에는 경험법칙상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의문점이 너무 많으며, 그렇다면 범죄수사에서 주도적 지위를 갖고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검사로서는 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하여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명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임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을 살펴 보면,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경찰수사결과 및 의견서에 의존하여 형식적인 수사만을 거친 채 피의자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고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 사건의 의문점을 지적하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구인의 수차 진정에 대하여도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구체적 정의구현을 외면한 채 형식논리로서 미제사건의 종결처리를 하기 위하여 서둘러 사건을 매듭지은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검찰수사의 경직성과 안이함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4) 다수의견이, 인간의 생명에 대한 범죄 그것도 일가족살해사건과 같은 중대범죄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위에서 적시한 많은
의문점을 방치한 채 수사를 종결한 것을 두고, 위 감정서 등의 기재를 이유로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청구인의 재수사촉구의 요구를 배척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원리와 공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헌법소원심판제도의 취지에도 심히 배치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청구인이 제기하는 의문점을 기초로 하여 원점으로 돌아가 이 사건을 재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임무인 국민의 생명·재산·자유를 보장할 질서유지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되고, 딸의 사인도 불명한 채 두 손자를 살해당한 청구인의 한을 풀어 주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만으로도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6.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를 받지 않은 자는 동 법 동 조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이 없으므로 그러한 자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또한 다른 법률에 정한 구제절차를 다 거치지 않은 헌법소원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나. 피청구인이 청구외 망 이○경에 대하여 한 "공소권없음"의 처분은 비록 청구인의 딸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상태에서 사건을 종국처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그 혐의가
있는 것을 확정한 것도 아니고, 피의자가 사망함으로써 그 혐의유무와 관계없이 검찰사건사무규칙 제52조 제3항 제4호에 정한 바에 따라서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 망 이○경을 살인피의자로 인지한 사건에 있어서 비록 청구인이 위 망 이○경의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이 공소권없음의 결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어떤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비추어 청구인에게 위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다. 다수의견은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인의 주장에만 얽매이지 아니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직권으로 심사하여야 하는 것인데 청구인은 위 망 이○경의 어머니로서 형사소송법상의 고소권자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위 망 이○경이 자살한 것이 아니고, 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되었다면 그 살인범의 형사재판에서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을 이치이므로, 청구인의 소원취지를 피청구인의 망 이○경에 대한 공소권없음처분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고소권과 재판진술을 갖는 입장에서) 망 이○경을 살해한 진범에 대한 수사의 중지 즉 공권력의 불행사를 시정해 줄 것을 소원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청구인에게 그 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고, 재항고의 길이 없다 하여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1) 피청구인이 한 이 사건 공소권없음처분은 청구인의 딸인 청구외 망 이○경을 청구외 망 김○윤과 망 김○수를 살해한 피의자로 인지한 사건에 대하여 한 종결처분인 공소권없음결정이지, 청구인이 주장하는바 위 망 이○경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수사의 중지처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헌법소원 속에 위 망 이○경을 살해한 진범에 대한 수사의 중지 즉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시정을 구하는 헌법소원도 들어 있다고 보더라도,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소권없음결정은 위 망 이○경을 살해한 살인사건에 대한 결정이 아닌 한, 청구인이 주장하는바 위 망 이○경이 살해당한 범죄의 피해자로서의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어떤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 속에 위 망 이○경에 대한 수사의 중지에 대한 시정을 구하는 소원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비추어 청구인은 위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2)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공소권없음 결정속에 위 망 이○경을 살해한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는 처분이 포함되었고, 피청구인의 진범에 대한 추적의 중지 및 그러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망 이○경의 살인피의사건의 종결은 청구인의 딸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상태에서 사건을 종국처리한 것으로서, 청구인이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충격은 물론 사회생활상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평가 등으로 청구인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의 유지 및 행복추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점에서 청구인에게 이 사건 헌법소원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 헌법소원 외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소정의 다른 법률에 이를 시정하는 구제절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이 보유한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에 정한 고소권의 행사로서 곧바로 이를 시정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으로서는 공소시효완성시인 서기2005년 6월까지 장구한 세월동안에 언제든지 특정 또는 불특정 피의자를 상대로 고소하여(청구인이 제공한 증거방법 등의 도움으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도 있다) 위 망 이○경을 살해한 살인범을 찾아내어 처벌받게 하여 청구인의 종국적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혹 고소하여도 검사가 그에 대해 부당한 불기소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항고 및 재항고를 거침으로써 그 시정을 받을 기회를 두번이나 더 갖게 된다. 그래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만일 검사의 동 처분이 자의적인 것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를 이유로 다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고소를 제기하는 것이 위 수사중지를 시정하는 직접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그 시정은 물론 청구인이 주장하는 살인사건의 진범의 처벌이라는 청구인의 종국적 목적을 달성하는데도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따라서 다수 의견이 걱정하는 바 청구인의 권리구제의 면에 있어서나 국가기능작용의 효율이라는 면에 있어서도 고소권의 행사가 보다 실익이 있다고 할 것이고, 청구인이 주장하는 수사의 중지라는 공권력의 불행사의 시정에 있어서 달리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 그러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 망 이○경을 살해한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의 중지라는 공
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시정을 위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어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다른 법률이 정한 구제절차로서의 고소·항고 및 재항고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위반된다고 생각된다.
라.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의 적격이 없거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반하여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 의견에 반대한다.
1992.10.1.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