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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12. 23. 선고 89헌마281 판례집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5권 2집 658~68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대상(對象)으로 삼은 사항이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로 볼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대상적격(對象適格)이 없다고 한 사례

2.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제1항의 “사유(事由)가 있은 날”의 의미

결정요지

1. 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한 “80해직자 보상금 지불건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통지는, 그 형식(形式)에 있어서 청구인의 대리인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조차 불명확한 변호사(辯護士)의 탄원서(歎願書)에 대한 한국방송공사(韓國放送公社)의 회신(回信)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內容)에 있어서도 동 공사(公社)가 이미 청구인에게 보낸 보상금지급결정통지(補償金支給決定通知)에 관한 단순한 사후(事後)의 해명(解明)에 불과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公權力) 행사(行使)”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대상적격(對象適格)이 없는 것을 그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2. 법률(法律) 그 자체(自體)로 인한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法律)의 시행(施行)과 동시(同時)에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主張要旨)를 종합적(綜合的)으로 판단(判斷)하여야 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基本權)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을 직권(職權)으로 조사(調査)하여 피청구인과 심판대상(審判對象)을 확정(確定)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憲法訴願審判請求書)의 기재내용, 헌법소원심판청구(憲法訴願審判請求)의 전(全) 취지(趣旨) 등을 헤아려 볼 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지급(補償金支給) 여부와 그 보상금액(補償金額)의 산정(算定), 그리고 이에 따라 청구인에 대하여 행한 보상금지급결정통지(補償金支給決定通知) 등 보상금지급(補償金支給)과 관련(關聯)된 한국방송공사(韓國放送公社)의 일련(一連)의 행위(行爲) 전체(全體)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한국방송공사(韓國放送公社)가 행한 보상금지급(補償金支給) 관련(關聯) 일련(一連)의 행위(行爲)는 1980년해직공무원(解職公務員)의보상(補償)등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과 그 시행령(施行令)의 규정취지(規定趣旨)에 따른 정부(政府)의 행정지도(行政指導)에 의거 그 지침(指針)의 범위(範圍)와 한계(限界) 내에서 행한 것으로서 한국방송공사(韓國放送公社)는 물론이지만 청구인에게도 그 선택(選擇)의 여지(餘地)가 없다는 점에서 그 행위(行爲)의 본질(本質)은 총무처장관(總務處長官)의 그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일종(一種)의 권력적(權力的) 사실행위(事實行爲)로 볼 것이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公權力) 행사(行使)에 해당한다.

2. 청구인(請求人)의 입장에서 볼 때 제소요건(提訴要件) 불비(不備) 특히 그 중에서도 귀책사유(歸責事由)가 없는 청구기간의 도과(徒過)와 같은 사유로 소원심판청구가 각하(却下)되게 된다면 헌법(憲法) 제27조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裁判請求權)이 실질적으로 침해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각하(却下)의 결정(決定)은 가급적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아울러 원칙에 대한 폭넓은 예외(例外)를 인정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청구인의 보상급지급통지를 받고 30일도 못 되어 한 것이므로 제소기간(提訴期間) 내(內)의 청구라고 보아야 한다.

청 구 인 민 ○ 식

대리인 변호사 황 병 일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청구기간(請求期間)) ① 제68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法律)에 의한 구제절차(救濟節次)를 거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최종결정(最終決定)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② 생략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71조 (청구서(請求書)의 기재사항) ① 제68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청구서(審判請求書)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청구인(請求人) 및 대리인(代理人)의 표시

2. 침해된 권리(權利)

3.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 또는 불행사(不行使)

4. 청구이유(請求理由)

5. 기타 필요한 사항

②∼③ 생략

민사소송법(民事訴訟法) 제160조 (소송행위(訴訟行爲)의 추완(追完)) ① 당사자(當事者)가 그 책임(責任)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불변기간(不變期間)을 준수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週日) 내에 해태(懈怠)된 소송행위(訴訟行爲)를 추완(追完)할 수 있다. 다만, 그 사유가 없어질 당시 외국(外國)에 있는 당사자(當事者)에 대하여는 이 기간(期間)을 30일로 한다.

② 제1항의 기간(期間)에 대하여는 제159조의 규정(規定)을 적용(適用)하지 아니한다.

행정심판법(行政審判法) 제18조 (심판청구기간(審判請求期間)) ① 생략

② 청구인(請求人)이 천재(天災)·지변(地變)·전쟁(戰爭)·사변(事變) 그 밖에 불가항력(不可抗力)으로 인하여 제1항에 정한 기간(期間) 내에 심판청구(審判請求)를 할 수 없었을

때에는 그 사유가 소멸(消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심판청구(審判請求)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외국(外國)에서의 심판청구(審判請求)에 있어서는 그 기간(期間)을 30일로 한다.

③∼⑦ 생략

행정소송법(行政訴訟法) 제20조 (제소기간(提訴期間)) ① 생략

② 행정심판(行政審判)을 제기하지 아니하거나 그 재결(裁決)을 거치지 아니하는 사건

(事件)에 대한 소(訴)는 처분(處分)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180일을, 처분(處分)이 있은 날로

부터 1년을 경과하면 이를 제기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생략

참조판례

1. 1993. 5.13. 선고, 91헌마190 결정

1993. 7.29. 선고, 89헌마31 결정

2. 1989. 9. 4. 선고, 88헌마22 결정

1993. 5.13. 선고, 91헌마190 결정

3. 1990. 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청구인은 1957년부터 한국방송공사의 전신인 서울중앙방송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여 위 방송국이 1973년 정부산하기관인 한국방송공사로 경영체제를 전환하자 동 공사의 연수원장을 거쳐 1980.경 방송위원(1급 35호봉)으로 승진되었다.

그런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라 한다)가 주도한 공직자정화작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1980.

7.19. 일괄사표제출의 형식으로 강제해직되었다. 그리하여 청구인은 1981.7.부터 1988.경까지 취업목적으로 편의상 해외이주용 여권을 발급받아 매년 미국에서 2·3개월씩 체류하게 되었다.

청구인은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1989.3.29. 제정 법률 제4101호, 이하 “특조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보상을 받게 되었으나 한국방송공사가 위 법 제2조 제5항(이민간 사람의 경우 보상금 산정기간을 해직일부터 이민시까지 제한한 것)을 내세워 해직기간 전부에 대한 보상을 해 주지 아니하자 1989.11.29. 변호사 황병일이 위 공사에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이 탄원에 대하여 같은 해 12.11.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정부의 보상계획을 준용하여 이주여권 발급자에 대하여는 정부의 보상기준과 동일하게 이주여권 발급일까지만 보상하기로 하였으니 양해하여 달라는 회신을 받고 다시 같은 해 12. 중순 한국방송공사가 통보한 보상금을 보상금의 일부로서 수령하겠다는 제의를 하였으나, 같은 달 21. 동 공사로부터 조건부 보상금수령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회신을 받은 후, 위 공사의 통지와 그 근거가 된 법령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여 같은 해 12.27. 한국방송공사가 지급하는 보상금 5,000,000원을 수령하면서 당일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1) 한국방송공사의 1989.12.11.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 (2) 특조법 제2조 제5항 단서 중 “이민(移民)”에 관한 부분 및 같은 법 제5조이다.

특조법 제2조 제5항제5조의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 제5항

“보상액 산출을 위한 기간은 해직일로부터 1988년 12월 31일까지로 한다. 다만, 정년초과·사망·이민 또는 공무원으로의 재임용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 발생일까지로 한다.”

제5조(행정지도)

“정부는 정부산하기관의 직원 중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자에 대하여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특조법이 정년초과자, 사망자, 공무원으로 재임용된 자 등에 대한 보상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으나 이민을 사유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전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이민은 한 나라의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영주할 목적으로 이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적을 상실하지 않는 한 의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향유함은 물론, 특히 헌법 제2조 제2항에 의하여 재외국민으로서 특별한 보호를 국가에 대하여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관 등 일부 공무원에의 임용이 제한되는 것 외에는 국내거주국민과 아무런 차별이 있을 수 없는데 보상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인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특조법은 해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이고(제1조, 제2조

제1항) 정부산하기관의 직원 중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자에 대하여는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그 산하기관에 대하여 행정지도만 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으므로(제5조) 정부의 행정지도 아래 당해 기관이 그 실정과 특성을 고려하여 수립한 구체적 보상대책에 따라 보상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지위에 있음에 불과한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이 없다.

(2) 이른바 구체적 규범통제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하에서 구체적인 쟁송사건과 관련이 없이 특조법에 대하여 곧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어 부적법하고,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특조법에 대하여 자기관련성, 직접성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청구인은 특조법의 직적접인 적용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3)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결정에 대하여 소청·행정쟁송을 제기하는 등 구제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밟은 흔적이 없어 부적법하다.

(4) 특조법은 “보상”이라는 용어를 차용하고 있기는 하나, 국가의 불법행위나 부당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 내지 손실의 보상에 대한 하나의 준거법으로 기능하는 법률이 아니고, 헌법 제34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사회보장적 성격의 법률이다. 또 외국에서의 영주권을 가진 자에 대하여서는 국내거주자에 비하여 납세, 병역, 선거, 공무원취임 등 여러 면에서 차별이 있으며 특조법의 위 규정도 그 차별에 합리성이 있다.

(5)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가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이유가 없어 기각되어야 한다.

다. 한국방송공사의 의견

(1)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결정은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고 동 공사의 임의적인 보상결정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를 수락하면 일종의 화해계약이 성립되는 것이고, 불응하면 공사의 일방적인 제안으로 끝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청구인은 이 제안을 수락하여 보상금을 수령하고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각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2)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결정은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공사와 청구인간의 해직에 관한 보상금지급관계는 사법상의 법률관계이므로 헌법소원대상이 되지 않는다.

(3) 사전구제절차를 밟은 바 없어 이른바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동일함).

(4) 특조법의 위 규정은 거주, 이전의 자유권을 침해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유 없는 것이어서 기각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먼저 한국방송공사의 1989.12.11.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에 관한 심판청구를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조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려면 우선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사실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는 볼 수 없는 어떤 행위나 사실을 대상으로 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적격(對象適格)이 없다 하여 이를 각하할 수 밖에 없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서(특히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부분 및 말미의 “첨부서류”부분), 당재판소 재판장의 청구인에 대한 1992.11.7.자 석명준비명령 및 이에 대한 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황병일의 회신(1992.11.20. 당재판소 접수)의 각 기재에 의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한 한국방송공사의 1989.12.11.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라는 것은 동 공사의 같은 해 8.23.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같은 해 12.11.자 “80 해직자 보상금 지불건에 대한 회신”(한국방송공사 인사 200-7288호)이란 제목의 통지를 가리키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한국방송공사는 1989.8.23.자로 청구인에 대하여 청구인의 보상금 지급신청에 대한 심사결과 보상급 지급대상자로 결정되었기에 통지하니 동 공사에 각서(보상금 수령 후에는 동 공사에 대하여 1980년 해직과 관련된 민사상의 책임을 묻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임)를 차입한 후 보상금 5,000,000원을 수령하기 바란다는 요지의 “보상금지급결정통지서”를 보낸 사실, 변호사 황병일이 그 후인 같은 해 11.29. 위 보상금지급결정에 대한 탄원서(정확한 탄원내용은 알 수 없음)를 제출하자 위 공사는 같은 해 12.11.자로 동 변호사에게 “80 해직자 보상금 지불건에 대한 회신”(인

사 200-7288)이란 제목으로 위 탄원에 대한 회신을 보낸 사실 및 그 회신의 요지는 동 공사는 80년 해직자 보상문제에 관하여 정부의 보상계획에 따라 선도적으로 보상계획을 수립, 시행한 바 있는데 그 보상기준은 정부의 보상계획을 준용하고 또 공사가 신중한 검토와 심의를 거쳐 최선을 다해 마련한 것이며 이주여권 발급자에 대하여는 정부의 보상기준과 같이 이주여권 발급일까지만 보상하기로 하였으니 공사의 보상기준이 설혹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해직자 보상업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 보상업무가 원활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것이었음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한 1989.12.11.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정확히는, “80 해직자 보상금 지불건에 대한 회신”이란 제목의 통지)라는 것은, 그 형식에 있어서 청구인의 대리인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조차 불명확한 변호사 황병일의 탄원서에 대한 위 공사의 회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동 공사가 이미 청구인에게 보낸 같은 해 8.23.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에 관한 단순한 사후의 해명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가사 심판의 대상을 위 “1989.8.23.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결정통지 역시 위 인정사실과 그 법적 성질로 보아 위 규정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적격이 없는 것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나. 다음으로 특조법 제2조 제5항 중 “이민”에 관한 부분과 같은

법 제5조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하여 본다.

직권으로 살피건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은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률 그 자체로 인한(즉 입법권의 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당재판소 1991.7.22. 선고, 91헌마16 결정 등 참조).

그런데 특조법은 1989.3.29. 법률 제4101호로 공포·시행되었으며 동 법시행령은 같은 해 5.8. 대통령령 제12,702호로 공포·시행되었고, 한편 청구인은 같은 해 12.27.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특조법 시행령의 공포시행일인 같은해 5.8.로부터 기산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 180일의 청구기간 도과 후에 제기된 것임이 역수상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청구도 더 나아가 판단할 것도 없이 청구기간 도과로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한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김양균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 이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심판의 대상 중 보상금지급결정통지 부분은 공권력

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특조법 제2조 제5항 단서 중 “이민”에 관한 부분 및 같은 법 제5조에 대한 법령소원 부분은 180일의 청구기간이 도과되었다는 이유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본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에 반대하여 소수의견을 개진한다.

가. 먼저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결정이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어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적격이 없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을 1989.12.11.자 “80 해직자 보상금 지불건에 대한 회신”(한국방송공사 인사 200-7288호)이란 제목의 통지만으로 한정하고 이 보상금지급결정통지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다수의견 설시와 같이 위 보상금지급결정통지만이 아니라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지급 여부와 그 보상금액의 산정, 그리고 이에 따라 청구인에 대하여 행한 보상금지급결정통지 등 보상금지급과 관련된 한국방송공사의 일련의 행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심판의 대상을 이와 같이 봤을 경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른 요건의 구비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고 하여 각하하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은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와 당재판소의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청구인 대리인의 회신에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공권력의 행사가 보상금지급결정통지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내세워 이 통지만을 헌법소원심판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등의 기재내용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보상금지급과 관련된 한국방송공사의 일련의 행위 전체임을 추찰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보건대,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 지급조치에 의하여 청구인의 위 특별법에 의한 보상청구권(재산권), 평등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기재하고 있어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는 보상금지급 ‘조치’이지 보상금지급결정 ‘통지’가 아님이 분명히 나타나 있는 것이다.

(2) 따라서 다수의견은 심판청구서의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부분의 기재에 너무 얽매이어 그 대상을 축소해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1989.12.11.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라는 것은 1989.8.23.자 보상금지급결정통지에 대한 단순한 해명에 불과한 것으로서, 비록 청구인이 1989.12.11.자 통지만을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라고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심판청구의 전취지를 헤아려 본다면 그것은 청구인이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이 통지로써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기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즉 청구인은 이민기간을 보상액산정기간에서

제외하고 있는 특조법 제2조 제5항헌법위반을 주장하고 난 연후에 비로소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금지급조치에 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청구서 말미에서 주장하고 있는 “보상금지급조치”란 특조법 제2조 제5항 후문에 의하여 그 사유(이민) 발생일까지만 보상을 하여 주기로 하고 있는 정부의 보상계획을 그대로 추종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려는 한국방송공사의 보상조치라고 이해하는 것이 사리에 합당할 것이고 이것을 다수의견 설시와 같이 오로지 보상금지급결정‘통지’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알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에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인의 주장에만 얽매이어 판단을 한정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범위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침해의 유무를 직권으로 심사하여야 할 것”(헌법재판소 1989.9.4. 선고, 88헌마22 결정)이라고 판시한 이래 현재까지 이를 유지해 오고 있는 사실과, 최근에는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유무의 확정은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바 있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3) 본 재판관은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은 한국방송공사의 보상관련 일련의 행위의 성질은 소위 국제그룹 해체사건에서 정부의 지침에 따른 제일은행의 국제그룹 해체조치와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관련된 판지는 다음과 같다. “……다음 재무부장관이 제일은행장에 대하여 한 해체준비 착수지시와 언론발표지시를 보면, 이는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에 대하여 한 지시가 아님은 물론 위 인정사실에 의할 때 제일은행측의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여 행하는 비권력적인 권고, 조언 따위의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도 이미 넘어선 것이라 할 것이고, 오히려 위와 같은 공권력의 개입은 주거래은행으로 하여금 공권력의 뜻대로 순응케 하여 그 이름으로 제3자 인수식의 국제그룹 해체라는 결과를 사실상 실현시키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유형의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사법인인 주거래은행의 행위였다는 점에서 행정행위는 될 수 없더라도 그 실질이 공권력의 힘으로 재벌기업의 해체라는 사태변동을 일으키는 경우인 점에서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것이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3.7.29. 선고, 89헌마31 결정 참조).

위 판례의 취지를 한국방송공사의 보상조치에 투영해 본다면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방송공사의 법적 지위를 잠시 살펴보면, 한국방송공사는 한국방송공사법(1987.11.28. 법률 제3980호 제정, 1990.8.1. 법률 제4264호 개정)에 의거 정부가 자본금전액을 출자한(제4조) 정부산하기관으로서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이사는 방송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면

하고(제8조 제3항) 집행기관인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며(제15조 제1항) 감사는 이사회의 제청으로 공보처장관이 임면하도록 되어 있어(제15조 제3항) 그 핵심경영진의 구성에 정부가 관여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집행기관 및 직원의 겸직금지(제19조), 예산보고(제24조 제3항), 수립된 운영계획의 제출(제26조), 결산서 제출(제27조), 이익금의 국고귀속(제31조 제1항 제4호), 부동산 취득처분보고(제29조의2), 회계처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 정부의 행정감독을 받게 되어 있으며 특히 수신료의 경우 이사회에서 이를 심의·결정하되,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제36조 제1항), 체납이 있을 때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이를 징수할 수 있게 되어 있는(제37조 제3항) 것이다. 그러한 입장에 있는 한국방송공사가 특조법의 규정에 따른 정부의 행정지도를 외면하고 별도의 보상기준을 수립·시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만일 기준을 초과하는 보상금액을 책정한다면 책임문제가 발생할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행정지도는 사실상의 강제력을 지닌 실질적인 지시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입장에서도 한국방송공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론은 자명한 것이다.

(4) 특조법과 유사한 법률인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광주보상법”이라 한다)의 규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동법 소정의 보상 등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재산권침해에 대한 손실보상청구나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는 그 성질을 달리 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특별히 인정하고 있는 공법상의 권리”라고 하였는데(대법원 1992.12.24.

선고, 92누3335 판결 참조), 그러한 논리라면 특조법에 따른 보상금 등에 관한 권리도 공법상의 권리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광주보상법상의 보상금지급과 특조법상의 보상금지급은 그 대상을 달리 하는 것이지만 그 지급요건이 엄격하게 법정되어 있고 지급신청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등 그 규정형식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이들 법률이 다 같이 제5공화국 시대에 저질러진 위법·부당한 조치들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사회보장법의 성질과 함께 손해배상법의 성질을 아울러 갖고 있는 법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광주보상법특조법 소정의 보상금지급에 관한 규정을 비교해 본다면 특조법의 경우가 공권력의 작용이 보다 강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즉 광주보상법에서는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 이의가 있을 때에는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제11조),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보상금지급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전치요건일 뿐이고 기간 내에 결정이 없을 때에는 이를 거치지 않고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제15조) 보상심의위원회가 반드시 보상금 지급대상자보다 우월한 공권력의 주체의 지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면도 있으나, 특조법상 보상금지급에 있어서는 대상자가 해직공무원인 경우 국무총리 소속하에 설치되어 있는 보상심의회가 주관이 되어 신청인이 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및 그 유족의 확인) 개인별 보상금액의 산정, 기타 보상금지급에 관한 사항의 심의를 전담하는데 위원장은 총무처장관이 되고

위원은 국무총리가 임명 또는 위촉하게 되어 있고(시행령 제7조), 총무처장관이 보상심의회의 심의결과를 통보받은 때에는 신청인이 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보상금액을 결정하여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당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하게 되어 있으며(시행령 제6조 제2항), 보상심의회가 그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관계인 또는 관계기간에 사실조사·조회 기타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거나 그 의견을 들을 수 있으나(시행령 제8조 제5항) 그 심의과정에 보상금 지급대상자의 참여는 보장되어 있지 않은 등 보상금지급에 관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국가기관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인 것이지 국가가 보상금 지급대상자의 신청에 기하여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5) 요컨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을 보상금지급과 관련된 한국방송공사의 일련의 행위로 본다면, 그러한 조치는 한국방송공사가 청구인과 대등한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행한 것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즉 청구인이 특조법의 적용대상자로서 특조법 소정의 보상금지급대상자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1993.5.13. 선고, 90헌바22 , 91헌바12 ,13, 92헌바3 ,4(병합) 결정 중 다수의견 및 1993.12.23. 선고, 89헌마189 결정 중 다수의견 참조) 한국방송공사가 행한 보상금지급관련 일련의 행위는 특조법과 그 시행령의 규정취지에 따른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거 그 지침의 범위와 한계내에서 행한 것으로서 한국방송공사는 물론이지만 청구인에게도 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그 행위의 본질은 총무처장관의 그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위에 적시한 국제그룹사건의

판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것이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다른 요건 미비를 이유로 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적어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고 하여 이를 각하하는 다수의견에는 동조할 수 없어 이에 반대하는 것이다.

나. 다음으로 특조법에 대한 제소기간이 도과되었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청구인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 이유는 특조법의 규정 때문인바, 법률 자체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일반 법원에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물로 하여 제소하는 길이 없기 때문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서 보충성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1989.3.17. 선고, 88헌마1 결정 참조). 그리고 청구인에게 특조법 소정의 보상금 지급대상자로서의 자격이 인정된다는 것은 전술( 90헌바22 등(병합) 및 89헌마189 판례)과 같다.

(2) 제소기간에 관하여 본다.

다수의견은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가 특조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180일이 경과된 후에 제소되었으므로 그 청구기간이 경과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조법이 제정된 것은 1989.3.29.이고 동 시행령이 제정된 것은 같은 해 5.8.이며 위 법령을 근거로 하여 한국방송공사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액을 산정하고, 청구인의 이의신청에 대하여 이민기간은 보상금 지급불가라는 통지를 하여 청구인이 이를 접수한 것은 같은 해 12.11.이다. 따라서 특조법과 그 시행령이 시행된 시기만을 엄격히 따지면 청구인의 경우 법률이 시행된 후에 180일의 제소기간 도과의 의심이 있는 것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과거 몇 차례 180일의 기산일을 법률의 시행시기로부터 하지 않는 판례를 남기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선 헌법재판소가 발족되기 전에 있었던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9.19.부터 기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고(헌법재판소 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 외 다수),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며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당해 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 제요건이 성숙하여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는 취지의 판례도 여러차례 낸 바 있다(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외 다수).

요컨대 위의 판례의 취지는 법률이 시행된 시기를 기준으로 할 때는(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이미 180일이 경과되었음이 분명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산일을 별도로 산정한다는 의미인 것으로서 그것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의 기본권 보호에 기여하는 판례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위 판례의 취지는

너무 좁게 해석할 일이 아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심판대상법률은 청구인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그 문제점이 부각되었던 것으로서 특조법이 시행되었다고 할지라도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하여 한국방송공사가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액을 결정할 때까지는 청구인으로서는 그 법률의 존재조차 알기가 어려웠을 것이므로 시행일로부터 청구인으로 하여금 법령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건대 개별적으로 집행되는 행정처분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른 일반성·추상성을 지닌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기간을 행정처분의 경우와 똑같이 그 시행일로부터 6개월로 한정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어 이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인바, 위에 예시한 사례 중의 하나가 헌법재판소가 정립한 상황성숙성의 이론으로서 위의 불합리를 시정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그 이론은 더욱 활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와 같은 판례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의 청구기간의 기산에 있어서 법률의 시행시기를 “사유가 있은 날”로 볼 때 대부분의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180일 이라는 제소기간의 경과로 각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 법조항에 의할 때 사유가 있은 날이 경과되어 버리면 설사 사유가 있음을 안 날은 아직 경과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청구기간은 도과되고 마는 것이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그 사유가 있는 날의 의미를 다소 유연하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법령소원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판례로서 확립한 소위 상황성숙성의 이론

은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법령시행 후에 발생한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데 있는 것이겠지만, 그 이론은 제소기간 도과에 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이를 원용하여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을 보호해 주는 것이 법의 정의에 합치한다고 믿으며,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에 있어서도 “사유가 있은 날”의 기산점은 그러한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헌법소원이 형식적인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이를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불합리하거나 무익한 헌법소원을 억제함으로써 본안판단을 꼭 필요로 하는 사건에 헌법재판소가 전심전력을 경주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겠지만, 청구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제소요건 불비 특히 그 중에서도 귀책사유가 없는 청구기간의 도과와 같은 사유로 소원심판청구가 각하되게 된다면 결국 헌법 제27조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각하의 결정은 가급적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아울러 원칙에 대한 폭넓은 예외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모든 법률은 공포된 후에 시행되기 때문에 법률의 무지를 내세워 면책되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실제에 있어서는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자신에게 가하여지지 않는 한, 일반국민은 법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고 그것은 가사 법률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모든 쟁송절차에서 소송행위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복사유 등의 발생이 당사자에게 통지되거나 통지가 없더라도 그 사유의 발생을 몰랐던 것에 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민사소송(민사소송법 제160조)이나 행정소송(행정심판법 제18조 제2항 단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2항 단서)에서 기간해태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간이 도과한 이후에도 제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주권을 보호하는 최후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소원에 있어서 당사자의 귀책사유의 유무에 관게없이 일률적으로 법령이 제정된 때로부터 180일이 경과되면 무조건 제소기간이 경과되는 것으로 본다면 법령소원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당사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이를 확대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론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한국방송공사로부터 보상금 지급통지를 받고 30일도 못 되어 한 것이므로 제소기간 내의 청구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본안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사료되어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1993. 12.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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