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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4. 4. 28. 선고 91헌마55 판례집 [집유질서유지대책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6권 1집 409~41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농림수산부장관(農林水産部長官)이 각 시(市)·도지사(道知事)를 상대로 집유질서(集乳秩序) 확립을 위한 대책지시(對策指示)를 한 행위가 공권력행사(公權力行使)에 해당하는지 여부

결정요지

이 사건 집유질서(集乳秩序) 확립을 위한 대책지시(對策指示)는 농림수산부장관(農林水産部長官)이 각 시(市)·도지사(道知事)에 대하여 행한 행정기관(行政機關) 내부의 행위로서, 개개의 국민에 대하여는 직접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이 사건 대책지시(對策指示)에 따라 각 시(市)·도지사(道知事)가 구체적 처분을 하였을 때에 비로소 국민(國民)의 권리의무(權利義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대책지시(對策指示)만으로는 아직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제1항에서 정하는 “공권력행사(公權力行使)”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청 구 인 박 ○ 호 외 11인

대리인 변호사 이 재 훈

피청구인 농림수산부장관

축산물가공처리법(畜産物加工處理法)(1984.12.31. 법률 제37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 15조 (수급조절(需給調節)) 농수산부장관(農水産部長官)은 공중위생(公衆衛生)상 위해(危害)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축산진흥(畜産振興)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수육(獸肉)과 원유(原乳)의 수급조절(需給調節)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措置)를 명할 수 있다.

참조판례

1993.11.25. 선고 92헌마293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청구인은 1990년 하반기부터 원유공급부족에 따른 유가공업체 사이의 집유경쟁과 이에 따른 원유생산 낙농가의 유질개선비 등 금원지원 요구로 인한 집유질서 문란행위를 단속하기 위하여 1991.1.14. 각 시도지사에게 “집유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지시”(축영 27432-44)라는 공문을 보내 집유질서 확립에 관한 지시(이하 “이 사건 대책지시”라 한다)를 하였다.

나. 이 사건 대책지시의 주요내용은 1991.1.15. 이후 유가공업체 사이의 사전협의나 시도지사의 사전승인 없이 함부로 집유선을 바꾸는 유가공업체와 낙농가에 대하여 각종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집유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처하라는 것이다. 한편, 피청구인은 같은 날 축산협동조합중앙회 및 한국유가공협회에 피청구인이 각 시도지사에게 이 사건 대책지시를 하였음을 알리면서, 산한 낙농조합, 유가공업체 및 낙농가에게 이를 주지시켜 이에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위 2가지 행위 중 앞의 것인 이 사건

대책지시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이 재산권을 보장받을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1991.4.1. 이 사건 대책지시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청구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청구인은 1976.11. 축산물위생처리법 제15조에 의거하여 집유선 동결조치를 취한 사실이 있는데, 1990년 하반기 이후의 원유공급 부족에 따라 집유질서 문란행위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하여, 1991.1.14. 각 시도지사에게 다시 이 사건 대책지시를 하였다. 이 사건 대책지시의 주요내용은, ① 1976.11.에 내린 위 집유선 동결조치를 철저히 지키도록 조치하고, ② 그러기 위하여 1991.1.15. 이후 유가공업체 사이의 사전협의나 시도지사의 사전승인 없이 무단히 집유선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며, ③ 이를 지키지 아니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하라는 취지이다. 결국 이 사건 대책지시는 그 내용으로 보아 기본적으로 낙농가들로부터 그들이 생산한 원유의 판매처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나. 우리 헌법은 사유재산권을 보장받을 권리를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서 규정하고 있고(제23조 제1항),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우리 나라 경제의 기본질서로 삼고 있다(제119조 제1항). 또한 사유재산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는 재산처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그것은 계약의 자유를 통하여 구현되어야 한다. 그런

데 이 사건 대책지시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에 대한 판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은 그로 말미암아 사유재산권을 보장받을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게 되었다.

다. 물론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청하고,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여야 하며, 공공의 필요에 의하여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23조).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러나 이 사건 대책지시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은, ① 적법한 수권 없이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② 정당한 보상 없이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결국 헌법에 위반되고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라. 또한 이 사건 대책지시에 의한 집유선 동결조치는, ① 낙농업개선책의 하나인 집유일원화와는 달리, 자생적인 낙농협동조합의 발전을 저해하고, ② 집유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낙농가의 이익증진을 억제하며, ③ 유가공업체 사이의 담합을 조장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고 있다.

3.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구제제도이다. 따라서 행위의 성질상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는 공권력 주체의 행위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사건 대책지시는 피청구인이 각 시도지사에 대하여 행한 행정기관 내부의 행위로서, 개개의 국민에 대하여는 직접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사건 대책지시만으로는 아직 국민의 권리의무를 변동시킬 수 없고, 이 사건 대책지시에 따라 각 시도지사가 구체적 처분을 하였을 때에 비로소 국민의 권리의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책지시만으로는 아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정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대책지시는 청구인들도 자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1976.11.에 내린 집유선 동결조치의 준수 및 단속에 관한 내부적 지시에 불과하다. 즉 피청구인은 1976.11.19. 축산물위생처리법(당시 법률명:축산물가공처리법, 1984.12.31. 개칭) 제15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각 유업체에 대하여 1976.11.20. 현재의 집유선(낙농가)을 동결하고, 상호간의 사전협의나 당국의 사전승인 없이 집유선을 변동시켜서는 아니된다는 이른바 “집유선 동결조치”를 취하고, 각 시도지사에게도 이를 알려 위 집유선 동결조치가 철저히 준수되도록 하고, 그 위반행위를 강력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하였던 사실이 있다(1976.11.19.자 낙농 1162-2120). 피청구인은 1990년 하반기부터 다시 그 위반행위가 만연되는 듯하다고 하여, 위 집유선 동결조치가 그때까지 유효하게 존속함을 알리고, 그 준수와 단속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대책지시를 각 시도지사에게 보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 기존의 행정명령의 준수와 단속을 촉구하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책지시는 어느 모로 보아 헌법소원심판의 대

상인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4. 4.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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