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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5. 12. 28. 선고 91헌마114 판례집 [형사소송규칙 제40조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7권 2집 876~89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법령(法令)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구체적(具體的) 집행행위(執行行爲)와의 관계

결정요지

1. 피고인(被告人)이나 변호인(辯護人)의 공판정에서의 녹취허가신청(綠取許可申請)에 대한 법원(法院)의 녹취불허결정(錄取不許決定)은 판결전(判決前)의 소송절차(訴訟節次)에 관한 법원(法院)의 결정(決定)으로서 즉시항고(卽時抗告)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항소(抗訴)나 상고(上告)는 판결(判決) 자체에 대한 불복방법(不服方法)일 뿐 판결전(判決前)

소송절차상(訴訟節次上)의 결정(決定)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방법(不服方法)이 아니어서 결국 법원(法院)의 녹취불허결정(錄取不許決定)에 대하여는 직접적(直接的)인 구제절차(救濟節次)가 없다 할 것이므로, 그 녹취허부결정(錄取許否決定)의 근거규정(根據規程)인 형사소송규칙(刑事訴訟規則) 제40조에 대하여 직접(直接)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는지 여부(與否)의 심판(審判)을 청구(請求)할 수 있다.

2. 피고인(被告人)이나 변호인(辯護人)에 의한 공판정(公判廷)에서의 녹취(錄取)는 진술인(陳述人)의 인격권(人格權) 또는 사생활(私生活)의 비밀(秘密)과 자유(自由)에 대한 침해(侵害)를 수반하고, 실체적(實體的) 진실발견(眞實發見) 등 다른 법익(法益)과 충돌할 개연성(蓋然性)이 있으므로, 녹취(錄取)를 금지(禁止)해야 할 필요성(必要性)이 녹취(錄取)를 허용(許容)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利益)보다 큰 경우에는 녹취(錄取)를 금지(禁止) 또는 제한(制限)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規定)은 반드시 공판정(公判廷)에서의 속기(速記) 또는 녹취권(錄取權)을 당사자의 절대적(絶對的)인 권리(權利)로서 보장(保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고, 단지 당사자(當事者)가 자신의 비용(費用)으로 속기(速記) 또는 녹취(錄取)를 할 수 있다는 근거(根據)를 마련한데 불과하며, 반드시 법원(法院)이나 재판장(裁判長)의 허가(許可)를 배제(排除)하는 취지(趣旨)는 아니다.

3. 형사소송규칙(刑事訴訟規則) 제40조는 합리적(合理的)인 이익형량(利益衡量)에 따라 녹취(錄取)를 제한할 수 있는 기속적(羈束的) 재량(裁量)을 의미(意味)하는 것으로서, "녹취(錄取)를 하지 아니할 특별(特別)한 사유(事由)"가 없는 한 이를 원칙적(原則的)으로 허용(許容)하여야 하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고, 녹취허부(錄取許否)에 관한 구체적(具體的)인 기준(基準)을 설정(設定)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률(法律)이나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의 반대의견(反對意見)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56조의2 제2항은 "피고인, 변호인 또는 검사는 각자의 비용부담으로 전항의 필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조항은 위 필기(筆記)와 녹취행위(錄取行爲)를 당사자(當事者)인 피고인·변호인 또는 검사의 권리로써 인정하고 그 권리의 행사 여부를 오직 당사자(當事者)의 임의행사에 맡긴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속기 또는 녹취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 규칙조항은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정면으로 저촉되고, 그 결과 헌법과 법률에 반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에 보장된 재판청구권(裁判請求權)을 침해하는 것이다.

청구인 : 박○평

대리인 변호사 유현석 외 10인

관련사건 : 서울형사지방법원 92고합723 국가보안법위반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규칙(刑事訴訟規則) 제40조(속기(速記), 녹취(錄取)의 허가(許可))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속기 또는 녹취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56조의2(공판조서(公判調書)의 녹취(錄取)) ① 생략

② 피고인(被告人), 변호인(辯護人) 또는 검사(檢事)는 각자의 비용부담(費用負擔)으로 전항의 필기(筆記) 또는 녹취(錄取)를 할 수 있다.

참조판례

1990.10.15. 선고, 89헌마178 결정

1992.4.14. 선고, 90헌마82 결정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이 1991.5.1. 국가보위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 91고합723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청구인의 변호인들은 법원의 공판정에서 녹취를 하고자 그 허가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이 그해 6.17. 형사소송규칙(1982.12.31. 대법원규칙 제828호, 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40조를 내세워 녹취불허결정을 함으로써 변호인들은 공판정에서 피고인, 증인 등의 신문내용을 녹취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형사피고인인 청구인은 1991.7.1. 규칙 제40조로 말미암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

리 등 사법절차 상의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위 규칙조항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규칙 제40조의 규정 중 녹취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규칙 제40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0조(속기·녹취의 허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속기 또는 녹취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은 "피고인, 변호인 또는 검사는 각자의 비용부담으로 전항의 필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신청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신청인의 주장요지

(1)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에서 법률의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이상 통일적인 헌법해석과 규범통제를 위하여 법률의 하위규범인 명령, 규칙의 위헌심사권이 헌법재판소의 관할에 속함은 당연하고, 법령에 의하여 기본권이 직접 침해당했을 경우에는 그 법령을 상대로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가사 규칙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법원의 녹취불허결정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에 의한 구체절차가 없으므로 불허결정의 근거인 규칙조항을 대상으로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2) 형사소송법 제56조의2는 공판정에서의 녹취를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 그 입법취지는 사건의 내용이 복잡하거나 피고인·증인 등의 진술내용을 이해하는데 전문적인 지식 또는 특별한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는 참여서기가 그 진술을 정확하게 기록하기가 곤란하고, 또한 진술의 양이 많을 때에는 조서의 정리가 다음기일 전에 변호인의 변호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여유를 두고 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피고인·증인 등의 진술을 정확하고 빠르게 기록하여 재판의 적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 제40조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녹취권을 행사함에 있어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첫째, 공판정에서의 녹취권이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 및 제27조 제4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피고인의 방어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한 권리로서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명문으로 인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기준도 설정하지 아니한 채 법원으로 하여금 녹취권한을 제한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형사피고인인 청구인의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고,

둘째, 헌법 제12조 제4항에 의하여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변호인의 녹취권이 포함된다고 해석되므로, 규칙조항은 형사피고인인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아울러 침해하는 것이며,

셋째, 규칙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청구인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 명령, 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최종적인 심사권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 제107조의 규정에 비추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인 규칙에 대한 심사권한이 없다.

가사 헌법재판소에 규칙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칙 제40조로 인한 기본권침해 여부는 법원의 녹취불허라는 구체적 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위 규칙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이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속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담보함에 아울러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공판조서의 기재내용에 대한 이의진술권을 확보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같은 조 제1항에 규정된 법원의 속기 또는 녹취에 관한 규정이나 같은 법 제48조, 제52조, 제54조에 의한 공판조서의 작성을 보충, 보완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재판절차에 관한 헌법적 요구와 직접 연관되는 규정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속기 또는 녹취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나, 공판정에서의 속기 또는 녹취의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의 진행에 관하여 가지는 재판장의 포괄적인 소송지휘권의 범주에 속한다. 한편 법원조직법 제59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형사소송규칙 제40조가 없더라도 피고인 또는 변호인 등이 속기 또는 녹취를 함에는 당연히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되며, 실질적으로도 법정질서의 유지와 증인 등의 명예보호를 위하여 공판정에서의 속기 또는 녹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과 증인 등의 신문내용을 녹취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중복하여 녹취할 필요도 없었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의 문리해석에 근거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녹취권에는 아무런 제한이 가해져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장은 형사소송법 제279조에 의한 소송지휘권과 같은 법 제281조에 의한 법정경찰권에 근거하여 불필요하거나 재판에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피고인 등의 녹취행위를 당연히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규칙 제40조는 당연한 결론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추가하는 외에는, 법원행정처장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성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 뿐만 아니라 행정부에서 제정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사법부에서 제정한 규칙 등도 별도의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이거나, 혹은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그 법규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체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

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로서 당해 법규에 대한 전제관련성이 인정되는 때에는 당해 법규를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1990.10.15. 선고, 89헌마178 결정; 1992.4.14. 선고, 90헌마82 결정 참조).

형사소송법 제403조 제1항에 의하면, 법원의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특별히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공판정에서의 녹취허가신청에 대한 법원의 녹취불허결정은 판결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법원의 결정으로서 즉시항고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항고를 제기할 수 없다. 또한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는 원칙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에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게 되므로 항소 또는 상고는 판결 자체에 대한 불복방법이며 판결전 소송절차 상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방법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법원의 녹취불허결정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구제절차가 없다 할 것이므로 규칙 제40조에 대하여 직접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규칙 제40조의 합헌성

(1) 공판에 참여한 서기관 또는 서기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공판법원과 공판정의 구성에 관한 사항, 피고인·증인·감정인 등의 진술, 증거의 내용, 변론의 요지 등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는 실체적 사항 및 공판기일의 소송절차에 관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공판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법 제51조).

공판조서를 작성하는 까닭은 공판기일의 절차는 원칙적으로 구두로 이루어지므로(구두변론주의) 법관의 기억을 확보하고, 공판절차가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행하여졌다는 것을 담보하며, 당사자의 공격·방어를 준비할 자료로서 필요하고, 공판절차의 갱신에 대비하거나 상소심의 판단자료로서 필요하기 때문이며,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은 위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공판조서의 작성을 보충·보완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재판절차에 관한 헌법적 요구와 직접 관련이 되는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공판조서의 기재는 공판기일의 소송절차에 관하여 배타적 증명력이 인정되고(법 제56조), 공판조서의 기재 중 증인의 증언과 같은 실체적 사항은 유·무죄에 관한 증거로 되므로 공판조서를 정확하게 작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에는 재판장과 공판에 참여한 서기관 또는 서기가 서명·날인을 하고(법 제53조), 공판조서는 각 공판기일 후 5일 이내에 신속히 정리하도록 하였으며(법 제54조 제1항),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판조서에 대한 당사자의 이의권(법 제54조 제2항 후단), 당사자의 공판조서 열람·등사권(법 제35조, 제55조) 및 공판조서의 속기·녹취제도(법 제56조의2)를 두고 있다.

여기서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에서 "피고인, 변호인 또는 검사는 각자의 비용부담으로 전항의 필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공판정에서의 속기 또는 녹취권을 당사자의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취지인지, 아니면 단순히 각자의 비용부담으로 속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데 불과하고 반드시 법원이나 재판장의 허가를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

인지가 문제되고, 이는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 의한 일방적인 녹취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다.

(2) 생각건대 공판정에서 진술을 하는 피고인·증인 등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헌법 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헌법 제17조), 본인이 비밀로 하고자 하는 사적인 사항이 일반에 공개되지 아니하고 자신의 인격적 징표가 타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용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모든 진술인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말을 누가 녹음할 것인지와 녹음된 자기의 음성이 재생될 것인지 여부 및 누가 재생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한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말과 음성이 녹음되어 진술인의 동의없이 임의로 처리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언제나 자신의 무의식적인 발언이나 잠정적인 의견, 순간적인 감정상태에서의 언급 등이 언제나 재생가능한 상태로 보관되고 다른 기회에 자기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술인의 인격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이 때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 따라서 진술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고 그 진술에 대한 녹취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녹취를 허용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진술인의

인격보호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공익적 요청이 더욱 큰 경우에 한하여 이를 허용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녹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불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판정에서 진술을 녹취함으로 말미암아 진술인이 진실한 진술을 하지 아니할 염려가 있거나 녹취를 이유로 묵비하는 경우에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녹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 필요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녹취물이 적법한 목적을 넘어 악용될 명백한 위험이 있거나 공판정에서의 녹취 자체가 녹취권의 남용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도 녹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우로는 예컨대 국가기밀이나 풍속에 관한 죄에 관한 증언에 대하여 녹취하는 경우거나 녹취물을 언론에 공개할 의도로 녹취하거나 법원 스스로 녹취하고 있는 그 녹취물을 청취, 열람허가나 복사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복적으로 녹취하고자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위와 같이 볼 때, 피고인이나 변호인에 의한 공판정에서의 녹취는 진술인의 인격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를 수반하고, 실체적 진실발견 등 다른 법익과 충돌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녹취를 금지해야할 필요성이 녹취를 허용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녹취를 금지 또는 제한함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은 반드시 공판정에서의 속기 또는 녹취권을 당사자의 절대적인 권리로서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고, 이는 단지 당사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속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데 불과하며, 반드시 법원이나 재판장의 허가를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된다.

(3) 법원은 소송의 진행을 질서있게 하고 신속·원활한 심리를 위한 소송지휘권과 법정질서를 유지하고 심리와 재판에 대한 방해를 배제하기 위한 법정경찰권을 가지며, 또한 법원조직법 제59조도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정에서의 녹취에 대한 재판장의 허가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으므로(헌법 제108조), 대법원규칙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의한 명시적인 수권이 없어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4) 비록 규칙조항이 공판정에서의 녹취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더라도 결코 법원의 자의적으로 녹취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다시말하면, 위 규칙 제40조는 합리적인 이익형량에 따라 녹취를 제한할 수 있는 기속적 재량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민사소송규칙 제29조 제2항과 달리 해석해야할 근거가 없으므로 "녹취를 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여야 하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녹취허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규칙조항이 법률이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규칙 제40조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에 기하여 녹취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헌법상 형사사건의 피고인에게 보장

되는 방어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한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의 규칙조항이 합헌이라 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이 사건은 이 사건 심판대상의 규칙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것이며,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의 쟁점은 이 사건 규칙이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여부이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칙조항이 모법인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저촉되는지 여부라 할 것이다.

나.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 규정의 입법취지

위 조항은 1961.9.1. 개정되었는바, 그 개정취지에 따르면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하여 교호신문제도를 도입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위 조항을 신설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위 조항의 문언만에 의하더라도 그 취지는 더욱 명백하다. 즉

위 조항은 "피고인, 변호인 또는 검사는 각자의 비용부담으로 전항의 필기 또는 녹취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원 또는 재판장의 허가나 기타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며, 이는 직권주의를 제한하고 당사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자의 개정의도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위 조항은 위 필기와 녹취 행위를 당사자인 피고인·변호인 또는 검사의 권리로써 인정하고 그 권리의 행사 여부는 오직 당사자의 임의행사에 맡긴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다. 한편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재판청구권은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4.12.29. 선고, 92헌바31 결정 등 참조). 여기서 공정한 재판이란 당사자에게 충분한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2항은 때로는 법원의 조서가 정확성을 결하여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재판이 행하여 질 수 있고 또 조서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충분한 공격·방어를 할 수 없어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소송절차의 당사자에게 법정에서의 필기 또는 녹취권을 부여하여 법원의 조서가 잘못된 경우 피고인 또는 그 변호인이 녹취한 것에 근거하여 이를 시정하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규칙규정이 형사소송법 제56조의2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피고인의 재판청구권보장을 위한 법정에서의 녹취·필기권을 재판장의 허가 여부에 좌우되도록 규정한 것은 법률의 규정에 반하여 국민의 위 기본

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라. 그러나 다수의견은 위 법률조항 규정이 당사자의 권리로 인정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라, 진술인의 인격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된다거나, 재판장의 법정경찰권과 "누구든지 법정안에서 재판장의 허가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법원조직법 제59조의 규정에 반하므로 법원이나 재판장의 제한행위를 용인한 규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살피면

첫째, 진술인의 인격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한다.

법원이나 재판장은 법원조직법 제57조 규정에 따라 국가의 안전보장·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결정으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으므로, 진술인의 인격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 위와 같은 사유로 재판의 심리를 공개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인격권 등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고, 규칙으로 비공개재판으로 행하여진 당사자의 필기와 녹취물을 법원안에서만 열람 또는 청취할 수 있도록 제한할 수 있으며, 위 필기와 녹취물을 악용하여 인격권 등을 침해할 경우에는 형법이 그 처벌을 담보하고 있으므로 진술인의 인격권 등의 침해문제는 크게 염려할 바가 되지 아니한다.

둘째, 가사 진술인의 인격권 등의 침해가 염려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기타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의 실현을 위하여 추구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당사자주의의 이념과 비교형량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등이 훨씬 무겁다고 아니할 수 없

다.

셋째, 재판장의 법정경찰권과 위 형사소송법조항의 규정은 서로 상충되지 아니한다.

법원조직법 제58조는 "① 법정의 자유질서는 재판장이 이를 행한다. ② 재판장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자의 입정금지 또는 퇴정을 명하거나 기타 법정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다." 제60조는 "① 재판장은 법정에 있어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개정전후를 불문하고 관할경찰서장에게 경찰관의 파견을 요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요구에 의하여 파견된 경찰관은 법정내외의 질서유지에 관하여 재판장의 지휘를 받는다."라고 규정하는 등 재판장의 법정경찰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인, 변호인 또는 검사가 필기를 위하여 속기기구를, 녹취를 위하여 녹취기구를 법정내에 반입하는 것이 법정의 질서유지를 해할 수 없고, 속기와 녹취로 인하여 법정의 존엄을 해할 수 없으므로, 위 양자가 서로 상충하는 사태를 예상할 수 없다.

넷째, 법원조직법 제59조의 녹화 등의 허가규정은 위 형사소송법 조항이 당사자의 권리규정이 아니라는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전자는 재판장의 허가가 없음을 전제로 누구든지 재판정에서의 "녹화", "촬영", "중계방송"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일 뿐 "당사자"의 "필기"나 "녹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이 아니다. 그에 반하여 후자는 전자가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지 아니하는 "당사자"의 "필기"나 "녹취"행위를 "자기비용부담"이라는 조건하에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자가 후자의 권리규정을 배제하는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마. 이 사건 심판대상의 규칙조항을 살피면,

위 규칙조항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 제56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속기 또는 녹취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필기 또는 녹취행위가 당사자의 권리로 인정하여 규정하고 있는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정면으로 저촉되고, 그 결과 헌법과 법률에 반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에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바.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규칙의 조항은 헌법 제108조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1995. 12.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주 심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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