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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2. 23. 선고 99헌마403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41호 81~8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가.기소유예처분이란 공소제기함에 충분한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도 구비되어 있음에도 검사가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분이므로 범죄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자의적이고 타협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했다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되어 그 처분을 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나.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9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를 위한 진정·탄원·투서절차’는 검사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라고 볼 수 없어 동 규칙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부적법한 청구라고 볼 수 없다.

다.청구인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청구인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검사가 명백한 증거자료 없이 청구인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한 후,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청구

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참조판례

헌재 1989. 10. 27. 89헌마56 , 판례집 1, 309, 316

헌재 1992. 6. 26. 92헌마7 , 판례집 4, 462, 467

당사자

청 구 인 안○선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기열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1999. 5. 6.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9년 형제9811호 청구인에 대한 직무유기 피의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9년 형제9811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피청구인은 1999. 5. 6. 청구인에 대한 직무유기 피의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을 기소유예한다는 처분을 하였는 바, 그 이유는,

청구인은 서울 구로구 ○○○동 소속 농업직 7급 공무원으로서, 1998. 10. 1.경부터 환경감시 및 녹지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인바, 관내인 서울 구로구 ○○동 184등 3필지는 지목이 밭임에도 청구외 ○○주식회사가 그 지상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여 형질변경하고, 가설건축물 8개동을 허가없이 건축하는등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1998. 11. 24.경까지 사이에 위 위법행위를 적발하여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는 등 그 직책에 따른 직무수행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에게는 아무런 전과없고, 사안 그리 중하지 아니하며 위 직무유기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비리가 발견되지 아니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소추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나.청구인은, 위 ○○주식회사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자신이 위 업무를 담당하기 수년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를 알지 못하여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일뿐 이를 알고도 그 단속임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1999. 7.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1)피청구인은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기소유예처분이란 공소제기함에 충분한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도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분이므로 범죄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자의적이고 타협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했다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되어 그 처분을 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함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므로(헌재 1989. 10. 27. 89헌마56 , 판례집 1, 309, 316),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9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를 위한 진정·탄원·투서’등의 절차를 거침이 없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니,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고 있는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불기소사건의 재기를 위한 진정·탄원 등은 검사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므로(헌재 1992. 6. 26. 92헌마7 , 판례집 4, 462, 467), 위 주장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형법 제122조 후단 소정의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1998. 10. 8. 위 ○○○동사무소로 전보되어 그 때부터 환경감시 및 녹지관리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정화주식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구로경찰서의 수사는 1998. 11. 23. 개시되었고, 같은 달 24.경 위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되었으므로, 1998.

10. 8.부터 같은 해 11. 24.경까지 사이에 청구인이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고도 단속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느냐가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2)우선, 청구인은 자신이 환경감시 및 녹지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그 관내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는 직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그 업무를 담당한 지 불과 2개월도 되지 않았고, 위 회사의 위법행위지역은 자신의 순찰담당구역도 아니며 다른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실도 없어서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지 못하였다고 변소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사법경찰관 및 검사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를 청구인의 피의사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다음으로, 위 ○○제○동에서 환경감시 및 녹지관리업무를 담당하였던 청구외 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도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청구인에게 알려주었다거나 보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들에 대한 사법경찰관 및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청구인의 피의사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도 없다.

또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청구외 김○산, 부사장인 청구외 홍○의, 위 회사가 소재한 26통 통장인 청구외 유○억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회사의 상무인 청구외 정○영은 위법행위단속 공무원들에 대하여 접대를 하고 돈을 준 사실은 있으나, 청구인에 대하여 접대를 하였다는 진술은 하고 있지 않아, 위 김○산, 홍○의, 유○억, 정○영의 진술도 청구인의 피의사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항공사진 판독에 의하여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1998. 11. 16.자 ‘98년 제1차 항공사진 판독결과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동 항공사진 판독 및 결과보고에는 위 ○○동 소속 공무원인 청구외 임○수, 홍○표, 박○건 등이 관여하였을 뿐 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위 항공사진 판독에 관여하였던 위 임○수 등이 청구인에게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려주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위 항공사진에 위 회사의 위법행위가 나타나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그 내용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기록에 첨부된 나머지 항공사진판독결과보고서는 청구인이 부임하기 전에 보

고된 것이므로 위 보고서 전부를 청구인의 피의사실에 대한 혐의인정을 위한 증거자료로 삼을 수 없음이 명백하고, 기록에 첨부된 위 ○○동의 출장복명서에도 청구인이 위 회사의 위법행위 지역을 순찰하였다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

오히려, 청구인을 포함하여 당시 ○○○동에서 불법건축물 단속, 녹지관리, 환경감시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위 회사의 위법행위는 1992년부터 이루어졌던 사실, ○○○동은 관할지역이 넓어 공무원 1인이 모든 지역을 감시, 순찰하지 못하고 각 통별로 나누어 순찰과 감시를 하여 그 결과를 청구인에게 보고하고, 보고사항중 위법행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청구인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여 단속 및 원상회복에 관한 조치를 하고 있었던 사실, 청구인의 담당지역은 19, 31, 38통인데 위 회사의 위법행위지역은 26통으로서 그 담당자가 청구외 김○이었던 사실, 위 김용은 위 회사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청구인에게 통보하거나 보고한 적이 없는 사실 등

이 인정되는 바, 그렇다면 부임한지 한달보름밖에 되지 않았던 청구인이 자신의 순찰, 감시지역도 아니고 보고받지도 아니하였으며 자신의 부임 훨씬 이전부터 이루어졌던 위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고도 그 단속업무를 방임 또는 포기하는등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고는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는 없다.

(3)따라서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를 인정한 후 청구인을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주심) 하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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