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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2. 23. 선고 98헌마345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448조 위헌확인]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98헌마345 형사소송법 제448조 위헌확인

청구인

박 ○ 영

대리인 변호사 심 규 철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가.청구인은 1998. 7. 28. 청구외 이○영과 말다툼을 하다가 위 이○영으로부터 안면부를 맞아 비골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검사는 1998. 8. 27. 대전지방법원에 위 이○영을 상해죄로 약식기소하여, 위 이○영은 같은 해 9. 16. 벌금 2,000,000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사건에 관하여 사고 당일 경찰에서 간단한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한 이외에는 수사과정에서 전혀 진술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위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종결됨으로써 헌법상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1998. 10. 2. 위 사건의 약식명령의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1항의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라는 규정(청구인은 심판청구조항을 형사소송법 제448조라고 기재하고 있으나, 청구이유 등을 살펴보면 청구인이 위

헌이라고 주장하는 조항은 제448조 제1항만이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공판절차 없이 피고인을 벌금 등에 처할 수 있게 한 약식명령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2.가. 이 사건의 피해자인 청구인과 관련된 약식명령은 이미 확정ㆍ종료되었으므로 헌법 제13조 소정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하여 이 사건 피고인인 이○영에 대하여 다시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영에 대한 공판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판단은 청구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은 부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청구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기고 반복될 사안이며, 더욱이 형사피해자 측에서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집행행위 없이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도 아닐뿐더러, 집행행위인 검사의 약식명령청구와 법원의 약식명령이 있더라도 피해자는 이에 불복할 방법이 없으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피해자의 진술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 이외에는 달리 직접적인 구제절차가 없는 특이한 경우이다.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 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반복될 위험이 있고 심판대상조항이 특이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특히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헌법판단의 적격을 갖춘 것으로 보아 본안판단을 하기로 한다(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88, 헌재 1998. 10. 29. 97헌마17 , 판례집 10-2, 609, 612 참조).

나. (1)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헌재 1993. 3. 11. 92헌마48 , 판례집 5-1, 121, 129).

그런데 헌법 제27조 제5항에 의하면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5항이 정한 법률유보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한 법률유보의 경우와는 달리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법률로써 구체화하기 위한 이른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에 해당한다(헌재 1993. 3. 11. 92헌마48 , 판례집 5-1, 121, 130). 위 법률유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2는 피해자의 진술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1항은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피해자가 아닌 자가 신청한 경우

2. 신청인이 이미 당해 사건에 관하여 공판절차 또는 수사절차에서 충분히 진술하여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신청인의 진술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는 방법은 반드시 피해자가 공판정에 출석하여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진술하는 형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즉

공판절차뿐 아니라 그 이외의 모든 재판절차에서 직접 진술이거나 진술조서 등에 기재된 간접진술이거나를 가리지 않는다.

(2) 한편 약식명령절차는 벌금이나 과료에 처할 경미한 사건으로서 범증이 명백한 경우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칙적으로 서면심리만을 거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말한다. 약식명령절차는 형사재판의 신속을 기하며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심리적ㆍ시간적ㆍ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 제도의 존재이유가 있다.

약식명령절차에서는 피해자가 공판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가질 수는 없으나, 수사기관에서 한 피해자의 진술조서가 형사기록에 편철되어 오는 것이 보통이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자신의 진술내용을 기재한 진술서나 탄원서 등을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피해자의 요청이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법관은 약식명령으로 청구된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정식재판절차에 회부할 수도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다고 하여 피해자의 공판정에서의 진술권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3) 결국 약식명령절차에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만 제한되는 것 뿐이지 전면적으로 그 진술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부분적 제한은 피고인의 인권보장과 신속재판의 원칙 및 소송경제의 측면이라는 법익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의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7조 제5항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정식재판절차에서와 달리 약식명령이 된 사건의 형사피해자에게는 공판절차에서의 진술권이 보장되지 않는 차별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약식명령절차에서도 피해자가 의견을 진술할 청문의 기회가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비교적 경미하고 범증이 명백한 사건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약식명령절차에서의 피고인의 인권보장, 신속한 재판의 보장 및 소송경제의 측면을 고려할 때 위 차별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이에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9. 12.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재판관 이영모

재판관 한대현

주심재판관 하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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