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헌법 제27조 제5항에 의한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되는 형사피해자의 범위
결정요지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독립된 기본권으로 보장한 취지는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헌법조항의 형사피해자의 개념은 반드시 형사실체법상의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개념에 한정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형사실체법상으로는 직접적인 보호법익의 향유주체로 해석되지 않는 자라 하더라도 문제된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자의 뜻으로 풀이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를 법률로서 구체화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이며, 같은 법 제223조에 “범죄로 인한 피해자”인 고소권자와 같은 법 제225조에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로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의 그의 직계친족을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망인의 부모는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된 형사피해자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헌재 1993. 3. 11. 92헌마48 , 판례집 5-1, 121
헌재 1993. 7. 29. 92헌마262 , 판례집 5-2, 211
당사자
청 구 인 황○구
대리인 변호사 이성기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2년 형제27813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외(피의자) 손○수는 2002. 3. 19. 청량리경찰서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서울 49가○○○○호 세피아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2002. 3. 19. 05:59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235 앞길을 떡전교 방면에서 청량리 방면으로 편도3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50킬로미터의 속도로 위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전후 교통상황을 잘 살피지 아니한 채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한 과실로, 때마침 후방에서 2차로를 따라 직진중이던 청구외 황○정 운전의 서울 성북사○○○○호 1,300씨씨 오토바이의 좌측 앞 부분을 위 차 우측 부분으로 충돌하여, 그 충격으로 위 황○정을 지면에 넘어뜨려 뇌출혈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하게 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위 피의사건을 조사한 후, 2002. 6. 14. 피의자 손○수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02. 7. 8.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아래 4.와 같은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청구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청구외 망 황○정(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버지로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부모는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자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보호법익인 생명의 주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교통사고로 자녀가 사망함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법률상 불이익을 입게 된 자임이 명백하므로,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되는 형사피해자의 범주에 속한다.”고 판시한 헌재 1993. 3. 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등 종래 우리 재판소의 판례의 입장에 따라, 청구인은 비단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에 의하여 사망한 형사피해자의 특수관계인에게 부여되는 고소권의 주체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294조의 2 소정의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인 형사피해자 본인로서의 지위까지를 겸하고 있다고 보고,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헌법 제27조 제5항이 정한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로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적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다수의견이 청구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소정의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로서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고,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한 후, 청구기각의 결론을 내린 데 대하여는 그 의견을 같이하나, 청구인에게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근거로서, 다수의견과 같이 이와 별도로 청구인을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되는 ‘형사피해자’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에 대하여는 반대하므로, 다음과 같이 별개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나.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의 내용 및 그 주체인 ‘형사피해자’의 적정범위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적 내용은 이를 법률의 규정에 맡겼고, 이에 근거하여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같은 법 제294조의 2 제1항 본문에서
는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고 각 규정하여 형사피해자로서 재판절차진술권이 있는 자를 고소권자인 범죄로 인한 피해자 ‘본인’으로 한정하였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2와 같은 법 제223조가 다같이 동일하게 표현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를 비교하여 볼 때, 두 개념 사이에 차이를 둘 여지가 없다는 점, 더구나 같은 법 제225조에서 형사피해자(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이하 ‘형사피해자’라 한다)의 직계친족 내지 배우자 등을 형사피해자와 별도의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고 명문으로 규정하는 한편, 동조 제2항 단서에서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와 형사피해자를 명확히 구별하면서 비록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 하더라도 형사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서는 고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민사법상의 피해자 개념과 형사법상의 피해자 개념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형사피해자와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는 엄연히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상 재판절차진술권은 형사피해자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고소권을 부여받은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는 재판절차진술권이 아닌 고소권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우리는 수차례에 걸쳐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우리의 의견은 우리 재판소 1991. 10. 1. 선고 91헌마31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판례집 4, 620, 636-640 참조), 1993. 3. 11. 선고 92헌마48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최광률의 반대의견(판례집 5-1, 121, 132-141 참조), 1995. 5. 25. 선고 94헌마185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신창언의 별도의견(판례집 7-1, 811, 821 참조) 및 1998. 8. 27. 선고 97헌마79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신창언, 재판관 한대현의 별개의견(판례집 10-2, 444, 456 참조)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고, 이외의 자세한 이유는 우리 재판소 2002. 2. 28. 선고 2001헌마580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과 2002. 8. 29. 선고 2002헌마330 결정에 설시된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을 원용한다.
다.물론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되는 형사피해자의 개념 속에 형사실체법상 직접적인 보호법익의 주체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고, 범죄의 수단이나 범죄행위의 상대방도 포함시켜 해석할 여지는 있다(헌재
1993. 7. 29. 92헌마262 , 판례집 5-2, 211, 217 참조).
그러나, 적어도 형사피해자의 특수관계인에 대하여는 어차피 형사소송법 제225조에 의한 고소권과 이에 기하여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이 보장되고 있는 마당에, 범죄행위 자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범죄행위로 인한 2차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부모, 배우자 등(이들은 보통 민사상 불법행위 성립을 전제로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에 대하여 ‘비피해자로서의 고소권자’의 범주를 넘어 굳이 ‘형사피해자’로서의 지위까지 부여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의 문언 범위를 넘어선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에 있어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망인을 대신하여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의 지위에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이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망인이 아닌 청구인 본인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그 청구인적격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보고, 따라서, 그 범위 내에서 종래 우리 재판소의 판례는 이를 변경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