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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0. 31. 선고 2002헌마520 판례집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 위헌확인]
[판례집14권 2집 574~58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청구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한 사례

2.심판청구의 각하에도 불구하고 본안에 관하여 보충의견을 표명한 사례

결정요지

1.2002년도 변리사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2002. 3. 26.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이 공고될 무렵 아니면 늦어도 응시원서의 교부 및 접수기간인 4월 중순 경에는 시행령의 갑작스런 개정으로 인하여 절대평가제의 실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2002. 4. 중순경으로부터 60일이 지난 2002. 8. 3.에 청구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음이 명백하다.

2. 재판관 김영일의 보충의견

이 사건의 경우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으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을 필요로 하는 쟁점이 있다면, 이를 명백히 해 주는 것이 앞으로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충분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갑자기 시험의 기준을 변경하고 경과규정도 두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호되는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국가는 앞으로 이와 같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령의 개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 점에 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해둘 필요가 있다.

①제1차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중에서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②, ③ 생략

변리사법시행령(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조(시험합격의 기준) 제1차시험 및 제2차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변리사법시행령(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전문개정된 것) 부칙① (시행일) 이 영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4조의 개정규정은 200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3. 7. 29. 89헌마31 , 판례집 5-2, 87

당사자

청 구 인 강○석 외 200인

위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정일

담당변호사 설경수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특허청은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을 개정하여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을 종래의 ‘상대평가제’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소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면서(위 시행령 제4조), 부칙 제1항 단서에서 제1차시험 절대평가제를 2002. 1. 1. 이후부터 시행하기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2002. 1. 9. 제39회 변리사

시험 시행계획공고를 통하여 제1차시험을 같은 해 3. 31. 절대평가제로 시행하기로 공고하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8일이 지난 2002. 1. 17. 특허청은 이미 발표한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공고를 취소하면서 제1차시험을 다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 개정공고를 발표하였고, 2002.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를 개정하여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을 다시 상대평가제로 환원하였다(위 시행령 제4조 제1항). 이어서 특허청장은 위 시행령을 개정한 바로 다음날인 2002. 3. 26. ‘제1차시험을 2002. 5. 26. 상대평가제로 실시한다’는 내용의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을 새로이 공고하여 예정대로 제1차시험을 시행하였으며, 2002. 7. 26. 고득점자순에 따라 1,047명의 제1차시험 합격자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절대평가제에 의할 경우 합격대상자인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자 중 689명은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2)청구인들은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02년도 변리사시험이 절대평가제로 시행되리라는 것을 믿고 변리사시험을 준비한 사람들로서,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에서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하고도 상대평가제의 실시로 인하여 합격자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2. 3. 25. 개정된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신뢰이익,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위 시행령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자 2002. 8.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변리사법시행령(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리사법시행령(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것) 제4조(시험합격의 기준) ① 제1차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중에서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②제2차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다만,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가 제2조 제2항 제4호의 2의 규정에 의한 최소합격인원

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매과목 40점 이상을 득점한 자중에서 전과목 평균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③제2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합격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동점자로 인하여 최소합격인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동점자 모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이 경우 동점자의 점수계산은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까지 계산한다.

변리사법시행령(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조(시험합격의 기준) 제1차시험 및 제2차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부 칙

①(시행일) 이 영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4조의 개정규정은 200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합격자 사정’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매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논리이다.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공권력행위는 ‘합격자 사정’이 아니라, 절대평가제의 시행을 신뢰하고 시험준비를 해온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침해하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다. 즉 ‘합격자 사정’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신뢰이익 침해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직접적으로 청구인들의 신뢰이익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서 적법하다.

(2)청구인들은 2000년 변리사법시행령이 개정되어 2002년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이 절대평가제로 실시되리라는 것을 신뢰하여 각자 수험전략을 세우고 장기간 시험준비를 해왔다. 제1차시험이 절대평가제로 실시될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합격가능성이 높아졌으므로, 청구인들은 제1차시험에 대해서는 전과목 평균 60점이라는 합격선에 맞추어 준비를 하면서 제2차시험의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였다. 청구인들의 절대평가제 시행에 대한 신뢰는 국가가 제정한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서,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헌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법적 이익이다. 2년 전부터 시행이 예정되어 그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장기간 시험준비를 해온 수많은 수험생의 신

뢰를 저버리고 갑자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통하여 상대평가제로 전환한 것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제1차시험에서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여 제2차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공익상의 이유 없이 제2차시험의 응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변리사라는 직업을 갖는데 결정적인 장애가 되고 있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다.

나. 특허청장의 의견

(1)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구체적으로 특허청장의 합격처분이라는 집행행위의 매개를 예정하고 있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2)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시행일은 2002. 3. 25.이고, 2000. 3. 26.경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이 공고되어 시험응시원서 교부접수가 2002. 4. 13.경 만료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은 늦어도 2002. 4. 13.경에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내용을 알고 있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2002. 4. 13.로부터 60일이 훨씬 지난 2002. 8. 3.에 청구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3)자격시험을 절대평가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평가제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재량에 속하며, 상대평가제의 재도입은 정당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다. 2002년도 변리사시험이 예정대로 절대평가제로 실시될 경우 시험관리업무가 폭증하여 시험관리에 차질이 생기고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위험이 있으며, 실력이 부족한 제1차시험 합격자의 양산을 방지할 필요성도 있다.

(4)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신뢰이익은 헌법적으로 보호할만한 법적 이익이 아니라 반사적 이익 또는 막연한 기대이익에 불과하다. 국가가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실시한다 하더라도, 제1차시험의 합격자비율이 그 해 시험의 난이도, 수험생 개개인의 수험준비정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에 근거한 신뢰이익은 매우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허청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제1차시험의 시행일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늦추어 5월 말경에 제1차시험을 실시하였고, 일간신문 등을 통하여 수험생들에게 신속하게 시험제도의 변경사항을 공시하였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때에는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하고,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나.이 사건의 경우, 2002.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가 개정되어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이 다시 상대평가제로 환원되었고, 그 다음날인 3. 26. 특허청은 ‘2002년도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 합격자를 상대평가제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2002년도 변리사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위 시행계획이 공고될 무렵 아니면 늦어도 응시원서의 교부 및 접수기간인 4월 중순경에는 시행령의 갑작스런 개정으로 인하여 절대평가제의 실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청구인들의 기본권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근거한 집행행위인 합격·불합격처분에 의하여 비로소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들의 신뢰에 반하여 ‘상대평가제’를 도입하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여 이미 기본권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의 ‘기본권침해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이란 적어도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사실관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인식하여 심판청구가 가능해진 경우를 뜻하므로(헌재 1993. 7. 29. 89헌마31 , 판례집 5-2, 87, 109),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청구기간의 기산점은 청구인들이 불합격처분을 받은 2002. 7. 26.경이 아니라 시행령이 개정된 사실을 안 날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2002. 4. 중순경으로부터 60일이 지난 2002. 8. 3.에 청구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음이 명백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영일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영일의 보충의견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될 수밖에 없다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은 있다고 판단되므로 각하결정의 형식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충하여 밝혀 두고자 한다.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가사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인바(헌재 1991. 7. 8. 89헌마181 , 판례집 3, 356, 367;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6-57; 2002. 4. 25. 98헌마425 등, 판례집 14-1, 351, 361-362), 이 사건의 경우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으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을 필요로 하는 쟁점이 있다면, 이를 명백히 해 주는 것이 앞으로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서, 국민이 어떤 법률이나 제도가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일정한 법적 지위를 형성한 경우, 국가는 그와 같은 법적 지위와 관련된 법규나 제도의 개폐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최대한 보호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이러한 신뢰의 보호는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그 제한이 위헌으로 되지 않기 위하여는 비례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따라서, 신뢰이익의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신뢰이익과 공공복리의 중요성을 비교형량하여 비례의 원칙이 지켜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위헌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헌재 2001. 9. 27. 2000헌마152 , 판례집 13-2, 338, 346 참조), 법률의 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신뢰이익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구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률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 입법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83; 1995. 6. 29. 94헌바39 , 판례집 7-1, 896, 910; 2002. 2. 28. 99헌바4 , 판례집 14-1, 106, 116 참조).

정부는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종전에 상대평가제로 시행되던 제1차시험을 2002년도부터 절대평가제로 시행하도록 변경하고 이를 공포하였다. 상대평가제는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자 중에서 응시자수와 시험성적 등을 고려하여 고득점자순으로 적정인원의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비하여, 절대평가제란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모든 응시자를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으로서, 국가가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을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변경한 것은 합격의 실질적인 기준을 변경하겠다는 규범적 표현이며, 구체적으로는 종래 실시된 변리사시험의 평균적인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응시자가 매과목 과락을 면하고 전과목의 평균이 60점에 이르는 성과를 보이는 경우 제2차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절대평가제를 도입한 것은 1999. 7.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등의 자격사 시험을 일정수준(60점 이상)의 점수만 획득하면 합격시켜 자격사 진입의 장벽을 완화하기로 의결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이 점을 뒷받침한다. 변리사시험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 볼 때, 상대평가제로 실시된 2000년도 및 2001년도 제1차시험의 전과목 평균합격점은 각 81.25점과 75.63점이었는데, 절대평가제로 제1차시험이 실시되는 경우에는 그 합격선은 전과목평균 60점으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2000. 6. 27. 개정된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는 제1차시험에서 절대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청구인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신뢰를 제공하였고, 부칙 제1항 단서에서 2002년도 변리사시험부터 시행할 것을 규범적으로 확약하였다. 따라서, 청구인들을 포함한 수험생들의 절대평가제 시행에 대한 신뢰는 국가의 법령규정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라 할 것이다.

변리사시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하고 장기간의 준비를 요하는 자격사 시험의 경우에 수험생들은 시험제도에 맞추어 각자 장기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므로, 수험생들은 이러한 시행령의 개정에 의하여 절대평가제의 시행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일정 점수 이상만 획득하면, 합격된다는 절대평가제의 속성을 고려하여, 시간의 배분에 있어서 제1차시험에는 합격선을 조금 넘을 정도로 시간을 투자하고, 그 외의 시간을 제2차시험의 준비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평가제로 제1차시험을 실시한 종래 수년간의 평균 합격선이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는 경우에 비하여 약 15 내지 20점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수의 수험생들이 제1차시험의 준비에 전력을 다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험생들이 절대평가제의 시행을 신뢰하여 2000년 6월 이래 장기간 이에 맞추어 시험준비를 해온 상황에서 제1차시험 시행일 2달을 앞두고 갑자기 상대평가제로 전환한 것은 수험생들에게 시험준비에 있어서 엄청난 혼란과 신뢰의 손상을 가져왔음에 틀림이 없다.

법령의 존속에 대한 개인의 신뢰는, 그것이 단지 내적인 과정으로서의 법적 상태의 존속에 대한 기대 및 그에 대한 실망인 경우에는 헌법상의 보호받을 가치 있는 신뢰라고 할 수 없고, 일정 직업의 선택 및 행사, 기업에의 투자, 재산권의 처분 등과 같이 외부로 현실화된 신뢰행위가 있어야만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현행 시험규정에 따른 시험준비행위는 외부로 나타난 신뢰행위의 한 유형이고 합격기준에 대한 신뢰가 이러한 신뢰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절대평가제를 규정하는 법적 상태가 단시일 내에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믿고 시험준비를 한 청구인들의 신뢰는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 있는 신뢰이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이러한 신뢰이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에 대한 손상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하다. 다시 상대평가제를 도입한 것은, 제1차시험을 계획대로 절대평가제로 실시할 경우 제2차시험의 대상이 크게 증가하여 주관식으로 시행되는 제2차시험의 채점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합격자발표가 지연되는 등 시험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인데, 이러한 어려움은 제1차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치르기로 결정한 2000년 당시 이미 예상된 일로서 국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였음에도 그 당시 절대평가제의 도입을 결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험관리의 용이함이란 결국 단순한 행정상의 편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러한 이익만으로는 개인의 기본권이나 신뢰이익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공익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이 왜 이러한 이익이 반드시 2002년도부터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2002년도 변리사시험부터 절대평가제의 시행을 신뢰한 청구인들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신뢰이익과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이유를 서로 비교형량한다면,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국가가 공익상의 이유로 다시 합격의 기준을 바꾸려고 한다면, 적어도 종래의 법적 상태를 신뢰하여 수험준비를 해 온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적정기간 동안 구시행령 규정을 계속 적용토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둘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에 속하겠지만, 2000년도 시행령개정을 통하여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서 그 시행을 부칙에서 2002년도로 규정함으로써 약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는 점과 변리사시험준비기간이 단기간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하여도 적어도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적정하다고 볼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충분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갑자기 시험의 기준을 변경하고 경과규정도 두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호되는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국가는 앞으로 이와 같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령의 개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 점에 관한 헌법적 해명을 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므로 나는 이에 보충하는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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