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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2. 18. 선고 2002헌마527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76호 100~10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불법한 공격행위에 대한 방어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할 것인지에

대한 수사를 결여한 경우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결정요지

피해자가 각목과 칼을 소지하고 청구인의 영업소에 침입하여 각목으로 앉아 있는 청구인의 머리를 가격하여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전두부열창상 등을 입히고, 칼을 꺼내어 위협하였다면 이는 일방적인 불법한 공격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청구인이 이와 같은 일방적인 불법한 공격행위를 당한 상황이라면 가사 청구인이 위 서○호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여 외관상 격투행위로 보이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정당방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이와 같은 행위가 소극적 방어의 한도 내의 행위인지 여부에 관하여 수사를 하여 그에 따른 처분을 하였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그와 같은 수사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아니한 채 경찰에서의 위 서○호의 주장과 참고인의 구체적이지 않은 진술만을 조합하여 피의사실을 인정한 후 성급하게 수사를 종결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공1999. 11. 15. (94), 2387]

당사자

청 구 인 조○연

대리인 법무법인 서울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최명규 외 1인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2년 형제30022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2002. 6. 14.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2. 6. 14. 피청구인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부동산중개인으로서 인근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 모임인 ‘○○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자인바,

2002. 6. 1. 10:30경 서울 도봉구 ○○동에 있는 청구인 경영의 ‘○○부동산’ 사무실에서, 위 ○○회는 피해자 서○호(41세)에게 내부회칙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02. 5. 1.부터 같은 달 31.까지 영업정지와 부동산거래정보망 사용금지의 제재를 가하였는데, 위 피해자로부터 위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을 요구받고 이를 거절한 것으로 시비되어 다투던 중, 손으로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손으로 동인의 목과 왼쪽 귀 및 멱살을 잡아뜯어 동인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상 등을 가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청구인의 폭력이 피해자의 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행위이고, 폭행의 정도 및 피해가 중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2002. 6. 14.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2002. 8.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검사의 객관의무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이와 같은 검사제도의 연혁적인 배경에는 종래의 규문절차를 탈피하기 위하여 검사로 하여금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고 감시하게 하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에게 이익되는 사실도 조사·수집하게 하는 등 피의자 및 피고인의 소송법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의 이념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검사의 객관의무인바, 검사의 객관의무란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립되는 당사자이면서도 단순한 당사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검사의 직무상의 의무이다. 이 의무에 따라서 검사는 피의자 혹은 피고인들에게 이익되는 사실도 조사, 제출하고, 이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해야 할 객관적 관청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나. 수사 및 법률 판단상의 문제점

(1) 외관상의 격투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

형법 제21조는 위법성 조각사유의 하나로서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방위 상황의 존

재 등 정당방위 요건의 해당여부는 피의자와 피고인에 결정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실이므로, 검사는 이들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에 따라 당연히 그 사실에 대하여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청구인은 위 서○호와 싸운 것이 아니고 동인이 준비해온 각목과 칼로 피해를 당하다가 그 피해를 벗어나기 위하여 제한적으로 방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서로 격투를 하는 자 상호간에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속적으로 교차되고 방어행위는 동시에 공격행위가 되는 양면적 성격을 띠는 것이므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외관상으로 상호간의 격투행위로 판단되는 경우라고 하여도 실질적으로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공1999. 11. 15.(94), 238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기록에 따르면, 서○호가 집에서부터 준비하여 온 각목과 칼을 소지하고 청구인의 영업소에 침입한 사실, 서○호가 앉아 있는 청구인의 머리를 각목으로 가격하여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전두부열창상 등을 입히고, 칼을 꺼내어 위협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영업소에의 서○호의 침입 및 흉기에 의한 상해는 일방적인 불법한 공격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청구인이 이와 같은 일방적인 불법한 공격행위를 당한 상황이라면, 가사 청구인이 서○호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여 외관상 격투행위로 보이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격투행위와는 달리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이와 같은 행위가 정당방위행위로서 인정되는 행위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그 방어행위가 방위행위의 한계 내의 행위인지의 여부 즉, 그 행위가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넘지 않았는지의 여부 등에 관하여 수사를 함으로써 그 행위의 목적, 수단,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인

지의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여 그에 따른 처분을 하였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는 그 유형력의 행사과정에서 서○호가 다소 다쳤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서, 서○호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청구인의 그와 같은 가해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의 하나의 판단요소가 될 수 있을 뿐, 그 자체만으로써 정당방위의 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수사의 미진

(가)이 사건 기소유예취소처분의 기록을 살펴보면, 피청구인은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에 관한 수사를 전반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경찰에서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 청구인 및 참고인 등에 대한 별도의 추가조사 없이 만연히 피해자 일방의 주장 및 참고인의 주장 중 상호폭행 부분만을 조합하여 사실인정을 하여 그에 기초한 처분을 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는바,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청구인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방어행위 외의 상호격투 등 서○호에 대한 폭행의 사실에 대하여는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서○호는 애초에 자신이 각목으로 청구인을 공격한 바도 없고, 청구인에게 칼을 꺼내어 보여 위협한 바도 없다고 진술하면서, 청구인이 먼저 동인의 얼굴을 가격하였으며, 그 후 동인과 청구인이 서로 주먹으로 얼굴부위를 치면서 싸운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서○호는 그 후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여 자신이 먼저 각목으로 청구인을 가격한 사실 및 칼을 꺼내어 위협한 점 등을 자백한 바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서○호가 진술을 바꾸어 자신의 불법한 공격행위를 자백한 이후에 청구인의 동인에 대한 폭행여부에 관하여 서○호에 대하여 조사를 한 바도 진술을 받은 바도 없다. 또한 피청구인은 사건이 송치된 후 청구인에 대하여 서○호에 대한 폭행여부 등에 관한 조사를 단 한차례도 행한바 없다.

(다)한편 청구인이 피의사실을 인정한 가장 중요한 증거로 보이는 것은 당시 사건을 목격한 참고인 김○오의 진술이다. 위 참고인은 경찰에서 “(청구인이) 일어서서 손을 내저으며 각목을 피하고 있던 중 갑자기 조사장(청구인)이 칼잡아, 칼잡아 하기에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왜 그런가 했더니 잠시 후에 부동산 사무실 바닥에 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 후에 조사장과 상대 남자가 서로 주먹질을 하면서 싸움을 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청구인은 이 진술에 기초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답변서에서 위 진술을 근거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은 피해자가 청구인을 각목과 칼로써 위해할 가능성이 없어진 이후에 발생한 일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그런데, 위 참고인의 진술을 모두 인정하여 살펴보아도 청구인과 상대방인 서○호가 주먹질을 하며 싸운 사실만 드러나 있을 뿐, 청구인이 주먹질을 하며 싸우는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목적, 수단, 의사 등에 관한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일반 경험칙으로 판단하여 보면, 각목으로 공격을 하던 상대방이 품속에서 칼을 꺼낸 다급한 상황에서 청구인이 ‘칼잡아’라고 외친 후 칼이 떨어지고, 양인이 주먹질을 하고 싸우게 되었다면, 청구인이 칼을 꺼낸 상대방을 제지하여 칼을 빼앗는 방위행위를 하고 그 방위행위의 연장선상에서 격투를 하게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의 설명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사 공격자가 칼로 위협을 하던 중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객관적으로 그 위해상황이 종료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고, 더욱이 상대방의 각목에 의한 공격으로 이미 상해를 입은 방어자측의 입장으로서는 다급한 상황 속에서 그 상대방이 다시 칼이나 각목을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방어행위를 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과 같이 칼에 의한 위해상황이 종료되었다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칼이 바닥에 떨어지게 된 경위, 칼이 바닥에 떨어진 시점과 주먹으로 싸우게 된 시점 사이의 시간의 경과, 칼이 서○호와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진술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막연하며 구체적이지 않은 참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만으로는 당시의 상황이 과연 서○호가 청구인을 더 이상 칼과 각목으로써 위해할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이 검찰에서 송치된 후 위 참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추가의 보강수사도 행하지 아니하였다.

다. 소 결

결국 객관적인 진실을 조사하여야 할 피청구인으로서는 경찰에서의 청구인과 피해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참고인진술조서 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상황을 조사, 규명하기 위하여 최소한 청구인과 참고인을 상대로 보강수사를 하여 당시의 상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수사를 하고, 만일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청구인과 서○호 혹은 참고인을 대질조사하여 사건 당시의 상황에서 청구인의 행위가 방위행위의 한계 내의 행위로서 정당방위를 성립시키는 것인지의 여부를 밝혀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와 같은 보강수사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아니한 채, 진술을 번복하기 전의 피해자 서○호의 주장과 참고인의 구체적이지 않은 진술만을 조합하여 피의사실을 인정한 후 성급하게 수사를 종결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현저한 수사미진이 있

어, 그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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