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03. 12. 18. 선고 2003헌바14 공보 [민법 제406조 위헌소원]
[공보88호 117~120]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채권자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피고가 항소심 수행을 위하여 소송구조의 신청을 한 경우 소송구조의 요건 중 하나인 ‘본안패소의 명백성’ 여하의 판단과 관련하여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규정으로서 본안소송의 근거가 되는 민법 제406조 제1항 본문의 위헌 여부가 소송구조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사례

결정요지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민법 제406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함)이 규정하는 채권자취소권제도 자체의 위헌을 다투기보다는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거나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를 사해행위 취소의 방법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이 때 청구인이 구하는 대로의 위헌결정이 내려졌을 때 과연 그것이 당해사건에 적용되어 재판의 주문이 달라

지게 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여부, 즉 재판의 전제성이 문제된다.

이 사건에 있어 당해사건은 청구인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소송구조 사건으로서, 소송구조에 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규정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등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니라 할 것이지만, 본안소송이 민법 제406조에 터잡은 채권자취소소송인 관계로 만일 민법 제406조가 위헌으로 되면 소송구조의 요건 중 하나인 본안 패소의 명백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민법 제406조에 대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청구가 받아들여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청구인이 구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위헌결정,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또는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사해행위 취소의 방법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진다 한들 본안소송에서 법원이 청구인의 항쟁을 배척하고 사해행위 취소청구를 인용한 까닭이 위와 같은 위헌 주장과 무관한 이상 당해사건의 심리대상인 ‘본안 패소의 명백성’ 여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사건인 소송구조 사건의 재판에 대한 전제성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참조판례

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헌재 2000. 7. 20. 99헌바61 , 공보 48, 50, 52

당사자

청 구 인 주식회사 ○○기업

대표이사 김○립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정현

당해사건 부산고등법원 2002라110 소송구조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망 이○호에 대한 채권자들인 장○규 외 3인은 민법 제406조에 기한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일환으로 부산지방법원 2002가합1102호로써 청구인을 상대로 위 이○호의 청구인에 대한 차용금채무의 부존재확인 및 이○호와 청구인 사이에 체결된 2001. 1. 14.자 대물변제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대물변제계약의 내용은, 위 이○호가 그의 유일한 재산인 서울 강북구 ○○동 소재 ○○○○○아파트 101동 1703호를 차용금채무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청구인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것이었는데, 소송 당시 청구인 앞으로 위 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경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2) 위 소송의 결과 위 이○호의 상속인들이 청구인에 대하여 차용금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함은 물론 위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원고들 전부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패소한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 2002나13720호로써 항소하면서 제1심 법원에 항소장 인지와 송달료 등 소송비용에 관한 소송구조 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신청인인 청구인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3)그러자 청구인은 즉시 위 기각결정에 대하여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하면서, 비채변제 및 불법원인급여를 민법 제406조가 정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보고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써 그 법률효과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민법 제742조제746조의 법리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채권자취소권의 근거규정인 민법 제406조는 그와 같이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2. 12. 30. 위 항고와 위헌제청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4)이에 청구인은 2003. 2. 17. 적법한 기간 내에 국선대리인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심판대상의 확정

이 사건에 있어 청구인은 민법(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최후 개정된 것) 제406조 전체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제406조 제1항 본문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 있어 청구인은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를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삼거나 또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써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민법 제406조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부분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대상)과 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406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라 할 것이고, 수익자나 전득자의 사해의사가 없는 경우에 예외를 인정하는 동조 제1항 단서나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을 정하는 동조 제2항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①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생략

(2) 관련 조항

민법 제742조(비채변제) 채무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소송법 제12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내지 ④ 생략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등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이 본안소송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만일 청구인이 망 이○호나 그 상속인들에 대한 다른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위 이○호로부터 그 소유의 부동산을 대물변제로 받았다면 이는 불법원인급여가 될 것이고, 만일 위 이○호나 그 상속인들에 대한 채권도 없이 위 부동산을 대물변제로 받았다면 이는 비채변제가 될 것이어서 청구인으로서는 어느 경우에나 위 부동산을 위 이○호 측에게 반환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청구인이 채무자인 이○호나 그 상속인들에 대하여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할 수는 있어도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는 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며 위 대물변제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로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고, 만일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를 사해행위 취소의 방법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민법 제742조제746조의 입법취지가 몰각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민법 제406조 소정의 채권자취소권은 위와 같이 해석하는 한도에서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3조, 제37조, 제124조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등 이유

먼저 민법 제406조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인 소송구조 신청사건의 재판을 함에 있어 전제가 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가사 ‘패소의 명백성’ 요건의 판단과 관련하여 간접적인 전제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본안판결에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삼은 대물변제가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어 채무자가 수익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채권자취소권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그러한 해석이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몰각시킨다고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위반의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없다.

다.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요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와 대체로 같으므로 생략한다.

3. 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문제의 소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사건의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그 법률이 당해사건 재판에서 적용되는 법률이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헌재 2000. 7. 20. 99헌바61 , 공보 48, 50, 52).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채권자취소권제도 자체의 위헌을 다투기보다는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거나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를 사해행위 취소의 방법으로 취소(무효화)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

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에 있어 재판의 전제성은, 청구인이 구하는 대로의 위헌결정이 내려졌을 때 과연 그것이 당해사건에 적용되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게 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나. 판 단

이 사건에 있어 당해사건은 청구인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소송구조 사건으로서, 소송구조에 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규정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등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니라 할 것이지만, 본안소송이 민법 제406조에 터잡은 채권자취소소송인 관계로 만일 민법 제406조가 위헌으로 되면 소송구조의 요건 중 하나인 본안패소의 명백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민법 제406조에 대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이 소송구조를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할 것’ 및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아닐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소송구조 신청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위 두 번째 요건의 결여, 즉 청구인이 본안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 아래 그 소송구조 신청을 기각하였던 것으로서, 이러한 패소의 명백성 여부는 당해사건의 전제가 된 본안소송의 승패에 관한 것이고, 그 본안소송은 민법 제406조에 터잡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이므로, 법원이 ‘패소의 명백성’이라는 소송구조 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리함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사건인 소송구조 사건의 재판에 대한 전제성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사건 심판청구가 받아들여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청구인이 구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위헌결정,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또는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사해행위 취소의 방법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진다 한들 당해사건의 심리대상인 ‘본안 패소의 명백성’ 여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안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에 의하면 청구인은 채무자인 망 이○호로부터 망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물변제로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그에 따른 현실적 급부로서의 소유권이

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상태이었고, 그 때문에 취소채권자들은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써 위 대물변제계약의 취소만을 구하였을 뿐 원상회복을 청구하지 않았으며, 판결 주문 역시 대물변제계약을 취소하는 데 머문 것인바, 그렇다면 본안에서 청구인이 현실적 급부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비채변제 또는 불법원인급여를 내세워 목적 부동산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항쟁한 것은 전혀 적실성이 없는 주장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청구인이 구하는 위헌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그것이 위와 같은 법원의 본안판단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둘째, 본안판결에서 법원이 취소채권자들의 사해행위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를 내세운 청구인의 항쟁을 배척한 것은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에 포함된다거나 또는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급부관계가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경우 법률이 인정하는 특수한 부당이득으로서의 법률효과가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의하여 복멸된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효과에 관한 이른바 상대적 무효설의 입장에서 수익자가 채무자와 사이의 불법원인급여 등 법률효과를 취소채권자에 대하여 원용할 수 없다고 본 데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