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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7. 5. 31. 선고 2006헌가10 판례집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 위헌제청]
[판례집19권 1집 558~56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1994. 12. 22. 법률 제4812호로 개정된 것, 이하 ‘조세범처벌법’이라 한다)의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지를 예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의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은 ‘세법의 규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명령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입법목적과 개별 세법규정과의 유기적·체계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명령사항에 관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충분히 도출할 수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와 관련한 명령의 근거는 과세관청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개별 조세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구체적인 명령의 내용도 각 명령의 근거 규정에 의하여 한정되므로, 위 법률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당해 사건에서 문제된 추심명령은 조세법률에 근거를 둔 명령이라고 볼 수도 없고,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제42조에 의한 채권압류통지로 보더라도 이는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서 말하는 명령사항에 해당되지 아니하는바, 이러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하여 위 법률의 명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문

조세범처벌법(1994. 12. 22. 법률 제4812호로 개정된 것) 제13조(명령사항위반 등)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1.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에 위반한 자

2.~13. 생략

참조판례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제청신청인 김○식

당해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6고정1084 조세범처벌법위반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 김○식은 주식회사 ○○화장품의 대표이사인바, 2004. 5. 20. “직원 김○숙이 서울특별시에 체납한 지방세 합계 금 7,223,400원을 징수하기 위하여 (주)○○화장품이 김○숙에게 지급하는 매달 총급여액(퇴직 시에는 퇴직금 포함)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하였음을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통지하오니 지급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의 서울특별시장 명의의 ‘채권압류통지서’를 수령하였다. 그러나 제청신청인이 이를 지

급하지 않자, 서울특별시장은 2005. 8. 18.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아 재차 추심명령하오니 지체없이 지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급여압류자 추심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제청신청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제청신청인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서울특별시는 추심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서에 제청신청인을 고발하였고, 제청신청인은 이를 송치받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에 의하여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약식 기소되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제청신청인은 위 재판 계속 중 처벌의 근거가 된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은 2006. 6. 19.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법령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조세범처벌법(1994. 12. 22. 법률 제4812호로 개정된 것, 이하 ‘조세범처벌법’이라 한다) 제13조 제1호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법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심판의 대상

조세범처벌법 제13조(명령사항위반등)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1.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에 위반한 자

(제2호 내지 제13호 생략)

(2) 관련법령

조세범처벌법 제1조(처벌대상) 조세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칭한다)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서는 이 법에 의하여 처벌한다.

제2조(조세의 정의) 이 법에서 조세라 함은 국세를 말한다. 다만, 관세를 제외한다.

지방세법 제82조(「국세기본법」등의 준용) 지방세의 부과와 징수에 관하여 이 법 및 다른 법령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을 준용한다.

제84조(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에 대한「조세범처벌법」등의 준용) ① 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에 대하여는 조세범처벌법령을 준용한다.

국세징수법 제41조(채권의 압류절차) ① 세무서장은 채권을 압류할 때에는 그 뜻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국세징수법시행령 제44조(채권압류통지) ① 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

한 채권압류의 통지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문서로 하여야 한다.

1. 체납자의 주소 또는 거소와 성명

2. 압류에 관계되는 국세의 과세연도·세목·세액과 납부기한

3. 압류한 채권의 종류와 금액

4. 제3호의 채권에 관하여 체납자에 대한 채무이행을 금지하고 세무공무원에게 지급하게 할 사항

국세징수법시행규칙 제25조(채권압류의 통지) ① 영 제44조 제1항에 규정하는 채권압류의 통지는 별지 제29호 서식(갑)의 채권압류통지서에 의한다.

2.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서의 ‘법’이라 함은 조세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 것이어서 결국 ‘조세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이라는 용어가 구성요건으로서 명확한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정부의 명령사항은 명령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만을 말하는 것인지, 강학상 모든 하명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행정청의 모든 처분을 말하는 것인지 불명확하여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어떠한 행위가 허용되는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국가형벌권의 차별적·자의적인 법 해석을 예방할 수가 없으므로 결국 위 구성요건은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의심이 있다.

나.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서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이라 규정한 것은 조세환경이 급변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제재양상도 복잡해져 이를 일일이 입법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정부의 명령사항이라 함은 세법상 납세자에게 조세 납부와 관련하여 세무관서가 구체적으로 부여한 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라는 형에 비추어 조세범처벌법의 다른 처벌조항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제외한 비교적 경미한 명령사항위반의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당해 사건의 채권압류통지는 당연히 심판대상조항의 ‘명령’에 포함되고 설령 여기에 하명이 포함되는지 행정상 모든 처분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더라도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내용과 효력의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적법하다.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이란 법령에 의하여 세무관청 등에서 구체적으

로 명령한 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법령 자체에서 일반적으로 규정한 명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바, 처벌의 근거가 되는 명령사항이 구체적으로 통고서 등에 명시되고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처벌에 대하여도 고지하고 있어 그 내용과 적용범위가 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3.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채권압류통지가 당연히 심판대상조항의 ‘명령’에 포함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당해 사건의 공소사실에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고 만일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제청법원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이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조세범처벌법은 1951. 5. 7. 법률 제199호로 각 조세실체법에 산재하여 있던 처벌법규를 통합하여 독립된 법으로 제정된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은 조세질서 또는 조세수입의 확보를 위하여 세법이 요구하는 각종 의무 및 금지에 위반하는 행위 중 특히 협력의무위반행위를 규정하고 있다(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범처벌법 제정 당시 ‘법의 규정에 의한 정부의 명령’으로 규정되어 있다가 1961. 12. 8. 법률 제820호로 현재와 같이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으로 표현이 수정되었다). 이같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본다.

나.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그러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하여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할 것을 요하고, 만일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개념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불명확한 경우에는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없게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를 판단함에 있어 우리 재판소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

다(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판례집 9-2, 312, 322 참조).

다. 명확성의 원칙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 중 ‘법’은 내국세에 관한 법률로 [위 법에서의 ‘조세’란 관세를 제외한 국세를 말하고(조세범처벌법 제2조), 조세범처벌법은 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에 준용된다(지방세법 제84조)], ‘정부’는 과세관청으로 특정이 가능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명령사항’에 대하여는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아무런 제한도 두고 있지 아니하여 다음과 같은 불명확함을 야기하고 있다.

(1) 우선 위 ‘명령사항’에 ‘법에 규정된 구체적 명령’, 즉 이른바 하명(下命)으로서 개별 세법규정에 명시적으로 ‘명령’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항(예:국세징수법 제46조 제2항의 압류자동차인도명령)이 포함됨은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예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그러나 정부에 의한 ‘명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법규명령, 즉 행정권이 정립하는 일반적·추상적 규정으로서 법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이에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재정경제부장관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명령’이 ‘세법상 납세자에게 조세 납부와 관련하여 세무관서가 구체적으로 부여한 의무’를 가리킨다고 보고 있으므로 법규명령이 위 ‘명령’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3) 나아가 ‘명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행정규칙, 즉 행정권이 정립하는 일반적·추상적 규정으로서 법규의 성질을 갖지 않는 것이 이에 포함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세무실무상으로는 행정규칙도 세법규정의 구체적인 위임에 기하여 제정되어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포함된다고 한다(예:주세법 제40조에 의한 국세청고시).

(4) 또한 행정지도, 즉 국민과의 협조에 의하여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행정수단(예:부가가치세법 제32조의2 제4항의 가맹점가입지도)이 이에 포함되는지도 모호하다(세무실무상으로는 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하고, 행정절차법 제48조 제2항도 행정지도 위반에 대한 불이익조치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5) 끝으로 당해 사건에서 문제된 ‘채권압류통지’에 관하여 본다.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는 “세무서장은 채권을 압류한 때에는 그 뜻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명령’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제청신청인이 이를 납부하지 않자, 서울특별시장은 “아직까

지 이행되지 않아 재차 추심명령하오니 지체없이 지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급여압류자 추심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고(국세징수법상 ‘추심명령’이라는 용어는 없다), 제청신청인이 다시 이에 불응하자,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서에 고발하였으며, 이를 송치받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역시 같은 죄로 벌금 30만 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다(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채권압류통지가 당연히 심판대상조항의 ‘명령’에 포함된다고 의견을 내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라.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 중 ‘명령사항’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게 규정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의 범위, 즉 과세관청이 조세에 관하여 내린 행정적 처분 중 무엇이 이에 해당되고 해당되지 않는지에 관하여,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은 물론 세무행정실무자와 법률전문가 사이에서조차 법해석상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오히려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2호 내지 제13호에서는 의무위반행위의 태양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마. 결국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1호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지를 예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바, 이는 적어도 형벌법규에는 적합하지 아니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을 일일이 세분하여 명확성의 요건을 모든 경우에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뜻을 지닌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고,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법률조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6).

살피건대 조세범처벌법은 그 입법 자체가 개별 세법규정에 산재하여 있던

처벌법규를 통합하여 제정된 법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고, 심판대상조항에서 금지하고자 하는 개별적, 구체적 행위를 일일이 나열하는 입법형식으로는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조세 관련 법률관계와 이에 따라 점점 복잡해지는 정부의 제재양상을 반영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명령사항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부득이하다.

설령 심판대상조항 중 명령의 개념이 다소 모호하고 이에 관한 법원의 해석이 아직 확립되지 아니하여 일반인, 세무행정실무자 및 법률전문가 사이에 법해석상 혼란이 있다 하더라도, 만일 법규범의 문언, 입법목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바, 그러한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를 살펴본다.

우선, 각종 협력의무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라는 법정형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세법이 납세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를 요구하는 모든 규정에 위반한 행위 전부에 대해서가 아니라 조세징수권의 정상적인 행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위반행위 중 조세범처벌법의 다른 처벌조항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제외한 비교적 경미한 사항에 대하여만 적용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다음으로, ‘법에 의한 정부의 명령사항’은 문언상 ‘세법의 규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명령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문리해석을 바탕으로 심판대상조항을 개별 세법규정과 유기적·체계적으로 연관지어 살펴보면, 문제된 ‘명령사항’의 법적 성질이 하명, 법규명령, 행정규칙, 행정지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개별 세법규정의 법문에서 과세관청에게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경우(예:국세징수법 제46조 제2항, 특별소비세법 제25조 제1항, 제3항, 주세법 제40조, 부가가치세법 제35조 제2항 등)에 한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된다고 충분히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바, 이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을 통해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과 개별 세법규정과의 유기적·체계적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충분히 도출할 수 있고 그러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에 의하여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는 이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7.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헌법이 납세의무를 국민의 기본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국회는 납세의무의 형성과 조세의 징수에 관하여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국회의 조세입법권은 국가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 조세를 징수하기 위하여 국민의 조세부담능력에 맞추어 과세대상과 과세한도를 공평하게 설정하고, 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시키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을 선택하고, 과세관청에게 자력집행권과 강제징수권을 부여하고, 조세징수를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하고 강제시키는 등의 입법형성권을 포함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이 납세의무의 확정이나 조세징수의 효율성을 위하여 정부나 과세관청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조세법률에 근거를 두고 내려진 명령사항을 준수시키기 위하여 그 명령사항에 위반한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조세의 공공성·공익성을 중시하여 조세징수절차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이 납세의무를 국민의 기본의무로 규정한 취지에 부합되므로, 조세입법권의 범위에 당연히 포함된다. 그리고 명령의 근거와 처벌의 근거가 법률로 명시되었고, 구체적인 명령의 내용도 각 명령의 근거 규정에 의하여 한정되기 마련이므로, 죄형법정주의나 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당해 사건의 재판대상인 추심명령은 조세법률에 근거를 둔 명령이라고 볼 수 없고,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제42조에 의한 채권압류통지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명령사항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세무서장이 체납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채권을 압류한 경우에는 체납세액과 체납처분비를 한도로 채권자를 대위하게 되므로(국세징수법 제41조 제2항), 그 채무자는 대위권자인 세무서장에게 이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률효과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생기는 것이고 세무서장의 채권압류통지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무서장이 채권을 압류한 때에는 그 사실을 피압류채권의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 그 통지가 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압류의 효력이 생기지만(국세징수법 제42조), 그 통지는 피압류채권이 세무서장에게 대위되었다는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려주는 것에 불과

하고, 국세징수법 제42조는 채권대위의 효력이 생기는 시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피압류채권의 채무자가 세무서장으로부터 채권압류통지를 받더라도 채무이행의 상대방이 세무서장으로 바뀔 뿐이고 채무의 성질이나 내용은 바뀌지 아니한다. 세무서장이 채권추심명령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이행의 최고에 불과하고, 채권추심명령을 받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다고 하여 처벌받을 이유는 없다. 이러한 법리에 관하여 오해가 있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주심)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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