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1999. 9. 16. 선고 98헌마75 판례집 [재판지연 위헌확인]
[판례집11권 2집 364~37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

2. 국민의 재판청구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헌법 및 법률상으로 신속한 재판을 해야할 작위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직접 도출되는 작위의무나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존재하여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그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이러한 작위의무가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2.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84조에서 정하는 기간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이 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며,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에 의거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한 어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청구권이 이 헌법규정으로부터 직접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보안관찰처분들의 취소청구에 대해서 법원이 그 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기 전까지 신속하게 판결을 선고해야 할 헌법이나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1. 9. 16. 89헌마163 , 판례집 3, 505, 513

헌재 1996. 11. 28. 92헌마237 , 판례집 8-2, 600, 606

당사자

청 구 인 김○명 외 1인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5인

피청구인 1.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

2. 대법원 제3특별부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김○명은 북한군의 병사로 한국전쟁에 참여하였다가 1951. 10. 14. 국군의 포로가 되었으나 1953. 7. 25. 구 국방경비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군형법과 같은 날 법률 제1004호로 제정된 군법회의법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방경비법”이라고 한다)위반죄로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5. 8. 15.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되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1995. 12. 22. 청구인에 대하여 보안관찰처분(95년 청구사안 제24호)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1996. 2. 21. 서울고등법원에 위 보안관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96구5744 보안관찰

처분취소 청구사건, 이하 “처분취소사건”이라고 한다)를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998. 2. 24. 위 보안관찰처분의 효력기간인 2년이 이미 경과하여 소의 이익이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2)청구인 안○섭은 북한군의 병사로 한국전쟁에 참여하였다가 1953. 4. 26. 국군의 포로가 되었으나 1953. 11. 21. 구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5. 8. 15.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되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1996. 2. 28. 청구인에 대하여 보안관찰처분(96년 청구사안 제3호)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1996. 4. 10. 서울고등법원에 위 보안관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997. 4. 18. 위 청구를 기각하였고, 청구인은 같은 해 5. 7. 대법원에 상고(97누7240 보안관찰처분취소 청구사건, 이하 “처분취소사건”이라고 한다)하였으나, 대법원은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할 때까지 판결을 선고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999. 1. 26. 위 상고를 기각하였다.

(3)이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처분취소사건들에 대하여 심리와 판결선고를 부당하게 지연하여 소송의 대상이 된 보안관찰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는 1997. 12. 21. 및 1998. 2. 27.까지 판결을 각 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8. 3. 16.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청구인들이 제기한 위 처분취소사

건들에 대하여 피청구인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위 각 보안처분의 효력이 만료되는 각 시점인 1997. 12. 21. 및 1998. 2. 27.까지 판결을 각 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들 주장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모든 국민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여기서 재판이 신속해야 한다는 것은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의 성격 및 내용과 관련하여 일정한 시간안에 재판하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당사자가 요청한 권리구제의 실익이 없어지게 되는 정도의 지연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위 처분취소사건들에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위 보안관찰처분들의 효력이 1997. 12. 21.(청구인 김선명사건)및 1998. 2. 27.(청구인 안학섭사건)만료될 때까지 판결을 각 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을 지연시켰다. 이러한 지연행위로 인하여 피청구인들은 청구인들이 권리구제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였고 위 처분취소사건들을 제기하지 아니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

(2)또한 피청구인들은 청구인들이 제기한 위 처분취소사건들을 다른 사건과는 달리 오랜 시일동안 판결을 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들을 부당하게 차별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요지

(1)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법원의 재판은 민사·형사·행정 등 모든 소송사건에 관한 종국재판 뿐만 아니라, 종국재

판의 형성과정에서 이루어진 개별적인 결정, 명령, 사실행위, 부작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재판작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의 재판상 심리지연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심판청구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어서 부적법하다.

(2)청구인 김○명사건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1998. 2. 24. 청구인의 소가 부적법하다는 각하판결을 선고하였기 때문에, 청구인 김○명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구제받고자 하는 기본권침해는 이미 종료되어서 청구인에게는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해서 달리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성도 없으며, 재판의 지연이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의 난이도, 적정한 심리방법, 당사자들의 협력정도 등의 제요소에 좌우되므로 헌법적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문제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객관적인 권리보호이익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3)위 처분취소사건들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의 근거법률로 된 보안관찰법 부칙 제2조 규정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미군정하에 제정된 국방경비법이 적법하게 제정, 공포된 법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방경비법의 제정경위를 밝혀주는 자료를 국내외에서 조사하고 검토해야 하는 등 상당한 심리기간이 소요되므로, 심리기간중 보안관찰처분기간이 도과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법원이 재판을 특별히 지연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서울고등법원과 대

법원이 보안관찰처분 기간내에 종국판결을 선고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

3. 판 단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 지를 본다.

가.청구인들은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판결을 선고하지 아니한 것이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직접 도출되는 작위의무나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존재하여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그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이러한 작위의무가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3 ,판례집 3, 505, 513; 1996. 11. 28. 92헌마237 , 판례집 8-2, 600, 606 참조).

그러므로 위 보안관찰처분들의 취소청구에 대해서 피청구인들이 그 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기 전까지 신속하게 판결선고를 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주체인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에 대하여 신속하게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헌법상의 작위의무나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존재하고, 이에 의거하여 청구인들이 피청구인들에게 신속한 재판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하였음에도 피청구인들이 그 작위의무를 해태하고 있어야 한다.

나.따라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에 대하여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기 전까지 신속하게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지를 본다.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에 의거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규정으로는 민사소송법 제184조를 들 수 있다. 이 법규정은 심리를 신속히 진행함으로써 판결의 선고를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월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 있어서는 기록의 송부를 받은 날부터 5월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규정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거하여 위 처분취소사건들의 경우에도 준용된다.

그러나 이 법규정 소정의 판결선고기간을 직무상의 훈시규정으로 해석함이 법학계의 지배적 견해이고, 법원도 이에 따르고 있으므로, 위 기간 이후에 이루어진 판결의 선고가 위법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민사소송법 제184조에서 정하는 기간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이 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법규정외에는 청구인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신속한 판결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다른 법률상의 근거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에 대한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다음 피청구인들이 위 처분취소사건들에서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기 전까지 판결을 선고해야 할 헌법상의 작위의무가 있는지를 본다.

헌법규정으로부터 도출되는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는, 헌법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가 아니라 개별사안에 있어서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말하며, 이에 근거하여 기본권 주체가 구체적인 공권력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해야 한다.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하며, 다른 사법절차적 기본권에 비하여 폭넓은 입법재량이 허용된다. 특히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 적정한 판결선고기일을 정하는 것은 법률상 쟁점의 난이도, 개별사건의 특수상황, 접수된 사건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사항인데, 이때 관할 법원에게는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된다. 따라서 법률에 의한 구체적 형성없이는 신속한 재판을 위한 어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이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만료 전까지 판결을 선고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헌법상으로 직접 도출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들이 위와 같이 판결을 선고해야 할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인들의 권리가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상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부터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라.위와 같이 피청구인들이 신속한 재판을 해야 할 어떠한 법률상의 의무나 헌법상의 의무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 보안처분들의

효력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판결을 선고하지 아니한 것은 피청구인들의 공권력의 불행사라고는 할 수 없다.

4.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