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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10. 28. 선고 2010헌가55 2010헌가64 공보 [구 관세법 제280조 등 위헌제청]
[공보169호 1803~180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의 일정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구 외국환거래법(1998. 9. 16. 법률 제5550호로 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 제28조 제1항 제2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 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적극)

나. 면책조항이 있는 법인 양벌규정인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0조 본문 중 “법인의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70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법인도 처벌한다.”는 부분(이하 ‘구 관세법 부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나.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은 법인이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용인 등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법인을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법인으로서는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할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면 형사처벌 자체를 받지 않게 된다. 이처럼 구 관세법 부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였던 다른 양벌규정들과 달리 면책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법인의 사용인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을 근거로 법인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책임 없는 자에 대한 처벌로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다.

재판관 이공현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별개 및 반대의견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임직원, 사용인,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대외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표명하고 대내적으로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 소정의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중 위와 같은 자와 관련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그 이외의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는데, 설령 이들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법인을 고의의 본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의 부과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헌법에 위반된다. 그리고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의 면책조항은 면책과 관련된 입증책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전가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고 있어 법인이 위 조항에 따라 면책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결국 구 관세법 부분 중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을 제외한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 부분’은 책임주의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조대현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및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법인의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법인이 그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구 관세법 제280조에 관해서는 제281조에서 법인이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인 처벌의 요건으로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가 법인의 업무에 관한 것임을 요구하는 이상, 위와 같은 면책규정이 없더라도 책임주의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이동흡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합헌적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종대의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은 비록 법인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위 면책조항은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이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였으므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가. 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 판례집 21-2상, 77

나. 헌재 2010. 5. 27. 2009헌가28 , 판례집 22-1하, 167, 173

당사자

제청법원인천지방법원(2010헌가55)

부산지방법원( 2010헌가64 )

제청신청인1.주식회사○○알씨(2010헌가55)

대표이사 이○기

대리인 법무법인 우면

담당변호사 남기정

2.주식회사 ○○중공업( 2010헌가64 )

대표이사 예○희

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승기

당해사건1.인천지방법원 2009노4350 관세법위반 등(2010헌가55)

2.부산지방법원 2009고정7271 관세법위반( 2010헌가64 )

주문

1. 구 외국환거래법(1998. 9. 16. 법률 제5550호로 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 제28조 제1항 제2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0조 본문 중 ‘법인의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70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법인도 처벌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2010헌가55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 주식회사 ○○알씨는 ‘관리실장인 이○규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① 2008. 4. 4.부터 2008. 9. 6.까지 중국산 오토바이 1,510대를 수입하면서 공급자에게 지불한 금형개발비가 과세가액에 포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하고 신고하여 관세 16,378,417원을 포탈하여 관세법을 위반하였고, ②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채권채무의 결제에 있어서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하지 아니

하고 지급 등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07. 1. 16.부터 2007. 11. 5.까지 중국에서 고용한 직원의 월급과 부품수입 대금을 지급하면서 환치기 계좌인 김○근 명의의 계좌에 41회에 걸쳐 합계 78,735,600원을 입금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였다.’라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이 고지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09고약18341).

(나) 제청신청인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제1심(인천지방법원 2009고정3659 관세법위반 등)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여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09노4350) 계속중 구 관세법 제280조구 외국환거래법 제31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2010헌가64 사건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 주식회사○○중공업은 ‘그 대표이사인 예○희가 김○호, 김○곤과 공모하여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2008. 7. 4.부터 2008. 8. 2.까지 7회에 걸쳐 인가솔보링기 부분품을 수입하면서 과세가격을 낮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 49,755,030원을 포탈하고, 2008. 9. 19. 및 2008. 10. 31. 등 2회에 걸쳐 중고 플래너밀러 부분품을 수입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관세 7,522,010원 및 10,480,200원을 포탈하여 각각 관세법을 위반하였다.’라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이 고지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09고약32501).

(나) 제청신청인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 제1심(부산지방법원 2009고정7271 관세법위반) 계속중 구 관세법 제280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대상

(1) 2010헌가55 중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외국환거래법(1998. 9. 16. 법률 제5550호로 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하 ‘종업원 등’이라 한다)이 그 법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 제28조 제1항 제2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위 심판대상조항(아래 밑줄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외국환거래법(1998. 9. 16. 법률 제5550호로 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또는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또는 개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제27조 내지 제29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행위자를 벌하는 외에그 법인또는 개인에 대하여도각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관련조항]

구 외국환거래법(1998. 9. 16. 법률 제5550호로 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위반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의 3배가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벌금을 목적물의 가액의 3배 이하로 한다.

2.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신고하고 지급 등을 한 자

제16조(지급 등의 방법의 신고)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또는 비거주자 상호간의 거래 또는 행위에 따른 채권·채무의 결제에 있어서 거주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제18조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를 받았거나 신고를 한 자가 그 허가 또는 신고된 방법으로 지급 등을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급 등의 방법에 대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행하여지는 거래로서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거주자가 당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자와 지급 등을 하거나 당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거주자가 당해 거래의 당사자인 비거주자와 지급 등을 하는 경우

4.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 등을 하는 경우

(2) 2010헌가55 중 구 관세법 부분 및 2010헌가64

위 각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관세법’이라 한다) 제280조 본문 중 ‘법인의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이하 ‘사용인 등’이라 한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70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법인도 처벌한다.’는 부분(이하 ‘구 관세법 부분’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위 심판대상조항(아래 밑줄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0조(법인처벌)법인의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벌칙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법인도 처벌한다.다만, 제277조에 해당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0조(관세포탈죄 등) ① 제241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한 자 중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제1호의 물품원가는 전체물품 중 포탈한 세액의 전체세액에 대한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만의 원가로 한다.

1.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

제281조(면책) ① 제279조의 경우 본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280조의 경우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에 대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증명이 있는 때에는 그 법인을 처벌하지 아니한다.

2.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이나 사용인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종업원이나 사용인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인 법인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모두‘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이 추가된 형태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그 부칙에서 개정법 시행 전의 범죄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은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외국환거래법 2009. 1. 30. 법률 제9351호, 관세법 2008. 12. 26. 법률 제9261호).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당해 사건들에 직접 적용되며, 이들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는 경우 그 처벌의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각 당해 사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 각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게 되므로, 이들 조항은 당해 사건들과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일정한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종업원 등을 고용한 법인에게도 종업원 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어, 결국 종업원 등의 일정한 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2)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할 경우, 법인이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이 부과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아무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한 바 없는 자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된다(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 판례집 21-2상, 77 참조).

나. 구 관세법 부분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에서는, 법인이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용인 등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법인을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법인으로서는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할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면 형사처벌 자체를 받지 않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였던 다른 양벌규정들과 달리 면책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종전 양벌규정에서처럼 사용인 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즉 사용인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사용인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인의 사용인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을 근거로 법인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헌재 2010. 5. 27. 2009헌가28 , 판례집 22-1하, 167, 173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책임 없는 자에 대한 처벌로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 중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구 관세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하여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하여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 및 반대의견,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공현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별개 및 반대의견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임직원, 사용인,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대외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표명하고 대내적으로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나, 그 이외의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법인의 관여나 선임감독상의 과실 등과 같은 책임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그러한 자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인정되면 그를 처벌하는 동시에 자동적으로 법인도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책임원칙에 위반된다.

가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및 그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을 제외한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법인을 고의의 본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의 부과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 소정의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중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원·직원,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그 이외의 임원·직원,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0. 9. 30. 2010헌가52 등 결정 중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위헌의견 참조).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 중 ‘구 관세법 부분’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의 면책조항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위 조항은 면책과 관련된 입증책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전가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고 있어 법인이 위 조항에 따라 면책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결국 ‘구 관세법 부분’ 중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

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을 제외한 임원·직원 또는 사용인 부분’은 결국 책임주의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0. 5. 27. 2009헌가28 결정 중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및 아래 재판관 김종대의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참조).

7. 재판관 조대현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및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법인의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이 종업원 등의 행위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하였거나 종업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을 함께 처벌하더라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의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인이 그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18 등 결정 중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참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구 관세법 제280조에 관해서는 제281조에서 법인이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인 처벌의 요건으로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가 법인의 업무에 관한 것임을 요구하는 이상, 위와 같은 면책규정이 없더라도 책임주의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8. 재판관 이동흡의 ‘구 외국환거래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서 구 외국환거래법 위반행위를 한 자 이외에 영업주인 법인을 그와 동일한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종업원 등의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종업원 등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함이거나 그 종업원 등 개인의 윤리성의 결여에 기인하기보다는, 대개의 경우 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지거나 실제로는 법인의 기관 또는 중간관리자의 무언의 지시나 묵인·방치 또는 해당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임에도, 법인의 복잡하고 분산된 업무구조의 특성상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기 어렵고, 나아가 넓게는 그러한 위반행위 방지를 감독하기에 부족한 법인의 운영체계 내지 의사결정구조의 하자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법인도 직접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처벌되는 법인의 범위는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 없는 법인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란 것이 법인의 ‘업무’와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를 연결해 주는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서 추단될 수 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즉 과실책임을 근거로 법인의 책임을 묻되 다만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추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도 부합되고,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18 등 결정 중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참조).

9. 재판관 김종대의 ‘구 관세법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다수의견이 합헌판단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은 비록 법인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위 면책조항은 면책과 관련된 입증의 부담을 법인측에게 과도하게 전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에 위배된다.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과실을 입증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아무리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지라도 구성요건적 사실에 해당하는 과실을 법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반할 수 있다.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인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러한 구성요건적 사실을 추정함으로써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의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법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입증책임의 전환은, 그것이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반면, 그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현저히 적은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양벌규정에서의 면책조항들은,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인을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반하여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에서는 법인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때’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방도가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를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와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도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의 의미에 대하여 ‘이는 법인에게 무과실책임은 아니더라도 다만 법인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업무주체에 대한 과실의 추정을 강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대법원 1980. 3. 11. 선고 80도138 판결,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도391 판결 참조)’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해석은 법인에게 통상의 주의의무의 정도를 넘어서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음에도 사용인 등의 범죄를 방지할 수 없었다는 정도의 강한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입증책임을 법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설령 법인이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 하더라도 법인 스스로 이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고의범인 사용인 등과 마찬가지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위 면책조항은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면서 ‘법인이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 법인은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는바, 이는 종전의 면책조항만으로는 책임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입법적 조치로 봄이 상당하고,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드러내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비록 명문으로는 구 관세법 제281조 제2항에서 법인의 면책 가능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법인이 위 조항에 따라 면책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할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법인은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이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였으므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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