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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8. 23. 선고 2009헌가27 판례집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판례집24권 2집 355~36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 및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이러한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유지 내지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법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책무를 부담하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제재수단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등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그러나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게 ‘주의 또는 경고’만으로

도 반성을 촉구하고 언론사로서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고, 위 조치만으로도 심의규정에 위반하여 ‘주의 또는 경고’의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이를 다른 방송사업자나 일반 국민에게 알리게 됨으로써 여론의 왜곡 형성 등을 방지하는 한편, 해당 방송사업자에게는 해당 프로그램의 신뢰도 하락에 따른 시청률 하락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에 대하여는 ‘명령’이 아닌 ‘권고’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는 것인바,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위배된다.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법인은 결사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에 의해 비로소 창설된 법인격의 주체여서 관념상 결사의 자유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할 수 없고, 그 행동영역도 법률에 의해 형성될 뿐이며,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당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은 자연적 생명체로서 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본권으로서 그 성질상 법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

되기 전의 것) 제100조(제재조치등)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 및 제74조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27조제8호의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시청자에 대한 사과

2.∼4. 생략

②∼⑦ 생략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제재조치등)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 및 제74조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35조에 따른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ㆍ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시청자에 대한 사과

2.∼4. 생략

②∼⑦ 생략

참조조문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된 것) 제33조(심의규정) 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을 제정ㆍ공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심의규정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8. 생략

9. 보도ㆍ논평의 공정성ㆍ공공성에 관한 사항

10.∼12. 생략

③∼⑤ 생략

④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 및 전광판방송사업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그 명령내용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고, 명령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 명령을 이행하여야 하며, 그이행결과를 방송통신위원

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⑤∼⑦ 생략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8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26. 생략

27.제100조제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지 아니하거나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지 아니한 자

②∼⑤ 생략

④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 및 전광판방송사업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그 명령내용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고, 명령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 명령을 이행하여야 하며, 그 이행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⑤∼⑦ 생략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8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26. 생략

27. 제100조제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지 아니하거나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지 아니한 자

②∼⑤ 생략

참조판례

헌재 1991. 6. 3. 90헌마56 , 판례집 3, 289, 295

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판례집 11-1, 653, 665

헌재 2003. 12. 18. 2002헌바49 , 판례집 15-2하, 502, 517

헌재 2010. 7. 29. 2008헌가28 , 판례집 22-2상, 74, 79

당사자

제청법원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5968 제재조치처분취소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 4. 6.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문화방송’이라 한다)에 대하여 2008. 12. 20.자 ‘뉴스 후’ 프로그램이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도록 규정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 제14조를 위반하였고, 2009. 1. 3.자 ‘뉴스 후’ 프로그램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도록 규정한 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및 제4항에 따라 다음 기재와 같은 내용의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이하 ‘이 사건 사과명령’이라 한다)를 하였다.

1.문화방송의 ‘뉴스 후’에 대하여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한다.

2.문화방송은 ‘방송법 제100조 제4항’에 의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아래 고지방송 내용을 방송하여야 한다.

#1
이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사항 고지방송입니다.
#2
MBC-TV는 지난 2008년 12월 20일과 2009년 1월 3일자 ‘뉴스 후’ 프로그램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일방의 의견을 과도한 비중으로 방송하고 방송법 개정안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예측을 단정적으로 묘사한 사실이 있습니다.
#3
이는「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습니다.

가. 고지방송 내용

#4
이러한 제재조치 내용을 알려드리며,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주)문화방송은 이를 계기로「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주) 문화방송입니다.

나. 고지방송 방법

○문화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의 “고지방송 내용”을 4개의 전면화면으로 나누어 음성과 자막(푸른 바탕, 흰 글씨)으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본방송 직전 1회 자막 고지하여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 종료·폐지 또는 편성 조정 등으로 본방송 직전에 고지방송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대체 프로그램 등의 방송 직전 1회 고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사전 협의하여야 한다.

3.문화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방송하고, 그 이행결과를 지체 없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2)문화방송은 이 사건 사과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제기하였고(서울행정법원2009구합15968호), 당해 사건 법원은 2009. 11. 13. 직권으로 구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구법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한편, 방송법이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면서 제100조 제1항이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과징금을 제재조치의 하나로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일부 개정되었으나 이 사건 구법조항에 해당하는 부분은 개정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현행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현행법조항’이라 한다)은 그 위헌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구법조항과 결론을 같이할 것이므로 법질서의 정합성과 소송경제를 위하여 이 사건 현행법조항도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다(헌재 2010. 7. 29. 2008헌가28 , 판례집 22-2상, 74, 79 참조, 이하 ‘이 사건 구법조항’과 ‘이 사건 현행법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라 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밑줄 친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00조(제재조치 등) ①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및 제74조 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27조 제8호의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100조(제재조치 등) ①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및 제74조 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35조에 따른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시청자에 대한 사과

[관련조항]

제33조(심의규정) 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을 제정·공표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심의규정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9.보도·논평의공정성·공공성에 관한 사항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

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방송법 조항과 현행 방송법 조항의 실질적 내용이 동일하여 이를 합하여 지칭할 때에는 ‘방송법’이라고만 한다.)

제100조(제재조치등)④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및 전광판방송사업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명령내용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고, 명령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 명령을 이행하여야 하며, 그 이행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제108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27.제100조 제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방송하지 아니하거나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지 아니한 자

제100조(제재조치등)④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및 전광판방송사업자는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과징금처분 또는 제재조치명령을 받은 경우 지체 없이 그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하고, 제재조치명령은 이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이행하여야 하며, 그 이행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제108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27.제100조 제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사항전문을방송하지 아니하거나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하지 아니한 자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행정청이 권력작용을 통해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신념에 반하여 자기의 행위가 심의규정 위반행위가 된다는 윤리적 판단을 형성·강요하여 사과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인바, 이는 양심이 아닌 것을 양심인 것처럼 표현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양심의 왜곡·굴절이며 이중인격 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또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와 그 이행 과정에서 인격권이 무시되고 행정청에 의한 인격의 외형적 변형이 초래되어 인격형성에 분열이 필연적으로 수반됨에 반하여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를 하도록 하는 이 사

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인격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및 방송규제의 필요성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1963. 12. 16. 법률 제1535호로 제정된 방송법에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고, 1973. 2. 16. 법률 제2535호로 개정된 방송법 제6조 제1항에서 방송윤리위원회는 보도 논평의 공정성 보장에 관한 사항 등 방송윤리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방송국에 대하여 사과·정정·해명 또는 취소 등을 하게 하거나, 관계자의 출연정지, 집필정지 또는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신문·통신 등의 등록에 관한 법률’, 언론윤리위원회법방송법이 폐지되고 제정된 언론기본법(1980. 12. 31. 법률 제3347호로 제정된 것) 제39조 제1항 및 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새로 제정된 방송법(1987. 11. 28. 법률 제3978호로 제정된 것) 제21조 제1항도 위와 유사한 내용의 규정을 두었으며, 그 후 1990. 8. 1. 법률 제4263호로 개정된 방송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방송위원회는 보도·논평의 공정성에 관한 사항 등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국에 대하여 시정이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유사한 내용의 규정을 두었고, 그 후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이르게 되었다.

(2) 방송규제의 필요성

방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하나의 매체로서 작용하고, 여론 형성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방송은 아직까지 그 기술적, 경제적 한계가 있어서 소수의 기업이 매체를 보유하고 정보의 유통을 제어하는 정보유통 통로의 유한성이 완전히 극복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송매체는 음성과 영상을 통하여 동시에 직접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강한 호소력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중조작이 가능하며 방송매체에 대한 사회적 의존성이 증가하여 방송이 사회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추세이다(헌재 2003. 12. 18. 2002헌바49 , 판례집 15-2하, 502, 517 참조). 이러한 방송매체의 특수성 때문에 방송이 어떤 정당이나 이익단체 등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의사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결집될 가능성과 여론에 대한 일방적 영향력 행사를 목

적으로 오용될 위험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방송이 한 번이라도 이러한 잘못을 범하게 되면 여론 형성 왜곡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사후에 이를 정정하거나 원상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방송의 특성을 종합해 볼 때 방송의 사회적 기능과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규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즉, 입법자는 한편으로 국가권력이나 사회세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의 요청에 따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이 방송에서 가능한 한 균형있고 완전하게 표현될 것을 보장하도록 규율할 것이 요청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균형있는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책무를 부담하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인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바 이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리 헌법은 법인 내지 단체의 기본권 향유능력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본래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기본권이라도 그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은 법인에게도 적용된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 판례집 3, 289, 295 참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사과여부 및 사과의 구체적인 내용이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행정기관에 의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방송사업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사과인 것처럼 그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표명되고, 이는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이러한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유지 내지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법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하는바, 이러한 제한이 그 목적과 방법 등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 내의 것인지 살펴본다.

다.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책무를 부담하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제재수단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등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방송사업자가 방송법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의 제재조치로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 방송편성책임자·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주의 또는 경고, 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가 있다(방송법 제100조 제1항). 그런데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주의 또는 경고’ 조치에 비하여 시청자의 권익보호나 민주적 여론 형성 등에 더 기여하거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게 ‘주의 또는 경고’만으로도 반성을 촉구하고 언론사로서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받은 방송사업자는 지체 없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에 관한 결정사항전문을 방송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방송법 제100조 제4항, 제108조 제1항 제27호), 위 조치만으로도 심의규정에 위반하여 ‘주의 또는 경고’의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이를 다른 방송사업자나 일반 국민에게 알리게 됨으로써 여론의 왜곡 형성 등을 방지하는 한편, 해당 방송사업자에게는해당프로그램의 신뢰도 하락에 따른 시청률 하락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공표하도록 하는 방법을 상정해 볼 수 있고, 이러한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판정을 받은 사실의 공표에 더하여 ‘시청자에 대한 사과’에 대하여는 ‘명령’이 아닌 ‘권고’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반면, 사과명령은 방송사업자 자신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위반할 정도로 편파적이거나 불공정한 방송을 함으로써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방송이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고 심의규정에 위반하였다고 평가하여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그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방송사업자가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아니한 윤리적·도의적 판단의 표시를 하도록 강제로 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제재수단과 구별되는 사과명령의 고유한 효과, 즉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부분은 그 실효성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과명령이 다른 제재수단에 비해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비교법적으로 고찰하여 보더라도 방송이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이 방송사업자에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유사한 제도가 있다고 하여도 민간자율기구에 의하여 결정되거나 ‘제재’가 아니라 ‘권고’에 그치므로 궁극적으로는 방송사업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방송사업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 즉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며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공익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초래되는 방송사업자의 기본권 제한 측면은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는 것인바,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법인의 기본권주체성 인정기준

우리 헌법은 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본래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법인에게도 당연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은 결사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에 의해 비로소 창설된 법인격의 주체여서 관념상 결사의 자유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할 수 없고, 그 행동영역도 법률에 의해 형성될 뿐이므로, 자연인처럼 감성에 바탕을 둔 기본권영역은 상정할 수 없거니와 상정할 필요도 없다. 상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은 감성적 영역의 기본권문제는 법인의 기관을 구성하는 자연인의 몫으로 돌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인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기본권의 성질과 내용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므로, 기본권이 그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법인은 해당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적 생명체인 사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본권이나 인간의 감성과 관련된 기본권처럼 개인이 자연인으로서 향유하게 되는 기본권은 그 성질상 당연히 법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 즉, 법인은 인간의 존엄, 생명권, 신체의 자유, 혼인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만, 자연인으로서 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거나 인간의 감성과는 무관한 기본권은 법인의 설립목적을 실현하는 데 관련되는 범위 내에서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예컨대 재산권,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재판청구권 등).

나. 법인의 인격권과 그 제한

우리 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인격권을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기본권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등, 판례집 11-1, 653, 665 등 참조). 이처럼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은 자연적 생명체로서 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본권으로서 그 성질상 법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놓고 법인의 인격권을 과잉제한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본권 제한에 대한 헌법원칙인 비례심사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인이 헌법상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 어떠한 인격권적 내용도 향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법인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을 누릴 수는 없지만, 법률에 의하여 법인에게 인격권 유사의 내용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법인은 법률적 수준의 인격권적 권리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인에게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명예권이 인정되지 않아 인격권 침해로 인한 헌법소원이 인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인의 명예를 형법 등에 의하여 법률적 수준에서 보호할 수는 있을 것이므로 법원에 제소하여 법률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이 경우 법인의 명예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에서 직접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권리로서 입법정책적인 것이 되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영역 또는 그 구체화로서 법원의 법률해석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다. 소결

법정의견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법인인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반하는 사과방송을 강제함으로써 법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인은 그 성질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향유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비례심사에 나아갈 것 없이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한다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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