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헌바74 민사소송법 제454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이○기
국선대리인 변호사 윤정대
당해사건
대법원 2010재두356 종합소득세등부과처분취소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남대구세무서장은 2001. 1. 2. 청구인에게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청구인은 대구지방법원에 위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대구지방법원 2001구9623).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대구고등법원 2003누19), 이에 대해 상고하였으나 이 또한 기각되었다(대법원 2004두5010).
(2) 청구인은 위 과세처분과 관련하여 남대구세무서 조사과장이 명의위장사업자
여부조사서, 매입세금계산서합계표 불부합자료조사서, 조사종결복명서 등을 변조하여 청구인에게 부당하게 과세하였다며 위 세무서 조사과장을 공문서변조 및 동행사죄로 고소하였다.
검찰은 위 고소사건에 대해 2007. 12. 9.자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였고, 청구인은 2009. 3. 20.경 불기소결정문을 받았다.
(3) 청구인은 위 불기소결정문을 근거로 대구고등법원 2003누19 판결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제8호, 제9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대구고등법원 2009재누10). 그런데 재심법원은 청구인 주장의 사유를 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각하판결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재심사유에 관한 사실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으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09두21796).
(4) 청구인은 위 대법원 2009두21796 판결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 제9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재심사유 주장이 이유 없다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10재두80).
(5) 청구인은 위 대법원 2010재두80 판결에 대하여 다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의 소를 제기함(대법원 2010재두356)과 동시에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 제2조,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454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0아82), 2012. 2. 9. 재심청구가 재심사유 주장이 이유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각하되자 2012. 3. 2.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체를 이 사건 심판대상의 하나로 삼았으나,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및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서에 나타난 청구인 및 대리인의 주장취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한 각하결정문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것은 심리의 불속행에 관한 조항인 위 특례법 제4조 제1항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2003. 6. 26. 대법원재판예규 제893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2항 단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454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2003. 6. 26. 대법원재판예규 제893호로 개정된 것)
제2조(사건부호의 부여) ② 모든 재심사건(준재심사건을 포함한다)은 재심대상사건의 사건부호 앞에 “재”를 붙인다.다만, 재심사건이 상소되는 경우 상소심의 사건부호는 원래의 사건부호 앞에 “재”를 붙이지 아니한다.
제4조(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2.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3.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4.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6.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
제454조(재심사유에 관한 중간판결) ① 법원은 재심의 소가 적법한지 여부와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 및 재판을 본안에 관한 심리 및 재판과 분리하여 먼저 시행할 수 있다.
[관련조항]
제451조(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
2.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이 관여한 때
3. 법정대리권·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 다만, 제60조 또는 제97조의 규정에 따라 추인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5. 형사상 처벌을 받을 다른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아 자백을 하였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제출에 방해를 받은 때
6.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7.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
8.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
9.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
10.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
11.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소 또는 거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있는 곳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주소나 거소를 거짓으로 하여 소를 제기한 때
② 제1항 제4호 내지 제7호의 경우에는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 제2조 제2항 단서에 관한 부분
위 규정은 재심사건이 상소되는 경우에 원래의 사건부호 앞에 “재”를 붙이지 아니하게 하여 재심사건이 상고된 경우 결국 미확정판결의 상고사건과 동일한 사건
부호를 부여받음으로써 대법원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의해 상고의 당부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하게 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
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관한 부분
청구인이 각하된 재심사건에 대하여 재심사유에 관한 사실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으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하여 심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법률조항에 기하여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다. 민사소송법 제454조 제1항에 관한 부분
이는 재심의 소의 적법여부와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심리에 대한 법원의 의무규정으로 법원은 재심의 소의 적법여부를 직권조사하고, 재심사유의 존부는 공익에 관한 사항이므로 직권탐지하여 이를 밝힐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적법요건을 구비하여 제기한 재심청구(대구고등법원 2009재누10)에 대해 당사자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하고, 이에 대한 상고심(대법원 2009두21796)에서도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에 청구인은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하여 이유를 기재한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위 상고심 판결에 대하여 재차 재심을 제기한 것인데도, 대법원은 그 재심사건(2010재두80, 2010재두356)에서도 청구인 주장의 재심사유(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 제7호)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법원은 위 법률조항에 따라 청구인 주장의 위 재심사유를 직권으로 조사·심리하여 본안판단으로 나아갈 의무가 있음에도 본안판단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3.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 제2조 제2항 단서에 대한 심판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 소송사건의 당사자가 같은 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위헌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배척한 경우, 법원의 제청에 갈음하여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 그 법률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심판의 대상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지 대통령령이나 규칙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헌재 1996. 10. 4. 96헌가6 , 판례집 8-2, 308, 320-321; 헌재 2003. 6. 26. 2001헌바54 , 판례집 15-1, 703, 708-709).
따라서 위 예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
어떤 법률규정이 위헌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사건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런데 당해사건이 재심사건인 경우, 심판대상조항이 ‘재심청구 자체의 적법 여부에 대한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아니라 ‘본안 사건에 대한 재판’에 적용될 법률조항이라면 ‘재심청구가 적법하고,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될 수 있다. 당해사건의 재심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본안 판단에 나아갈 수가 없고, 그 경우 심판대상 조항은 본안 재판에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
위 법률조항은 민사소송, 가사소송 및 행정소송의 상고사건에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위 법률조항 각 호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할 경우에 적용된다. 그런데 당해사건(대법원 2010재두356)은 종전의 상고심 판결에 대한 재심판결(대법원 2010재두80)에 독립된 재심사유, 즉 판단유탈이 있음을 주장하여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당해 법원은 ‘재심소송요건에 흠결이 있어서 본안에 들어가 판단할 수 없다면 그 재심의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하여야 하므로 이 경우 본안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판단유탈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이 당해사건과 관련하여 재심소송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갈 수 없는 이상, 위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의 본안 재판에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다. 민사소송법 제454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면,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경우에 한하여 같은 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을 다투는 것일 때에는 원칙으로 부적법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
청구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해사건을 포함한 모든 관련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 내용의 부당성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을 뿐(즉 청구인이 주장하는 재심사유에 대하여 법원이 판단을 누락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위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인이 일반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성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의 부당성을 다투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으로서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2) 한편 대리인은, 법원이 대구고등법원 2009재누10 사건에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사실에 대하여 청구인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위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심의 적법요건 및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사실은 법원의 직권조사 내지 직권탐지 사항임에도 이를 당사자의 증명책임으로 돌려 재심청구인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적법요건 및 재심사유의 존재가 구비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한 그 범위 내에서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 법률조항에 대한 특정적 해석이나 적용부분의 위헌성을 다투는 한정위헌청구가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한정위헌청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당해 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이 사건에서 대리인의 위 주장은 일응 위 법률조항에 대한 특정적 해석 내지 적용의 위헌성을 다투는 한정위헌청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위 법률조항 자체나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적용과 관련한 의미 있는 헌법문제를 주장하지 아니하고 있다. 즉 위 법률조항은 재심의 적법요건 및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사항을 본안에 앞서 먼저 심리, 재판할 수 있다는 점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적법요건이나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사항을 직권조사 내지 직권탐지에 의할 것인지, 아니면 당사자가 입증하여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조사방법의 문제는 민사소송법 제455조의 준용에 따른 일반적인 소송절차에 관한 문제로서, 위 법률조항 자체의 고유한 위헌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사항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는데, 대리인의 위 주장은 결국 직권탐지주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재판에 대한 부당성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리인의 위 주장은 한정위헌청구의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나 재판을 다투는 것일 뿐이어서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5.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