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13. 8. 29. 선고 2013헌마125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203호 1228~1230]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진정을 제기함이 없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보충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청구인에 대하여 폭행치상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결정요지

가.진정은 그 자체가 법률상 권리행사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하여 피청구인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사표시에 불과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다른 법률에서 정한 구제절차’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는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바로 청구할 수 있다.

나.청구인은 일관되게 피의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가 청구인이 지인을 고소하여 뒤늦게 청구인을 고소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및 목격자가 차로 청구인의 집 담장을 충격하여 사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의 기재내용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0. 12. 26. 89헌마277 , 판례집 2, 474, 481

당사자

청 구 인이○인대리인 변호사 심요섭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2. 12. 27.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2012년 형제652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2. 12. 27.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2012년 형제6526호 사건에서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치상죄로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2. 7. 9. 20:00경 전북 부안군 백산면 ○○리에 있는 청구인의 집 앞에서, 박○호가 운전하던 트럭이 청구인의 집 담장을 충격한 것이 발단이 되어, 박○호의 일행인 최○호가 청구인을 향하여 욕설을 하면서 손을 휘두르자 그에 대항하여 고춧대를 휘두르다가 이를 말리던 피해자 김○석(이하 ‘피해자’라 한다)의 왼손을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수지부 좌상 등을 입혔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3. 2. 2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은 박○호가 트럭을 운전하다가 청구인의 집담장을 충격함으로써 일어난 사건으로서, 청구인은 최○호로부터 일방적으로 욕설과 폭행을 당하였고 고춧대로 피해자를 때린 사실이 없다. 또한, 청구인이 최○호로부터 사과를 받고 고소를 취소한 후, 최○호가 청구인을 만난 자리에서 청구인이 피해자를 때리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손을 다친 것은 배에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최○호가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진술하였다면 이는 새로운 증거에 해당하므로 청구인은 검찰에 진정 등을 제기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른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및 목격자 박○호의 각 진술,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현장에 있던 고춧대의 사진 등을 종합하면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는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바로 청구할 수 있고, 진정은 그 자체가 법률상 권리행사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하여 피청구인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헌재 1990. 12. 26. 89헌마277 , 판례집 2, 474, 481 참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다른 법률에서 정한 구제절차’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이 사건의 경과 및 쟁점

(1) 이 사건은 2012. 7. 9. 발생한 후 청구인이 같은달 13. 최○호를 폭행죄로 고소하여 같은 달 19. 최○호에 대한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지게 되자, 피해자도 같은 달 18.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같은 달 19. 청구인을 상해죄로 고소하였다.

(2)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고춧대로 피해자를 때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고춧대로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혔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이 사건의 증거 및 증거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① 경찰에서의 피해자의 진술, ② 경찰에서의 목격자 박○호의 진술, ③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④ 폭행에 사용되었다는 ‘고춧대’를 촬영한 사진이 있다.

(1) 피해자의 진술

경찰에서 피해자는 청구인과 최○호의 싸움을 말리면서 최○호를 등지고 청구인을 바라보고 있던 중, 청구인이 휘두른 철사에 철망 위에 올려놓고 있던 왼손 손가락을 1대 맞아 상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3-26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호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폭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목격하였을 것이므로 청구인으로부터 고소당한 최○호로서는 경찰 조사 시 이에 관하여 언급하였을 법하다. 그러나 최○호는 자신이 먼저 청구인의 집 담에 기대어 손을 휘두르고 욕설을 하니 청구인이 고춧대를 자신의 얼굴 쪽을 향해 들었다고 진술하였을 뿐(수사기록 18면), 청구인이 고춧대로 피해자를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은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경찰에서 청구인을 고소한 경위에 대하여, 사건 당시에는 많이 아프지 않아서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청구인이 지인인 최○호를 고소하여 뒤늦게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청구인을 고소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49면).

이와 같은 최○호의 진술과 피해자가 청구인을 뒤늦게 고소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목격자 박○호의 진술

박○호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켜보니 피해자가 최○호의 말을 거들자 청구인이 “너는 뭐하는 새끼냐”라고 하면서 고춧대를 흔들다가 고춧대로 철망을 잡고 있던 피해자의 왼손 손가락 부위를 1대 때렸고, 피해자가 “아!”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41-43면).

그러나 최○호는 위에서 본바와 같이 자신의 바로 앞에서 일어난 청구인의 폭행 장면에 대하여 전혀 진술하지 않은 반면, 박○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목격한 내용을 진술함에 있어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되게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도 진술하지 않은 내용인 맞는 순간 “아!”라는 피해자의 소리까지 들었다고 진술하여 실제로 목격한 내용을 진술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한, 박○호는 피해자, 최○호 등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차로 청구인의 담장을 충격하여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박○호의 진술 또한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피해자에 대한 2012. 7. 18.자 상해진단서(수사기록 5면)에 의하면, 상해원인 란에는 ‘타인의 싸움말리다 쇠파이프로 당함(본인의 진술에 의거)’, 병명 란에는 ‘임상적 추정, 좌측 제2, 3, 4, 5 수지부 좌상’, 예상치료기간 란에는 ‘2012. 7. 9.부터 2012. 7. 22.까지 14일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앞서 살핀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당시에는 많이 아프지 않아 치료받지 않다가 청구인이 최○호를 고소하여 자신도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청구인을 고소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상해진단서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9일이나 지난 시점에 발급된 것이고, 치료기간도 사건 발생일로 소급하여2012. 7. 9.부터 2012. 7. 22.까지로 되어 있으며, 병명도 최종진단이 아닌 임상적 추정에 불과하다. 이러할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담당 의사를 상대로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의 구체적인 상태, 치료내역, 처방내역 등을 확인하고 진료기록부를 제출받아 피해자가 실제로 치료받은 내역이 있는지, 치료를 요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는지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보완되지 아니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발행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 상해진단서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라. 수사미진

청구인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와 박○호의 진술과는 달리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에 대하여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폭행 여부에 대한 청구인과 피해자 등의 진술이 상반되고 이에 대하여 보다 객관적인 진술을 해 줄 수 있는 목격자가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목격자를 조사하여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청구인은 최○호에 대한 고소장에서 “동네 주민 나○님도 시끄러운 욕설 소리에 놀라 현장까지 와서 전부 들었으며 최○호의 등을 때리며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라고 기재하였고(수사기록 3면), 경찰에서 김○선과 나○님이 목격하였다고 하면서 김○선의 연락처까지 진술하였다(수사기록 9면). 그렇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하여 위 나○님과 김○선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진상을 규명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 대하여 폭행치상죄를 인정한 것은 수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마.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수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