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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9. 24. 선고 2013헌바102 공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36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공보228호 1409~141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인가를 받지 않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자를 처벌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360조 제1항(이하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제444조 제22호 중 “제36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금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취지는 단기금융업무의 건전성 확보를 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이 은행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에게만 엄격한 요건 아래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금지조항의 가운뎃점은 ‘또는’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가운뎃점을 ‘그리고’로 해석하여,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행위를 모두 하여야만 처벌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엄격한 요건 아래 단기금융업무를 인가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제의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진다.

한편, 처벌조항은 그 대상을 금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라고 규정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한 금융기관은 물론 금융기관이 아닌 자도 처벌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된 것) 제360조 제1항제444조 제22호 중 “제36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 부분

참조판례

헌재 2002. 4. 25. 2001헌바26 , 판례집 14-1, 301

당사자

청 구 인김○영대리인 변호사 윤정대

당해사건대법원 2013도916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주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된 것) 제360조 제1항제444조 제22호 중 “제36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부산지방법원에서 2013. 1. 4.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2012노906). 청구인은 상고한 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36조 제1항 제1호, 제360조 제1항, 제444조 제22호제44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13. 3. 28.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3. 4.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36조 제1항 제1호, 제360조 제1항, 제444조 제22호제447조 제1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해사건에서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규정은 제360조 제1항과 제444조 제22호이고, 제336조 제1항 제1호와 제447조 제1항은 당해사건에 적용된 규정이 아니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청구인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60조 제1항제444조 제22호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구하고 있으나, 당해사건 범죄사실은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을 영위한 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된 것, 다음부터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360조 제1항(다음부터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제444조 제22호 중 “제36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

당 업무를 영위한 자” 부분(다음부터 ‘처벌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60조(금융기관의 단기금융업무) ① 1년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업무와 그 부대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이하 “단기금융업무”라 한다)를 영위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제44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2. 제324조 제1항, 제355조 제1항 또는제36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

3. 청구인의 주장

금지조항에서 가운뎃점(·)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처벌조항이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행위 모두를 영위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인지 또는 어음의 발행,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행위에 개별적으로도 적용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또한, 처벌조항의 적용대상이 금융기관만으로 한정되는 것인지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 또는 기업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의 어음 발행행위 등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쟁점 정리

청구인의 주장 중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자’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 해석방법에 따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2. 4. 25. 2001헌바26 ).

이 사건에서 보면, 금지조항의 가운뎃점(·)은 주로 대등한 사항을 나열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그 의미가 ‘또는’ 인지 아니면 ‘그리고’인지 한글맞춤법상으로 명확하지 않고 법령상으로도 양자의 의미가 혼용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취지와 연혁, 해당 법률에서의 용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의미를 판단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취지는 단기금융업무의 건전성 확보를 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이 은행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에게만 엄격한 요건 아래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금지조항의 가운뎃점은 ‘또는’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가운뎃점을 ‘그리고’로 해석하여,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행위를 모두 하여야만 처벌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엄격한 요건 아래 단기금융업무를 인가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제의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진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고의적으로 부도낼 계획을 세우고 발행하는 이른바 딱지어음을 유통시켰다가 적발되었는데, 금지조항의 가운뎃점을 ‘그리고’로 해석하면 딱지어음 발행 및 유통행위 등을 규제할 근거가 없게 된다.

한편, 자본시장법 제360조 제2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는 은행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에 한정된다. 그러나 처벌조항은 그 대상을 금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업무를 영위한 자’라고 규정하여 인가를 받지 아니한 금융기관은 물론 금융기관이 아닌 자도 처벌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어음의 발행이나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을 것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심판대상조항이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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