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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12. 23. 선고 2013헌마182 공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등]
[공보231호 176~17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청구인이 특정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지만, 관련 법령의 규정 취지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실질을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본 사례

나.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 이전에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도록 규정하여야 할 입법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은 구속 전 심문기일에 피의자, 검사, 변호인의 ‘출석’, 즉 참여권 보장을 위하여 판사가 이들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는 단순한 절차적 규정에 불과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 고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이 사선변호인에 대한 심문기일의 통지 시 피의사실의 요지도 아울러 고지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을 부진정입법부작위의 형태로 다투고 있지만, 이는 규율내용이 불충분·불완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입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다투는 것으로서 그 실질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볼 것이다.

나.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전에 미리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상 명시적인 입법위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이 위와 같이 미리 법원으로부터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 받을 절차적 권리는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입법자의 입법형성이 있어야 비로소 부여되는 것일 뿐이므로, 입법자가 이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입법의무가 헌법의 해석상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참조판례

나. 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 등, 판례집 15-1, 551, 558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 판례집 16-2상, 543, 555-556

당사자

청 구 인이○상대리인 법무법인 주원담당변호사 이춘교

피청구인창원지방법원 판사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3. 3. 19.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어 같은 달 22. 11:00에 창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되자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였다. 피청구인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일 9:30경에 위 변호인의 사무실에 전화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면서 별도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사실의 요지를 알려주지는 아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형사소송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법원이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통지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 및 이에 따라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 3.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침해된 것으로 주장하는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피청구인과 그 심판대상을 확정하여야 한다(헌재 1993. 5. 13. 91헌마190 ; 헌재 2003. 5. 15. 2002헌마90 참조).

나. 청구인은 심판청구서에서 ‘영장실질심사의 경우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영장실질심사 당일 심문기일과 장소만을 알려주어 피의자에게 피해가 미치게 하여도 무방하다고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01조의2 제3항을 해석하는 한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피의사실 통지에 관한 규정 미비는 입법부작위로서 위헌임의 각 확인을 구하며, 아울러 이와 같이 영장실질심사 당일 사선변호인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만을 알려주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사실의 요지를 알려주지 아니한 창원지방법원의 부작위가 위헌임의 확인을 구한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 전문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에 검사, 피의자, 변호인의 출석을 위하여 판사가 이들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도록 한 규정으로서, 심문기일 통지의 상대방으로 검사, 피의자도 포함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경우에도 사선과 국선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위 조항 후문은 심문기일의 통지를 받은 검사가 체포된 피의자를 심문기일에 출석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통상 심문기일을 지정한 때부터 심문기일까지 시간적으로 촉박한 점을 고려하여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2는 관계인에 대한 심문기일의 통지는 서면 이외에 구술·전화·모사전송·전자우편·휴대전화 문자 전송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통지의 증명은 그 취지를 심문조서에 기재함으로써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규정 취지 및 내용과 통지의 상대방 등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은 구속 전 심문기일에 피의자 등 관계인의 ‘출석’, 즉 참여권 보장을 위하여 판사가 이들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는 단순한 절차적 규정에 불과하고, 사선변호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 고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이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 대하여 심문기일과 장소뿐만 아니라 피의사실의 요지도 아울러 고지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것을 부진정입법부작위의 형태로 다투고 있지만, 이는 입법자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의 통지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입법적 규율을 하였으나 그 내용이 불완전·불충분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및 장소의 통지와는 별도로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적 규율 자체가 애당초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실질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볼 것이다.

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이전에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 및 이에 따라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이전에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3. 청구인의 주장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3항이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을 통지함에 있어 법원으로 하여금 심문기일과 장소만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국선변호인과는 달리 피의사실의 요지도 아울러 알려주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이에 따라 피청구인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당일에 청구인의 사선변호인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만을 알려주고 피의사실의 요지를 알려주지 아니한 부작위 또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4. 판 단

가.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1)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 등 참조).

(2) 헌법상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지 여부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바, 위 규정만으로는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전에 미리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른 헌법조항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한 명시적인 입법위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3) 헌법 해석상 입법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의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피고인의 권리를 의미한다.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

특히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는 구금상태에서 심리적 압박감이나 공포감으로 인하여 수사·재판과정에서 현저히 열등한 위치에 놓이게 되므로, 입법자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효성 있게 행사함으로써 형사절차에서 실질적인 무기대등의 원칙이 이루어지고 이로써 공정한 형사절차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나) 그런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포함하는가, 그러한 권리가 헌법에서 바로 도출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있어야 비로소 부여되는지의 문제는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역할과 기능의 관점에 의하여 결정된다.

형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은 피의자·피고인이 수사·공소기관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피의자·피고인의 권리가 준수되는지를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변호인의 위 역할 중 보다 중요한 것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이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권리는 입법형성이 있어야 비로소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

따라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이전에 미리 법원으로부터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 받을 절차적 권리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이 있어야 비로소 부여되는 것일 뿐이므로, 입법자가 이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입법의무가 헌법의 해석상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소결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 대하여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이전에 미리 피의사실의 요지를 고지하도록 규정하여야 할 입법자의 입법의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나.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공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헌재 1994. 6. 30. 93헌마161 ; 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등 참조).

위에서 말하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가 의미하는 바는,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04. 10. 28. 2003헌마898 ; 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 이전에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헌법의 해석상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으로부터 이러한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의 이러한 작위의무가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등 관련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결국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은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의무가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

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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