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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9. 2. 28. 선고 2016헌마56 판례집 [재판취소 등]
[판례집31권 1집 164~17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 발령행위 등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 같은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긴급조치 제4호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4호와 관련된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재판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는 2010헌바132 등 결정에서 위헌으로 선언되었으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위 긴급조치들이 합헌이라고 하였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위 긴급조치를 그대로 적용한 바가 없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에 해당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의 발령행위에 관한 부분은 2010헌바132 등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긴급조치 제4호는 비록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지만 대법원의 위헌판결(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보듯이 밀도 있는 심사 없이도 문언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함이 명백하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청구인들에게 가해졌던 자백강요 등의 불법행위는 위와 같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2010헌바132 등 결정에 반하거나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에 해당하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거나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참조판례

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 등, 공보 263, 1487, 1489

당사자

청 구 인윤○일 외 2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동화

담당변호사 이정일 외 1인

피청구인대법원

주문

1.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윤○일은 1974년경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한다) 제1호, 제4호 위반 혐의로, 청구인 김○연은

긴급조치 제4호 위반 혐의로, 청구인 김○애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각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나. 청구인들은 2013년경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 겪었던 불법적 수사와 폭행, 자백강요 등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4058),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나2006058, 대법원 2015다236523).

다. 청구인들은 2016. 1. 22. 위 상고심 판결 및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위헌임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다236523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소원의 보충성 요건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 국가권력의 기본권 기속성 측면에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점,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 발동 및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체포, 감금, 폭행, 가혹행위들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

다. 이는 긴급조치 제1호, 제9호 등이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헌재2013. 3. 21. 2010헌바132 등 결정에 반하여 그 의미를 잠탈하고 사실상 무효로 만드는 것이자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2016. 4. 28. 2016헌마33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이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판단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4호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4호와 관련된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재판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는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 등 결정에서 위헌으로 선언되었으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위 긴급조치들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위 긴급조치를 적용한 바가 없으며, 나아가 위 긴급조치를 합헌으로 해석하는 취지도 드러낸 바 없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위 긴급조치들과 관련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위 긴급조치들이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역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1) 현행 법제도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고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 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 등의 반대의견 참조).

(2)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바 그 같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기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과 실현,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외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체가 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녔음에도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그에 대한 비판을 제압하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처럼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실제로 행하거나 그에 협조하는, 말 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통치체제가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은 그 체제가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의 작동방식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같은 체제 하에서는 그러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문제가 진지하게 처리될 수가 없다.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훼손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주의 체제가 정상화된 이후일 것인데, 이때 과거의 총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할 재판이 예컨대 통치행위이론이나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평면적인 법 논리에 의지해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그러한 재판은 헌법이 상정한 사법의 역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하는 것은 각 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으로 인해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도록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헌법을 보호하고 입헌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며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까지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의 발령행위에 관한 부분은 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 등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과 같은 입장에서 2010헌바132 등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위 반대의견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권력의 행사인 이상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 하더라도 사법적 심사가 허용되고, 더 나아가 위 긴급조치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헌재 2010헌바132 등).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데, 이러한 재판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포함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종래 입법행위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배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전체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질뿐이라고 하였다. 긴급조치 역시 법률적 효력을 가지므로, 입법행위에 따른 위의 책임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은 긴급조치가 위헌이 명백한 것을 알면서 입법을 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지 않았다.

헌재 2010헌바132 등 결정의 취지는,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작용은 사법적 심사에서 면제될 수 없고, 유신헌법의 개정에 대한 주장 금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한 비판 금지, 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한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 구속 등에서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그 위헌성이 명백하고 중대하며, 이들 긴급조치는 애초부터 발령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의도로 발동되었다는 것이다.

긴급조치의 발령이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여부에 관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작용은 사법적 심사에서 면제될 수 없다는 헌재 2010헌바132 등 결정의 기속력에 위배된다. 긴급조치의 발령이 위헌이 명백한 것을 알면서 입법을 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이는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가 명백하고 중대한 위헌성을 지녔으며, 그 위헌성이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취지의 헌재 2010헌바132 등 결정의 기속력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의 발령행위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긴급조치 제4호의 발령행위,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수반되었던 고문 등 불법행위 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한 부분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이므로 재판소원 금지의 예외가 될 수 있다.

긴급조치 제4호는 비록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지만 대법원의 위헌판결(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보듯이

그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며,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밀도 있는 심사 없이도 문언 그 자체로 그 위헌성이 명백하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역시 그 위헌성이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긴급조치 제4호의 발령행위는 오늘날 민주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상정되는 규범제정행위와는 그 본질이 상이하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청구인들에게 가해졌던 자백강요 등의 불법행위는 위와 같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그러한 사정을 익히 알면서도 이를 주도하거나 거기에 가담한 사례에 해당하며, 법원이 이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면책을 정당화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민이 헌법을 만들어 국가권력의 과제를 정하고 그 행사방식을 규율하는 취지와 양립할 수 없다.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입법이 이러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작용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재판까지 재판소원 금지규정에 의해 헌법적 통제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은 헌법을 제정한 국민의 뜻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재판은 재판작용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심각히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결론

이러한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 2013. 3. 21. 2010헌바132 등 결정에 반하거나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

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에 해당하며, 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거나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판관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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