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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9. 4. 11. 선고 2015헌바443 공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 위헌소원]
[공보271호 462~46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법인의 대표자 등이 법인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경우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도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과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4항 본문 중 ‘법인에 대한 처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책임주의에 위반되어 위헌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은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고,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법인의 과실책임에 기초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법인에 책임을 귀속시키는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재산국외도피 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도피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심화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도피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도피액을 기준으로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하여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벌금형의 하한을 도피액의 2배 이상으로 높게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재산이 국외로 유출

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고 그 가액이 큰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고의범과 과실범의 법정형이 동일한 가운데서도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이라는 폭넓은 재량 범위를 설정하여 고의범과 과실범의 죄질 차이와 같은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과실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 하한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표자 등이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하였음이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인정되고, 재산국외도피 행위의 업무관련성 및 법인의 상당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설령 법인이 대표자 등의 국외재산도피 행위로 피해만 입고 이익을 얻은바 없다 하더라도 이를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과 비례하지 않는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조판례

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 판례집 19-2, 520, 528

헌재 2010. 7. 29. 2009헌가25 등, 판례집 22-2상, 183, 192-193

헌재 2011. 12. 29. 2010헌바117 , 판례집 23-2하, 587, 598

당사자

청 구 인주식회사 ○○대표이사 반○종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담당변호사 이공현 외 3인

당해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고합300, 2013고합393(병합), 2013고합444(병합), 2013고합447(병합), 2013고합481(병합), 2014고합77(병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주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4항 본문 중 ‘법인에 대한 처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줄기세포 보관 및 배양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청구인의 명칭은 원래 ‘주식회사 □□’였으나, 2013. 7. 29. ‘주식회사 △△’로, 2015. 7. 8. ‘주식회사 ○○’로 변경되었다.

청구인은 청구인의 대표이사인 라○찬, 사용인인 김○수가 2008. 3. 12. 및 2008. 3. 18. 청구인의 업무에 관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금 600만 달러를 국외로 이동하였다는 공소사실[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으로 2013. 7. 16.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1심 재판 계속 중[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고합300, 2013고합393(병합), 2013고합444(병합), 2013고합447(병합), 2013고합481(병합), 2014고합77(병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 본문 중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5. 11. 19. 위 신청이 기각되자(서울남부지방법원 2013초기2086), 2015. 12. 24.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4조 제4항 본문 중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은 벌금형의 액수가 과도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법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4항 본문 중 ‘법인에 대한 처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④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법인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

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①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경우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이하 “도피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미수범은 각 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3. 청구인의 주장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하 ‘대표자등’이라 한다)이 법인의 자금을 횡령하여 국외로 도피한 행위로 인해 법인이 손해만 입고 이익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도,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설사 법인에 벌금형을 부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인의 과실의 척도가 될 수 없는 도피액의 크기를 기준으로 벌금형의 하한을 정하고, 고의범과 과실범의 죄질을 구별하지 않으며, 예외 없이 법인을 처벌하도록 한 것은 법관의 양형판단권을 침해하여 부당하다.

또한 법인의 범죄 가담 여부 및 정도를 불문하고 도피액의 2배 이상 금액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양벌규정에서 벌금형의 하한을 행위자가 범한 범죄액의 배수로 정하고 있는 입법형식은 이례적인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의 주장 중 심판대상조항이 대표자등의 재산국외도피 행위로 법인이 손해만 입고 이익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도 필요적으로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법인의 책임 귀속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과실범인 법인에 고의범인 자연인과 같은 벌금액을 정한 것, 그리고 벌금액을 도피액의 2배 이상으로 정한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책임의 정도에 관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이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여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그 밖에 청구인은 법관의 양형판단권 침해, 양벌규정의 입법형식에 따른 위헌성 등에 대해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모두 법정형의 과도함을 다투는 것으로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의 준수 여부를 검토함으로써 판단될 수 있다.

나. 책임주의 위반 여부

(1)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원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는 형벌의 부과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 즉 책임이 인정되어야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고(‘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 다른 하나는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귀책사유로서의 책임이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고,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도출된다(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

따라서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를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한다.

(2) 법인의 책임 귀속 여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법인에도 적용된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25 등).

우선 법인 대표자의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근거로 법인을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 본다.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이므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고의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

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과실 책임을 부담한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25 등 참조). 따라서 청구인이 대표자가 범한 횡령행위의 피해자로서 손해만을 입고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라도, 법인이 대표자를 통하여 재산국외도피를 하였다면 그 자체로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은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하 ‘종업원등’이라 한다)의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근거로 법인을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 본다. 종업원등이 재산국외도피행위를 함에 있어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경우라면, 법인이 설령 종업원등이 범한 횡령행위의 피해자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 법인에도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등 관련 부분은 법인의 과실책임에 기초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한편 대표자등의 재산국외도피 행위로 인하여 법인이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인에도 대표자등의 행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 인정되므로 대표자등의 행위로 법인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는 양형상 고려사항일 수는 있으나 손해가 있다고 하여 그 책임까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특정경제범죄법 제4조는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고(제1항), 그 도피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으며(제2항), 특히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국내 재산의 국외 유출을 차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117 참조).

(나) 재산국외도피 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도피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심화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도피액의 다과만이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방지할 주의의무 위반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도피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도피액을 기준으로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하여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07. 7. 26. 2006헌바12 참조).

(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벌금형의 하한을 도피액의 2배 이상으로 높게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재산이 국외로 유출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고 그 가액이 큰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처벌의 강도를 높임으로써 재산국외도피의 유인을 차단하고 법인의 감독의무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한편 법인이 그 종업원등의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은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 정도의 면에서 고의범과 다르지 않으므로, 입법자가 국부 유출 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측면을 강조하여 법인의 고의·과실 여부에 차등을 두지 않고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은 고의범과 과실범의 법정형이 동일한 가운데서도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이라는 폭넓은 재량 범위를 설정하여 고의범과 과실범의 죄질 차이와 같은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과실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 하한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마) 심판대상조항은 대표자등이 재산국외도피 행위를 하였음이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인정되고(대법원 2010. 9. 9. 선고 2007도3681 판결 참조), 재산국외도피 행위의 업무관련성 및 법인의 상당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설령 법인이 대표자등의 국외재산도피 행위로 피해만 입고 이익을 얻은바 없다 하더라도 이를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과 비례하지 않는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이 부과하는 형벌에 대한 법인의 책임이 인정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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