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의 수색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1조 중 ‘주거’ 및 ‘자동차’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장주의를 간접적으로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피해자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물리력의 행사로 이루어지는 수색행위로 인한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 수색행위의 동기 및 태양,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충분히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와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색’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행위이므로 수색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사적영역은 더 깊이 침해될 수 있으며, 절도죄나 자동차등 불법사용죄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보호법익 및 죄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법정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위 죄들과 비교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1조 중 ‘주거’ 및 ‘자동차’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당사자
제청법원수원지방법원(2018헌가7)
청 구 인김○○( 2018헌바228 )
대리인 변호사 김은구
당해사건수원지방법원 2017고단8465 주거수색등(2018헌가7)
대법원 2018도3668 자동차수색( 2018헌바228 )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1조 중 ‘주거’ 및 ‘자동차’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8헌가7
당해사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달라고 하며 피해자 주거지의 안방, 작은방, 거실 등에 들어가 서랍과 장롱을 뒤져 물건을 꺼내어 놓는 등 피해자의 주거를 수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17고단8465). 제청법원은 당해사건 계속 중인 2018. 4. 6. 형법 제321조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2018헌바228
청구인은 세금신고에 필요한 자신의 서류를 찾기 위해 피해자 소유 승용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차량 내를 뒤지는 방법으로 승용차를 수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제1심에서 자동차수색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창원지방법원 2017고단2451)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창원지방법원 2017노3278). 이에 청구인은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인 2018. 3. 2. 형법 제321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8. 5. 11. 상고(대법원 2018도3668)와 제청신청(대법원 2018초기225)이 모두 기각되자 2018. 6.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1조 중 ‘주거’ 및 ‘자동차’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21조(주거·신체 수색) 사람의 신체,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수색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및 청구인의 주장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2018헌가7)
심판대상조항은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무상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에 따른 적절한 법운용이 어렵고, 법관의 양형재량도 크게 제한되며, 다양한 유형의 수색행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이에 따른 형벌 사이에 균형을 잃은 것이어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청구인의 주장( 2018헌바228 )
심판대상조항은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둠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형 자체를 규정하지 않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주거·자동차 수색죄는 보호법익과 죄질이 유사한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 등의 죄와 비교할 때 행위자의 책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전혀 크지 않으며, 차량열쇠를 찾는 등 수색행위가 수반되는 형법 제331조의2 자동차등 불법사용죄에 비하여도 죄질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일률적으로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19. 2. 28. 2017헌가33 ).
그러나 헌법은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 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 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
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6. 10. 27. 2016헌바31 ; 헌재 2019. 2. 28. 2017헌가33 ).
(2) 심판대상조항의 주체에는 사인 뿐 아니라 수사기관 등 공무원이 포함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영장주의를 간접적으로 담보하려는 의미를 가지며,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보호법익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기능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거, 자동차와 같은 사적 공간에 대한 수색행위는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는 형벌로 처벌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을 개정할 당시 정부가 제출한 개정법률안은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18개 범죄에 징역형 외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자 하였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하는 것으로 통과되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이 가지는 의미, 우리의 문화와 정서, 국민의 가치관과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다른 범죄들과는 달리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보다 엄하게 규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수색의 행위태양이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수색이라는 행위는 피해자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물리력의 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심, 불쾌감, 그리고 저항감은 어느 행위태양에 의하더라도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수색행위의 속성상 절도행위나 주거권자의 정당한 퇴거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등 잠재적으로 다른 죄와 결합하여 피해자의 보호법익에 추가적인 침해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비록 벌금형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1월부터 3년까지의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설령 심판대상조항의 죄를 범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결격사유가 있어서 실형을 선고하게 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책임과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과 형사정책적 견지에서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정한 것에 수반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벌금형을 두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 수색행위의 동기 및 태양,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충분히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 위배 여부
그러나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가20 ; 헌재 2018. 1. 25. 2016헌바272 ).
(2) 주거의 평온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 중 주거침입죄 및 퇴거불응죄(형법 제319조)는 심판대상조항과는 달리 법정형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침입죄의 경우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에 들어가는 행위이면 족하고, 유형력을 사용하지 않거나 공공연하게 들어간 경우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신체의 일부만 주거 안으로 들어간 경우에도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퇴거불응죄도 일단 적법하게 들어간 이상 현관에 들어간 정도에 불과하거나, 단 1회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더라도 죄가 성립한다. 이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의 ‘수색’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피해자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물리력의 행사를 수반하게 되므로 피해자는 더 큰 공포심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으며, 피해자의 사적 영역 또한 더 깊이 침해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와 달리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한 것은 위와 같은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및 죄질의 차이를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보이는바, 그와 같이 법정형에 차이를 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한편 절도의 고의로 타인의 주거, 자동차 등을 수색한 경우,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대한 침해와 절도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의 위험이 모두 발생하므로, 절도의 고의 없이 수색행위만을 한 경우 보다 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과는 달리 절도죄(형법 제329조)는 선택형으로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어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형벌체계의 균형성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과의 비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헌재 2011. 11. 24. 2010헌가42 ; 헌재 2019. 2. 28. 2017헌가33 참조),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절도죄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설령 절도죄와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을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절도죄가 언제나 주거, 자동차에 대한 수색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 가치가 미미한 재산권에 대한 침해와 같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대한 침해보다 책임이 가벼운 경우도 상정할 수 있으므로, 절도죄에 선택형으로 벌금형을 규정하면서도 심판대상조항에는 징역형만 규정한 것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제청법원은 절도죄 외에도 형법상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 중 심판대상조항보다 무거운 유기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선택형으로 벌금형을 두고 있는 다른 유형의 죄들(사기, 공갈, 횡령)과의 형벌체계의 불균형을 주장하나, 위 죄들은 심판대상조항과는 죄질과 보호법익을 달리하므로 절도죄와 마찬가지로 법정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형벌체계의 균형성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동차등 불법사용죄(형법 제331조의2)와 비교할 때 죄질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징역형으로만 의율되고 있어 형벌체계상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나, 자동차등 불법사용죄의 보호법익은 자동차 등에 대한 사용권이므로, 심판대상조항과는 보호법익과 죄질이 전혀 달라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